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병원.입원 병동 제일 꼭대기층은 하루 침대비용과 간호비용이 20만 원을 훌쩍 넘는 VVIP 병동이다.여형민은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복도 끝까지 걸어갔다. 그리고 경비원들 십몇 명이 지키고 있는 병실 문을 열었다.들어가서 습관적으로 문을 닫았다.침대위에 눈을 감고 있던 남자는 신속히 몸에 붙은 전선과 튜브들을 떼어내 몸을 일으켜 세워 앉았다.“천천히 해. 허리 다칠라.”여형민은 농담 반 걱정 반으로 말했다.허태준은 병원에 거의 6년 가까이 있었다. 원래는 군사 대학병원에 있었다가 침대가 모자라고 허태준도 장기간 공공자원을 사용할 수는 없어 부자들을 위한 사립병원 마리아병원으로 옮겨왔다. 여기에서는 돈만 낸다면 얼마를 있던 상관이 없었다.장기간동안 이렇게 작은 공간에 갇혀 있다 보니 허태준의 근육도 운동부족으로 유실되고 있고 영민도도 예전보다 못했다.허태준의 매같이 날카로운 눈빛은 정확히 여형민의 얼굴에 떨어졌다.허태준이 입을 열지 않아도 여형민은 그가 질문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챘다.“유치원에서 일이 일어난 게 맞아.”심유진이 귀국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그날부터 허태준은 그녀의 옆에 사람을 붙였다.그녀가 허 씨 집안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받지 못하게 또 그녀의 움직임을 수시로 접해 그녀가 다시는 소리 없이 떠나가지 못하게.심유진의 일상은 무섭도록 규칙적이였다. 집과 호텔뿐이었다. 퇴근 시간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6시 전에는 절대 퇴근하지 않았다. 호텔내 대부분 직원들의 퇴근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8시를 넘어 퇴근하지도 않았다. 별이가 자야 할 시간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오늘 그녀는 오후 세 시가 넘자마자 호텔을 떠났다.평소와 다른 움직임은 허태준의 주의를 끌었다.유치원에 사람을 보내 물을 수 없으니 여형민은 심유진의 집아래에 가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별이가 왜?”허태준은 긴장해났다.“심한 일은 아니야.”여형민은 그를 안심시키고 말하기 시작했다.”허아리한테 물린것 같아.”별이와 허아리가 같은 유치원을 다니는 것 그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유 선생님.”여형민은 전화를 끊고 담임선생님의 말을 중복했다.“어머니가 나서셨으니 심유진과 별이가 억울할 일은 없을 거야.”허태준은 허 아주머니를 백 퍼센트로 믿었다.여형민은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았다.“어머님 눈에 허아리는 너의 유일한 자식이야. 너희 집안에 유일한 손주라고. 하나는 몇 년째 아무 소식도 없는 전며느리가 낳은 혈연관계가 없는 아이고 하나는 보고 자란 친손녀인데 누구 편을 들어주시겠어!”허태준은 동요가 되었다. 여형민의 말은 구구절절 옳은 말이었다.“내일 어머니가 유치원에 다녀가면 선생님한테 다시 전화해서 물어봐 봐.”“태준아, 아직 문제를 파악 못한 것 같네.”여형민은 허태준의 어깨를 툭툭 쳤다.“응?”허태준은 눈썹을 치켜들고 의혹스럽게 여형민을 바라보았다.“심유진은 허아리가 너랑 정소월의 아이라고 알고 있어. 네 아이가 아니라고 하지 마. 적어도 다들 그렇게 알고 있으니까. 허아리가 별이를 괴롭히는데 네가 밉지 않겠어?”허태준은 불안해졌다.심유진과 얽힌 일이라면 그는 늘 냉정적으로 분석하지 못했다. 뇌리에 빠져 나올 수가 없었다.지금 이 시각도 그의 머리는 심유진이 그를 미워한다는 생각에 잠겨 불안하고 무서워 정신을 집중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그럼 어떡해야 하는데?”그는 딱딱한 얼굴로 여형민에게 도움을 청했다.심유진 앞에 나타나 허아리가 친딸이 아니라고 얘기를 할 수는 없잖아?그렇게 하면 심유진을 되돌릴 수는 있다지만 몇 해 동안의 희생이 물거품으로 되고 만다.거의 막바지인 시점에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여형민도 같은 생각이었다.“참아. 아무것도 하지 마.”그는 말했다.”일이 다 끝나면 그때 심유진한테 가서 사과를 해.”“하지만 허아리가 별이를 물었다는데...”허태준은 마음이 쓰였다.애지중지하는 아들이 그녀와 그의 아들이 다른 사람한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나야 네 아들을 대신해서 물어 놓고 싶지. 근데 네 아들이 남자는 여자를
허 아주머니는 미리 담임선생님과 소통을 했다. 정식으로 수업을 하기 전에 담임선생님한테 허아리가 전반 친구들한테 사과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허아리는 교실 앞에 서서 아이들을 향해 허리를 굽혔다.“미안합니다.”허아리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 얼굴에는 미안한 표정이었다.“예전에는 제가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용서해 주세요.”다섯 살짜리 어린아이는 아직 아무것도 모를 때다. 어른들처럼 생각이 많지 않아 솔직하게 자신의 기분을 표현한다.반아이들은 겁에 질려 허아리를 바라보았다. 누구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허 아주머니는 어색해졌다. 하인 더러 준비해온 간식을 나눠주게 하였다.허 아주머니는 오랜 시간을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살아왔다. 하지만 오늘 손녀딸을 위해서 억지로 웃으면서 아이들을 달랬다.“베이비가 잘못을 인지하였고 할머니도 교육을 했어. 다 착한 어린이들이니까 베이비한테 화내지 말고 친구로 지내면 안될까?”“안 돼요!”한 남자아이가 큰 소리로 거절했다.”엄마가 그랬는데 허아리는 교양이 없댔어요. 저는 허아리랑 친구 하기 싫어요!”허 아주머니의 미소는 굳어졌다.담임선생님은 앞으로 다가가 어색하게 남자아이의 입을 막았다.“조이야, 그렇게 말하면 안 돼요!”담임선생님은 허아리가 교양이 없다는 얘기를 처음 듣는 것이 아니다. 많은 학부모들이 다가와 푸념을 할 때 다 그렇게 말했었다. 아이들은 듣고 배우는 것이 빨라 이상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사적으로 얘기하는 것과 당사자 앞에서 얘기하는 것은 달랐다.담임선생님은 조심스럽게 허 아주머니의 표정을 관찰하였다. 허 아주머니가 홧김에 원장한테 가서 고소를 하면 자신이 잘릴까 봐여서였다.허아리 집안이 어떤 집안인지 담임선생님은 잘 알고 있었다. 허아리 아빠의 재력으로 이 유치원을 사들이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 그래서 원장도 그의 눈치를 살피는 터였다.허 아주머니는 생각보다 냉정하셨다.우아한 귀부인은 이 분만에 부드럽고 자상한 모습으로 회복하였다.허아주머니는 조이의 앞에
허 아주머니는 실망스레 말했다.”그러길 바래야죠.”동시에 허 아주머니의 정소월에 대한 불만은 더 커져만 갔다. 그래서 심유진이 더욱 그리워졌다.“참, 반에 별이라는 아이는 새로 전학 온 아이인가요?”허 아주머니는 화제를 별이한테로 돌렸다.“네. 전학 온지 일주일도 안됩니다.”별이 얘기를 하자 담임선생님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그 아이는 참 우수한 아이예요. 똑똑하고 말도 잘 듣고 다른 친구들한테도 다정하게 대해서 그를 싫어하는 아이가 없을 정도예요. 그러고보니 베이비가 별이랑 친구를 하게 하면 두 아이 사이도 풀어지고 다른 아이들도 베이비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요.”사실 허 아주머니는 별이를 예뻐하지 않았다. 심유진과 다른 남자의 아이이니 마음이 불편했다.담임선생님이 칭찬을 하니 허 아주머니의 마음은 더 불편해졌다.베이비랑 선명한 대비가 되어 허아주머니도 난처해진 것 같았다.허 아주머니는 생각했다. 심유진이 허태준의 아이를 가졌다면 별이와 같지 않을까 하고.하지만...에휴! 허 아주머니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허아리는 변했다.삼반 모든 학생 및 선생님이 발견한 사실이다.일주일동안 베이비는 다른 친구를 때리지도 않고 장난감도 뺏지 않았으며 다른 친구의 얼굴에 침을 뱉지도 않고 다른 친구들의 집이 가난하다고 조롱하지도 않았다.베이비는 별이와 붙어있기 시작했다. 맛있는 것과 재밌는 것을 다 별이에게 주고 대외적으로 별이가 제일 친한 친구라고 선언까지 했다.하지만 별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별이는 허아리가 짜증이 났다.별이는 허아리가 옆에 앉는 것도 싫고 자신의 팔을 안는 것도 싫었으며 억지로 이상한 물건을 주는 것도 싫었고 베이비와 친구하는 것도 싫었다.별이는 가끔 생각한다. 허아리가 별이한테 잘 보이려 하는 행동은 자신과 친구를 하고 싶은 것 때문만이 아닐 것이라고.별이는 고민을 심유진한테 얘기했다.심유진도 별이가 허아리와 가깝게 지내는 게 탐탁치 않았다.“그럼 무시하면 돼. 아무것도 받지 말고.”심유
토요일.유치원은 수업을 하지 않는 날이다.별이는 호텔의 키즈 파크가 싫증이 났다. 심유진은 별이의 작은 책가방에 영어 그림책과 태블릿을 넣어줬다. 별이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보내게 할 예정이다.꼭대기층 사무실에 들어가니 심유진은 분위기가 평소와 다른 것을 느꼈다.별이를 유치원에 보내느라 심유진은 매일 아침 마지막으로 출근한 사람이 되었다.그녀가 도착했을 때 모든 사람들은 자리에 앉아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지 오늘처럼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 않았었다.심유진이 들어오자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져 자리로 돌아가 컴퓨터를 켜고 문서를 키면서 켕긴 듯한 표정을 하였다.심유진은 지나치게 엄격한 리더가 아니었다.업무 시간만 아니라면 직원들이 이야기를 나누던 핸드폰을 하던 상관을 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9시도 되지 않았다.그래서 친절하게 물었다.”무슨 얘기중이었어요?”직원은 조심스레 심유진의 눈치를 보았다. 심유진이 궁금해서 묻는 것인지 아니면 책임을 물으려고 묻는 것인지를 판단하려고 했다.심유진의 시선은 그들의 겁을 먹은 얼굴을 지나 자신의 비서 방연에게로 떨어졌다.방연은 벗어나지 못할 것을 알고 그녀의 질문에 대답했다.”오늘 >제작팀이 저희 호텔에 입주를 해서 다들 들떠 있습니다.”제작팀이 입주하는 것쯤은 객실 매니저가 보고를 해서 알고 있었다.요몇 년래 심유진은 모든 시간을 일과 아이를 키우는데 써서 연예뉴스는 주의 깊게 보지 못했다.그래서 심유진은 이 사람들이 왜 그토록 흥분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방림은 심유진을 잘 알기에 설명을 했다.”>의 남자주인공은 작년에 핫했던 이정이고 여자주인공은 95년 후에 태어난 화아정이예요. 사람은 지금 모두 인기가 높고 많은 직원들이 그 두 람 팬이예요.”심유진은 직원들이 덕질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다. 다만--“덕질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손님한테 폐를 끼치지 않도록 하세요. 입주 체험에 영향 되지 않게요.”심유지는 귀띔을 했다.이 거래는 호텔이
그리고 심유진은 기억하고 있다. 16층에 머무른 손님들은 거의 전부 >제작팀 사람들이라는 것을.심유진은 안내데스크로 가서 시스템의 기록을 찾아보게 하였다.1623번 방은 틀림없이 >제작팀이 주문한 몇십 개 방중의 하나이다.방의 안배는 제작팀이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1623호에 입주한 손님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하지만1623번 방은 스위트 룸이었다. 그래서 그 방에 입주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몇몇 주연 외에 제작팀 내 지위가 있는 사람뿐이었다.만약 >의 제작팀이라면...심유진은 마음이 무거워났다. 바로 안내데스크의 무전기로 청소부한테 무전을 걸었다.”오늘 어느 분이 1623번 방을 청소했나요? 어떤 손님이 묵었는지 아시나요?”몇 분 후 누군가 대답했다.”제가 했습니다. 어떤 여배우인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분을 모릅니다.”여배우다. 제작팀이 아니다.심유진의 마음은 반쯤 놓였다.그녀는 경비한테 분부했다.”그 남자가 또 다른 방에 들어가면 저한테 바로 통지를 주세요.”심유진이 두려운 것은 여배우가 중간에서 다리를 놔주는 작용을 하는 것이었다.다행히 심유진이 잠들기 전까지 보안처의 전화는 없었다.이튿날 호텔에 전화를 걸어 물었더니 상대방은 이렇게 알려주었다.”그 남자는 온밤1623번 방에 있다가 오전8시가 되어서야 나갔습니다.”심유진은 얼떨결에 불륜을 마주친 꼴이 되었다.하지만 그녀와 큰 상관이 없었으니 더이상 손을 대지 않기로 했다.**저녁 여덟 시쯤 심유진은 탕비실에 가서 커피를 따랐다. 사무실에 돌아왔을 때 몇몇 직원이 일층로비에서 누군가 소란을 피우고 있다고 얘기를 하는 것을 들었다.아홉 시가 되어 떠날 때 심유진은 로비에서 홀 매니저를 만났다. 그래서 무심코 물었다.”저녁에 누가 소란을 피웠다면서요?”홀 매니저의 표정은 복잡했다.”네. 꽤 크게 피우던데요. 간신히 마무리했습니다.”“무슨 일이예요?”심유진은 이마를 찌푸리며 물었다.”저희 호텔에 불만이 있는
심연희가 소란을 피운 후 허태서는 다시는 킹호텔에 오지 않았다.하지만 며칠이 안 지나서 각 매체에서 허태서와 아정의 스캔들에 대해 폭로를 했다. 사진은 같은 사진이었고 폭로한 시간도 차이가 나지 않았다.사진은 몰래 찍은 것 같았으며 각도는 옆면이나 뒷면이었다. 전체 화면은 모호하였고 배경도 어두워 두사람의 희미한 윤곽만 볼 수 있었다.측면이 폭로된 사진은 허태서와 아정이라는것을 얼핏 구분할 수 있었다.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각 매체에서는 두사람의 고화질 정면사진을 대비사진으로 넣었다.여러 사진으로 스토리를 추리해낼 수 있었다. 허태서는 차를 몰고 아정이 퇴근하는 것을 기다렸다가 데려오고 두 사람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으며 허태서의 모 부동산에 가서 밤을 보냈다. 이튿날 아침이 되어서야 허태서는 차로 아정을 제작팀이 묵고 있는 킹호텔로 데려다 주었다.아정은 유명세를 타는 기간이었다. 데뷔를 해서부터 청순 가련한 이미지로 활동을 했지만 갑자기 유부남과 불륜스캔들이 떠 이미지에 타격이 심했다.그리고 사진도 빼도 박도 못했으니 회사와 팬들도 어쩔 수 없어 침묵하고 있었다.허태서는 늘 소문의 중심에 있었다. 정소월과 이혼할 당시 허태준과 정소월의 “불륜”때문에 소문이 자자했고 심연희와 결혼을 하면서 허태준이 총알에 맞아 혼미를 한 사건때문에 이목을 끌었었다.이러한 일들은 가십거리에 관심이 있는 네티즌이라면 다 알았다.인터넷에 허태서와 아정을 “상간남녀”라고 욕하는 소리도 많았다. 그들은 아정의 트위터에 욕을 했고 이로 인해 아정이도 댓글창을 닫았다. 그러자 그들은 YT그룹 트위터계정에 욕을 했다. 관리원도 댓글을 삭제하느라 팔이 아팠다. 그들은 또 >공식계정에 찾아가 욕을 해 아정이를 보이콧했다. 그리고 아정이를 >에서 하차 하라고 요구를 했다.이 소식들을 접하자 심유진의 평온한 마음에는 파장이 일었다.그녀가 걱정하는 것은 >이 아정때문에 무산이 되면 제작팀이 떠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호텔의 1시즌 매출
심유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아팠다. 그녀는 별이를 품에 안고 최대한 빨리 유치원에서 나와 차에 올랐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병원에 도착해서 소아과로 예약을 했다. 언제나 사람이 많은 병원인만큼 소아과 역시 사람으로 가득했다. 별이는 어릴 때부터 잘 아프지 않는 건강한 아이였다. 아파봤자 며칠 동안 약만 먹으면 낫는 가벼운 감기 정도였기에 병원에 간 적도 몇 번 없었고 병원에서 순서를 기다릴 때의 초조함 역시 겪어본 적이 없었다. 자기가 아픈 거면 모를까 아이가 아프니 심유진은 더욱 초조해져서 한시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1초라도 늦으면 별이의 병이 더 심각해질 것만 같았다. 심유진은 계단을 마주하고 있는 자리에 앉아 오고 가는 환자들을 살펴보며 자기 차례가 오기를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렸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진료실로 쳐들어가고 싶었지만 모두가 자신과 같은 마음일 것이라는 생각에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기다렸다. 그때 한 사람이 심유진의 눈길을 끌었다. 분명 여름인데 긴팔 긴바지에 외투를 걸치고 모자와 마스크까지 착용한 채 아주 자신을 꽁꽁 싸매고 있었다. 체형으로 봐서는 여성일 것 같았다. 그 여성은 목을 움츠린 채 바닥만 쳐다보며 한 번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마침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기에 심유진이 앉은자리에서 그 여성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비록 눈만 밖에 내놓은 상태였지만 심유진은 그 여성이 심연희라는 걸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심유진은 심연희가 자신을 알아볼까 봐 얼른 고개를 숙이고 별이의 얼굴도 가렸다. 하지만 심연희는 그 누구에게도 눈길을 주지 않은 채 다급하게 계단을 내려갔다. 심연희가 시야에서 사라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별이가 진찰받을 순서가 왔다. 사실 의사의 시선에서는 수두가 그렇게 심각한 병이 아니었기에 2분도 안 되는 사이에 진찰은 끝이 났고 약을 처방받고 나서 집에 갈 수 있었다. 심유진은 별이를 안은 채 겨우 집까지 도착했다. 옷을 벗기고 샤워를 시키려는데 아까보다 몸에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