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대표도 왔어?”“허 대표님, 안녕하세요. 저는... ““허 대표님, 지난번에 경주에서 만났었죠. 저는... “...육윤엽이 오늘 초대한 하객은 대부분 아시아계 사람이었다. 일찍 이민 했어도 대부분 한국에서 장사를 하고 있기에 다들 자연히 허태준을 알았다.사람들의 시선은 순식간에 전이되었다. 방금전까지 천생연분으로 불리던 두 사람은 찬밥 신세가 되었다.하지만 두 사람은 이 사태에 불쾌감을 보이지 않았다.심유진은 멍하니 어디에서 튀어나왔는지 모를 허태준을 바라보았다. Mike 엄은 당황하였으나 이내 반짝이는 눈으로 허태준을 바라보았다.그는 옷맵시를 단정히 하고 급히 한 걸음 다가섰다. 하지만 이내 무언가 기억난 듯 돌아서서 심유진을 바라보면서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저기..., 혹시 허 대표님한테 인사하러 가지 않겠어요?”그는 물었다.“네?”심유진은 꿈에서 깨어난 듯했다. Mike가 무슨 말을 했는지 의식하자 웃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에요. 다녀오세요.”“네.”Mike 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심유진은 질투가 났다. 허태준의 매력은 어마어마했다. 소개팅남도 자신을 제쳐두고 저렇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게 하다니.하지만 허태준은 그 자리에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그는 사람들을 파헤치면서 앞으로 걸었다.양옆에서 부단히 손을 내밀어와 허태준과 친한척하였지만 허태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의 눈빛은 시종일관 한곳에 머물렀다.Mike 엄은 한참을 기다려서야 자신의 앞을 지나는 허태준을 만나게 되었다.그는 허태준을 불러세웠다.“허 대표님...”심유진을 대할 때의 여유로움은 온데간데없고 긴장감이 역력했다.더 의외인 것은 허태준은 아까처럼 앞만 본채 사람들을 지나지 않고 걸음을 멈춰 Mike 엄을 위아래 훑어보고 질문하기까지 하였다.“당신은?”Mike 엄은 긴장하였다. “저, 저는...“그는 격동되어 말 한마디 완전히 끝맺지 못했다.“저는 ST 전자 엄정호의 둘째 아들, Mike라고 합니다. 저번
허태준은 오늘 정성 들여 꾸민 것 같았다.몸에 딱 맞게 맞춘 검정색 턱시도는 유난히 기품 있어 보였다. 하얀 셔츠는 살에 딱 달라붙어 팽팽한 가슴근육이 그대로 보였다. 안에 입은 하얀색 정장 조끼는 그의 군더더기 없는 허리 라인을 강조하였다. 허리 아래로는 곧게 뻗은 두 다리가 검정색 정장 바지에 가려져 라인이 그려졌다.허태준은 자잘한 앞머리를 전부 올려 왁스로 고정하여 그윽하고 밤하늘 같은 눈동자를 드러냈다.허태준의 눈을 마주친 순간 심유진은 혼이 뺏긴 것처럼 멍하니 제자리에 서있었다. 반나절이 지나도록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허태준은 웃어 보였다. 눈동자는 반짝반짝 빛이 났다.허태준은 구석에 서있는 피아니스트를 바라보면서 몇 번 없는 존대어린 말투로 요구를 제기했다.“한 곡 더 연주해 주시겠어요?”피아니스트는 미국 사람이었고 육윤엽의 친구였다. 그래서 이 업계에 발을 내디딘적이 없어 허태준이라는 사람을 몰랐다. 하지만 연회에서 다른 사람이 허태준에 대한 태도를 보니 허태준의 몸값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더 지체하지 않았다.경쾌한 곡이 손가락을 타고 흘러나왔다. 허태준은 심유진에게 신사다운 인사를 하였다. 이윽고 넓은 손바닥이 그녀의 손 옆에 놓여졌다.그는 말하지 않고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유혹에 넘어간 듯 심유진의 머리는 이미 작동을 멈췄다. 심유진은 자연스레 오른손을 내밀었다.그녀의 손끝이 그의 손바닥에 대이자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입꼬리는 더욱 짙어지더니 그는 눈을 깜빡이며 눈부신 미소를 지어 보였다.Mike 엄의 매너 손과는 다르게 허태준의 팔은 심유진의 허리를 꽉 감쌌다. 두 사람의 몸은 바짝 붙어졌다. 가슴에 가슴을 대니 호흡마저 힘들었다.심유진은 하이힐을 신었지만 허태준은 심유진보다 머리 절반은 더 컸다. 심유진의 정수리는 허태준의 턱에 대였다. 눈길이 닿는 곳은 허태준의 툭 튀어나온 울대뼈였다.허태준이 침을 삼키거나 살짝 웃을 때면 울대뼈는 같이 진동하였다. 그럴 때마다 심유진의 얼굴은 뜨거워 났
그는 아무런 머뭇거림도 없이 심유진을 가로안았다. 팔뚝은 섬세하게 그녀의 치맛자락을 눌러 그녀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줬다.홀 안은 다시 웅성거렸다.“심유진 씨가 왜 저러지?”“다친 건가?”“심하게 다쳤나?”“의사를 불러오죠!”...허태준은 여전히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다만 심유진한테 물었다.“방이 어디야?”심유진은 아픔을 참으면서 계단 쪽을 가리키면서 말했다.“이층이요.”허태준은 몸을 돌려 계단 쪽으로 갔다.하지만 가는 길에 누군가가 그들의 길을 막았다.육윤엽은 김욱을 데리고 그들 앞에 섰다.“허 대표님.”육윤엽은 웃는 둥 마는 둥 했다. 눈치로 김욱더러 심유진을 데려오라고 지시했다.“유진이는 저희가 돌볼 테니 돌아가 보세요.”김욱이 한발 다가서자 허태준은 민첩하게 옆으로 비켜 김욱이 내민 손을 피했다.“제가 위에까지 데려다주죠.”예전과 같은 타협이 아니라 이번에 허태준은 견결히 육윤엽의 요구를 거절했다. 그리고 김욱을 돌아 걸어갔다.육윤엽은 화가 났다. 하지만 하객들 앞이라 풍채를 잃어서는 안 되기에 큰소리치지 못했다.그는 허태준의 멀어져 가는 모습을 눈을 뜨고 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홀로 남아 어쩔 줄 몰라 하는 하객들을 상대했다.“괜찮습니다! 다들 연회를 계속 즐기시죠! 아무 일 없습니다!”**허태준은 심유진을 안고 방으로 들어가 그녀를 침대 위에 조심히 눕혔다.그는 그녀의 수백 개 자잘한 보석이 박힌 고급 하이힐을 벗겼다. 그녀의 부어오른 발목을 보자 이마는 또 찌푸려졌다.“미안해.”그는 마음속의 공포감을 억누르면서 말했다. 목소리는 모래처럼 까끌까끌했다.그의 죄책감과 자책은 전부 얼굴에 그려놓은 듯했다.심유진의 가슴은 찡해났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허태준의 이마를 손으로 폈다.허태준은 멈칫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복잡미묘한 감정이 소용돌이쳤다.심유진의 손끝은 그의 눈썹을 쓸었다. 허태준의 울퉁불퉁한 주름은 펴졌다.“당신 잘못이 아니에요.”그녀의 목소
허태준의 몸은 흠칫했다. 그녀 목에 맞춘 입술은 멈칫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을 잡고 있던 그의 손에는 힘이 더 들어갔다. 심유진은 숨이 멎는 것 같았다.심유진은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그의 등을 토닥였다.“그래서 N 시티에는 출장 오신 건가요?”심유진은 나름 가벼운 화제를 꺼내 이 방 안의 분위기를 바꾸려 했다.허태준은 묵묵부답이었다.심유진은 삼십 초 동안 기다리다가 혼잣말을 이어갔다.“질문도 참..., 출장한다고 얘기했는데.”하지만 몇 초 후 허태준의 묵묵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니.”그는 별이처럼 얼굴을 그녀의 목에 파묻는 것을 좋아했다. 말할 때면 입술이 그녀의 피부에 닿아 찌릿하고 간지러워 힘들었다.심유진은 몸을 돌려 의혹스레 그의 얼굴을 보면서 물었다.“네?”허태준도 고개를 돌려 그녀와 눈을 마주 보았다.“출장이 아니야.”허태준은 진지하게 말했다.“널 보러 일부러 온 거야.”심유진의 가슴은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그녀는 당황해하면서 그의 뜨거운 시선을 피했다. 말투도 극히 부자연스러웠다.“전에 영통할 때 출장 간다고 하지 않았었나요?”“그때 날 찾을 줄 몰랐어. 사실대로 얘기하면 날 못 오게 할 거면서.”허태준은 자신이 거짓말했음을 당당히 인정했다.하은설이 실수로 얘기를 꺼내기 전에 그는 이번 저녁 연회 요청을 받은 적이 없었다.나중에 그는 빙빙 에돌아 김욱한테 물었다. 그제야 육윤엽이 저녁 연회를 빌어 그녀의 신분을 공개한다는 것을 알았다.이것은 심유진 인생에 더없이 중요한 순간이었다. 그래서 그는 직접 보고 싶었다.그래서 그는 미룰 수 있는 업무를 다음 주로 미뤘다. 미루지 못한 임무는 하루를 들여 먹지 않고 쉬지 않고 완성하여 겨우 새벽에 떠나는 비행기를 예약했다.공항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심유진한테서 영상 통화할 수 있겠냐는 문자가 도착했다.공항에 있다는 것이 발각될 것을 알면서도 난생처음으로 그녀가 먼저 영상통화를 하자고 하니 그는 거절하지 못했다.“그런다고 와요?”심유진은
하지만 이내 그녀는 용기가 생겼다.그녀는 Mike 엄과 아무 사이도 아니다. 설사 둘 사이에 무언가 있다고 해도 허태준이 관여할 바는 못 된다.허태준은 심유진의 무엇도 아니다.“흠흠.”문어구에서 마른 기침소리가 들려왔다.허태준과 심유진은 일동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김욱은 문어구에 서서 노크하는 척했다.“오빠!”심유진은 구원자를 본 것처럼 눈에 불을 켰다.김욱이 한걸음 다가오자마자 허태준은 사람을 얼려 죽일 것만 같은 눈으로 김욱을 바라보았다.김욱은 살려고 멈춰 섰다. 그리고 심유진과 거리를 두고 말했다.“가족 주치의를 불러왔으니 상처를 보여줘.”“네! 어서 들어오라고 해요!”심유진은 급히 말했다.김욱은 문밖에 대고 소리쳤다.“양 선생님.”가족 주치의는 약 상자를 들고 들어왔다.허태준은 이마를 찌푸리고 불쾌하게 물었다.“여의사는 없나요?”심유진은 발을 삐끗했으니 상처를 진단하려면 의사가 직접 손으로 만져야 했다.다른 남자가 그녀의 연약한 피부를 만질 것을 생각하니 허태준은 질투가 나 폭발하기 직전이다. 그래서 상대방을 갈기갈기 찢고 싶어졌다.“없어.”김욱도 어쩔 수 없었다.“가족 주치의는 이분밖에 없어. 양의사는 의술이 상당하셔. 그리고 삼촌과도 오랜 친구니까 허 대표님, 까칠하게 굴지 마세요.”양의사도 이 상황이 우스웠다.“걱정 마세요, 허 대표님. 우리 눈에 환자는 성별이 따로 없답니다. 더욱이 저한테는 마누라와 아이가 있으니 허 대표님이 생각하는 그런 더러운 짓을 안 합니다.”양의사가 이렇게까지 얘기하니 심유진은 얼굴이 빨개졌다. 허태준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양 선생님, 허 대표님한테 신경 쓰지 마세요!”그녀는 허태준을 노려보고 말했다.“허 대표님의 정신은 잘못됐어요!”허태준의 눈가는 몇 번 뛰었다.이 세상에서 그를 이렇게 대하는 사람은 그녀 하나뿐일 것이다.하지만 허태준은 화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조금 기뻤다.양의사는 허태준이 다른 말을 하지 않자 곧바로 심유진한테 다가가 그녀의
양의사는 오래 방에 머무르지 않았다.양의사가 가자마자 심유진은 허태준의 손에서 의료용 알코올을 뺏고 김욱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오빠!”김욱은 옆에 푸르뎅뎅한 얼굴을 하고 석고처럼 서있는 허태준을 흘끔 보았다. 그리고 허태준의 옆을 지날 때 걸음을 빨리했다.의료용 알코올 냄새는 더욱 짙어졌다.김욱은 얼굴을 찌푸렸다. 빨래집게로 코를 집고 싶었다.“잠깐만.”김욱은 침대 머리에서 티슈 두 장을 뽑아 알코올 병을 휘감고 나서야 손에 넣었다.김욱의 반응은 허태준의 반응과 선명한 대비를 이뤘다.심유진의 마음속은 더 복잡해 났다.심유진은 고민하다가 입 모양으로 허태준한테 말했다.“먼저 내려가서 손님들이랑 얘기하고 있을래요? 여기는 오빠가 있으면 돼요.”허태준은 이리로 한번 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아무리 그녀를 위해 일부러 왔다고 하지만 아래층 홀에 모여있는 사람들은 N 시티 상업계의 엘리트들이었기에 그들과의 교류는 손실 볼 것이 없었다.하지만 허태준의 귀에는 자신을 내쫓으려는 말로 들린다.극도의 자존심은 그 고귀한 고개를 숙이면서까지 자신을 남겨달라고 요청하지 못하게 했다.그는 눈을 드리운 채 대답하였다.“그래.”그리고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문을 나섰다.김욱은 시선이 육중한 문에 가려질 때까지 그의 뒷모습을 보았다.“허 대표님이 화났네.”심유진도 자연히 느꼈다.하지만 왜인지 모르겠다.그녀가 봤을 때 그녀가 한 일은 허태준이 잘 되라고 한 일인데..., 자신한테 약을 못 바르게 한 것도 허태준의 손에 약을 묻히고 싶지 않아서였고 허태준더러 내려가서 교류하게 한 것도 인맥을 넓히게 하기 위해서였다.“도대체 화낼 게 뭐가 있다고.”김욱한테 자신의 의도를 설명한 후 그녀는 답답해서 물었다.김욱은 허태준이 불쌍해졌다.동생은 너무나도 둔감하였다. 허 대표는 아마 앞으로도 이와 비슷한 꼴을 적지 않게 당할 것이다.“앞으로 이런 말은 직접 해.”김욱은 상냥히 설명해 줬다.“그리고... ”김욱은 갑자기 얼굴색이 변하더니 차
심유진은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많이 좋아졌어요.”“다행이네요.”Mike 엄의 말투에는 거리감이 묻어있다. 두 사람이 금방 얘기를 나눌 때보다 더 거리감이 있다.“경험이 풍부하신 정형외과 의사를 아는데 필요하시면 연락해 볼게요.”“됐어요!”육윤엽은 퉁명스레 거절했다.아까 허태준을 위해 변명한 행동이 육윤엽의 심기를 거슬렸다. 그래서 육윤엽은 Mike 엄한테 좋게 말할 수 없었다.“이렇게 작은 병인데 우리 가족 주치의가 치료하지 못할까.”Mike 엄은 멋쩍어하면서 바로 뉘우쳤다.“제가 너무 잘난척했네요.”두 사람이 더 큰 충돌을 일으킬까 봐 심유진은 김욱한테 눈치 줬다.김욱은 금세 알아차리고 Mike 엄을 향해 말했다.“Mike 씨, 방금 제가 올라올 때 NY 그룹임 대표가 찾는 것 같던데, 내려가서 만나 뵙지 않겠어요?”Mike 엄도 금세 알아차렸다.“네.”그는 재빨리 대답하고 얼굴에는 적절한 미안함을 띤 채 말했다.“그럼 저는 먼저 내려가 보겠습니다.”육윤엽은 찬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Mike 엄이 떠나고 나서야 그는 말했다.“NY 그룹 임 대표가 우리 유진이보다 중요해? 중요한 걸 파악할 줄 모르네!”“됐어요, 아버지.”심유진은 귀찮다는 듯이 육윤엽의 말을 잘랐다. 그리고 대놓고 말했다.“무슨 생각이신지 다 알아요. 이번 한 번만 말할게요. 더 이상 이런 쓸데없는 일을 하지 마세요. 또 한 번 저한테 다른 사람을 갖다 붙인다면 저한테 망신 준다고 하지 마세요.”예전에 몇 번 있은 썩 유쾌하지 않은 경험 때문에 심유진은 집에서 주선하는 소개팅을 유난히 배척했다. 육윤엽이 심 씨 일가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도, 육윤엽은 진심으로 심유진한테 잘해준다는 것을 알아도 배척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육윤엽이 그녀의 의견 따윈 무시한 채 그녀의 인생에 간섭해도 되는 이유가 못 된다.그녀가 견결하게 나오자 육윤엽은 덜컥 겁이 났다. 하지만 이렇게 포기하기에는 아쉽다.“Mike 엄이
김욱의 질문은 너무 적나라했다. 심유진은 어쩔 바를 몰랐다.“네?”심유진은 눈을 깜빡이면서 넘어가려 했다.“저도 아버지가 너무한 것 같아 일부로 화를 돋웠어요.”“그래서 넌 허 대표님한테 아무런 감정도 없는 거야?”김욱은 캐물었다.심유진은 고개를 숙였다. 손톱은 손바닥을 파고들었다.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한테 거짓말을 하기 싫었다.김욱은 오랜 침묵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나는 네 대답을 알 것 같아.” 그는 담담히 말했다. 시덥잖은 일상을 얘기하는 것 같았다.“앞으로 삼촌이 무슨 행동을 취하든 내가 도와줄게.”심유진은 고개를 들었다.김욱은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 표정은 여전히 평소와 다름없었다.“이 얘기는 삼촌한테 하지 마.”그는 그녀한테 말했다.“아니면 나 쫓겨나.”김욱은 늘 그녀를 친여동생으로 대해줬지만 그들의 관계는 육윤엽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감정의 두터운 정도를 따지고 보면 김욱과 육윤엽의 감정이 더 깊었다.그녀는 그녀와 육윤엽이 의견 충돌이 있을 때 김욱이 자신을 선택할 줄 몰랐다. 하지만 오늘 그는 이렇게 행동했다.“오빠...”하지만 그녀가 진심을 담아 얘기를 하기도 전에 김욱은 그녀의 말을 잘랐다.“내가 널 도와주는 건 삼촌이 이 일에 있어서 잘못 했기 때문이야. 너랑 허 대표를 붙여놓으려고 하는 게 아니야. 하지만 나도 삼촌을 위해 변명해야겠어. 가끔 삼촌이 독단적으로 행동하지만 삼촌은 이 세상에서 널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야. 이것만은 의심하지 말아줘.”심유진은 울먹이면서 대답했다.“알고 있어요.”“그래.”김욱은 그녀의 발을 자기 무릎에서 내려놨다. 그리고 티슈로 손에 묻은 알콜을 세심하게 닦아냈다.“쯧.”아직 가시지 않은 약 냄새를 맡으면서 김욱은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이마를 찌푸렸다. 그리고 신속히 티슈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는 몸을 일으키면서 심유진한테 물었다.“오늘 집에 갈래, 아니면 여기 남아 있을래?”김욱이 한참을 주무른 덕인지 부어오른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