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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화

여형민이 소개한 가정부는 황씨 성을 가지신 여성분이셨다. 경주와 가까운 소도시에 살던 분이셨는데 그 도시에 사는 젊은이들은 대부분 경주로 가서 사업을 하는 편이었다. 황아주머니의 따님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머니와 둘이 지내면서 자신의 노력으로 좋은 대학도 가고 좋은 직장에 취업도 하고 경주 본지에 사는 남편과 이미 결혼도 한 상태였다. 사위 되는 분은 경주 사람이었지만 가정이 평범했기에 신혼집도 두 집이 겨우 마련했고 아직도 매달 대출이자를 갚는 중이었다. 딸은 효심이 지극해서 엄마가 혼자 외로울까 봐 경주로 모셔와 함께 지냈다. 그래서 황아주머니도 딸이랑 사위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가정부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 모든 건 황아주머니가 출근 첫날 심유진에게 해준 얘기들이었다. 이 나이대의 아주머님들이 수다를 떨기 좋아하는 건 당연했다. 황아주머니는 첫 만남부터 심유진을 딸이라고 부르고 별이는 아기라고 부르며 열정적으로 대해줬다.

심유진은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싫지도 않았다. 별이는 그런 황아주머니가 좋은지 황할머니라고 부르며 벌써부터 잘 따랐다. 황아주머니가 심유진 집에 올 때쯤이면 별이도 잠자리에 들 시간이었다. 심유진은 황아주머니가 별이의 잠자리를 지켜줬으면 했지만 황아주머니는 심유진도 재우려고 애썼다.

“여사장님이 저에게 내린 임무예요.”

심유진은 여형민을 자상하다고 칭찬해야 할지 쓸데없는 일에 간섭한다고 나무라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황아주머니는 맡은 임무를 착실히 수행했다. 매일 밤 아주머니는 심유진의 방에 급습했는데 만약 그때까지 자고 있지 않으면 쉴 새 없이 잔소리를 했다.

“밤을 새우는 게 건강에 얼마나 안 좋은데요. 고작 몇 시간 동안 일 좀 안 한다고 크게 달라지는 건 없어요. 저희 조카도 맨날 밤새다가 저번에 쓰러져서 가족들이 얼마나 놀랐는데요. 그리고 또...”

심유진은 끊이지 않는 잔소리에 컴퓨터를 끄고 잠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날들이 반복되니 심유진도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길들일 수 있었다. 이제는 커피를 마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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