윤단미는 조금 감동한 듯 반승제를 바라보며 그의 마음속에 여전히 자신이 남아있다고 생각했다.“승제야, 그래도 네가 나를 아껴주는구나.”반승제는 소파에 앉아 그녀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진세운은 하는 수 없이 윤단미의 손가락을 검사하기 시작했다. 검사를 마치고 그가 떠나려는데 그녀가 또 다른 손을 꺼내 보였다.“진 선생님, 이쪽 손도 조금 불편한 것 같아요.”진세운이 아무리 둔하다 할지라도 이제는 윤단미가 그를 일부러 이곳에 남기려 한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왜 날 남기려고 하지?’그는 무의식중에 반승제를 힐끗 쳐다보았다.그러나 반승제는 그를 발견하지 못했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진세운은 어젯밤 반승제가 불륜남 노릇을 한다고 온시환에게 세뇌를 당했었다.하지만 반승제가 지금 이렇게 윤단미가 소란 피우는 것을 가만히 놔두는 걸 보면 그의 마음속에 아직도 그녀가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진세운은 반승제가 불륜남 노릇을 한다는 말이 아마 온시환의 꾸민 이야기라고 여겼다.그는 귀찮아하는 기색 없이 다른 한쪽 손을 자세히 검사해보더니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윤단미 씨, 저는 그럼 이제 가봐도 될까요?”앞뒤로 총 40분이라는 시간이 지체되었다. 윤단미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음식이 다 준비됐으니 진 선생님도 남아서 같이 식사하시죠.”진세운은 고개를 저으며 손목에 찬 시계를 바라보았다.“아니요, 제가 일이 있어서요.”어차피 시간은 많이 지체되었고, 윤단미도 이제는 더 다른 변명거리를 찾을 수 없어 그냥 떠나도록 내버려 뒀다.그 사이 진세운은 강씨 집안에서 오는 전화를 세 통이나 받았다. 모두 빨리 와서 봐달라는 것이었다.그는 윤씨 저택에서 떠나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한편, 성혜인의 이마는 온통 땀으로 젖어있었고 입술은 창백해졌다. 그러고는 몇 번이나 자신의 손이 확실히 나을 수 없는지 의사에게 물었다.의사는 만약 자신이 안 된다는 대답을 하게 되면 그녀가 반드시 무너지지는 않을까 하고 의심
성혜인은 병원에 3일 동안 머물렀다. 그녀는 줄곧 자신의 손가락을 주의하며 감히 움직이지도 못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손가락이 회복하지 못할까 봐서이었다.강민지도 3일 내내 그녀의 곁에 같이 있어 주었다. 성혜인이 다른 건 무엇도 신경 쓰지 않고 오직 자신의 손가락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걸 그녀도 일찍이 알아챘다.성혜인의 앞에서 반승제를 언급해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으니까 말이다.3일째가 되던 날, 의사는 성혜인에게 이제 떠나도 되지만 손가락은 계속 잘 보살펴야 한다고 말해주었다.요 며칠, 성혜인은 사실 반승제의 메시지를 받긴 했었지만 아무런 답장도 하지 않았다.지금은 반승제도 더는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퇴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예전에 같이 협력한 적 있었던 별장 주인의 초대를 받았다. 오늘 밤 술 시음회에 오지 않겠냐는 것이었다.그것은 그녀가 전에 꾸몄던 집에서 열리는 작은 내부 연회였다. 그래서 주인이 그녀를 초대한 것이었다.초대자는 정운테크의 지형오였는데 성혜인은 그를 제원대에 다닐 때 만난 적이 있었다.게다가 지형오는 그녀와 신이한에게 다리를 놔주기도 했었다. 신이한은 그를 삼촌이라고 불렀다.성혜인은 그와 줄곧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사장님, 제가 손을 다쳐서요. 아마 그림은 못 그릴 것 같습니다.”“그림 그릴 필요 없어요. 어쨌든 페니 씨가 설계한 집이잖아요. 와서 한번 봐봐요.”성혜인은 거절하기 어려웠다.술 시음회는 일반 연회만큼 성대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모두 편한 옷차림을 하고 왔고 정원의 곳곳에는 포도주 선반이 있었으며 화원은 온통 향긋한 술 내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그곳에 도착한 성혜인은 단번에 지형오를 발견했다. 정운테크는 주로 전자제품 방면의 연구와 가전제품을 팔았는데,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등등은 거의 국내의 3분의 1의 가전제품 시장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성혜인이 예전에 몇몇 집의 인테리어를 맡을 때 사용한 가전제품은 모두 정운테크의 것이었다. 이번의 네이처 빌리지도, 지형오는
두 책임자는 성혜인을 보자 순간 눈빛이 밝아졌다. 누구도 주영훈의 제자가 이렇게 젊고 예쁠지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페니 씨, 안녕하세요. 우리 미술관은 페니 씨의 작품이라면 언제든지 환영할 겁니다.”“저희 미술관도요.”두 사람은 앞다투어 자신들의 명함을 건네며 다소 흥분한듯한 모습을 보였다.성혜인은 이전부터 줄곧 바쁜 일들을 모두 끝마치면 자신만의 화실을 열고 전시회를 진행할 생각을 해왔었다.그러나 현재 SY그룹의 일이 전부 끝난 게 아니었기 때문에, 그녀도 그들의 제안에 혹하긴 했으나 잠시 에둘러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감사합니다. 나중에 꼭 같이 협력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하물며 그녀의 손도 이 모양이라 짧은 시간 내에는 다시 붓을 들기 어려웠다.반승제의 시선은 그녀의 몸에 떨어졌다. 목에 하얀 붕대를 감고 있는걸 발견해서부터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손은 왜 그래?”윤단미도 손을 다치긴 했지만 뼈가 살짝 어긋난 가벼운 부상이라 이틀 정도면 낫는 것이었다.성혜인은 깁스까지 하고 있어서 더욱 부상 정도가 심해 보였다.그녀는 반승제를 아랑곳하지 않고 지형오를 바라보았다.지형오는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기류를 알아채지 못하고 계속해서 두 전시회 책임자에게 성혜인을 소개해주었다.“페니 씨는 한 번도 먼저 주영훈 선생님과의 관계를 밝히지 않았어요. 주영훈 선생님도 제자를 끔찍이 보호하시고요. 그러니 앞으로 페니 씨가 다시 그림을 그리게 된다면 여러분들께서 도와주셔야 할 겁니다.”이름 있는 지형오도 성혜인의 곁에 서서 이렇게 말하지, 심지어 주영훈이 그녀의 뒤를 봐준다고 하지, 두 책임자는 감히 그녀에게 미움을 살 엄두를 내지 못했다.누군가에게 미움을 사더라도 예술가에게는 미움을 사지 말라는 말이 있다.이런 예술가에게는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많다. 게다가 적지 않은 지지자들은 거의 소위 말하는 윗계급의 사람들이었다. 주영훈은 한국화의 대표적인 화가로서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사들이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여긴다. 그러니 그의 제자에게
그 시각 성혜인은 이미 밖에 도착했다. 멀지 않은 곳에 서민규의 차가 주차되어있었는데 조금 전 그녀가 메시지를 보내 불러온 것이었다.아직 서민규에게 월급을 주고 있으니, 그가 서천에 돌아가지 않은 틈을 타 쓸 수 있을 때 써야 했다.성혜인은 모퉁이를 돌아 서민규의 차로 향하려 했다.그때, 반승제가 그녀의 멀쩡한 손을 확 잡아 끌어당겼다.밖이라 해도 아직 정원을 완전히 떠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주변에는 드문드문 사람들이 서 있었다. 사람들은 반승제를 보자 일제히 시선을 그에게 돌렸다.성혜인은 고개를 숙이고 그의 기다란 손가락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대표님, 무슨 일이라도 있으세요?”반승제는 그녀의 손목을 놓아주며 말했다.“요 며칠 계속 메시지 보냈는데, 답장 안 하더라?”“네이처 빌리지와 관련된 일이 아니라, 굳이 답장할 필요가 없는것 같아서요.”“조금 전 너를 대신해 술도 마셔줬는데, 왜 아는 체도 하지 않았지?”“대표님, 대표님은 제 고객이십니다. 고객에게 술을 대신 마시게 하는 도리가 어디 있나요?”고객이라는 한마디로 그녀는 두 사람 사이의 경계를 철저히 그었다.반승제는 순간 무언가에 가슴이 찔린 것 같았다. 그러나 아직 밖이라 화는 내지 않았고 무거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손은 어쩌다 다친 거야?”그녀는 조금 짜증 난다는 듯한 기색을 보였다. 그와 이런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반승제는 처음으로 자신이 이렇게 환영받지 못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그는 아래 우로 그녀를 훑어보았는데 여전히 차갑고 흔들림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반승제는 몸을 기울여 자세히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그가 물었다.“페니야, 정말 좋고 나쁜 게 뭔지 모르는 거야?”성혜인은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녀는 옆에 웨이터가 주는 술을 건네받으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대표님, 혹시 여태 한 번도 여자한테 거절당한 적 없으신 거예요? 호의를 제대로 안 받아줬다고 제가 좋고 나쁨을 모르는
그러나 그도 자신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아챘다.목졸라 죽일가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러기에는 조금 아까웠다.그는 이 고집스러운 표정을 보며 계속 키스를 이어나가려고 했다. 그때, 등 뒤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페니야.”서민규였다.예민한 반승제는 성혜인이 그 소리를 듣자마자 온몸이 굳어버렸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녀는 서둘러 반승제를 밀어냈다.“민규 씨?”성혜인은 서민규를 부르더니 곧장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서민규는 그녀와 반승제를 번갈아 한 번씩 쳐다보았다.“괜찮아?”그는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현재 성혜인의 안색이 매우 좋지 않았고, 조금 전 그의 각도에서 봤을 때 그녀는 분명 반승제에게 강압을 당하고 있는 것 같았다.서민규는 반승제에게 미움을 살 수 없어 그저 한번 인사를 건넸다.“반 대표님.”반승제는 조금 전 성혜인에게 물린 혀가 아파 말을 하는 것도 고통스러웠다.그때, 성혜인이 입을 열었다.“민규 씨, 우리 그만 가자.”그녀는 단지 돌아가 쉬고 싶었다. 요 며칠 계속 자신의 손을 걱정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잤기 때문이다.서민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자리를 뜨려는데 반승제의 말소리가 들려왔다.“내가 조금 전 페니와 뭘 했는지, 궁금하지 않아요?”‘남편이 되어서, 자기 아내가 다른 남자와 그렇게 가까이 있었는데, 아무런 생각이 없다고?’서민규의 눈빛에 당황스러움이 스쳐 지나갔다. 어떻게 반승제를 마주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반승제가 자신에게 적대감을 느끼고 있다는 걸 알았다.그러나 서민규는 아무런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성혜인은 침착한 말투로 반승제를 뚫어져라 보며 말했다.“방금 반 대표님이랑 네이처 빌리지 일에 대해 말하고 있었어.”그녀는 반승제를 향해 웃었다.“얘기가 끝났으니 반 대표님께서는 협력업체 사람들을 만나러 돌아가 보셔도 됩니다. 윤단미 씨도 안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반승제는 손으로 입가를 닦았다. 혀에서
성혜인은 그를 보지 못한 채 열심히 그릇에 있는 음식을 먹었다.그녀는 손을 다쳐 오른쪽 손은 잠시 사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왼손으로 죽을 떠먹는 것 외에, 새우는 모두 서민규가 까고 그녀의 앞에 있는 작은 그릇에 담아주었다. 그런 다음 그녀는 포크로 찍어 먹기만 하면 됐다.반승제가 자리에 앉자 윤단미도 그제야 그를 따라 들어왔다. 성혜인을 발견한 그녀의 눈동자는 움츠러들었고 안색도 순간 보기 안 좋게 구겨졌다. 딱 봐도 페니가 이곳에 있으니 반승제가 이곳 레스토랑에 온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와 같은 소비 수준으로 이런 곳에 올 일이 전혀 없을 테니 말이다!윤단미는 기분이 나빴지만, 뭐라 말할 수 없어 반승제의 맞은편에 가만히 앉았다.그때, 종업원이 걸어오더니 그들에게 메뉴판을 건네주었다.“손님, 어떤 음식을 드시겠습니까?”반승제는 성혜인네 테이블을 힐끗 바라보았다.그들 사이의 거리는 불과 2미터 남짓이었다.“저기랑 같은 거로 해주세요.”이 말을 들은 윤단미는 더는 참을 수 없어 웃는게 웃는게 아닌 얼굴로 입을 열었다.“승제야, 나 다른 거 먹고 싶어.”그녀의 목소리 때문에 성혜인은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발견했고 미간을 찌푸렸다.‘아니 왜 여기에서까지.’메뉴판을 든 반승제는 곁눈질로 성혜인이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느끼고 몸을 흠칫 떨었다. 그러나 고개를 돌려 성혜인을 바라보지는 않고 우연히 마주친 것처럼 위장하려고 했다.윤단미는 그가 자신의 말을 듣지 못한 줄 알고 다시 한번 반복했다.“다른 거 먹자. 나는 그 세트 별로 먹고 싶지 않아.”그러나 반승제는 그저 메뉴판을 내려놓을 뿐이었다. 그는 마치 성혜인 테이블과 경쟁을 하는 것 같았다.겉보기에 무뚝뚝한 그는 윤단미가 뭐라 말했는지는 아예 듣지도 못했다.일 분 후, 종업원이 미안한 표정으로 다시 걸어왔다.“죄송합니다, 손님. 이 테이블이 이미 예약이 된 건데 직원의 실수로 제때 알려드리지 못했네요. 예약한 손님들이 곧 오신답니다. 지금 레스토랑 안에 다른 빈자리가
성혜인은 짜증이나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일이야 이게 대체? 대표님이 이렇게 뻔뻔하게 구는 건 본적 없는것 같은데. 뻔뻔한 게 아니라, 멘탈이 강한 건가?’이런 레스토랑의 젓가락은 옆에 있는 상자를 열어 그 안에 있는 일회용 젓가락 머리를 꺼내 속이 빈 젓가락을 끼워 넣어야 했다. 보통 포차 같은 데에서 이런 일회용 젓가락을 자주 사용하곤 했는데, 일반 일회용 젓가락보다 많이 친환경적이었다.반승제도, 윤단미도 사용할 줄 몰랐다.윤단미는 젓가락을 “팍”하고 테이블 위에 던지며 혐오의 눈빛을 조금도 거리낌 없이 여실히 드러냈다.반승제는 곁에 있는 성혜인의 젓가락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손을 다쳐 줄곧 숟가락과 포크를 사용했기에 젓가락은 옆에 두고 사용하지 않았다.그는 그 젓가락을 갖고 오더니 자연스럽게 사용하기 시작했다.성혜인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고 화가 난 어깨는 세게 들썩거렸다.맞은편에 앉아있는 서민규는 난처해 어찌할 바를 몰랐다. 성혜인의 서류상 남편으로서 반승제의 이런 모습을 보고 화를 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도저히 갈피를 잡지 못했다.화를 내자니 반승제에게 미움을 살 용기가 없고, 안내자니 이 가짜 신분이 머리 위에 있어 이렇게 침묵을 지키는 것 도리에 어긋나는 것 같았다.그는 이 미묘한 분위기를 풀어보고자 곁에 있는 윤단미를 도와 젓가락을 끼워 주었다.그러나 윤단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당신은 여기에 참견할 필요 없어요.”서민규는 윤단미가 반승제의 파트너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윤단미에게도 미움을 보일 수 없어 감히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그러자 이윽고 성혜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윤단미의 앞에 있는 젓가락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그럼 단미 씨는 손으로 드세요.”윤단미는 성혜인이 이런 짓을 하리라 생각지 못했다. 그녀는 얼굴이 굳어서는 입을 꽉 깨물고 있어 피가 나고 있었다.‘빌어먹을 년! 죽여버릴 년!’그녀는 무섭게 성혜인을 째려보며 바로 손을 들어 성혜인의 뺨을 내리치고 싶어 했다.‘도대체 어떻게 승제를 꼬신
식탁보에 가려서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성혜인은 몹시 수치스러웠다.그러나 한 손은 다쳤지, 한 손으로는 국을 마시고 있지 해서 도무지 그를 막을 수 없었다.게다가 성혜인이 조금 전 술까지 뿌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반승제의 체면을 구겼으니 절대 그녀를 놓아주지 않을 것 같았다.‘이건 분명 복수하려는 걸 거야.’성혜인은 다른 사람들에게 테이블 아래의 광경을 들킬까 봐 두려워 숟가락을 꽉 쥐고 국을 마시지도 못했다.맞은 편에 있는 서민규는 그녀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것을 보고는 서둘러 물었다.“페니야, 열나는 거 아니야? 얼굴이 다 빨개졌어.”성혜인은 입술을 꽉 깨물어 고개를 저었다.반승제는 그녀의 오른편에 앉아 오른손으로는 국을 마시고, 왼손은 성혜인의 다리 위에 올려놓았다.밖에서 보기에 두 사람은 아무런 문제도 없어 보였다. 성혜인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것만 빼면 말이다.국을 한입 떠 마신 반승제는 미간을 찌푸렸다. 혀가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조금 전 성혜인이 깨문 건 절대 장난으로 한 게 아니었다. 국을 마시니 혀는 마치 무언가에 찔린 듯 아파져 왔다.그는 무심코 왼손으로 그녀의 다리를 움켜잡더니 뒤로 기댔다.그러고는 가볍게 물었다.“서천에서의 일은 다 해결됐나요, 민규 씨?”서민규는 반승제가 직접 먼저 물어봐 올 줄을 예상치 못했다.“아니요, 최근에는 저를 필요로 하는 일이 없어서, 모레쯤이면 다시 돌아갈 것 같습니다.”“그쪽 공사장 사람들하고 지내는 게 많이 힘드시죠?”반승제는 담담한 말투로 말하면서 성혜인의 다리에 있는 손을 거두지 않았다.상사의 물음에 서민규는 자세를 바로 고쳐잡으며 대답했다.“괜찮습니다. 진짜 공사장에 있는 사람들은 사실 다들 너무 바빠서 교류할 시간이 별로 없거든요.”반승제는 눈썹을 추켜올리며 더욱 깊숙한 곳으로 손을 뻗어 넣었다.“제가 듣기로 공사장에 일하는 많은 분들이 사생활이 깨끗하지 못하다고 하던데, 장기간 밖에 있다 보니 바람피울 확률이 높다고 하더라고요. 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