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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0화 소설 속의 악녀가 된 것 같은 기분

“오늘은 안 돼.”

온시환은 귀를 의심했다. 진세운은 일보다도 우선순위에 있을 정도의 친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분명 다른 일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잠깐 말없이 머리를 굴리다가 확신이 서지 않은 듯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너 설마 누구한테 뺨 맞고 자국이 남아서 못 오는 건 아니지?”

역시 온시환은 괜히 최고의 극작가가 아니었다. 이토록 허무맹랑한 일을 단번에 맞추는 것을 보면 말이다.

반승제는 순간 호흡이 거칠어지더니 말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온시환은 핸드폰을 바라보며 자지러지도록 웃었다.

‘웃겨 죽겠네, 진짜. 반승제 너도 여자한테 당하는 날이 있구나.’

반승제는 액정이 깨진 핸드폰을 곁으로 던지면서 심인우에게 말했다.

“핸드폰을 바꿔줘요.”

심인우는 머리를 끄덕이고 나서 바로 새 핸드폰을 준비하러 갔다.

...

같은 시각, 샤워하고 난 성혜인은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때 호텔 직원이 마침 배식카를 밀고 나타났다. 직원의 뒤에는 때 아니게 나타난 윤단미도 있었다.

윤단미는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그러고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목에 빨간 흔적을 가득 달고 있는 성혜인을 바라봤다.

성혜인도 윤단미가 이곳에서 나타날 줄은 모른 듯 미간을 찌푸렸다. 이때 직원이 눈치 없이 말을 꺼냈다.

“이건 대표님께서 주문하신 아침 식사입니다.”

직원은 배식카를 남겨 두고 멀어져갔다.

윤단미는 원한 가득한 눈빛으로 성혜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반승제와 특별한 관계라는 것은 진작 알았지만 그래도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되니 충격을 금치 못했다.

특히 성혜인의 목에 남은 흔적에 뺨을 맞은 것만 같아 꿈쩍도 할 수 없었다. 반승제가 누군가의 몸에 이런 흔적을 남기리라는 것은 상상도 못 해 봤기 때문이다. 윤단미는 반승제가 인간계의 욕구란 전혀 없는 사람인 줄 알았다.

윤단미는 주먹을 꽉 쥐면서 말했다.

“승제의 침대에 올랐다고 해서 설마 결혼까지 할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한 건 아니죠?”

성혜인은 윤단미가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애써 냉정한 척하는 모습이 웃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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