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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화

5년 뒤,

경주 시내에 검은색 벤츠 차량 한 대가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넓은 차량 안에는 한 여인과 대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타고 있었다. 여인은 깔끔한 단발머리에 명품 브랜드의 신상을 입고 노트북을 쳐다보며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옆에 앉아있는 남자아이는 깔끔한 흰 셔츠에 나비넥타이, 반짝거리는 가죽구두를 신은 멋쟁이 꼬마 신사였다. 아이가 창밖을 내다보며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풍경을 감상했다.

“엄마, 여기가 엄마 고향이야?”

옥구슬 같은 목소리에 심유진이 업무를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맞아.”

“하늘이 유럽보다 훨씬 맑아!”

심유진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유럽에서 일자리를 찾았다. 거기는 높은 건물들이 많아 이렇게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드물었다.

“그러게.”

심유진도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눈빛에 어둠이 깔려 있었다. 몇 년간 돌고 돌다 보니 결국은 또 이곳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얼마나 이곳에 있을지는 몰라도 이번에는 그 사람들이랑 더 이상 엮이는 일이 없었으면 했다.

한 시간 만에 회사가 마련해 준 거처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심유진은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심장이 점점 빠르게 뛰고 두려움이 밀려왔다. 여긴 허태준과 같이 살던 그곳이었다.

“엄마!”

작은 손이 심유진을 붙잡자 그녀는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다.

“왜 그래?”

심유진은 억지로 웃어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올라가자.”

다행히도 이 아파트는 전에 살던 아파트와 조금 떨어져 있었다. 하나는 정문과 가깝고 하나는 옆문과 가까웠기에 주민들끼리 마주 칠일도 드물었다. 심유진은 그나마 안심했다. 심유진은 캐리어를 한 손으로 끌고 나머지 한 손으로 남자아이의 손을 잡았다.

“별이 배 안 고파?”

별이라는 이름은 하은설이 지어준 태명이었다. 타로 카드에서 본 별이 생각나 지은 이름이었다.

“엄청 배고파.”

“뭐 먹고 싶어? 배달시켜줄게.”

일이 너무 바빠서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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