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에 걸린것마냥 육윤엽은 얼어붙었다. 두눈은 크게 떠졌고 그 자리에 그대로 경직되었다.그는 자신의 심정을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촉박하고 당황하였으며 약간의 희열과 기대가 있었다.그는 겨우 자신을 가라앉혔다. 입가에 미소는 유난히 경직되어 보였다.“저를 아버지로 생각하셔도 됩니다.”그는 뜨거운 눈빛으로 심유진을 빤히 쳐다보면서 말했다.심유진은 이런 시험이 싫었다.그녀가 딸이라는 것을 인정하거나 하지 않거나.그녀는 이렇게 암암리에 찔러대는 행동에 배척감을 보였다.그녀가 그에게 쌓은 호감도 무마시켰다.“아니에요.”그녀는 눈길을 돌려 웃으면서 말했다.“그래도 충고는 고맙네요.”그녀에게 바로 거절당하자 육윤엽은 조금 실망했다.하지만 감정을 드러낼 수가 없어 멋쩍게 웃고 넘어갔다.“가봐야겠어요.”그는 일부러 팔목의 시계를 보고 말했다.“이따가 영상회의가 있어서요.”심유진은 입술을 핥고는 같이 일어섰다.“바래다드릴게요.”“아니예요.”육윤엽은 그녀를 막았다. 그리고 떠나기 전 되돌아서 귀띔을 했다.“저녁을 잊지 말아요.”심유진은 겁이 났다.그녀는 육윤엽과 단둘이 있고 싶지 않았다. 허위적인 가면을 쓰고 시답잖은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조수한테 전화를 걸었다.“오늘저녁에 중요한 일정이 있었나요?”—이왕이면 당당하게 거절할 수 있는 그런 일정이었으면 좋겠다.조수의 대답은 그녀를 실망시켰다.“없습니다. 심매니저님.”“그럼 오늘저녁으로 앞당길 수 있는 일정은요?”심유진은 마음을 접지 못하고 물었다.조수는 노트를 펼쳐보면서 확신에 차서 대답했다.“없습니다.”심유진은 전화를 끊었다.**온오후 심유진은 정신을 가다듬지 못했다. 넋이 나간 상황이 종종 발생했다.조수는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물었다.“심매니저님, 어디 불편하신가요? 병원에 가보시겠어요?”병원이라는 단어는 심유진의 정신을 되돌려 놓았다. 두눈은 밝게 빛이 났다.“머리가 아프네요. 조금 이따가 병원에 가봐야겠어요.”그녀는 신속히 모든 파일을 저장
심유진은 그 차와 등을 지고 있었다. 그녀는 엔진소리가 들리자마자 뒤를 바라보았지만 이미 늦었다.대략 삼십초 정도 지났을까, 심유진은 엎드린 자세로 바닥에 쓰러졌다. 사지는 아파서 감각을 잃은 것 같았고 오장육부도 자리를 이동한 것 같았다.비명소리가 귓가에 전해졌다.뜨거운 무엇인가가 얼굴을 타고 흐르는 것 같았다.심유진은 눈앞이 까맣게 변한채 기절해 버렸다.그녀는 얼마나 혼미를 했는지 몰랐다. 그녀가 일어났을 때는 눈앞이 캄캄했고 빛 한줄기도 들어오지 않았다.한순간 그녀는 시력을 잃은 줄 알았다.다행히 그녀의 두눈은 점차 암흑에 적응되었고 천장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지독한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찔러 그녀는 병원에 누워있다고 생각했다.그녀는 목을 움직여 주위의 환경을 둘러보려 하였으나 뼈를 쑤시는 고통이 사지에 전해졌다.“쓰읍—”그녀는 숨을 들이마셨다.이윽고 옆에서 흥분과 긴장에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유진아, 깼니?”사람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심유진은 분별할수 있었다.“육선생님?” 그녀의 목은 말라서 갈라진 소리가 났다.“팟.”육윤엽은 침대머리에 스위치를 켰다.하얀색 불빛이 온 병실을 밝혔다.심유진은 그제야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오른다리는 꽁꽁 싸매져 높이 들려졌고 목에는 고정을 위해 무언가가 쓰여져 있었다.아마도 그 차사고에서 꽤나 다쳤나보다.“어디 불편한 곳은 없고?”육윤엽은 간호침대에서 내려와 슬리퍼를 끌면서 다가왔다. 그리고 관심스레 물었다.그의 안색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피곤함에 찌든 것 같은 모습을 보니 여기에서 꽤나 오래 지냈나 보다.심유진은 물었다.“어떻게 여기에 계세요?”육윤엽은 멈칫했다.“나는...”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걱정이 되어서.”심유진의 마음속의 기대감은 조금씩 사라졌다. 그리고 무력감으로 대체되었다.“아직도 저한테 솔직하게 얘기하기 싫으신 건가요?”그녀는 더 이상 모르는척하기 싫었다.아마도 사람은 아플때 정신이 더욱 연약해지나 보다. 심유진은
”그럼 왜...”심유진의 목구멍은 이물에 막힌 것 같았다. 침을 삼키기조차 어려웠다. 그녀는 가쁘게 숨을 쉬여 산소가 부족한 상황에 대응하였다.“나는...”육윤엽은 그녀의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작은 목소리로 마음속에 숨겨둔 말을 꺼냈다.“네가 날 미워할까 봐.”그의 눈빛은 어두웠다. 불안도 섞여 있었다.심유진은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그는 한 치의 거짓 없이 진실되어 보였다.그녀는 조금씩 진정이 되었다.눈물이 점차 멈추자 호흡도 순리로워졌다.“저는 당신을 미워하지 않아요.”그녀의 목소리는 가벼웠다. 하지만 천만근 되는 것처럼 육윤엽의 가슴을 짓눌렀다.그는 몸을 떨었다. 그녀의 손을 잡은 손은 멈출 새 없이 떨렸다.“유진아...”그의 입술은 움직였다. 눈가는 눈물로 가득찼다.심유진의 대답은 육윤엽의 예상밖이었다. 이사각 그는 기쁜 나머지 한마디 말도 할 수 없었다.그는 그녀를 품에 안아 잃어버린 세월을 위로해 주고 그녀를 예뻐해 주고 싶었으나—그녀의 허약한 모습은 시시각각 그를 일깨우고 있었다. 그녀를 다치게 한 사람들로 하여금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고.육윤엽의 눈빛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심유진은 멈칫했다.하지만 이내 그는 정상적으로 돌아왔다—마치 방금 그 순간은 그녀의 착각인양.“아빠가 미안하구나.”육윤엽은 고개를 숙이고 미안해하면서 말했다.그의 입에서 나온 아빠라는 칭호는 두사람의 마음을 뜨겁게 만들었다.“죄송해할것 없어요.”심유진은 육윤엽이 자신을 포기한 것에 대해 탓한 적이 없었다—그의 존재를 알기 전에 그녀는 줄곧 그가 죽은 줄로만 알았다.“그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고충이 있으셨다고 생각해요.”그녀는 짐작할 수 있었다. 그의 가정이 풍비박산이 난 이유는 아마도 허영심에 가득 찬 엄마때문일것이라고.육윤엽도 그녀와 마찬가지로 피해자일 것이라고.심유진의 이해는 육윤엽의 마음을 더욱 고통스럽게 했다.그가 눈을 깜빡하자 눈물이 두볼을 타고 흘러내렸다.그는 고충이 있었다.그는 당연히
아니면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그는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조차 몰랐다. 정신이 나간 채 몸만 돌아다닌 것 같았다.“배는 안고파? 김욱이더러 먹을 것을 사오라고 할게.”육윤엽은 말하면서 핸드폰을 꺼냈다.“아니예요!”심유진은 다급히 제지시켰다.“입맛이 없어요.”너무 심하게 다친 탓인지 그녀의 소화시스템까지 영향을 받은 것 같았다. 하루종일 먹지 않고 마시지 않아 배가죽이 등 뒤에 붙을 지경이지만 그녀는 아무런 음식에도 관심이 없었다.“그래도 뭐라도 먹어야지.”육윤엽은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김욱한테 전화를 했다.반시간후 김욱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죽을 두그릇 들고 왔다.김욱과 같이 온 사람은 단출한 셔츠에 엉킨 머리를 하고 얼굴에 피곤함이 가득한 허태준이었다.김욱은 설명했다.“허대표님의 차가 바로 아래에 있었어요. 오면서 마침 마주쳤어요.”육윤엽은 눈썹을 찌푸렸다.“이렇게 늦었는데 허대표님은 여기서 무엇을 하셨나요?”허태준은 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그의 눈은 심유진의 몸에서 한시도 떨어질줄을 몰랐다.“마취약은 약효가 지났어?”그는 관심스레 물었다.“아직요.”심유진은 감각이 없는 오른쪽 다리를 흘끔 보고 또 허태준을 바라보면서 육윤엽과 똑같은 질문을 했다.“늦었는데 병원에는 무슨 일로 왔어요?”허태준은 늦어서 병원에 온 것이 아니라 여태 아래에 있었고 떠난 적이 없었다.어제 일은 너무나도 갑작스레 일어나 그가 파견한 사람들도 미처 낌새를 차리지 못했을 때 그녀는 이미 부딪혀 날아갔다. 암암리에 그녀를 보호하던 다른 사람들은 급급히 그녀를 차에 실어올렸다.그가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심유진은 이미 응급실에 있었다.허태준은 회의를 중단하고 시속 200을 달려 서너개 신호등을 가로지른 채 십여분만에 병원에 도착했다.지금도 그때 당시의 기분이 고스란히 느껴졌다—황급함, 공포감 그리고 머릿속에서 떨쳐낼 수 없는 오만가지 생각들. 그는 하나하나 부정을 하면서 달려왔다.다행히 그가 도착하자 마자 그녀가 위험에서 벗
”고객을 위해 응급실을 예약해 두고 떠나려던 찰나 아래에서 당신 사촌오빠를 만나서 몇마디 얘기를 했어. 당신이 깼다고 하면서 올라와 보라고 하네.’허태준은 김욱을 에돌아서 심유진의 침대곁으로 왔다.어제 김욱한테 문전박대를 당해서 그는 먼저 떠날 수밖에 없었다.그들은 그녀의 가족이기도 하니 자신보다 그녀의 옆에 있을 자격이 있었고 의사와도 그녀의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 얘기할겸 먼저 떠났다.사고가 발생하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그는 그녀를 처음 보는 것이다.의사한테서 그녀의 상처가 심하다는 것을 전해 들었지만 직접 눈으로 보니 여전히 큰 충격을 받았다.안타까움과 범인들을 능지처참시킬 분노가 섞여져 그의 얼굴에는 복잡하고 난해한 표정이 보여졌다.하지만 심유진의 주의력은 사촌오빠라는 단어에 집중되었다.“사촌오빠요?”이 칭호는 아빠라는 칭호보다 더 낯설었다.“누구요?”김욱은 죽을 침대옆 책상에 놓고 웃으면서 허태준을 대신해 대답했다.“나.”심유진은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보고 육윤엽을 보았다.육윤엽은 그녀의 의혹에 답변을 해줬다.“김욱은 내 조수일뿐만 아니라 내 친조카이기도 해.”심유진은 고아와 마찬가지인 자신에게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많은 가족이 생길줄을 꿈에도 몰랐다.그녀의 지금 이시각 심정은 말로 형용할수 없었다.김욱은 죽을 꺼내와 심유진에게 먹이려 하였으나 손안에 든 죽과 수저 모두 허태준한테 뺏겼다.“제가 하죠.”그는 자연스레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한숟가락 뜨기도 전에 앞에서 불쾌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허태준이 머리를 들자 어두운 얼굴을 한 육윤엽이 보였다.“이리 줘.”육윤엽은 손을 내밀었다.허태준은 불만스러웠지만 미래의 장인어른을 불쾌하게 만들 만큼 멍청하지 않았다.“네.”그는 양손으로 그릇을 들고 웃으면서 건넸다.심유진은 허태준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본다.그녀는 생각했다. 블루스타가 국제상에서의 지위를 얕봤나?육윤엽은 자신을 세살짜리 어린애로 착각한듯 했다. 죽 한그릇을 조심스럽고 세심하게 먹였다. 한숟가락
아마도 무언가를 먹고 목도 축인 까닭인지 그녀의 목소리는 예전처럼 걸걸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숨이 차고 말을 빨리하지 못했다.“핸드폰이 연결이 안 되니 연락할 방법이 없어서 울뻔했어.”사실 별이는 이미 눈물이 터졌다. 전화를 하면서 숨이 올라오지 않을 정도로 울었다. 말도 똑똑히 못 하고 부단히 물었다.“허삼촌, 엄마가 저를 버린 건가요?”—심유진이 그렇게 견결하게 자신을 미국으로 보내려 했고 이젠 연락도 되지 않으니 한창 예민할 나이인 5세 어린이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았다.하지만 허태준은 이런말을 심유진한테 할 턱이 없었다.“당신 걱정을 많이 해.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계속 물어.”심유진은 마음이 아팠다. 눈가가 붉어지더니 눈물이 흐를뻔 했다.그녀는 이를 악물면서 눈물을 도로 삼키고 허태준한테 물었다.“그래서 어떻게 대답해줬어요?”“외국에 출장 갔다고 했어. 조금 지나야 돌아온다고.”심유진의 마음은 그제야 조금 내려앉았다.“고마워요.”그녀는 진심으로 말했다.허태준은 웃으면서 말했다.“고맙긴.”그의 눈빛은 부드러웠고 말투에도 애정이 가득했다.심유진의 가슴은 찌릿해났다. 그녀는 황급히 눈을 피해 자신의 심장박동을 숨기려 했다.그녀는 부단히 자신한테 경고했다. 같은 곳에서 또 넘어지면 안 된다고.“하나 더 부탁해야 할 일이 있어요—”그녀는 머리를 짜내 겨우 화제를 돌렸다.“집에 고양이 두마리가 있는데 펫샵에 잠시 맡겨줄 수 있나요?”이제와 생각하니 그녀는 또 자책하기 시작했다—멀리 미국으로 떠나면서 그들을 한번 포기했고 이번에 또 잠시 포기해야 하다니.사람이었다면 아마 그녀를 죽도록 미워했을 것이다.“그래.”허태준은 바로 승낙했다.“집 비밀번호는...고양이 간식과 모래는 주방 캐비넷에 있으니 펫샵에 데리고 갈때 가지고 가도 돼요. 물론 펫샵에서 살수도 있고. 그리고 또...”심유진은 한참을 당부했다.다 설명을 하고 나니 허태준은 더 이상 여기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다.육윤엽은 차가
심유진은 빙빙 돌려 말할 정력이 남아있지 않아 직접적으로 물었다.“사영은씨?”정답은 아닌듯 했다.육윤엽은 멈칫하더니 고개를 흔들면서 부정을 했다.“아냐.”심유진의 예상밖이었다.귀국해서 그녀는 숨은 듯 조용히 살았다. 예전의 원수와의 접촉을 되도록이면 피했다.근래가 되어서야 별이때문에 화가 나 빅뉴스를 터뜨렸었다.“심연희야.”심유진이 묻기도 전에 육윤엽은 답안을 줬다.심연희...그렇다면 그녀의 추측도 얼추 맞은 셈이다.육윤엽은 조심스레 심유진의 표정을 관찰했다. 어떠한 슬픔과 실망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경찰에 이미 제압당했어.”이 모든것은 허태준 덕분이었다는 것을 육윤엽은 말하지 않았다.그의 사람들은 심유진을 병원에 데려가느라 급해서 범인을 제압할 겨를이 없었다. 다행히 다른 차량이 달려와 심연희의 차량을 막아섰다.나중에 전해 들어서 알게 된 것이지만 그 차량에 있던 사람은 허태준과 관련이 있었다.하지만 이 안건의 진전은 생각처럼 순리롭지 못했다.고의적으로 사람을 치어놓고 당장에 붙잡혔으니, 증거는 빼도 박도 못했다. 더군다나 심유진의 상처를 감안한다면 심연희는 감방에 들어가고도 남았어야 했다.하지만 심씨일가에서 받은 진단서에는 심연희가 엄중한 신경질환으로 자신의 행동을 통제할 수 없다고 서술되어 있었다. 즉 최종 법정에 가게 된다고 해도 심연희는 높은 가능성으로 형사적인 책임을 받지 않게 될 것이다.그는 진단서의 진실성에 대해 의문을 품어 경찰에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였다. 안건 책임자는 심연희의 정신상태에 관해 전문적인 평가를 진행하겠다고 했으나 미리 예방주사를 놓았다.“평가결과는 아마도 실망만 안겨줄 겁니다...심사과정중의 표현으로 놓고 보면 아마 진짜 정신적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심연희는 자신의 복수가 성공을 했다고 생각해 미친듯이 열광했다. 누가 뭐라 해도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계속 웃으면서 같은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아가야, 엄마가 드디어 널 위해 복수를
이번 귀국행에 이렇게 많은 우여곡절이 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한평생 승진도 안하고 돌아오지도 않았을 것이다.옛말에 뱀한테 한번 물리면 동아줄만 봐도 뱀인줄 안다는 말이 있다.그녀는 뱀한테 이렇게 많이 물렸지만 매번 위험의 끝자락에서 들락날락했다—그녀도 자신이 존경스러울 따름이다.하지만 이번에 그녀는 진짜로 무서웠다.여기에 더 머무르다가는 팔다리가 끊어지는 것처럼 간단하게 끝나진 않을 것이다. 아마도 목숨까지 빼앗길지도 모른다.“좋다!”육윤엽은 활짝 웃었다. 마음은 통쾌하기 그지없었다.몇시간만에 그는 평생 제일 어려운 두 과제를 해결했다.그는 몇백억짜리 계약을 성사한 것보다 더 기뻤다.심유진은 온몸에 중상을 입었으니 한참을 자도 정신은 또렷하지 않았다. 육윤엽과 얘기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눈꺼풀이 무거워져 잠에 들었다.**심유진이 다시 깨어났을 때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의사와 간호사의 위문과 검사였다.그녀는 심하게 다쳤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고 신체 각 기능도 정상적이었다.하지만 의사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심유진은 사고가 났을 때 머리가 바닥에 세게 부딪혔었다. 출혈은 심하지 않았지만 의사가 말하기를 내부손상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아마 후속적인 정밀검사가 필요할 것이다.“요즘 환자의 상태를 더 눈여겨보셔야 합니다.”그는 육윤엽과 김욱에게 당부했고 심유진한테도 잊지 않고 당부를 했다.“불편한 곳이 있다면—어지럼증이라 해도 즉시 저한테 알리셔야 합니다.”육윤엽은 시종일관 병실에서 그녀와 있어주었다.그의 몸도 좋지 않아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하는 일은 김욱한테 시켰다.혈연관계가 있다고 해도 심유진과 김욱의 사이는 친하지 않았다. 그래서 심유진은 김욱한테 많은 신세를 졌다고 불편해했다.“시터를 쓸까요?”그녀는 제의를 했다.한쪽으론 두사람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고 다른 한쪽으론...그녀도 여자이니 두 남자가 보살펴주는 것에는 그래도 불편함이 있었다.김욱도 같은 생각인지 그녀에게 오십대 되는 여성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