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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화

별이를 돌보기 위해 심유진은 본사에 휴가를 몰아서 신청했다. 수두는 심각한 병은 아니지만 굉장히 힘든 병이다. 다행히도 별이가 가려워도 긁지 않고 잘 참아주었다. 심유진은 별이가 잠이 들면 온밤 그 옆을 지켰다. 야근에 익숙해져서 괜찮은 줄 알았는데 며칠을 이어서 밤을 새우니 결국 몸에 무리가 왔다.

심유진은 장을 보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눈앞이 새까매져 바닥에 주저앉아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다. 다행히 아파트 주민들 대부분이 아침 일찍 출근하고 밤늦게 돌아오는 직장인들이라 점심때는 동네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 심유진은 이 장면을 본 사람이 없다는 것에 안심했다. 근데 그때 갑자기 검은색 남성 구두가 시야가 들어왔다.

심유진은 다급히 어지러운 머리를 부여잡으며 바닥에 떨어트린 물건들을 정리하고 일어났다.

“괜찮아요?”

심유진이 행동을 멈췄다. 이 세상이 갑자기 정지된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허리 쪽에 시선이 갔을 때쯤 그 사람의 손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얗다 못해 투명해 보이는 그 손을 봐서는 아마 몇 년 동안 해를 보지 못한 것 같았다. 심유진은 그 사람의 얼굴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하지만 겁쟁이처럼 숨기도 싫었다.

심유진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 간신히 눈물을 참으며 덤덤한 척 고개를 들었다. 허태준은 6년 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마르다 못해 뼈만 남은 것 같은 앙상한 몸에 펑퍼짐한 옷을 걸쳤고 양 볼도 움푹 파여 들어간 상태였다. 만약 그 날카로운 눈매가 여전하지 않았다면 심유진은 못 알아봤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의 얼굴을 마주하자 심유진은 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허태준은 심유진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의 눈빛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어 보였다. 허태준이 허리를 굽히며 손을 내밀었다.

“바닥이 더러워요, 잡고 일어나세요.”

심유진은 그 손을 2초간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자신과 선을 긋는 그 모습에 허태준의 얼굴에 잠시 그늘이 비꼈다. 심유진은 겨우 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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