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Chapter 551 - Chapter 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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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1화

하지만 어머니가 검증할 때는 조작의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 “정소월이 날 속였어.”어머니의 얼굴이 붉어졌다.“용서 못해.”“됐어.”아버지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그가 허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허아리가 네 딸이 아니어도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이야. 그동안 같이 지내면서 정도 쌓였는데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 게다가 납치된 것도 다 너 때문이잖아.”“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허태준이 말했다. 아버지는 허태준이 하는 일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네가 그렇게 말하니 우리는 걱정하지 않으마.”아직도 분노에 차있는 아내를 보며 아버지가 안경을 벗고 태양혈을 주물렀다. “나 피곤해.”아버지는 어머니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우리는 이만 쉴게. 시간도 늦었는데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렴.”하지만 허태준은 남지 않았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에 집에 있으면 불편했다. 최준 쪽에서 연락이 왔다. 원재는 오후에 돈을 받지 못하자 정남일을 만나고 다시 지방으로 내려갔다고 한다. 두 사람이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는 모르겠지만 안색이 좋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들은 원재가 사라진 틈을 타 집안에 잠입해 들어갔다. 원재는 허아리에게 무슨 약을 먹여 잠들게 한 것 같았다. 다행히 심장이나 맥박은 모두 정상이었고 생명에 위협은 없었다. 경찰은 방안에 cctv를 몇 개 설치해서 허아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제때에 진입할 수 있도록 했다. 허태준이 원재를 차단한 것도 이러한 보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원재가 밤에 술을 마시고 들어와서 취했는지 아이를 때리고 있습니다.” 최준이 현재 상황을 보고했다. “그래도 진입하지 말까요?” 허태준은 최준이 많이 참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경찰로서 약자가 당하고 있는걸 보기 힘든 게 당연했다. 보지 않아도 원재가 얼마나 독하게 아이를 때리고 있을지가 눈앞에 그려졌다. “들어가지 마세요. 원재는 허아리를 어떻게 하지 못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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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2화

납치 사건이 생기고 나서 여형민은 한 번도 심유진을 찾아오지 않았다. 심유진은 객실을 한 바퀴 점검할 때에야 여형민이 이미 체크아웃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형민이 먼저 연락을 하지 않으니 납치 사건은 어떻게 됐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 심유진은 며칠 동안 뉴스도 열심히 봤지만 뉴스에도 납치 관련 소식은 없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뉴스에는 안 뜨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심유진은 점심에 공항에 마중을 갈 일정이 있었는데 회의가 길어지는 바람에 예정시간보다 반시간이나 늦게 왔다. 심유진은 문자로 사정을 설명하면서 얼른 달려갔다. 그러다가 1층 로비에서 마침 호텔로 돌아오고 있던 육윤엽을 마주쳤다. 육윤엽은 말끔한 정장차림이었다. “일 보고 오시는 길이세요?” 육윤엽이 고개를 끄덕였다. “YT그룹이랑 얘기를 나눴는데 협상이 잘 안 되네요.” 육윤엽은 다급해 보이는 심유진의 모습을 보며 물었다. “이렇게 급하게 어디 가세요?” “공항에 손님 모시러 가요.” 심유진이 시간을 확인했다. “회의가 늦게 끝나서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아요.” “김비서보고 데려다 달라고 하죠. 마침 김비서도 공항에 가야 할 일이 있거든요.” 육윤엽이 눈짓하자 김욱이 얼른 대답했다. “차는 입구에 세워놨습니다.” 심유진은 요즘 계속 자기 차가 아닌 기사님 차로 출퇴근을 했었다. 그러니 지금 기사님에게 연락을 해도 한참 기다려야 할 것이고 이 시간에는 택시도 잘 잡히지 않기에 육윤엽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 “그럼 신세 좀 질게요.” 심유진은 김욱과 친하지 않았기에 가는 길 내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반쯤 갔을 무렵 손님은 이미 경주에 도착했다. 심유진은 만날 장소를 정해두고 여러 번 다시 사과했다. 김욱은 최대한 빨리 공항에 도착했다. 심유진이 성공적으로 손님을 만나고 이제 택시를 타고 가려는데 전화벨소리가 울렸다. “손님은 만나셨어요? 아까 내렸던 곳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심유진은 조금 놀랐다. “처리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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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3화

“그러시군요.” 김욱이 고개를 끄덕였다. 임가연은 얼른 화제를 돌렸다. “언니, 호텔 영업 관련해서 도와주면 돼?” 심유진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이 복잡해. 이따가 도착해서 얘기해 줄게.” 임가연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차에서 내릴 때 김욱은 임가연에게 명함을 요구했다. 이유는 굉장히 타당했다. “회사에 마케팅해야 할 일이 있으면 연락드릴게요.” 심유진은 사비로 임가연에게 스위트룸을 예약해 주고 룸서비스도 불러줬다. 배불리 먹고 나서 임가연은 소파에 드러누우며 말했다. “언니 그냥 얘기해. 할 수 있는 일이면 무조건 해줄테니까.” 심유진이 웃으며 말했다. “빅뉴스가 있는데 터뜨려줬으면 해서.” 반시간뒤 임가연은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진짜 이걸 터뜨리라고?” 임가연은 마음이 복잡해 보였다. “언니, 잘 생각해야 돼. 언니한테도 영향이 클 거야.” “다 생각해보고 하는 말이야.” 심유진은 침착했다. “글은 내가 써서 보내줄게. 자료도 다 첨부했어. 너네 회사의 모든 매체에 올려줬으면 좋겠어. 가격은 네가 말하는 대로 지불할게.” “돈은 필요 없어.” 임가연은 드디어 정신을 차리고 평소의 커리어우먼으로 돌아왔다. 심유진은 인상을 찌푸렸다. “안돼. 도와달라는 게 아니라 거래를 하자는 거야. 그냥 너네 회사 규정대로 돈 받아.” “아니, 그런 게 아니야.” 임가연은 손을 저었다. “이 정도 기사면 우리 회사에도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킬 거야. 회사 규정에 따르면 오히려 내가 돈을 지불해야 돼.” 비록 임가연이 이렇게 말했지만 심유진은 여전히 빚진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계약서를 쓸 때 회사 쪽 마케팅도 임가연네 회사에 맡겼다. 엔젤 엔터는 sns가 흥하기 시작할 때 얼른 그쪽을 파고들어 사업을 시작한 회사였다. 그러니 마케팅이나 홍보에 있어서는 굉장히 전문적이었다. 심유진이 기사 초안을 작성하고 임가연은 그걸 수정한 뒤 회사에 돌렸다. 하루밤사이에 당신이 모르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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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4화

”대표님, 누가 찾아왔는데…“ 심유진이 금방 손님과 얘기를 나누고 돌아오는데 매니저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그녀를 불러 세웠다. 표정이 굉장히 난감해 보였다. “누군데요?” 심유진은 불안함에 발걸음을 멈추고 경계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요즘 유명해진 사영은 씨요.” 매니저는 잠시 멈칫하더니 궁금해하며 물었다. “혹시 아는 사이세요?” 심유진은 그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왜 찾아왔대요?” “모르겠어요. 굉장히 화가 난 것 같은 모습이긴 했어요.” 사영은이 매니저에게는 나긋나긋하게 얘기하긴 했지만 매니저도 눈치가 있었기에 사영은의 기분 정도는 단번에 읽어낼 수 있었다. 심유진은 사영은이 그 글 때문에 온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사실 이런 날이 언젠가 올 거라는 것도 예상하고 있었다. 사영은이 갑질이 심하고 허위적인 사람이라는 건 연예계에 종사했던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딸을 학대했다는 건 가족들을 제외하고는 진짜 학대를 당했던 심유진밖에 모르는 사실이었다. 가족들은 사영은이 복귀해서 돈을 벌어오기를 바라고 있으니 이런 폭로를 했을 리가 없고 그렇다면 그 범인은 심유진일 수밖에 없었다. 심유진은 길게 한숨을 쉬고는 매니저에게 말했다. “경호원들을 사무실 밖에 대기시켜 주세요. 혹시 사무실 안이 너무 소란스럽다 싶으면 경호원들을 데리고 바로 들어오시고요.” ”아…“ 매니저는 놀란 눈치였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았으나 물어볼 수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심유진은 사무실의 문을 열었다. 사영은은 소파에 앉아있었고 탁자에는 이미 다 식은 물 한잔이 놓여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사영은이 고개를 돌렸다. 심유진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그녀는 씩씩거리며 일어났다. “네가 한 짓이지?” “네?” 심유진이 모르는 척했다. 이미 몇 번이나 머릿속으로 이런 상황을 상상해서 그런지 눈앞에 화가 잔뜩 난 사영은이 있는데도 전처럼 두려운 감정이 들지 않았다. “모르는 척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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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5화

“넌 벌 받을 거야.” 심유진 곁을 지나며 사영은이 저주했다. 심유진이 차갑게 웃었다. “당신이 아직 벌을 안 받았잖아. 내 벌은 아직 멀었어.” 사영은은 아무 말도 못 했다. 사영은이 가자마자 매니저가 황급히 달려왔다. “대표님, 괜찮으세요?” 매니저는 걱정하며 심유진을 살폈다. “괜찮아요.” 심유진이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사영은 씨가 또 오시면 그냥 경호원들을 불러서 내쫓으세요.” “네, 알겠습니다.” 한편 사영은은 분이 덜 풀려 호텔 엘리베이터 버튼을 내리치며 화풀이를 했다. “버르장머리 없는 년! 내가 저 년을 낳지 말았어야 해!” 사영은이 분을 삭이고 있는 사이 엘리베이터는 꼭대기층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사영은은 엘리베이터로 들어가려다가 안에서 나오는 사람과 부딪히고 말았다. “아!” 사영은이 부딪힌 이마를 문지르며 고개도 들지 않고 큰소리부터 쳤다. “눈 똑바로 안 뜨고 다녀?” “죄송한데 눈 똑바로 안 뜨시고 부딪히신 분은 그쪽이시거든요.”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심지어 화장품이 제 옷에 묻었어요.” 사영은은 비록 가정 내에서는 일부러 자세를 낮췄지만 밖에 나가면 모두가 그녀를 떠받들어줬었다. 근데 오늘 두 명이나 자신을 깔보니 화가 나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 “얼만데? 배상하면 될 것 아니야.” 사영은은 지갑에서 돈을 꺼내 상대방 얼굴에 뿌렸다. 지폐들이 공중에 흩뿌려졌다. “죄송하지만 이 정도 돈으로는 안 돼요. 없으시면 됐어요. 어차피 배상해 달라고 할 생각도 아니었으니까.” “너!” 사영은이 그를 노려봤다. 키가 180은 넘어 보이는 사람이라 힘들게 고개를 치켜들고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됐어, 시간낭비 하지 마. 급한 일이 남아있으니까.” 그 남성의 등뒤에서 중후한 중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죄송합니다.” 방금까지 거대했던 그 남성이 순식간에 공손해졌다. 사영은은 저도 모르게 그 뒤에 있는 사람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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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6화

심유진이 레포트를 열자마자 조수가 황급히 들어와서 보고를 했다.“사영은씨가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사람과 논쟁을 벌였습니다!”사영은이 얼마나 까다롭고 말을 얄밉게 하는지는 심유진이 제일 잘 알았다. 그녀가 누구와 일을 일으켰든 지간에 사람들이 보기에 좋지는 않을 것이다.심유진은 마우스를 던지고 급히 엘리베이터 쪽으로 갔다.그녀가 도착하기도 전에 저 멀리서 사영은의 말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심유진은 사영은과 같이 있던 남자를 똑똑히 보았다.오래도록 그리고 바랐던 아버지가 이런 방식으로 그녀의 앞에 나타날 줄이야.육윤엽과 마음의 소리까지 호소할 수 있을 정도로 친하게 지냈는데 지금 이 시각 그녀는 한발자국도 떼지 못했다.엘리베이터입구에 있던 세 사람은 아직 그녀를 발견하지 못했다.육윤엽은 힐을 신은 사영은보다 조금 작았다. 하지만 기세에서는 사영은을 압도했다.“사영은.”그는 냉소하면서 말했다.“곱게 죽지 못한다고 했나. 아무래도 당신이 나보다 먼저일걸.”사영은은 지금 육윤엽의 모습이 낯설기만 했다.그녀의 인상속에 육윤엽은 다소곳하고 그녀의 말이라면 끔뻑 죽는 뱃일하는 사람일 뿐이었다.그녀가 그에게 시집을 간 것도 사영은이 알고 있는 보통남자중에서 육윤엽은 제일 말을 잘 듣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그녀는 그의 풍자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옛적 자신의 발아래에 있던 노비가 지금은 높은 육매니저가 되어 그녀를 진흙구덩이에 밀어 넣는 모습을 더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억울함과 분노가 가슴에 쌓여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사영은은 홧김에 예전에 화날때 그한테 했던것마냥 육윤엽의 뺨을 떄리려 했다.하지만 그녀의 손은 누군가에게 잡혔다.육윤엽옆의 건장한 남성이 차가운 얼굴을 한 채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 힘은 세서 그녀의 뼈를 끊어버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아!”사영은은 아파서 소리를 질렀다. 정교한 얼굴은 구겨지고 표정은 일그러졌다.육윤엽이 고개를 흔들자, 김욱은 그녀의 손을 놓았다. 하지만 여전히 화가 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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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7화

들어오라고 할까?심유진은 자신한테 물었다.그녀는 지금 그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아니, 그녀는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혼자 있고 싶었다.하지만 그녀는 육윤엽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그의 신분중 그녀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킹호텔의 귀객인 것이다.“그래요.”심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조수가 나간 뒤 심유진은 바닥에서 마우스를 집었다.마우스의 배터리는 커버와 같이 빠져나갔다. 겉면에는 깨진 흔적이 보였다.심유진은 짜증이 나서 낮은 소리로 욕을 한마디 하고는 손안의 모든 물건을 휴지통에 버렸다.문은 다시 열렸다.육윤엽은 김욱과 앞뒤로 들어왔다.심유진은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육윤엽의 얼굴을 보자 몸은 경직되었고 가슴도 더 빨리 뛰기 시작했다.그녀는 고개를 숙여 육윤엽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애썼다. 긴 숨을 들이마신후 입가에 담담한 미소를 머금으면서 물었다.“육선생님, 무슨 일 있으신가요?”육윤엽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뜨거운 눈빛이 아니었지만 무시를 하지 못하는 눈빛이었다.“YT그룹과 계약을 다 체결했습니다. 미국에 일을 보러 가야 할 것 같아요.”그는 말했다.“네?”심유진은 당황했다.금방 이 사람이 자신의 친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두사람은 아직 얘기를 다 나누지 못했는데 곧 이별이라니. 그녀는 아쉬웠다.하지만 만류하려는 말을 할수가 없었다.제일 중요한것은—그녀는 만류할 이유가 없었다.육윤엽이 그녀의 존재에 대해 알든 알지 못하든 방금 전에 사영은이 콕 집어 얘기를 했지만 그는 그녀와 툭 털어놓고 얘기를 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유년시절의 경험은 심유진더러 친정을 갈망하게 했다. 하지만 바랄수 없었다.그녀는 주동권을 육윤엽에게 맡겼다.그가 모른 척하려고 한다면 그녀도 한평생 아는 척하지 않으리라.“네.”심유진은 냉정해지려 애를 썼다. 그리고 사무적인 말투로 물었다.“언제 떠나시려구요? 공항까지 차를 안배해 드릴까요?”“내일 아침 일찍 떠나려구요. 차는 필요 없습니다. 다만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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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8화

마술에 걸린것마냥 육윤엽은 얼어붙었다. 두눈은 크게 떠졌고 그 자리에 그대로 경직되었다.그는 자신의 심정을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촉박하고 당황하였으며 약간의 희열과 기대가 있었다.그는 겨우 자신을 가라앉혔다. 입가에 미소는 유난히 경직되어 보였다.“저를 아버지로 생각하셔도 됩니다.”그는 뜨거운 눈빛으로 심유진을 빤히 쳐다보면서 말했다.심유진은 이런 시험이 싫었다.그녀가 딸이라는 것을 인정하거나 하지 않거나.그녀는 이렇게 암암리에 찔러대는 행동에 배척감을 보였다.그녀가 그에게 쌓은 호감도 무마시켰다.“아니에요.”그녀는 눈길을 돌려 웃으면서 말했다.“그래도 충고는 고맙네요.”그녀에게 바로 거절당하자 육윤엽은 조금 실망했다.하지만 감정을 드러낼 수가 없어 멋쩍게 웃고 넘어갔다.“가봐야겠어요.”그는 일부러 팔목의 시계를 보고 말했다.“이따가 영상회의가 있어서요.”심유진은 입술을 핥고는 같이 일어섰다.“바래다드릴게요.”“아니예요.”육윤엽은 그녀를 막았다. 그리고 떠나기 전 되돌아서 귀띔을 했다.“저녁을 잊지 말아요.”심유진은 겁이 났다.그녀는 육윤엽과 단둘이 있고 싶지 않았다. 허위적인 가면을 쓰고 시답잖은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조수한테 전화를 걸었다.“오늘저녁에 중요한 일정이 있었나요?”—이왕이면 당당하게 거절할 수 있는 그런 일정이었으면 좋겠다.조수의 대답은 그녀를 실망시켰다.“없습니다. 심매니저님.”“그럼 오늘저녁으로 앞당길 수 있는 일정은요?”심유진은 마음을 접지 못하고 물었다.조수는 노트를 펼쳐보면서 확신에 차서 대답했다.“없습니다.”심유진은 전화를 끊었다.**온오후 심유진은 정신을 가다듬지 못했다. 넋이 나간 상황이 종종 발생했다.조수는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물었다.“심매니저님, 어디 불편하신가요? 병원에 가보시겠어요?”병원이라는 단어는 심유진의 정신을 되돌려 놓았다. 두눈은 밝게 빛이 났다.“머리가 아프네요. 조금 이따가 병원에 가봐야겠어요.”그녀는 신속히 모든 파일을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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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9화

심유진은 그 차와 등을 지고 있었다. 그녀는 엔진소리가 들리자마자 뒤를 바라보았지만 이미 늦었다.대략 삼십초 정도 지났을까, 심유진은 엎드린 자세로 바닥에 쓰러졌다. 사지는 아파서 감각을 잃은 것 같았고 오장육부도 자리를 이동한 것 같았다.비명소리가 귓가에 전해졌다.뜨거운 무엇인가가 얼굴을 타고 흐르는 것 같았다.심유진은 눈앞이 까맣게 변한채 기절해 버렸다.그녀는 얼마나 혼미를 했는지 몰랐다. 그녀가 일어났을 때는 눈앞이 캄캄했고 빛 한줄기도 들어오지 않았다.한순간 그녀는 시력을 잃은 줄 알았다.다행히 그녀의 두눈은 점차 암흑에 적응되었고 천장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지독한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찔러 그녀는 병원에 누워있다고 생각했다.그녀는 목을 움직여 주위의 환경을 둘러보려 하였으나 뼈를 쑤시는 고통이 사지에 전해졌다.“쓰읍—”그녀는 숨을 들이마셨다.이윽고 옆에서 흥분과 긴장에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유진아, 깼니?”사람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심유진은 분별할수 있었다.“육선생님?” 그녀의 목은 말라서 갈라진 소리가 났다.“팟.”육윤엽은 침대머리에 스위치를 켰다.하얀색 불빛이 온 병실을 밝혔다.심유진은 그제야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오른다리는 꽁꽁 싸매져 높이 들려졌고 목에는 고정을 위해 무언가가 쓰여져 있었다.아마도 그 차사고에서 꽤나 다쳤나보다.“어디 불편한 곳은 없고?”육윤엽은 간호침대에서 내려와 슬리퍼를 끌면서 다가왔다. 그리고 관심스레 물었다.그의 안색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피곤함에 찌든 것 같은 모습을 보니 여기에서 꽤나 오래 지냈나 보다.심유진은 물었다.“어떻게 여기에 계세요?”육윤엽은 멈칫했다.“나는...”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걱정이 되어서.”심유진의 마음속의 기대감은 조금씩 사라졌다. 그리고 무력감으로 대체되었다.“아직도 저한테 솔직하게 얘기하기 싫으신 건가요?”그녀는 더 이상 모르는척하기 싫었다.아마도 사람은 아플때 정신이 더욱 연약해지나 보다. 심유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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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0화

”그럼 왜...”심유진의 목구멍은 이물에 막힌 것 같았다. 침을 삼키기조차 어려웠다. 그녀는 가쁘게 숨을 쉬여 산소가 부족한 상황에 대응하였다.“나는...”육윤엽은 그녀의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작은 목소리로 마음속에 숨겨둔 말을 꺼냈다.“네가 날 미워할까 봐.”그의 눈빛은 어두웠다. 불안도 섞여 있었다.심유진은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그는 한 치의 거짓 없이 진실되어 보였다.그녀는 조금씩 진정이 되었다.눈물이 점차 멈추자 호흡도 순리로워졌다.“저는 당신을 미워하지 않아요.”그녀의 목소리는 가벼웠다. 하지만 천만근 되는 것처럼 육윤엽의 가슴을 짓눌렀다.그는 몸을 떨었다. 그녀의 손을 잡은 손은 멈출 새 없이 떨렸다.“유진아...”그의 입술은 움직였다. 눈가는 눈물로 가득찼다.심유진의 대답은 육윤엽의 예상밖이었다. 이사각 그는 기쁜 나머지 한마디 말도 할 수 없었다.그는 그녀를 품에 안아 잃어버린 세월을 위로해 주고 그녀를 예뻐해 주고 싶었으나—그녀의 허약한 모습은 시시각각 그를 일깨우고 있었다. 그녀를 다치게 한 사람들로 하여금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고.육윤엽의 눈빛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심유진은 멈칫했다.하지만 이내 그는 정상적으로 돌아왔다—마치 방금 그 순간은 그녀의 착각인양.“아빠가 미안하구나.”육윤엽은 고개를 숙이고 미안해하면서 말했다.그의 입에서 나온 아빠라는 칭호는 두사람의 마음을 뜨겁게 만들었다.“죄송해할것 없어요.”심유진은 육윤엽이 자신을 포기한 것에 대해 탓한 적이 없었다—그의 존재를 알기 전에 그녀는 줄곧 그가 죽은 줄로만 알았다.“그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고충이 있으셨다고 생각해요.”그녀는 짐작할 수 있었다. 그의 가정이 풍비박산이 난 이유는 아마도 허영심에 가득 찬 엄마때문일것이라고.육윤엽도 그녀와 마찬가지로 피해자일 것이라고.심유진의 이해는 육윤엽의 마음을 더욱 고통스럽게 했다.그가 눈을 깜빡하자 눈물이 두볼을 타고 흘러내렸다.그는 고충이 있었다.그는 당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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