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유진이 아무리 타일러도 별이는 미국으로 가지 않겠다고 했다.심유진은 하은설과 오랫동안 상의를 한 끝에 별이를 남아있으라고 했다.하은설은 별이의 퇴학수속을 밟으러 갔고 심유진 쪽은 처리해야 할 문제가 더 많았다. 경주의 교육자원은 희박하다. 공립 유치원의 명액은 한정되어 있었고 호적에 관해 엄격한 요구가 있었다.심유진은 이미 영주권을 따냈지만 이민을 하지 않았기에 호적은 아직 경주에 있다.하지만 별이는 미국에서 태어났기에 바로 미국국적으로 올려 뒀다. 하지만 이로 인해 별이는 공립 유치원을 다닐 수 없게 되었다.심유진은 부근에 유명한 사립유치원을 알아보려 했다. 특히 국제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유치원이라면 별이가 적응하는데 더 쉬울 것 같았다.심유진은 휴식시간을 이용해 몇 곳을 돌아다녀보고 최종 부자와 연예인들도 아이를 맡긴다는 유치원으로 결정했다. 일 년의 학비만 해도 놀랍도록 높은 곳이었지만.별이는 유치원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입학하기 전날밤에는 흥분이 되어서 12시가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유치원은 호텔과 차로 반시간정도 거리에 있었다. 심유진은 출근을 해야 하기에 아침 일찍 별이를 선생님한테 데려다주었다.그들은 첫번째로 도착했다. 개원 시간보다 이십분이나 빨랐다.유치원 선생님들은 친절했고 별이도 낯을 가리지 않아 금세 모두와 친해지기 시작했다.심유진은 별이가 적응하는 것을 보자 안심하고 떠났다.**하교시간은 오후 4시였다. 학생들은 늦어서 7시까지 있을 수 있었다. 사업이 바쁜 학부모들을 배려하여 내린 규칙이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유진은 지각을 했다.유치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7시반이 넘었다. 유치원 안은 어두웠고 교실에도 불이 없었다.별이는 담임선생님과 경비실에서 기다렸다.심유진은 연신 담임선생님한테 사과를 하고 다시는 늦지 않을 거라고 약속했다.담임선생님은 화를 내거나 원망하지 않았다. 친절하게 별이의 표현을 상세하게 설명해줬다.심유진은 마음이 놓였다. 별이가 배척을 당하지도 않고 이 무리에 잘 스며들
별이는 말을 잘 들었다. 불필요할 때에는 여자애들의 손도 잡지 않았다.그래서 여자아이의 강제적인 뽀뽀를 받은 별이는 어쩔 줄을 몰랐다.어린아이들의 일은 어른들이 봤을 때 그리 큰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심지어 귀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심유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베이비라는 아이가 악한 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그 아이의 성격으로 보아 아마 집에서 예쁨만 받고 자랐기에 이런 데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것 같다.“베이비가 뽀뽀한 것은 너를 좋아하기 때문이야. 너무 화를 내진 말았으면 좋겠어~”유진은 인내심이 있게 별이를 교육했다.”하지만 앞으로 또 뽀뽀를 하면 꼭 잘 얘기해야 돼. 여자아이는 쉽게 남자아이한테 뽀뽀를 하면 안된다고~”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네.”**이튿날.심유진은 겨우 7시가 되기전에 별이를 데리러 갔다.별이는 심유진을 보자마자 품에 안기며 억울한듯 입을 삐죽거리며 눈물을 흘렸다.“무슨 일이니?”심유진은 쪼그려 앉아 그의 얼굴의 눈물을 닦아주며 급히 물었다.별이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말을 하지 않았다. 뒤에서 따라오던 담임선생님이 미안한듯 입을 열었다.”별이가 오늘 어떤 여자아이한테 물렸습니다... 그 아이한테 교육을 했지만...”선생님은 입을 오므리고 눈을 피했다. 난처한 기색이었다.심유진의 첫 반응은 이랬다.”그 여자아이가 혹시 반의 베이비인가요?”그 애가 아니고서야 심유진은 다른 사람이 생각나지 않았다.담임선생님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맞습니다. 어떻게 아셨어요?”“별이가 어제 그 아이에 대해 말해줬습니다.”심유진은 디테일에 관해 얘기하지 않았다.“에휴!”담임선생님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이 아이가 반에서...”선생님은 말을 흐렸다.”좀 이기적이예요. 집에서 오냐오냐하면서 키웠고 어머님 성격도... 좀 애기가 계속 친구들을 괴롭혀요. 장난은 아무것도 아니고 반에 남자아이들을 땅에 눕히고 때리기가 일쑤예요. 부모님들도 원성이 자자하지만 그 아이의 집안 사람들한
심유진은 베이비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효과가 있든 없든 대방이 자신의 불만을 알게 해야 했다.“뚜”가 한참 울려서야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그쪽에서는 짜증이 나는 말투였다. 날카로운 목소리는 어딘가 귀에 익었다.심유진은 어디에서 이 목소리를 들었는지 생각이 안 났다.“여보세요. 혹시 베이비의 어머니신가요?”심유진은 예의 있게 물었다.그쪽에서는 쾅 하고 전화를 끊었다.심유진이 또 전화를 걸었을 때는 이미 상대방이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신호로 바뀌었다. 아마 그쪽에서 번호를 블로킹한 것 같았다.직업특성상 심유진은 말도 안되는 사람을 수도 없이 만나와 웬만해서는 마음이 평온했다.어쩌다 이렇게 열을 받게 하는 사람을 만나 핸드폰을 박살내고 싶었다.심유진은 별이를 재우고 온밤을 새웠다. 이튿날 업무를 반 넘게 하고 출근 해서도 고군분투를 해서 오후에 휴가를 맡아 호텔을 일찍 나왔다.유치원 하교시간을 맞추기 위해서였다.초, 중반 아이들이 나오고 나서 고급반 차례가 되었다.학부모들은 질서 있게 안으로 걸어갔다. 사람이 많아 붐볐지만 혼잡하지는 않았다.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심유진의 팔을 잡아당겼다.“유진이?”익숙한 목소리는 심유진의 걸음을 멈추게 하였다. 하지만 몸은 점점 굳어져 갔다.심유진의 가슴은 빠르게 뛰었다. 귓가에는 우뢰 같은 소리가 맴돌았다. 그래서 다른 소리는 들리지가 않았다.머리는 공백이 되어갔다. 심유진은 천천히 목을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관리를 잘한 탓인지 그 얼굴은 오년 전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심지어 주름도 많아지지 않았다.“어...”심유진은 금세 고쳐 불렀다.”아주머니.”허아주머니의 놀란 표정은 점점 슬픔으로 변했고 눈가에는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유진아...”허 아주머니는 심유진의 팔을 꼭 잡았다.그들의 행동은 지나가던 학부모들로 하여금 돌아보게 만들었다. 호기심에 찬 눈빛은 심유진을 금세 정신을 차리게 했다.“아주머니, 무슨 일이 있으면 나가서 얘기 해요! 애를 데리러 가야 해
그래서 반 아이들의 학부모가 그렇게 베이비네 집안을 무서워했구나!그래서 엊저녁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가 귀에 익었구나!양갈래 머리를 하고 통통한 여자아이가 이쪽으로 달려와 쿵 하고 허 아주머니의 품에 안겼다.“할머니!”아이는 예쁘게 불렀다. 큰 눈은 웃음때문에 실 같았다. 활발하고 귀여워 보였으며 담임선생님과 별이의 말처럼 남을 괴롭히는 아이 같지는 않았다.허 아주머니도 웃었다. 그제야 얼굴에 몇 가닥의 옅은 주름이 보였다. 허 아주머니는 자애롭게 베이비를 보았고 베이비의 머리를 만지고 손을 잡았다.담임선생님은 별이를 불러와 심유진한테 보냈다.허아주머니는 별이를 보고 유감스럽게 또 위안스럽게 말했다.”닮았네. 너무 이쁘다.”심유진은 예의 있게 웃고 별이한테 말했다.”할머니한테 ‘감사합니다’해야지.”별이는 중복했다.”할머니, 감사합니다!”“그래.”허 아주머니의 웃음주름은 더 짙어졌다. 별이를 보는 눈빛도 더 복잡해졌다.아마 자신의 할머니가 다른 아이한테 집중을 해서 그런지 베이비 얼굴의 웃음기는 사라졌다. 다섯 살짜리 아이한테는 나타나지 말아야 할 독함이 있었다. 그 악독한 눈빛은 심유진도 몸을 떨게 했다. “할머니!”베이비는 애교를 떨며 허 아주머니의 손을 흔들었다. 입을 삐죽하며 귀여운 모양을 하였다--아까 모든 것은 심유진의 착각인 것 같았다.허아주머니는 고개를 숙여 베이비를 보면서 부드럽게 물었다.”베이비, 왜?”베이비는 허 아주머니를 잡아당기며 밖으로 향했다.”배고파요. 빨리 집에 가요!”“잠깐만요!”심유진은 그들을 불러 세웠다.허 아주머니는 돌아봤다.”응?”눈에는 기대가 충만했다.심유진은 별이를 앞으로 내세우고 말했다.”아주머니, 한 가지 말씀 드릴 게 있어요.”심유진은 별이의 팔을 들었다.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이빨자국을 사람들한테 보였다.”어제 베이비가 문 거예요. 별이한테 물어봤더니 별이가 베이비를 뽀뽀하지 못하게 했다고 베이비가 화나서 물었다고 하네요.”담임선생님도 거들어줬다.
어제 베이비가 별이를 문 행동은 별이한테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래서 베이비가 별이의 손을 다쳤을 때 별이는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나 흠칫했다.심유진은 가슴이 아팠다.별이는 늘 밝고 주위의 모든 사람과 잘 어울렸다. 이렇게 누군가를 배척하는 현상은 드물었다.그는 작게 고개를 두 번 흔들었다. 도와달라는 눈빛으로 심유진을 바라보았다.심유진은 별이의 공포를 헤아리고 몸으로 막아 나섰다.“아주머니.”심유진은 허아주머니를 마주보고 말했다.”베이비가 사과를 했으니 그만하죠.”허 아주머니는 부끄러워했다.”미안하다. 유진아. 베이비가 유치원에서 이런 일을 벌일 줄은 몰랐다.”심유진은 괜찮다라는 세 글자를 말하지 못했다. 별이의 상처를 생각하면 전혀 괜찮지가 않았다.심유진은 대답하지 못했다.옆에 학부모 한명이 애를 끌고 와 허 아주머니한테 고발을 했다.”사리에 밝으신 분이니 얘기 좀 할게요. 그쪽 집안 애를 좀 잘 보셔야겠네요! 매일 유치원에서 다른 애들을 괴롭히고 우리 애도 그 집 애한테 몇 번을 맞았는데요! 애 엄마랑 얘기했더니 애 엄마가 오히려 저희가 거짓말을 한다고 하고 애를 교육하지도 않아요! 반에 애들 몇명이나 그 집 아이 때문에 전학을 갔어요. 믿지 않으시다면 유 선생님한테 물어보세요!”허 아주머니는 담임선생님을 돌아보았다. 담임선생님도 난처하게 고개를 두 번 끄덕였다.베이비는 위기를 느꼈는지 허아주머니 다리를 안고 급하게 말했다.”할머니! 나 집에 갈래! 집!”허 아주머니는 담임선생님과 말했다.”내일 찾아뵐게요.”그리고 심유진을 깊게 바라본 후 베이비를 데리고 떠났다.그들이 나가자 다른 학부모도 몰려왔다.아까 말을 한 학부모가 심유진한테 물었다.”그 집 아이도 허아리한테 괴롭힘을 당했어요?”심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학부모들은 입을 삐죽했다. 그리고 동정의 눈빛을 보냈다.“우리집 애도 그 애한테 괴롭힘을 당했어요. 물린 건 그나마 다행이지 언젠가 얼굴이 부어서 왔더라구요. 그러면서도 그 애한테 얻어맞은 거라고 말도 못하
그 베이비는 쉽지 않은 아이다.다섯 살짜리 애가 그렇게 생각이 많을 리 없겠지만.허태준과 정소월의 딸이니 그들의 유전자를 물려받았으면 생각이 많은 것도 정상적인 거겠지?심유진은 베이비가 생각만 많은 아이이기를 바랐다. 마음이 어두운 아이 말고.**심유진은 간만에 일찍 돌아와 아래에서 여형민을 만났다.그들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 게 아니기에 여기에 나타나지 말았어야 했다.여형민은 말했다.”산책하러.”심유진은 믿지 않았다!별이는 여형민을 보자 반갑게 불렀다.”아저씨.”목소리는 밝고 웃음은 찬란했다.심유진은 별이를 데리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려는 충동을 막았다.여형민은 물었다.”별이가 근처의 유치원을 다닌다고? 미국으로 안 보내려고요?”“애 엄마가 돌볼 틈이 없어서요. 여기 사립유치원도 더 오래 맡길 수 있다고 들어서 그냥 남아라고 했어요. 기숙에 보낼까 생각했지만 적응을 하지 못할까ㅜ봐 매일 데리러 다녀요.”심유진은 미리 생각해둔 핑계를 댔다.여형민은 의심을 하지 않은 척하고 대답했다.그는 또 별이한테 말을 걸었다.”별아. 유치원은 다닐 만해? 다른 친구들과 잘 지내?”“네.”별이는 대답했다.”친구들과 다 잘 지내는데, 한 친구는...”팔을 들어 여형민한테 보였다.”어제 물린 거예요. 너무 아팠어요!”여형민의 눈은 작아졌다. 얼굴의 미소도 옅어졌다.“누구한테 물렸어?”그는 허리를 낮춰 별이와 같은 눈높이에 멈췄다.“베이비요!”별이는 머뭇거림이 없이 그 이름을 댔다.“베이비?”여형민은 허태준의 제일 친한 친구이니 베이비에 대해 잘 알았다. 그는 머리를 살짝 들어 심유진한테 질문했다.”허아리?”심유진은 다른 학부모들이 그 아이의 이름을 부른 것이 기억났다.숨길 일이 없다고 생각해서 대답했다.”네, 맞아요.”여형민의 얼굴은 굳어졌다.“태준이의 부모님한테 얘기할게요.”“아니에요.”심유진은 말렸다.”오늘 유치원에서 아주머니를 만나서 다 얘기했어요.”여형민은 머리를 끄덕이고 별이를 달랬다.”별이는 무
마리아병원.입원 병동 제일 꼭대기층은 하루 침대비용과 간호비용이 20만 원을 훌쩍 넘는 VVIP 병동이다.여형민은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복도 끝까지 걸어갔다. 그리고 경비원들 십몇 명이 지키고 있는 병실 문을 열었다.들어가서 습관적으로 문을 닫았다.침대위에 눈을 감고 있던 남자는 신속히 몸에 붙은 전선과 튜브들을 떼어내 몸을 일으켜 세워 앉았다.“천천히 해. 허리 다칠라.”여형민은 농담 반 걱정 반으로 말했다.허태준은 병원에 거의 6년 가까이 있었다. 원래는 군사 대학병원에 있었다가 침대가 모자라고 허태준도 장기간 공공자원을 사용할 수는 없어 부자들을 위한 사립병원 마리아병원으로 옮겨왔다. 여기에서는 돈만 낸다면 얼마를 있던 상관이 없었다.장기간동안 이렇게 작은 공간에 갇혀 있다 보니 허태준의 근육도 운동부족으로 유실되고 있고 영민도도 예전보다 못했다.허태준의 매같이 날카로운 눈빛은 정확히 여형민의 얼굴에 떨어졌다.허태준이 입을 열지 않아도 여형민은 그가 질문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챘다.“유치원에서 일이 일어난 게 맞아.”심유진이 귀국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그날부터 허태준은 그녀의 옆에 사람을 붙였다.그녀가 허 씨 집안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받지 못하게 또 그녀의 움직임을 수시로 접해 그녀가 다시는 소리 없이 떠나가지 못하게.심유진의 일상은 무섭도록 규칙적이였다. 집과 호텔뿐이었다. 퇴근 시간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6시 전에는 절대 퇴근하지 않았다. 호텔내 대부분 직원들의 퇴근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8시를 넘어 퇴근하지도 않았다. 별이가 자야 할 시간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오늘 그녀는 오후 세 시가 넘자마자 호텔을 떠났다.평소와 다른 움직임은 허태준의 주의를 끌었다.유치원에 사람을 보내 물을 수 없으니 여형민은 심유진의 집아래에 가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별이가 왜?”허태준은 긴장해났다.“심한 일은 아니야.”여형민은 그를 안심시키고 말하기 시작했다.”허아리한테 물린것 같아.”별이와 허아리가 같은 유치원을 다니는 것 그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유 선생님.”여형민은 전화를 끊고 담임선생님의 말을 중복했다.“어머니가 나서셨으니 심유진과 별이가 억울할 일은 없을 거야.”허태준은 허 아주머니를 백 퍼센트로 믿었다.여형민은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았다.“어머님 눈에 허아리는 너의 유일한 자식이야. 너희 집안에 유일한 손주라고. 하나는 몇 년째 아무 소식도 없는 전며느리가 낳은 혈연관계가 없는 아이고 하나는 보고 자란 친손녀인데 누구 편을 들어주시겠어!”허태준은 동요가 되었다. 여형민의 말은 구구절절 옳은 말이었다.“내일 어머니가 유치원에 다녀가면 선생님한테 다시 전화해서 물어봐 봐.”“태준아, 아직 문제를 파악 못한 것 같네.”여형민은 허태준의 어깨를 툭툭 쳤다.“응?”허태준은 눈썹을 치켜들고 의혹스럽게 여형민을 바라보았다.“심유진은 허아리가 너랑 정소월의 아이라고 알고 있어. 네 아이가 아니라고 하지 마. 적어도 다들 그렇게 알고 있으니까. 허아리가 별이를 괴롭히는데 네가 밉지 않겠어?”허태준은 불안해졌다.심유진과 얽힌 일이라면 그는 늘 냉정적으로 분석하지 못했다. 뇌리에 빠져 나올 수가 없었다.지금 이 시각도 그의 머리는 심유진이 그를 미워한다는 생각에 잠겨 불안하고 무서워 정신을 집중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그럼 어떡해야 하는데?”그는 딱딱한 얼굴로 여형민에게 도움을 청했다.심유진 앞에 나타나 허아리가 친딸이 아니라고 얘기를 할 수는 없잖아?그렇게 하면 심유진을 되돌릴 수는 있다지만 몇 해 동안의 희생이 물거품으로 되고 만다.거의 막바지인 시점에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여형민도 같은 생각이었다.“참아. 아무것도 하지 마.”그는 말했다.”일이 다 끝나면 그때 심유진한테 가서 사과를 해.”“하지만 허아리가 별이를 물었다는데...”허태준은 마음이 쓰였다.애지중지하는 아들이 그녀와 그의 아들이 다른 사람한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나야 네 아들을 대신해서 물어 놓고 싶지. 근데 네 아들이 남자는 여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