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결에 심유진도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 아이를 낳기로 결심했으니 심유진도 여러 가지 불편함들을 감수해야 했다. 다행히 아이가 착해서 식탐이 많아지고 잠을 많이 자는 것 외에는 달라진 점이 많지 않았지만 배가 점점 불러오면서 움직이기가 많이 불편해졌다. 7월 중순, 심유진은 하은설이 다니는 학교에서 공부를 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8월에 정식으로 학교에 갔을 때 교수님은 심유진의 불러온 배를 보고도 전혀 놀라는 기색이 없이 몸 관리 잘하라는 당부의 말만 남겼다. 대학생활은 매우 충실했고 그렇게 바쁘지도 않았다. 교수님의 도움이 있어서가 아닐까 싶었다. 수업을 듣고, 팀플을 하고, 도서관에서 책도 좀 읽고... 이런 일상들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새해가 밝아왔다. 심유진의 출산예정일은 1월 말이었다. “조금만 더 늦게 태어나면 금돼지 아기일 텐데.” “돼지가 뭐가 좋다고.” “귀엽잖아! 근데 강아지띠 아기도 귀엽겠지? 둘 다 준비해야겠다.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좀 진정해. 금팔찌가 꼭 필요한 것도 아니고, 태어난 다음에 사도 똑같아.” 지난 9개월 동안 하은설은 이미 아기를 위한 방을 따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유아용품도 싹 다 구비해 놓았다. 옷, 신발, 기저귀, 분유... 이제는 하다하다 금팔찌까지 준비하고 있었다. “내 돈으로 내가 사주겠다는데 간섭하지 마.” 심유진이 구박해도 하은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심유진의 진통이 시작됐을 때 그녀는 교수님의 사무실에서 동기들과 논문에 대해 토론하고 있었다. 진통은 갑자기 시작되었고 심유진은 배를 부여잡으며 신음소리만 냈다. 동기들은 다급히 그녀를 부축했고 교수님은 차로 병원까지 데려다주시고 하은설에게 연락했다. 하은설은 분만실에 따라 들어가고 싶었으나 심유진이 거절했다. 분만실에서 혼자 몇 시간을 견뎌 낸 후 심유진은 의사와 간호사들의 응원 하에 3.5키로에 달하는 건강한 아들을 낳았다. 아이 울음소리가 병실에 울려 퍼지자 심유진이 간신히 눈을 떴다. 눈물이 저도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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