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14화 남편이랑 뭐해?

통화를 종료한 후, 그는 앞에 쌓인 서류들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러나 한 글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오늘 밤 그녀의 곁에 또 다른 남자가 있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견디기 힘들어졌다.

호텔로 돌아와 침대에 누운 그는 이불에서 그녀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사면팔방에서 그 향기가 퍼져와 모공을 타고 몸속으로 번지는 것 같았다.

반승제는 도저히 잠이 들 수 없어 잠옷을 걸치고 일어나 창문 앞에서 담배를 피웠다.

구석에 있는 창문은 열려있었고 바깥에서 바람이 불어와 그의 머리카락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는 손가락으로 담배를 쥐고 있었다. 어쩐지 불어오는 바람에도 그녀의 향기가 스며있는 것 같았다.

성혜인을 창문 앞에 밀어붙였을 때 그녀는 놀란 나머지 그에게 완전히 의지할 수밖에 없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 모습이 반승제를 더욱 끌어당겼다.

반승제는 순식간에 눈빛을 바꿨다. 얇은 입술로 담배를 물고 있던 그는 어느새 씹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치 무언가라도 해야 몸 안에서 솟구치는 것을 잠재울 수 있는 듯 말이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성혜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자?」

사실 반승제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가 SNS를 잘 올리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가끔 누군가는 SNS를 올리고 그에게 '좋아요'를 눌러 달라고 부탁하기도 하는데, 이건 하늘에 별 따기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또 그가 직접 밤에 사람을 찾아가 문자를 나누는 일은 극히 드물었는데, 하물며 이성에게는 더욱 그러했다.

그에게도 성혜인이 처음이었다.

「남편이랑 뭐해?」

성혜인이 답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반승제는 한마디 더 보냈다.

그녀는 원래 다시 잠이 든 것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악몽을 꾸고 말았다.

이번 꿈에서는 임지연이 아닌, 유산한 아이가 나왔다. 꿈에서 그녀는 병원 쓰레기통에 아기의 시체가 있는걸 발견했다. 심지어 이미 작디작은 손이 형성된 채로 죽은 시신을 말이다.

그녀는 놀라 깨어났고 이마에는 온통 식은땀이 맺혀있었다.

그러고는 천장을 바라보며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성혜인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