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승제의 문자를 확인하고 난 성혜인은 몸을 흠칫 떨었다. 그녀의 본능이 반승제를 만나러 가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10번의 약속을 빨리 끝내고 관계를 깔끔하게 끊어내고 싶기도 했다.앞으로 성혜인은 SY그룹을 운영하는 데 집중하며 지금까지 모은 돈으로 투자할 생각이다. 그래야만 이혼한 후에도 잘 살 수가 있었다.정작 호텔로 가자니 반승제가 오늘 밤은 또 얼마나 사람을 힘들게 굴지 걱정이 앞섰다. 지난 여섯 번 중 그 어느 한 번도 쉽게 끝나지 않았으니 말이다.큰마음 먹고 호텔에 도착한 성혜인은 1층 로비에 있던 심인우와 마주쳤다. 심인우는 그녀를 발견하자마자 가까이 다가가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해줬다.“페니 씨, 대표님께서 오늘 기분이 안 좋으셔서 조심해야 할 겁니다.”반승제가 기분이 안 좋다는 말에 성혜인은 약간 올라가기 싫어졌다. 빡친 반승제라면 분명 평소의 냉철함을 잃고 눈이 돌아갔을 것이기 때문이다.성혜인이 무서운 듯 뒷걸음질 치는 것을 보고 심인우가 작은 목소리로 일깨웠다.“지금 안 올라가시면 대표님께서 직접 댁으로 찾아가실 겁니다.”반승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든지 얻는 타입의 사람이었다. 그래서 성혜인은 결국 묵묵히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섰다.반승제의 호텔 방 앞으로 간 후에도 성혜인은 쉽사리 들어가지 못했다. 두꺼운 문을 사이 두고도 그의 위압감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성혜인은 손을 올려 조심스레 노크했다. 하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결국 서서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반승제는 조용히 소파에 앉아 있었다. 거칠게 벗어 던진 정장 외투는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셔츠 단추 몇 개를 풀어 헤친 그는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 감정 없는 눈빛으로 머리를 살짝 들었다.성혜인은 호텔 측에서 준비한 하얀 슬리퍼를 갈아 신으며 가방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반승제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다 말고 테이블 위에 놓인 팔찌를 발견했다.반승제는 몸을 일으키더니 팔찌를 한
반승제는 기분이 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성혜인의 턱을 확 들어 올리며 억지로 머리를 들게 했다.“뭘 잘했다고 울어?”성혜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는 듯이 눈과 입을 꼭 다물고 있었다. 전보다 훨씬 야윈 그녀는 얼굴 살이 쏙 빠져서 조금만 힘을 줘도 턱이 부스러질 것만 같았다.반승제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약해져서 손을 놓았다. 감정에 예민한 편이 아니었던 그는 복잡한 감이 들기만 했다. 비록 윤단미와 연애를 해본 적 있기는 하지만 자꾸만 그때와 달리 설명되지 않는 감정이 들었다.‘역시 분노겠지? 아니면 다른 감정인가?’적어도 성혜인 외의 다른 사람에게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라는 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어쩐지 지는 느낌이 들었던 반승제는 허리의 동작에 힘을 더했다.성혜인은 아주 고집스러운 사람이다. 그래서 반승제가 어떻게 하든 이를 꽉 악물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남자가 이러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는 것을 노리고 버틴 것이었다.죽은 사람처럼 꼼짝하지 않는 성혜인을 보고 한번 끝낸 반승제는 급 흥미가 떨어졌다. 그래서 짜증 섞인 손길로 그녀를 침대 위로 내던졌다.“됐어, 나가.”침대 위에 엎어진 성혜인은 다리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벌떡 일어나서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 눈길은 단 한 번도 반승제에게 향하지 않았다.그 모습에 반승제는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 와중에 팔찌가 다시 떠오르자, 그녀가 뻔뻔해 보이기까지 했다. 반승제는 심호흡하고 나서 욕실로 향했다. 성혜인이 가든 말든 신경도 안 쓰고 말이다.옷을 입고 난 성혜인은 바로 밖으로 나갔다. 엘리베이터에는 늘 그랬듯이 초췌한 그녀의 얼굴이 비쳤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는지 회의감이 드는 순간이었다.샤워를 하고 나온 반승제는 성혜인이 사라진 것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이윽고 침대에 묻은 빨간 핏자국을 보고는 액정 깨진 핸드폰으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몸은 괜찮아?”성혜인은 몸이 괜찮지 못했다. 그것도 아주 심각하게... 그녀는 배가 너무 아파서 곧 정신을 잃을
조금 전 단단히 겁먹었던 성혜인은 이제야 약간 진정되었다. 그래서 잔뜩 쉰 목소리로 나직하게 말했다.“대표님, 이제 만족해요?”성혜인의 말 한 마디는 반승제가 품고 있던 폭탄을 완전히 터뜨리고 말았다. 그는 연고를 들고 있는 채로 머리를 들며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지?”“대표님은 제가 비참해진 꼴을 보는 걸 제일 좋아하잖아요.”말투가 평소대로 돌아온 성혜인은 입꼬리를 씩 올리면서 말을 이었다.“소원 이루셔서 참 좋겠네요.”성혜인은 아직도 침대 위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리고 반승제를 경계하는 듯 발에 힘을 꽉 주고 있었다.반승제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거만한 표정으로 성혜인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녀의 목에 새로 생긴 뜨거운 것에 덴 듯한 흔적을 이제야 발견하고는 내려고 했던 화가 가슴팍에 걸려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연고를 휙 던지면서 차갑게 말했다.“약 가지고 꺼져.”성혜인은 묵묵히 침대에서 일어나 연고를 주어들었다. 그리고 옷매무시를 정리하며 떠날 준비를 했다.성혜인이 진짜 떠나려는 것을 보고 반승제는 몸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의 모든 움직임이 다 반승제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몸 안의 수분은 분노에 들끓다 못해 한 방울도 남김없이 증발될 것만 같았다.반승제는 성혜인을 확 끌어당기더니 대신 연고를 발라주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반승제가 상처도 무시한 채 계속하려는 줄 알고 결국 참다못해 뺨을 때렸다.모든 힘을 다해 때린 성혜인에 의해 반승제는 고개가 홱 돌아갔다. 짝 소리와 함께 입술에는 피가 터지고 말았다. 머릿속은 ‘윙’하고 울려서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난생처음 뺨을, 그것도 여자한테 뺨을 맞았으니 그럴 만도 했다.반승제는 잠깐 조용히 있다가 간질간질한 입가를 닦았다. 그러자 손가락에는 붉은색 피가 묻어났다. 그의 눈빛은 금방으로 철창을 벗어날 야수만큼 위험했다. 그리고 홧김에 성혜인을 확 끌어당겼다.성혜인은 몸을 흠칫 떨더니 죽이든 살리든 마음대로 하라는 해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눈빛에는 본능적인 두려움
“그래요?”반승제는 덤덤하게 손을 빼내면서 말했다.“이만 돌아가 보세요.”의사는 약간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BH그룹의 대표씩이나 되는 반승제가 자신이 사랑에 빠졌다는 것도 모를 리는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별다른 말 없이 부랴부랴 호텔을 나섰다.반승제는 1층 로비에 계속해서 앉아 있었다. 지금의 얼굴로 온시환이나 서주혁을 만나러 간다면 평생 놀림감으로 남을 것이다. 그렇게 새벽 다섯 시까지 1층에서 화를 삭이고 나서야 방으로 돌아갔다.방 안으로 들어가자 소리 하나 없이 고요했다. 그래서 반승제는 성혜인이 당연히 지하 주차장을 통해 떠났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옷을 갈아입으러 침실에 들어가자,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작은 몸짓이 보여 우뚝 멈춰 섰다.누구는 화가 나서 뜬눈으로 밤을 새웠는데, 누구는 방안에서 속 편하게 쿨쿨 자는 것을 보니 겨우 진정됐던 화가 또다시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반승제는 성큼성큼 걸어가서 이불을 거뒀다. 성혜인을 당장 쫓아낼 생각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안 그래도 손바닥만 한 얼굴이 살이 빠지면서 더욱 작아진 것이 안타까웠다.결국 반승제는 성혜인에게 이불을 다시 덮어줬다. 그리고 옷장 앞으로 가서 오늘 입을 정장을 고르기 시작했다. 옷을 갈아입은 다음에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거실 테이블 위의 서류만 챙겨 든 채 밖으로 나갔다.밖에서 반승제를 기다리고 있던 심인우는 그의 얼굴에 난 선명한 손자국을 발견하고 흠칫 놀랐다. 동시에 성혜인이 아직 살아있기는 한지 걱정되기도 했다. 태생이 오만한 그는 한 번도 홀대받은 적 없었다. 여자에게 뺨을 맞는 일은 더욱 없었다.심인우는 운전대를 꽉 잡은 채로 고민하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대표님, 페니 씨는 괜찮아요?”페니의 얘기가 나오자, 반승제의 표정은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가슴 속의 폭탄은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시끄럽게 울려대는 것 같았다.“안 괜찮아요. 장례 치르게 관이라도 준비하던가요.”심인우는 입술을 깨물었다. 역
“오늘은 안 돼.”온시환은 귀를 의심했다. 진세운은 일보다도 우선순위에 있을 정도의 친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분명 다른 일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그는 잠깐 말없이 머리를 굴리다가 확신이 서지 않은 듯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너 설마 누구한테 뺨 맞고 자국이 남아서 못 오는 건 아니지?”역시 온시환은 괜히 최고의 극작가가 아니었다. 이토록 허무맹랑한 일을 단번에 맞추는 것을 보면 말이다.반승제는 순간 호흡이 거칠어지더니 말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온시환은 핸드폰을 바라보며 자지러지도록 웃었다.‘웃겨 죽겠네, 진짜. 반승제 너도 여자한테 당하는 날이 있구나.’반승제는 액정이 깨진 핸드폰을 곁으로 던지면서 심인우에게 말했다.“핸드폰을 바꿔줘요.”심인우는 머리를 끄덕이고 나서 바로 새 핸드폰을 준비하러 갔다....같은 시각, 샤워하고 난 성혜인은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때 호텔 직원이 마침 배식카를 밀고 나타났다. 직원의 뒤에는 때 아니게 나타난 윤단미도 있었다.윤단미는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그러고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목에 빨간 흔적을 가득 달고 있는 성혜인을 바라봤다.성혜인도 윤단미가 이곳에서 나타날 줄은 모른 듯 미간을 찌푸렸다. 이때 직원이 눈치 없이 말을 꺼냈다.“이건 대표님께서 주문하신 아침 식사입니다.”직원은 배식카를 남겨 두고 멀어져갔다.윤단미는 원한 가득한 눈빛으로 성혜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반승제와 특별한 관계라는 것은 진작 알았지만 그래도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되니 충격을 금치 못했다.특히 성혜인의 목에 남은 흔적에 뺨을 맞은 것만 같아 꿈쩍도 할 수 없었다. 반승제가 누군가의 몸에 이런 흔적을 남기리라는 것은 상상도 못 해 봤기 때문이다. 윤단미는 반승제가 인간계의 욕구란 전혀 없는 사람인 줄 알았다.윤단미는 주먹을 꽉 쥐면서 말했다.“승제의 침대에 올랐다고 해서 설마 결혼까지 할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한 건 아니죠?”성혜인은 윤단미가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애써 냉정한 척하는 모습이 웃겼
반재인의 수단은 예전부터 깨끗하지 않았다. 일찍이 그는 일을 크게 쳐 난리를 피운 적이 있었는데, 다행히 반씨 집안에서 돈을 써서 논란을 잠재우는 데 성공했고, 반재인은 반태승의 채찍질에 하마터면 맞아 죽을 뻔했다.이런 사람은, 그녀 손안의 칼이 되기에 충분했다.그녀가 어디를 가리키면 반재인은 어디를 벨 것이었다.“되지, 우리 오래 못 봤잖아.”통화를 끊은 윤단미의 얼굴에는 음흉한 미소가 번졌다.‘페니가 이번엔 어떻게 피할까? 승제한테 꼬리를 치다니, 자기 목숨이 몇 개인지도 모르고!’한편, 성혜인은 이런 윤단미의 계획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녀는 온수빈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투자자가 되었다고 알려주었다.이미 짐을 싸기 시작해 TJ엔터로 갈 준비를 하던 온수빈은 그 말을 듣고 조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온수빈 씨, 제가 온시환 씨랑 협력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남자주인공은 계속 온수빈 씨로 할거예요.”온수빈은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하며 손에 들고 있던 주머니마저 땅에 떨어뜨렸다.그러자 안에 있던 수면제가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이건 그가 세운 자기 자신에게 할 최악의 계획이었다. 만약 도송애가 그런 수단을 자신에게 사용한다면, 온수빈은 인터넷에 그녀의 실체를 까발리고, 수면제를 먹어 자신의 삶을 끝내려 했다.그러나 그는 성혜인이 자신을 구해줄 줄은 생각지 못했다.온수빈은 한바탕 감동을 한 한편, 동시에 마음속으로 약간의 기쁨을 느꼈다.“페니 씨, 시간 있으시면 제가 밥이라도 사드리고 싶네요. 페니 씨는 이 일이 저한테 얼마나 큰 의미인지 모르실 거예요.”남자주인공 역할을 얻으면, 온수빈은 계속해서 원래의 회사에 남을 수 있었다.비록 원래의 회사 역시 쓰레기이긴 마찬가지였지만, 이 영화로 돈을 벌면 그의 합의는 끝나게 된다. 그러면 온수빈은 자유의 몸이 되어 더는 계약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다.당시에 맺은 합의는 정식적인 합의가 아닌 일종의 약속에 가까운 것이었다. 하지만 그 합의 안에는, 일단 그가 남자주인공 역할을 맡
성혜인은 반태승의 상태가 정말 좋지 않은 것을 보고 그의 곁에 가 어깨와 목을 마사지 해주었다.“할아버지, 제가 인터넷에서 마사지하는 법을 배웠거든요? 한번 그대로 해드릴게요, 뼈와 근육이 한껏 풀리는 기분이 드실 거예요.”반태승이 가장 좋아하는 게 바로 성혜인의 이런 점이었다. 그녀는 무슨 일을 하든지 늘 대범하고 어떠한 다른 목적을 품지 않았다.반태승은 손에 들고 있던 바둑을 내려놓으며 말했다.“그래, 혜인아. 승제가 언젠가 너만큼 철이 들게 된다면 참 만족스러울 텐데 말이야.”반승제는 쭉 반태승의 곁에서 자라온지라, 그는 반승제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열 몇 살 때 이미 큰 공을 세울 뻔했던 아이라 반승제는 심기가 드높고 독했다.성혜인은 반태승의 뒤에 서서 손가락으로 천천히 또 가볍게 마사지를 시작했다.그때, 반태승이 한숨을 내쉬었다.“승제는 성격이 모났어. 말하기 좋아하지는 않지만 일단 자기가 심하게 압박을 받으면 무슨 일이든 해내고야 말지.”성혜인은 순간 손을 멈칫했다. 그녀는 그가 말하는 “무슨 일이든지 해내고야 말지.”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뜻하는지 알지 못했다.반태승은 손을 들어 그녀의 손등을 자상하게 쓰다듬었다.“다음에 또 그런 억울한 일을 당하거든, 잊지 말고 저번처럼 꼭 나에게 말하렴. 그 자식이 마음이 독해서 너를 난처하게 만들지는 않는지 모르겠구나.”“아니에요.”성혜인은 이곳에서 반태승과 두 시간 가까이 함께 있어 줬다. 금방 차를 타고 떠나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녀는 한눈에 택시에 앉아있는 강민지를 발견했다.강민지의 곁에는 신예준이 있었고 그녀의 손에는 붕대가 감겨있었다.성혜인이 경적을 두 번 울리자 강민지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성혜인을 발견하자 기쁘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그녀는 앞을 가리키며 택시를 세웠다.두 대의 자동차는 전부 앞에 멈춰 섰고 강민지는 택시에서 내렸다.“혜인아.”성혜인은 그녀의 곁에 서 있는 신예준을 한번 힐끗 바라보고는 물었다.“너 손은 왜 그래?”강민
차를 몰고 포레스트로 돌아간 그녀는 일주일 동안 이곳에서 휴식하기로 마음 먹었다.SY그룹에는 장하리가 있어 조금이라도 문제점이 보이면 그녀에게 바로 보고를 할 것이었다. 그리고 온시환의 드라마에 투자하려면 아직 더 시간이 걸려야 하므로 그녀는 잠시 먼저 몸을 회복할 수 있었다....스카이웨어.온시환은 진세운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가십을 늘어놓았다.“승제가 오늘밤은 안 온대.”진세운은 조금 의아했다. 분명 귀국 한 달 전에 미리 사람들에게 통지했는데 말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큰일이 있다 해도 모두 내려놓고 와야 하는 게 맞았다.“왜?”온시환은 순간 흥미진진해져서는 말을 이어갔다.“너는 아마 해외에 있어서 몰랐을 거야. 최근 승제가 유부녀를 눈에 들여가지고, 넘버투 행세를 하고 있지 뭐냐. 근데 그 여자는 이혼할 생각이 없나 봐.”진세운은 눈썹을 추켜올렸다. 그러고는 온시환을 아래 우로 훑어보았다.모두가 알다시피 온시환은 극작가였다. 그 때문에 그가 가장 잘하는 건 말에 MSG를 치는 것이었다.“반승제? 우리가 몇 년 동안 친구로 지낸 반승제?”조금 전 온시환이 폭로한 일은 그와 몇 년 동안 알고 지낸 반승제와 전혀 매치되지 않았다.그러자 온시환은 입을 삐죽이며 곁에 있는 서주혁에게 말을 보태라고 손짓했다.곁에서 침묵을 지키며 앉아있던 서주혁은 그를 휙 째려보더니 적당히 하라는 눈치를 보냈다.하지만 온시환은 그러지 않았다.“그 여자는 승제 집 인테리어를 맡은 디자이너야. 페니라고, 확실히 예쁘게 생겼긴 했어. 근데 이 여자 쪽이 말이야, 승제 하나만 있는 게 아닌 것 같더라고. 신이한하고도 뭔가 있는 것 같고, 또 최근에는 한 남자 연예인한테 빠졌더라. 그래서 어떻게 했게? 승제가 바로 300억을 주면서 원래 내 시나리오에 남자주인공 역할이었던 그 연예인을 자르는 거 있지? 역시, 큰일 하는 사람 아니랄까 봐.”진세운은 손에 들려 있는 술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물었다.“진짜야?”어불성설 그 자체라, 그는 정말 믿을 수 없었다.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