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아주머니는 실망스레 말했다.”그러길 바래야죠.”동시에 허 아주머니의 정소월에 대한 불만은 더 커져만 갔다. 그래서 심유진이 더욱 그리워졌다.“참, 반에 별이라는 아이는 새로 전학 온 아이인가요?”허 아주머니는 화제를 별이한테로 돌렸다.“네. 전학 온지 일주일도 안됩니다.”별이 얘기를 하자 담임선생님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그 아이는 참 우수한 아이예요. 똑똑하고 말도 잘 듣고 다른 친구들한테도 다정하게 대해서 그를 싫어하는 아이가 없을 정도예요. 그러고보니 베이비가 별이랑 친구를 하게 하면 두 아이 사이도 풀어지고 다른 아이들도 베이비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요.”사실 허 아주머니는 별이를 예뻐하지 않았다. 심유진과 다른 남자의 아이이니 마음이 불편했다.담임선생님이 칭찬을 하니 허 아주머니의 마음은 더 불편해졌다.베이비랑 선명한 대비가 되어 허아주머니도 난처해진 것 같았다.허 아주머니는 생각했다. 심유진이 허태준의 아이를 가졌다면 별이와 같지 않을까 하고.하지만...에휴! 허 아주머니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허아리는 변했다.삼반 모든 학생 및 선생님이 발견한 사실이다.일주일동안 베이비는 다른 친구를 때리지도 않고 장난감도 뺏지 않았으며 다른 친구의 얼굴에 침을 뱉지도 않고 다른 친구들의 집이 가난하다고 조롱하지도 않았다.베이비는 별이와 붙어있기 시작했다. 맛있는 것과 재밌는 것을 다 별이에게 주고 대외적으로 별이가 제일 친한 친구라고 선언까지 했다.하지만 별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별이는 허아리가 짜증이 났다.별이는 허아리가 옆에 앉는 것도 싫고 자신의 팔을 안는 것도 싫었으며 억지로 이상한 물건을 주는 것도 싫었고 베이비와 친구하는 것도 싫었다.별이는 가끔 생각한다. 허아리가 별이한테 잘 보이려 하는 행동은 자신과 친구를 하고 싶은 것 때문만이 아닐 것이라고.별이는 고민을 심유진한테 얘기했다.심유진도 별이가 허아리와 가깝게 지내는 게 탐탁치 않았다.“그럼 무시하면 돼. 아무것도 받지 말고.”심유
토요일.유치원은 수업을 하지 않는 날이다.별이는 호텔의 키즈 파크가 싫증이 났다. 심유진은 별이의 작은 책가방에 영어 그림책과 태블릿을 넣어줬다. 별이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보내게 할 예정이다.꼭대기층 사무실에 들어가니 심유진은 분위기가 평소와 다른 것을 느꼈다.별이를 유치원에 보내느라 심유진은 매일 아침 마지막으로 출근한 사람이 되었다.그녀가 도착했을 때 모든 사람들은 자리에 앉아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지 오늘처럼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 않았었다.심유진이 들어오자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져 자리로 돌아가 컴퓨터를 켜고 문서를 키면서 켕긴 듯한 표정을 하였다.심유진은 지나치게 엄격한 리더가 아니었다.업무 시간만 아니라면 직원들이 이야기를 나누던 핸드폰을 하던 상관을 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9시도 되지 않았다.그래서 친절하게 물었다.”무슨 얘기중이었어요?”직원은 조심스레 심유진의 눈치를 보았다. 심유진이 궁금해서 묻는 것인지 아니면 책임을 물으려고 묻는 것인지를 판단하려고 했다.심유진의 시선은 그들의 겁을 먹은 얼굴을 지나 자신의 비서 방연에게로 떨어졌다.방연은 벗어나지 못할 것을 알고 그녀의 질문에 대답했다.”오늘 >제작팀이 저희 호텔에 입주를 해서 다들 들떠 있습니다.”제작팀이 입주하는 것쯤은 객실 매니저가 보고를 해서 알고 있었다.요몇 년래 심유진은 모든 시간을 일과 아이를 키우는데 써서 연예뉴스는 주의 깊게 보지 못했다.그래서 심유진은 이 사람들이 왜 그토록 흥분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방림은 심유진을 잘 알기에 설명을 했다.”>의 남자주인공은 작년에 핫했던 이정이고 여자주인공은 95년 후에 태어난 화아정이예요. 사람은 지금 모두 인기가 높고 많은 직원들이 그 두 람 팬이예요.”심유진은 직원들이 덕질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다. 다만--“덕질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손님한테 폐를 끼치지 않도록 하세요. 입주 체험에 영향 되지 않게요.”심유지는 귀띔을 했다.이 거래는 호텔이
그리고 심유진은 기억하고 있다. 16층에 머무른 손님들은 거의 전부 >제작팀 사람들이라는 것을.심유진은 안내데스크로 가서 시스템의 기록을 찾아보게 하였다.1623번 방은 틀림없이 >제작팀이 주문한 몇십 개 방중의 하나이다.방의 안배는 제작팀이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1623호에 입주한 손님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하지만1623번 방은 스위트 룸이었다. 그래서 그 방에 입주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몇몇 주연 외에 제작팀 내 지위가 있는 사람뿐이었다.만약 >의 제작팀이라면...심유진은 마음이 무거워났다. 바로 안내데스크의 무전기로 청소부한테 무전을 걸었다.”오늘 어느 분이 1623번 방을 청소했나요? 어떤 손님이 묵었는지 아시나요?”몇 분 후 누군가 대답했다.”제가 했습니다. 어떤 여배우인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분을 모릅니다.”여배우다. 제작팀이 아니다.심유진의 마음은 반쯤 놓였다.그녀는 경비한테 분부했다.”그 남자가 또 다른 방에 들어가면 저한테 바로 통지를 주세요.”심유진이 두려운 것은 여배우가 중간에서 다리를 놔주는 작용을 하는 것이었다.다행히 심유진이 잠들기 전까지 보안처의 전화는 없었다.이튿날 호텔에 전화를 걸어 물었더니 상대방은 이렇게 알려주었다.”그 남자는 온밤1623번 방에 있다가 오전8시가 되어서야 나갔습니다.”심유진은 얼떨결에 불륜을 마주친 꼴이 되었다.하지만 그녀와 큰 상관이 없었으니 더이상 손을 대지 않기로 했다.**저녁 여덟 시쯤 심유진은 탕비실에 가서 커피를 따랐다. 사무실에 돌아왔을 때 몇몇 직원이 일층로비에서 누군가 소란을 피우고 있다고 얘기를 하는 것을 들었다.아홉 시가 되어 떠날 때 심유진은 로비에서 홀 매니저를 만났다. 그래서 무심코 물었다.”저녁에 누가 소란을 피웠다면서요?”홀 매니저의 표정은 복잡했다.”네. 꽤 크게 피우던데요. 간신히 마무리했습니다.”“무슨 일이예요?”심유진은 이마를 찌푸리며 물었다.”저희 호텔에 불만이 있는
심연희가 소란을 피운 후 허태서는 다시는 킹호텔에 오지 않았다.하지만 며칠이 안 지나서 각 매체에서 허태서와 아정의 스캔들에 대해 폭로를 했다. 사진은 같은 사진이었고 폭로한 시간도 차이가 나지 않았다.사진은 몰래 찍은 것 같았으며 각도는 옆면이나 뒷면이었다. 전체 화면은 모호하였고 배경도 어두워 두사람의 희미한 윤곽만 볼 수 있었다.측면이 폭로된 사진은 허태서와 아정이라는것을 얼핏 구분할 수 있었다.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각 매체에서는 두사람의 고화질 정면사진을 대비사진으로 넣었다.여러 사진으로 스토리를 추리해낼 수 있었다. 허태서는 차를 몰고 아정이 퇴근하는 것을 기다렸다가 데려오고 두 사람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으며 허태서의 모 부동산에 가서 밤을 보냈다. 이튿날 아침이 되어서야 허태서는 차로 아정을 제작팀이 묵고 있는 킹호텔로 데려다 주었다.아정은 유명세를 타는 기간이었다. 데뷔를 해서부터 청순 가련한 이미지로 활동을 했지만 갑자기 유부남과 불륜스캔들이 떠 이미지에 타격이 심했다.그리고 사진도 빼도 박도 못했으니 회사와 팬들도 어쩔 수 없어 침묵하고 있었다.허태서는 늘 소문의 중심에 있었다. 정소월과 이혼할 당시 허태준과 정소월의 “불륜”때문에 소문이 자자했고 심연희와 결혼을 하면서 허태준이 총알에 맞아 혼미를 한 사건때문에 이목을 끌었었다.이러한 일들은 가십거리에 관심이 있는 네티즌이라면 다 알았다.인터넷에 허태서와 아정을 “상간남녀”라고 욕하는 소리도 많았다. 그들은 아정의 트위터에 욕을 했고 이로 인해 아정이도 댓글창을 닫았다. 그러자 그들은 YT그룹 트위터계정에 욕을 했다. 관리원도 댓글을 삭제하느라 팔이 아팠다. 그들은 또 >공식계정에 찾아가 욕을 해 아정이를 보이콧했다. 그리고 아정이를 >에서 하차 하라고 요구를 했다.이 소식들을 접하자 심유진의 평온한 마음에는 파장이 일었다.그녀가 걱정하는 것은 >이 아정때문에 무산이 되면 제작팀이 떠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호텔의 1시즌 매출
심유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아팠다. 그녀는 별이를 품에 안고 최대한 빨리 유치원에서 나와 차에 올랐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병원에 도착해서 소아과로 예약을 했다. 언제나 사람이 많은 병원인만큼 소아과 역시 사람으로 가득했다. 별이는 어릴 때부터 잘 아프지 않는 건강한 아이였다. 아파봤자 며칠 동안 약만 먹으면 낫는 가벼운 감기 정도였기에 병원에 간 적도 몇 번 없었고 병원에서 순서를 기다릴 때의 초조함 역시 겪어본 적이 없었다. 자기가 아픈 거면 모를까 아이가 아프니 심유진은 더욱 초조해져서 한시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1초라도 늦으면 별이의 병이 더 심각해질 것만 같았다. 심유진은 계단을 마주하고 있는 자리에 앉아 오고 가는 환자들을 살펴보며 자기 차례가 오기를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렸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진료실로 쳐들어가고 싶었지만 모두가 자신과 같은 마음일 것이라는 생각에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기다렸다. 그때 한 사람이 심유진의 눈길을 끌었다. 분명 여름인데 긴팔 긴바지에 외투를 걸치고 모자와 마스크까지 착용한 채 아주 자신을 꽁꽁 싸매고 있었다. 체형으로 봐서는 여성일 것 같았다. 그 여성은 목을 움츠린 채 바닥만 쳐다보며 한 번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마침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기에 심유진이 앉은자리에서 그 여성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비록 눈만 밖에 내놓은 상태였지만 심유진은 그 여성이 심연희라는 걸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심유진은 심연희가 자신을 알아볼까 봐 얼른 고개를 숙이고 별이의 얼굴도 가렸다. 하지만 심연희는 그 누구에게도 눈길을 주지 않은 채 다급하게 계단을 내려갔다. 심연희가 시야에서 사라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별이가 진찰받을 순서가 왔다. 사실 의사의 시선에서는 수두가 그렇게 심각한 병이 아니었기에 2분도 안 되는 사이에 진찰은 끝이 났고 약을 처방받고 나서 집에 갈 수 있었다. 심유진은 별이를 안은 채 겨우 집까지 도착했다. 옷을 벗기고 샤워를 시키려는데 아까보다 몸에 수
별이를 돌보기 위해 심유진은 본사에 휴가를 몰아서 신청했다. 수두는 심각한 병은 아니지만 굉장히 힘든 병이다. 다행히도 별이가 가려워도 긁지 않고 잘 참아주었다. 심유진은 별이가 잠이 들면 온밤 그 옆을 지켰다. 야근에 익숙해져서 괜찮은 줄 알았는데 며칠을 이어서 밤을 새우니 결국 몸에 무리가 왔다. 심유진은 장을 보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눈앞이 새까매져 바닥에 주저앉아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다. 다행히 아파트 주민들 대부분이 아침 일찍 출근하고 밤늦게 돌아오는 직장인들이라 점심때는 동네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 심유진은 이 장면을 본 사람이 없다는 것에 안심했다. 근데 그때 갑자기 검은색 남성 구두가 시야가 들어왔다. 심유진은 다급히 어지러운 머리를 부여잡으며 바닥에 떨어트린 물건들을 정리하고 일어났다. “괜찮아요?” 심유진이 행동을 멈췄다. 이 세상이 갑자기 정지된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허리 쪽에 시선이 갔을 때쯤 그 사람의 손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얗다 못해 투명해 보이는 그 손을 봐서는 아마 몇 년 동안 해를 보지 못한 것 같았다. 심유진은 그 사람의 얼굴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하지만 겁쟁이처럼 숨기도 싫었다. 심유진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 간신히 눈물을 참으며 덤덤한 척 고개를 들었다. 허태준은 6년 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마르다 못해 뼈만 남은 것 같은 앙상한 몸에 펑퍼짐한 옷을 걸쳤고 양 볼도 움푹 파여 들어간 상태였다. 만약 그 날카로운 눈매가 여전하지 않았다면 심유진은 못 알아봤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의 얼굴을 마주하자 심유진은 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허태준은 심유진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의 눈빛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어 보였다. 허태준이 허리를 굽히며 손을 내밀었다. “바닥이 더러워요, 잡고 일어나세요.” 심유진은 그 손을 2초간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자신과 선을 긋는 그 모습에 허태준의 얼굴에 잠시 그늘이 비꼈다. 심유진은 겨우 몸을
“제 이름은 어떻게 아시는 거죠?” 허태준이 물었다. “그리고 저희가 전에 알던 사이였나요? 제 아내는 또 누구고요?” 심유진은 멍해졌다. 그녀는 허태준을 빤히 쳐다보며 진짜 기억을 잃은 건지 아니면 그런 척하는 건지 알아보려 했다. 허태준의 눈빛이 정말 당황한 사람 같았다. 심유진은 시선을 거두고 담담히 얘기했다. “CY 그룹 대표님이시잖아요. 한번 뵌 적이 있는 것 같아 이름이 기억났어요. 그리고 아까는 제가 말실수했네요. 저희는 아무 사이도 아니고요, 그냥 결혼하셨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어서 아내분이 오해하실까 봐 한 얘기예요.” 허태준은 한마디도 안 하며 심유진을 바라보기만 했다. 심유진은 거짓말을 하는 것이 마음에 걸려 더 이상 그와 함께 있기가 힘들었다.“하여튼 따라오지 마세요.”심유진은 거의 뛰다시피 집으로 돌아왔다. 문을 잠그고 나서야 미친 듯이 뛰던 심장도 점점 진정이 되는 것 같았다. 별이는 거실에서 책을 읽다가 다급히 뛰여 들어온 심유진을 보고 걱정하며 물었다. “엄마, 왜 그래?””아니야, 아무것도.” 심유진이 억지로 웃어 보이며 장바구니를 들어 보였다. “엄마가 우리 별이 좋아하는 스테이크랑 간식들 잔뜩 사 왔어.” “오예!” 별이가 신나서 냉큼 달려와 간식들을 가져갔다. 평소에 간식을 잘 사주지 않지만 몸이 안 좋으니 특별히 사 온 것들이었다. 심유진은 별이가 간식을 다 챙겨가고 난 뒤에야 점심을 만들기 위해 주방으로 갔다. 하지만 음식을 만드는 내내 허태준의 얼굴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형민이 허태준은 여전히 병원에 누워있다고 얘기했었다. 그리고 어쩌면 평생을 병원에서 지내야 할지도 모른다고까지 말했었는데 의식을 되찾은 데다 기억까지 잃은 상태였다. 이런 결말이 허태준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심유진에게는 좋은 점이 많았다. 적어도 앞으로 만났을 때 어색할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심유진은 왠지 모르게 속상한 감정이 들었다. 손가락에 아릿한 통증이 전
심유진은 전처럼 여형민을 열정적으로 반겨주지 않았다. 그녀는 입구에 선 채 여형민을 집안으로 들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여긴 왜 왔어요?” 여형민은 당당하게 말했다. “별이가 초대해서요.” 심유진은 바로 몸을 돌려 그 스파이를 바라봤다. 별이는 여형민의 목소리를 듣고는 신나서 달려왔다. “삼촌!” 별이는 심유진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여형민의 손을 잡고 집안으로 들였다. 여형민은 어쩔 수 없이 들어오는 척하며 심유진을 바라봤다. 왠지 우쭐대는 것 같은 그 눈빛에 심유진은 화가 났지만 별이가 이렇게까지 좋아하는데 실망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차마 여형민을 내쫓지 못했다. 여형민은 사양하지 않고 쏘파에 앉아 별이를 자신의 무릎에 앉혔다. 여형민의 별이의 얼굴을 살피며 말했다. “어쩌다 이런 병에 걸렸어. 힘들어서 어떡해.” 별이가 고개를 저었다. “조금 가려운 것 빼고는 괜찮아요.” 별이가 이렇게 말하며 심유진의 눈치를 살폈다. 심유진은 별이가 자신이 걱정할까봐 일부러 그렇게 말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심유진은 별이의 마음이 따뜻해져 여형민에 대한 태도도 조금 누그러졌다. “뭐 좀 마실래요?” 심유진이 여형민에게 물었다. “주스랑 커피 있는데.” “따뜻한 물 한잔만 주세요.”여형민이 자신의 목을 잡으며 인상을 쓰고는 말했다. “요즘따라 목이 아프네요.” 심유진은 귀찮았지만 거절하지 않았다. “물 끓여 올 테니까 잠시만 기다려요.” 심유진이 주방에 들어가자마자 여형민은 다급히 휴대폰을 꺼내 별이를 찍었다. 얼굴과 목, 팔 쪽에 난 수포까지 모두 찍은 여형민은 그 사진들을 어딘가로 전송하더니 바로 다시 삭제해 버렸다. 별이는 여형민의 이런 이상한 행동들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그리고 이런 일들을 심유진에게 얘기하면 안 된다는 것에도 익숙해졌다. 심유진이 따뜻한 물을 들고나왔을 때 거실에서 두 사람은 열심히 블록 놀이를 하고있었다. 블록은 못 보던 것이었고 금방 뜯어낸 포장지가 바닥에 놓여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