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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화

심유진도 마찬가지였다. 여형민은 진작에 대구로 돌아간 줄 알고 있었다.

“출장 왔어요. 며칠 후에 다시 돌아가요.”

심유진이 웃으면서 가만히 잡힌 손을 빼냈다. 여형민의 반짝이던 눈이 풀이 죽는 것이 보였다.

“그렇군요.”

여형민의 시선이 별이에게로 향했다. 아직 어린아이지만 오관이 심유진과 꼭 닮아 있었다. 여형민은 번뜩 떠오르는 생각에 별이를 가리키며 놀라서 물었다.

“혹시 유진 씨 아들이에요?”

심유진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제 친구 아들이에요. 제가 친아들처럼 보살피고 있고요. 엄마가 한 달 동안 출장을 가서 지금은 제가 맡는 중이예요. 근데 갑자기 출장을 오게 돼서 결국 데리고 왔네요.”

여형민은 그 말을 조금 의심했다. 친구 아들이라기에는 둘이 너무 닮아 있었다. 심유진은 더 이상 이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저는 살게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심유진이 자리를 뜨는데 여형민이 다급히 쫓았다.

“아직도 원래 살던 곳에 사세요?”

“아니요, 회사가 새 거처를 마련해 줬어요. 옆 아파트에 살아요.”

여형민은 조금 실망한 것 같았다.

“저녁 식사는 하셨어요? 식재료도 산 김에 집에 가서 뭐라도 해 먹으려고 하는데 같이 가실래요?”

심유진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했다.

“이미 먹었어요.”

“그럼...”

여형민은 계속 얘기를 나눌 명분을 찾느라 머리를 굴렸다.

“뭐 더 사시려고요? 제가 들어 드릴까요?”

“아니요.”

심유진이 또 한 번 거절했다.

“시리얼만 사면 돼요. 하나도 안 무거워요.”

심유진은 시리얼을 카트에 담고 그대로 계산대로 갔다. 사실 살 물건이 많았지만 여형민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나중에 다시 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형민은 심유진이 자신을 피하고 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지 대신 계산을 해주고 짐을 들어줬다.

“가시죠, 데려다 드릴게요. 날이 어두워져서 두 분이서 돌아가시기엔 위험해요.”

심유진은 드디어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다.

“형민 씨.”

“전 더 이상 전에 알던 사람들이랑 엮이고 싶지 않아요. 어떤 뜻인지 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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