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Chapter 731 - Chapter 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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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1화

심유진과 별이 모두 어이없다는 듯 하은설을 쳐다봤다. “흥!” 하은설은 가방을 들고일어나면서 말했다. “화장실 좀 다녀 올게.” 하은설이 볼일을 보고 손을 씻는데 검은 머리에 황색 피부를 가진 아시아인 한 명이 손을 씻고 있었다. 미국에서 오래 지내면서 하은설은 아시아인만 보면 왠지 모를 동질감이 들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시기도 다 지나버렸기에 아시아인을 만나도 눈길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 남성은 유달리 하은설의 눈길을 끌었다. 원인은 간단했다. 패스트푸드 가게에 정갈한 정장 차림에 넥타이까지 하고 오는 사람은 흔치 않았다. 심지어 구두까지 반짝반짝 닦은 상태였다. 하은설은 호텔에서 일하면서 많은 vip손님들을 모셨었다. 이 남성의 복장은 딱 봐도 원단이나 설계가 최상급이었다. 절대 보통인이 아니었다. 그러니 이런 사람이 이 가게에 있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남성은 손을 깨끗하게 씻더니 몸을 일으켰다. 그는 거울을 통해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하은설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눈이 마주치기 전에 하은설이 얼른 시선을 피했다. 뭔가 나쁜 짓을 하다가 들킨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하은설은 침착한 척 손을 씻었다. 차가운 물도 부끄러움에 달아오른 몸의 체온을 낮춰줄 수가 없었다. 남성은 휴지로 손을 닦고 나서도 자리를 뜰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하은설은 얼른 손을 씻고는 물기를 툭툭 털고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근데 그때 웃음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주?” 하은설은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다. 얼굴이 홍당무우처럼 달아올랐다. 그 사이 남성은 어느새 하은설의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제야 하은설은 그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짙은 눈썹, 높은 코, 길게 째진 눈... 부드러움과 강인함이 동시에 존재하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왠지 익숙한 얼굴이었다. “왜 아무 말도 없어요?”남성이 웃으며 말했다. “요즘 공주들은 말을 못 하나? 아까 목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하은설은 더 이상 이 상황을 버틸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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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2화

“미친놈이라고?”심유진이 저도 모르게 별이부터 감싸면서 주변을 경계했다.“어디?”하은설도 주변을 한 바퀴 쭉 둘러보았지만 아까 봤던 사람은 자리에 없었다.“이상하네.”하은설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까 낮은 목소리로 말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다 들을 정도로 말한 건 아니다. 그러니 그 남자의 좌석은 자신과 매우 가까울 것이다. 그러면 자신의 시야 범위 내에 있어야 정상이었다.“아직 안 돌아왔나 보다.”하은설은 이렇게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심유진은 그 말에 불안함이 확 밀려왔다. 요즘 들어 총격 사건이 자주 일어나서 계속 경계심을 낮추지 않던 참이었다. 혹시나 무슨 사고라도 발생할까 봐 심유진이 별이를 재촉했다.“빨리 먹어. 집에 일찍 가자.”하은설도 불안해서 계속 주위를 살폈다. 하지만 계산을 마치고 떠날 때까지 그 미친놈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이런 일이 있고 나니 심유진과 하은설 모두 더 놀 기분이 나지 않았다. 하은설은 집으로 돌아가서 업무를 마무리했고 심유진은 계속 블루 항공에 관한 자료들을 찾아봤다. 별이도 혼자서 잘 놀았다. 이렇게 평온한 오후 시간을 보내고 저녁을 먹기 전에 심유진은 드디어 허태준의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바빠서 이제야 문자를 확인했어요.” 허태준은 답장이 늦은 원인부터 해석하고는 질문에 대답했다. “킹 호텔 일은 제가 힘을 쓴 게 맞아요. 하지만 소방 문제는 확실히 있었어요. 임시 폐업 후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것은 유관부문에서 내린 결정이에요.”그리고 허태준은 심유진에게 기사를 하나 보냈다. 킹 호텔의 압류 수색에 관한 기사였는데 전에 봤던 것보다 훨씬 자세 했고 증거 사진까지 첨부되어 있었다. 문제가 생긴 곳들은 심유진이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는 모두 합격이었었다. 심유진은 그제야 매니저가 왜 유경원을 그렇게 원망하는지 알 수 있었다. 심유진은 자책했다. 만약에 자신이 유경원의 흑심을 조금 더 빨리 알아채고 그를 사직시켰더라면 일이 이렇게 발전하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유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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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3화

“이미 아빠라고 부르고 있잖아요.” 심유진은 못 알아들은 척했다. 하지만 허태준은 물러서지 않았다. “제가 무슨 뜻으로 얘기하는 건지 알잖아요.” 심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별이가 얼마나 아빠를 그리워하는지 알죠.” 허태준이 엄숙하게 말했다. “우리 사이의 문제로 아이까지 영향받아서는 안 돼요. 아이는 완전한 가정을 얻을 권리가 있으니까.” 사실 심유진도 이런 도리는 다 알고 있었다. “그럼 그동안 곁에 있어주지 못한 건 어떻게 해석할 거예요? 과거는 또 어떡하고요? 그리고 당신 딸은요? 별이도 그 아이를 좋아하지 않고 그 아이도 우리 별이를 안 좋아해요. 둘 사이의 관계는 어쩔 거예요.” 질문을 던질수록 허태준과 별이의 사이가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았다. 허태준은 한참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서서히 입을 열었다. “사실 해결방법은 있어요.” “뭔데요?””결혼하자.” “야! 야!” 하은설이 심유진의 눈앞에서 손을 휘휘 저었다. 하지만 심유진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어떡해. 엄마가 정신을 잃었나 봐.” 하은설이 오버하면서 별이를 안고 장난을 쳤다. 심유진이 멍하니 있는 모습을 별이도 봤기에 별이는 다급히 심유진을 흔들며 말했다. “엄마! 엄마!” 심유진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둘 다 왜 이래?”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하은설은 심유진이 보고 있던 자료들을 힐끗 들여다봤다. “뭘 보고 있길래 한참 동안 불러도 대답이 없어.” “아무것도 아니야.” 심유진이 얼른 파일을 치우고는 대충 핑계를 댔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어서 생각 좀 하느라.” 심유진이 별이를 안으면서 말을 돌렸다. “배고프다. 저녁은 뭐 먹을래?” 저녁은 배달을 시켰다. 심유진은 멍하니 가만있었다. 그리고 먹고 남은 쓰레기를 치우다가 소스를 온몸에 흘렸다. 하은설은 심유진의 손에 들린 물건들을 빼앗고는 그녀를 방 안으로 밀어 넣었다. “들어가서 자. 내일 예쁘게 하고 연회에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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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4화

일요일의 연회는 6시에 시작이었다. 김욱은 점심때에 심유진을 데리러 가서 준비를 시작했다. 지점은 육윤엽의 별장이었는데 미국의 재벌들은 다 모였다는 구역이었다. 오늘 같은 날이 오지 않았다면 심유진은 평생 발을 디뎌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심유진은 인터넷이나 영화에서만 이 별장들을 봤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곳에 도착했을때 심유진은 자신의 견식이 얼마나 얕은지를 비로소 체감할 수 있었다. 부자들의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호화로웠다. 정원은 어마어마하게 컸고 여러 가지 모양의 화려한 수영장도 있었는데 감탄을 자아내는 장면이 계속 이어졌다. 육윤엽은 한국 사람답게 별장의 여기저기에 한국인의 정서를 나타내는 한옥 설계가 깃들어 있었다. 들어서자마자 드라마에나 나올 것 같은 장면들이 펼쳐져서 과거로 온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별장은 2층으로 구성되었는데 1층은 거실이었고 2층에는 육윤엽 침실과 서재가 있었다. 김욱이 심유진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집안 고용인들은 다 소식을 들었는데 환한 미소로 심유진을 맞이해 줬다. 심유진은 회사에서나 이런 대접을 받아봤지 집에서 이런 환대를 받기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심유진은 아무렇지 않은 척 웃어 보이며 예의 있게 같이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스타일리스트가 2층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총관리인으로 보이는 중년이 앞으로 한 발자국 나서면서 김욱에게 말했다. “회장님은 회사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계셔서 조금 있다 오실 겁니다.” “네, 돌아오시면 알려주세요.” 심유진은 김욱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가면서 주위를 둘러봤다. 가구들은 모두 나무로 만들어져서 더 고급스러워 보였다. 계단도 나무로 만들었기에 올라갈 때마다 기분 좋은 발자국 소리가 났다. 방이 적지 않았지만 이곳은 육윤엽이 혼자 쓰고 있었다. 육윤엽은 다른 사람에게 방해받지 않고 조용히 혼자 지내는 걸 좋아했다. 그래서 가끔 김욱이 찾아와도 손님들을 위해 준비한 작은 건물에 머무를 뿐이었다. “삼촌이 너랑 별이를 위해서 특별히 옆방을 다시 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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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5화

그리고 이건 사영은 때문에 생긴 관념이기도 했다. 그러니 육윤엽을 만나고 그가 자신에게 해준 모든 것들이 심유진은 고맙기만 했다. “됐어, 눈물부터 닦아.” 김욱이 휴지를 건네면서 말했다. “일단 옆방으로 가자. 좀 꾸며야지.” 별이의 옆방은 심유진의 방이었다. 역시나 별장의 분위기와는 상반되는 현대식으로 꾸며진 방이었다. 방안에는 과하게 꾸민 젊은 여자들이 소파에 앉아있었다. 김욱이 심유진의 등을 떠밀며 말했다. “데려왔으니까 이제 시작하죠.” 여자들이 심유진을 향해 다가왔다. 메이크업을 받고 헤어를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심유진은 중간에 몇 번이나 졸다가 두피에서 전해지는 통증에 잠에서 깼다. 어깨까지 오던 검은색 생머리는 갈색으로 변했고 큰 웨이브까지 넣었다. 메이크업은 원래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짙었다. 붉은 입술에 일부러 눈물점도 찍으니 더 매혹적인 모습이었다. 스타일리스트들이 심유진을 둘러싸고 사진을 찍었다. “너무 예뻐요!” “선녀인 줄 알았어요!” “SNS에 올려도 돼요?” 심유진은 쏟아지는 칭찬에 얼굴을 붉혔다. 김욱도 진행 상황을 확인하러 왔다가 심유진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제가 감히 같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럼요.” 웃으며 농담을 던지는 김욱을 보며 심유진이 그의 팔짱을 꼈다. 사방에서 사진을 찍는 소리가 들려왔다. 김욱은 사진 몇 장을 고심해서 골라서는 SNS에 업로드했다. 연회가 시작된 지 한시간전이 되여서야 육윤엽이 회사에서 돌아왔다. 그는 심유진에게 예쁘다고 칭찬을 해주고는 다급히 거실로 내려가 연회 준비를 했다. 6시가 되여서야 손님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심유진은 드레스로 갈아입고는 김욱과 함께 2층에서 대기했다. 김욱은 심유진에게 전체적인 순서를 설명해 줬다. 연회가 시작되고 육윤엽의 환영 인사가 끝나면 심유진이 등장하는 순서였다. “긴장돼.” 심유진이 낮은 목소리로 김욱에게 말했다. 이미 손바닥에는 땀이 흥건했고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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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6화

육윤엽의 발언은 상당히 간결했다. 이분도 초과하지 않은듯했다.심유진은 아직도 멍한 상태다. 맞은편의 김욱이 심유진의 어깨를 툭 쳐서 그녀를 일깨웠다.“내려갈 준비해.”심유진은 급히 발을 들어 앞으로 걸어갔다. 발걸음은 너무 커 하마터면 치맛자락을 밟아 넘어질 뻔했다.김욱은 한발 다가가서 그녀를 부축했다. 손은 주먹을 쥔 채 입가에 갖다 대고 낮은 소리로 강조했다.“품위 있게, 우아하게.”심유진은 리허설했던 것처럼 손끝으로 치맛자락을 잡고 고고하게 고개를 쳐들고 허리를 곧게 폈다.그녀는 한 걸음 한 걸음 유유히 계단을 내려갔다. 사람들의 뜨거운 눈빛 속에 얼굴의 미소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육윤엽은 눈에 눈물을 머금으면서 서서히 다가오는 심유진을 바라보았다. 심유진이 제대로 선 후에야 자신의 어깨를 내주었다.심유진은 익숙한 듯 육윤엽의 팔을 잡고 홀 내 한 바퀴를 기품 있게 돌아보았다.오늘 오신 분들은 대부분 아시안 얼굴이었고 나이도 젊은 편이었다.심유진은 의혹스러웠다. 블루항공이 미국에 뿌리를 내리고 미국에서 이렇게 크게 발전했다면 파트너도 각 인종 다 있겠지만 미국에서 사는 백인들이 대부분일 거라 생각했다. 적어도 중년 백인일 거라고 생각했다.사람들 앞이기에 심유진은 육윤엽한테 그 이유에 관해 묻지 못했다. 심유진은 인형처럼 육윤엽이 이끄는 대로 중앙에 걸어갔다. 육윤엽은 사람들한테 소개했다.“이분이 바로 제 딸, 심유진입니다.”주위에서 우레 같은 박수 소리가 쏟아져 나왔다.모두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다만 진심으로 보내는 축복인지 아니면 위선스러운 공경인지는 모른다.심유진은 손을 흔들며 숙녀처럼 온화한 말투로 인사했다.“안녕하십니까. 저는 심유진입니다.”다년간의 훈련을 받았기에 심유진의 영어 발음은 이미 지방 사람들과 다를 바 없었다. 다만 자신의 이름을 소개할 때 특유의 악센트가 있다. 진이라는 글자를 부를 때 억양이 저도 몰래 올라갔지만 괴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귀여웠다.육윤엽은 심유진의 표현에 상당히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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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7화

Mike 엄은 여전히 태연했다. 예의를 차려서 웃으면서 심유진한테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 심유진 씨.”“안녕하세요.”심유진도 예의를 차리면서 그의 손을 맞잡았다.육윤엽은 기회를 봐가면서 핑계를 대고 떠났다. 그리고 두 사람한테 공간을 남겨주었다.심유진은 더욱 어색해 났다.Mike 엄은 테이블에서 샴페인 두 잔을 들고 한 잔을 심유진한테 건네면서 물었다.“술을 마실까요?”심유진은 받아 들고 말했다.“고맙습니다.”“육 대표님이 저희를 잘해보라고 하는 것 같네요.”Mike 엄은 등을 테이블 모서리에 대면서 사람들 속을 누비며 지나는 육윤엽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말했다.심유진은 이 사람이 콕 집어 얘기할 줄 몰랐다. 그래서 멈칫하다가 이내 긴장이 풀렸다.“늘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일에 신경 쓴다니까요.”심유진은 술을 한 모금 마시면서 한숨을 쉬고 말했다.“부모들이 다 그렇죠.”Mike 엄은 웃었다.“저의 부모님도 매일 결혼을 부추기세요. 오늘 여기에 온 것도 어쩔 수 없이 온 거예요. 하지만... ”그는 고개를 돌려 심유진의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보면서 얘기했다.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다.“오길 잘했죠. 그렇지 않으면 심유진 씨를 만나지 못하게 될 테니까요.”Mike 엄의 얼굴은 출중한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허태준과는 다른 자상한 아우라를 풍겼다. 겉치레식 인사였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면 유난히 진정성이 있게 들렸다.심유진은 이것이 아버지가 그를 마음에 들어 하는 이유라고 생각했다.“칭찬 감사합니다.”심유진은 잔을 그의 잔에 부딪히고 말했다.“Mike 씨를 알게 되는 것도 저의 영광입니다.”겉치레 인사는 심유진도 할 수 있었다.Mike 엄의 웃음은 더 짙어졌다.육윤엽의 말대로 그들의 경력은 비슷했기에 얘기가 잘 통했다.소개팅이라는 어색한 관계를 빼면 심유진은 유머스러운 이 남자한테 호감이 갔다. 물론 친구로서의 호감 말이다.하지만 서로 신나게 얘기하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다른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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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8화

육윤엽의 친한 친구 중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있었다. 그분은 오늘 초대받은 하객 중 한 분이다.술이 들어가서 취했는지 그 사람은 홀에 놓인 그랜드 피아노 뚜껑을 열었다. 손끝이 희고 검은 건반 위를 스쳐 지나가더니 아름다운 선율이 들려왔다.얘기를 하던 사람들은 얘기를 멈추고 그가 있는 곳으로 시선 집중했다.그의 얼굴에는 술에 취한 웃음이 담겨있었다. 그는 감개무량하여 얘기했다.“아래 이 곡은 오늘의 주인공이신 아름다운 심유진 씨에게 바칩니다!”심유진은 손안에 든 술잔을 급히 내려놓고 사람들 틈에 똑바로 서서 그 사람한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건반 위에 멈춰있던 손이 무겁게 내려오자 아름다운 음악 소리는 삽시간에 널찍한 홀에 울려 퍼졌다.여성 동반자를 데리고 온 하객은 자연스럽게 춤을 추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도 춤을 추기 시작했다. Mike엄 마저 심유진한테 손을 내밀었다.“아름다운 심유진 씨와 춤을 같이 출 영광이 차려질지 모르겠네요.”그는 허리를 살짝 굽히고 한 손은 등 뒤로 가져갔다. 그에게서 신사다운 예절을 볼 수 있었다.심유진은 이성과 친밀한 신체 접촉하기 싫었으나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의 체면을 구기게 될까 봐 잠깐 머뭇거린 후 경직된 채로 손을 그의 손바닥 우에 놓았다.Mike 엄은 손가락을 굽혀 심유진의 손바닥을 완전히 감쌌다. 그리고 그녀를 이끌고 무대 중앙으로 갔다.심유진은 이번 저녁 연회의 주인공이자 이 곡의 주인공이었다. 그래서 다들 자연스레 그들을 위해 길을 내어 그들은 제일 중앙 자리에 서게 되었다.심유진은 춤을 출 줄 몰랐다.심유진은 춤에 관한 훈련을 받은 적이 없었기에 Mike 엄의 지휘대로, 그의 발걸음대로 전진하고 후퇴했다.그의 팔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는 듯 감싸지 않은 듯했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귓가에 구호를 반복했다.“왼쪽, 오른쪽, 왼쪽, 오른쪽, 한바퀴 돌고.”심유진은 시종 고개를 숙인 채 열심히 춤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의 자세가 얼마나 애매한지 주의하지 못했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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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9화

”허 대표도 왔어?”“허 대표님, 안녕하세요. 저는... ““허 대표님, 지난번에 경주에서 만났었죠. 저는... “...육윤엽이 오늘 초대한 하객은 대부분 아시아계 사람이었다. 일찍 이민 했어도 대부분 한국에서 장사를 하고 있기에 다들 자연히 허태준을 알았다.사람들의 시선은 순식간에 전이되었다. 방금전까지 천생연분으로 불리던 두 사람은 찬밥 신세가 되었다.하지만 두 사람은 이 사태에 불쾌감을 보이지 않았다.심유진은 멍하니 어디에서 튀어나왔는지 모를 허태준을 바라보았다. Mike 엄은 당황하였으나 이내 반짝이는 눈으로 허태준을 바라보았다.그는 옷맵시를 단정히 하고 급히 한 걸음 다가섰다. 하지만 이내 무언가 기억난 듯 돌아서서 심유진을 바라보면서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저기..., 혹시 허 대표님한테 인사하러 가지 않겠어요?”그는 물었다.“네?”심유진은 꿈에서 깨어난 듯했다. Mike가 무슨 말을 했는지 의식하자 웃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에요. 다녀오세요.”“네.”Mike 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심유진은 질투가 났다. 허태준의 매력은 어마어마했다. 소개팅남도 자신을 제쳐두고 저렇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게 하다니.하지만 허태준은 그 자리에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그는 사람들을 파헤치면서 앞으로 걸었다.양옆에서 부단히 손을 내밀어와 허태준과 친한척하였지만 허태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의 눈빛은 시종일관 한곳에 머물렀다.Mike 엄은 한참을 기다려서야 자신의 앞을 지나는 허태준을 만나게 되었다.그는 허태준을 불러세웠다.“허 대표님...”심유진을 대할 때의 여유로움은 온데간데없고 긴장감이 역력했다.더 의외인 것은 허태준은 아까처럼 앞만 본채 사람들을 지나지 않고 걸음을 멈춰 Mike 엄을 위아래 훑어보고 질문하기까지 하였다.“당신은?”Mike 엄은 긴장하였다. “저, 저는...“그는 격동되어 말 한마디 완전히 끝맺지 못했다.“저는 ST 전자 엄정호의 둘째 아들, Mike라고 합니다. 저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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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0화

허태준은 오늘 정성 들여 꾸민 것 같았다.몸에 딱 맞게 맞춘 검정색 턱시도는 유난히 기품 있어 보였다. 하얀 셔츠는 살에 딱 달라붙어 팽팽한 가슴근육이 그대로 보였다. 안에 입은 하얀색 정장 조끼는 그의 군더더기 없는 허리 라인을 강조하였다. 허리 아래로는 곧게 뻗은 두 다리가 검정색 정장 바지에 가려져 라인이 그려졌다.허태준은 자잘한 앞머리를 전부 올려 왁스로 고정하여 그윽하고 밤하늘 같은 눈동자를 드러냈다.허태준의 눈을 마주친 순간 심유진은 혼이 뺏긴 것처럼 멍하니 제자리에 서있었다. 반나절이 지나도록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허태준은 웃어 보였다. 눈동자는 반짝반짝 빛이 났다.허태준은 구석에 서있는 피아니스트를 바라보면서 몇 번 없는 존대어린 말투로 요구를 제기했다.“한 곡 더 연주해 주시겠어요?”피아니스트는 미국 사람이었고 육윤엽의 친구였다. 그래서 이 업계에 발을 내디딘적이 없어 허태준이라는 사람을 몰랐다. 하지만 연회에서 다른 사람이 허태준에 대한 태도를 보니 허태준의 몸값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더 지체하지 않았다.경쾌한 곡이 손가락을 타고 흘러나왔다. 허태준은 심유진에게 신사다운 인사를 하였다. 이윽고 넓은 손바닥이 그녀의 손 옆에 놓여졌다.그는 말하지 않고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유혹에 넘어간 듯 심유진의 머리는 이미 작동을 멈췄다. 심유진은 자연스레 오른손을 내밀었다.그녀의 손끝이 그의 손바닥에 대이자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입꼬리는 더욱 짙어지더니 그는 눈을 깜빡이며 눈부신 미소를 지어 보였다.Mike 엄의 매너 손과는 다르게 허태준의 팔은 심유진의 허리를 꽉 감쌌다. 두 사람의 몸은 바짝 붙어졌다. 가슴에 가슴을 대니 호흡마저 힘들었다.심유진은 하이힐을 신었지만 허태준은 심유진보다 머리 절반은 더 컸다. 심유진의 정수리는 허태준의 턱에 대였다. 눈길이 닿는 곳은 허태준의 툭 튀어나온 울대뼈였다.허태준이 침을 삼키거나 살짝 웃을 때면 울대뼈는 같이 진동하였다. 그럴 때마다 심유진의 얼굴은 뜨거워 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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