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736화

육윤엽의 발언은 상당히 간결했다. 이분도 초과하지 않은듯했다.

심유진은 아직도 멍한 상태다. 맞은편의 김욱이 심유진의 어깨를 툭 쳐서 그녀를 일깨웠다.

“내려갈 준비해.”

심유진은 급히 발을 들어 앞으로 걸어갔다. 발걸음은 너무 커 하마터면 치맛자락을 밟아 넘어질 뻔했다.

김욱은 한발 다가가서 그녀를 부축했다. 손은 주먹을 쥔 채 입가에 갖다 대고 낮은 소리로 강조했다.

“품위 있게, 우아하게.”

심유진은 리허설했던 것처럼 손끝으로 치맛자락을 잡고 고고하게 고개를 쳐들고 허리를 곧게 폈다.

그녀는 한 걸음 한 걸음 유유히 계단을 내려갔다. 사람들의 뜨거운 눈빛 속에 얼굴의 미소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육윤엽은 눈에 눈물을 머금으면서 서서히 다가오는 심유진을 바라보았다. 심유진이 제대로 선 후에야 자신의 어깨를 내주었다.

심유진은 익숙한 듯 육윤엽의 팔을 잡고 홀 내 한 바퀴를 기품 있게 돌아보았다.

오늘 오신 분들은 대부분 아시안 얼굴이었고 나이도 젊은 편이었다.

심유진은 의혹스러웠다. 블루항공이 미국에 뿌리를 내리고 미국에서 이렇게 크게 발전했다면 파트너도 각 인종 다 있겠지만 미국에서 사는 백인들이 대부분일 거라 생각했다. 적어도 중년 백인일 거라고 생각했다.

사람들 앞이기에 심유진은 육윤엽한테 그 이유에 관해 묻지 못했다. 심유진은 인형처럼 육윤엽이 이끄는 대로 중앙에 걸어갔다. 육윤엽은 사람들한테 소개했다.

“이분이 바로 제 딸, 심유진입니다.”

주위에서 우레 같은 박수 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모두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다만 진심으로 보내는 축복인지 아니면 위선스러운 공경인지는 모른다.

심유진은 손을 흔들며 숙녀처럼 온화한 말투로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심유진입니다.”

다년간의 훈련을 받았기에 심유진의 영어 발음은 이미 지방 사람들과 다를 바 없었다. 다만 자신의 이름을 소개할 때 특유의 악센트가 있다. 진이라는 글자를 부를 때 억양이 저도 몰래 올라갔지만 괴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귀여웠다.

육윤엽은 심유진의 표현에 상당히 만족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