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형민은 오랫동안 전화번호를 바꾸지 않았으니 연락을 하기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별이 휴대폰에도 여형민의 전화번호가 찍혀있었다. “유진 씨한테 메시지가 왔어!” 여형민의 목소리가 저도 모르게 높아졌다. 심유진의 전화번호는 별이를 통해서 알수 있었기에 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별이와 연락하고 있다는 사실이 들킬까 봐 먼저 연락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심유진 쪽에서 먼저 문자를 보낼 줄은 몰랐다. 그리고 문자를 보낸 목적도 어느 정도 예상이 갔다. 뭐라고 보냈는지 확인을 하기도 전에 허태준이 휴대폰을 뺏어갔다. “별이는 제 친구의 아들이에요. 아까 물어본 건 별이랑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니까 이상한 생각 하지 마세요. 특히 별이한테 아무 말도 하지 마시고요.” 여형민이 바짝 붙어서 문자를 확인했다. “말도 안 되는 거짓말.” 별이가 이미 엄마라고 부르는걸 여러 번 봤는데 이런 거짓말을 하는 심유진이 웃겼다. 허태준이 대신 답장을 보냈다. “알겠어요.” 답장을 하고 나서도 허태준은 휴대폰을 여형민에게 돌려주지 않고 심유진의 프로필 사진만 한참 바라봤다. 별이와 함께 놀이공원에서 찍은 사진이었는데 알록달록한 머리띠를 쓰고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고 너무 눈부셔서 씁쓸함이 몰려왔다. 허태준은 그 사진을 자신의 휴대폰에 저장했다. 여형민은 휴대폰을 가져가면서 우쭐댔다. “번호라도 보내줘?” 허태준이 담담하게 얘기했다. “그럼 난 네가 술 취해서 다른 여자 붙잡고 나은희만 외치던 영상으로 보답하면 될까?” 여형민이 바로 태도를 바꿨다. “형님, 왜 이러십니까. 너그럽게 봐주세요.” 허태준이 귀찮아하며 그를 밀어냈다. “앞으로 심유진이랑 나눈 문자는 다 나한테 보고해.” “알겠습니다!” 여형민이 굽신거렸다. 별이는 완전히 회복하여 유치원에 다시 가게 되었다. 하지만 심유진은 여전히 황아주머니를 자르지 않았다. 황아주머니의 주요 업무는 이제 별이의 잠자리를 지키는 것으로부터 별이를 유치원에
심유진은 황아주머니가 별이를 학대해서 밥을 안 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황아주머니의 사람 됨됨이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한다 해도 지내온 바로는 조금은 알수 있었다.더군다나 황아주머니는 여형민이 추천한 사람이기에 인품에 무슨 문제가 있지는 않을것이다.하지만 여형민이 추천한 사람이기에 심유진은 의심을 했다. 혹시 남몰래 여형민과 그렇고 그런 사이인 것은 아닌지?심유진은 직접 황아주머니한테 묻지 않았다. 황아주머니가 간 후 별이를 불렀다.별이에 대해서는 예전처럼 웃는 얼굴로 물었다.“저녁은 먹었어?”그녀는 물었다.별이는 머리를 끄덕였다. ”먹었어요~”심유진은 계속해서 물었다. ”뭘 먹었어?”별이는 거침없이 대답했다. ”토마토 계란볶음이랑 갈비찜이랑 배추랑 닭곰을 먹었어요.”─전부 별이가 좋아하는 것이였다.하지만 주방에서는 이런 음식을 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앞 세 가지 메뉴야 다 먹어서 없다지만 닭곰은 한번 하면 한 가마씩 끓이기 때문에 한 방울 남김없이 먹을 리는 없을 것이다.심유진은 더 깊게 파고들었다. ”누구랑 먹었어?”별이의 눈은 반짝했다.”황할머니랑요~”“그렇게 많은 음식을 둘이서 다 먹었어요?”별이는 아랫입술을 물고는 아래를 보면서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심유진은 확신할 수 있었다. 별이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심유진은 엄숙한 얼굴을 하고 별이를 자기 눈과 마주 보게 하였다.“하희광, 엄마한테 사실대로 말해.”“하희광”은 별이의 이름이다. 심유진은 엄청 화가 났을 때만 이렇게 부르곤 했다.별이도 잘 아는 사실이다.그래서 별이는 다급해 났다.“엄마!” 별이는 심유진의 목을 끌어안고 애교로 무마하려 했다. 하지만 심유진은 별이의 손을 치웠다.“똑바로 서!”심유진은 엄격하게 말했다.별이는 내키지 않았지만 곧게 섰다.“엄마가 다시 물을게. 누구랑 어디에서 저녁을 먹었어?”심유진은 별이의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별이가 심유진의 눈을 피하지 못하게 한글자 한글자 똑똑히 내뱉었다.별
심유진의 얼굴이 펴지지 않자 별이는 조심스레 다가가서 심유진의 손을 잡았다.“엄마, 잘못했어요. 화내지 마세요, 네?”별이는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내고는 크게 숨을 쉬지도 못했다.심유진은 별이의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파 별이를 끌어안았다.“그래.”심유진은 대답했다.“하지만 다음부터 엄마한테 거짓말을 하면 안 돼─누가 거짓말을 하라고 해도 안 돼.”“네!” 별이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날 밤 심유진은 황아주머니를 짤랐다.황아주머니는 긴장해서 물었다.“제가 뭘 잘못했나요?”심유진은 웃으면서 대답했다.“아니예요. 별이도 이젠 회복이 되었으니, 옆에 사람이 없어도 될것 같아서요.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나머지 월급은 내일에 카드로 보내드릴게요. 앞으로 또 필요하면 찾아뵐게요.”심유진은 알고 있었다. 황아주머니도 여형민의 지시를 받았다는 것을.하지만 황아주머니의 진실된 목적을 알 수 없기에 계속 불안할 것이다.그래서 불안전한 요소는 전부 제거 해야만 했다. 별이를 자신의 날개 아래에서 안전하게 보호해야 했다. **한편.황아주머니는 짤린후 여형민에게 전화를 했다.“여선생님, 어떻게 해야 할까요?”여형민은 일이 이렇게 빨리 들통이 나자 불만스러웠다.하지만 황아주머니의 잘못이 아니니 책망하려는 말을 하지 못했다.“순리에 맡겨야죠.”여형민은 말했다.“매일 밥만 해놓으세요.”전화를 끊고 여형민은 옆에 앉은 허태준을 허무하게 바라보았다.“다 들었지. 그래서 어떻게 할 예정이야?”허태준은 평온스러웠다. 이러한 변고에도 파장이 일지 않았다.“먼저 허태서를 처리하는데에 전념을 하지.”허태준은 말했다.심유진과 별이는...잠시 둬야만 했다.“허태서 말인데...”여형민은 안경을 올리고 차가운 눈빛을 하면서 웃으면서 말했다.“심연희와 이혼을 하고 있는 것 같더라.”“6년이면 오래되기도 했지.”허태준은 입꼬리를 올리면서 말했다.“허태서가 이번에 보인 인내심은 내 상상을 뛰어넘었어.”허태서는 심연희를 이용하기 위해 그녀
심유진은 또 한 번 작업 중에 별이의 담임선생님한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심유진은 급히 유치원에 갔다. 그리고 선생님들의 사무실에서 별이를 찾았다.별이는 담임선생님 자리 옆에 서 있었다. 얼굴을 숙인 채 눈을 붉히였고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다. 얼굴은 고집스런 표정을 지었다.─아픈 것 같지는 않았다.심유진은 살짝 시름이 놓였다.담임선생님은 심유진을 보자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별이 어머님─”별이는 눈물을 머금은 눈으로 고개를 돌려왔다. 고집스런 표정도 억울함으로 변했다.심유진의 가슴은 찌릿해났다. 다가가서 별이를 품에 안았다.“유 선생님.”심유진은 담임선생님한테 물었다.“무슨 일이에요?”담임선생님은 전화로 일이 났으니, 심유진더러 빨리 유치원에 와보라고 했다. 구체적인 얘기는 더 하지 않았다.담임선생님은 별이를 한눈 보고 한숨을 쉬었다.“별이가 베이비를 밀쳤어요. 베이비가 넘어지면서 뜨거운 물을 엎질러 팔에 화상을 입었어요. 지금 병원에 갔습니다.”심유진은 이마를 찌푸렸다─또 허아리다.매번 허아리와 얽히면 좋은 일이 없었다.“제가 안 밀쳤어요!”별이는 격동되어서 부인했다.“저는 그냥 손을 뿌리친 것뿐이예요! 허아리 혼자 넘어졌어요!”별이는 고개를 쳐들어 희망에 젖은 눈으로 심유진을 바라보았다.심유진은 별이의 머리를 어루만지고 부드럽게 말했다.“엄마는 별이를 믿어.”─심유진은 아들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별이가 진짜로 무엇인가를 잘못했다면 절대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별이는 그제야 마음 놓고 울었다.별이는 심유진의 다리를 끌어안고 얼굴을 그녀의 허리에 파묻었다. 어린 짐슴마냥 흐느끼며 울었다.심유진의 마음은 더 아파 났다.심유진은 정신을 차리고 담임선생님한테 물었다.“유 선생님. 별이가 베이비를 밀쳐놓는 것을 누가 봤나요? 아니면 CCTV가 증명할 수 있나요?”담임선생님은 난처해졌다.“누가 본 것도 아니고 CCTV도 없지만...베이비가 별이가 밀쳤다고 했어요. 저도 별이가 일부러 사람을
담임선생님은 계속해서 말을 붙였다.“원래는 선생님과 학생이 당번을 서는데 오늘 그 선생님이 병가를 내서 제가 다른 친구들을 데리고 옆방에 가서 낮잠을 자게 하느라 이쪽에 신경을 쓰지 못했어요.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눈으로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 두 친구의 얘기를 들었을 뿐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제 잘못입니다. 제가 책임을 다하지 못했습니다.”담임선생님은 자책했다.심유진은 담임선생님을 탓하지 않았다.어쨌든 허아리만 아니면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다.“허아리 가족은 뭐라세요?”심유진은 물었다.“할머님은 뭐라 안 하셨고 데리고 가셨습니다. 하지만 아리 어머님이 아시면...반에 찾아와서 난리를 피울 것이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계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담임선생님은 겁에 질린 표정을 하였다. 아마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닐 것이다.“네.”심유진은 이해를 표시했다.“다른 일이 없으면 별이를 데리고 갈게요.”담임선생님은 별이의 휴가를 허락했다.유치원을 나오는 길에 별이는 조심스레 심유진한테 물었다.“엄마, 화났어요?”심유진은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별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엄마가 왜 화를 내?”별이는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삽시간에 밝아진 것 같았다.심유진은 별이를 데리고 집에 가지 않고 호텔로 데려가지도 않았다.쇼핑몰로 가서 별이한테 새 옷 몇 벌을 사주고 별이가 바라고 바랐던 슈퍼히어로 피규어와 굿즈를 샀다.별이는 슈퍼맨의 빨간 망토를 하고 기뻐서 바람을 가르듯 걸었다.그들의 마지막 종착지는 프라이빗 영화관이었다.그들은 슈퍼히어로 테마의 방에서 별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두 편을 봤다. 그리고 별이가 좋아하지만 잘 사다 주지 않는 치킨과 햄버거도 사줬다.집에 돌아갈 때 별이는 아쉬운 표정을 했다.별이는 물었다.“엄마, 우리 맨날 이렇게 살면 안돼?”심유진은 엄격하게 안된다고 했다. 별이의 표정은 순간 어두워졌다.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차에 오르자 장난감을 갖고 잘 놀았다.별이가 더는 슬퍼하지 않으니 참 다행
허태준도 업무 중에 허아주머니한테서 온 전화를 받았다. 따라서 두 아이의 모순에대해서 알게 되었다.허아주머니의 안절부절과 달리 허태준은 생각을 거치지 않고도 단정할 수 있었다─허아리가 사고를 쳤겠구나 하고.몇년간 허태준은 허아리를 몇 번 보지 못했지만 허아리에 대한 요해는 훨씬 더 오래 같이 있은 허아주머니보다 더 깊다.허아주머니의 요구와 재촉하에 허태준은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병실침대에서 울부짖는 허아리를 보았다.허아리의 오른팔에는 붕대를 감고 있었다. 보아하니 허아주머니가 말한 화상이었다.병실에는 허아주머니가 전문적으로 허아리를 보살피게 하기 위해 찾은 아줌마와 허아주머니가 있었다.두분이 얼리고 달래도 허아리는 멈추지 않았다.허태준이 들어가서 가볍게 한마디를 했다.“그만해.”허아리는 금세 멈췄다.허아리는 놀란 눈을 하고 몸을 쭈그려 떨고 있었다.허아리는 허태준이 무서웠다.허태준은 이유 없이 허아리의 이런 반응이 만족스러웠다.그는 원래 마음이 차갑고 정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의 모든 부드러움은 심유진과 별이 한정이었다.그는 떼질 쓰는 아이를 정말 싫어했다. 특히 허아리같이 우는 모습이 귀엽지 않은 아이는 더욱 싫었다.아줌마는 자리를 비켜 허태준을 침대곁에 앉게 하였다.“무슨 일이야?”허태준은 허아리한테 물었다.허아리는 입술을 떨면서 허아주머니한테 도움의 눈빛을 보냈다.허아주머니는 허태준을 나무랐다.“베이비한테 좀 다정하게 대해.”허태준은 허아주머니를 바라보았다.허아주머니는 놀랐다. 그리고 마음이 아팠다.아마도 기억상실때문에 깨어나서부터 그 누구한테도 이렇게 차갑게 대하는 것이겠지.허아주머니는 단기간에 그더러 모든 가족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매번 이렇게 낯선 눈으로 바라볼 때면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허태준은 허아리를 보고 다시 물었다.“무슨 일이야?”허아리는 여전히 허아주머니를 바라보았다. 허태준은 그 모습을 보자 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얘기해.”허아리는 입을 삐죽하
허아주머니는 허태준이 정소월과 결혼하지 않을것이라는것을 진작에 알았다.허태준은 기억을 잃었을 뿐이지 성격자체가 변한것은 아니었다.예전의 아름다운 추억이 없으니, 감정도 없어졌을 것이고 허태준은 다른 낯선 여인을대하듯 정소월을 대하였다.하지만 허아리를 보더라도 정소월과 살아보려고 노력할 줄을 알았다.하지만─차라리 지금이 허아주머니가 소망하는 바였다.허아주머니는 시종일관 정소월이 맘에 들지 않았다. 그러기에 몇 해 동안 정소월을 집안에 들이지도 않았다.“그래.”허아주머니는 대답했다.“하지만 너는 베이비의 아빠다. 시간을 내서 보긴 해야 한다.”허아주머니는 손녀딸이 안타까웠다. 허아리가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자라는 게 싫었다.“알겠어요.”허태준은 차갑게 대답했다.병원에서 나와서 허태준은 바로 심유진네 집으로 갔다.여형민한테서 들은바로는 심유진이 별이를 유치원에서 데려갔다고 한다.그래서 그는 집아래에서 심유진과 별이를 한참이나 기다렸다.그들의 손에는 크고 작은 쇼핑백들이 들려 있었다.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보여졌다.허태준은 참지 못하고 담배 한 대를 물었다.자극적인 담배냄새는 다가가서 모든 것을 털어놓으려는 충동을 막았다.**“말한 대로 했으면 좋겠어요.”심유진은 그를 바라보고 냉정하고 차가운 눈빛을 했다.허태준의 마음은 찌릿해 났다.“물론.”그는 입꼬리를 올렸다.심유진은 문잡이를 꽉 잡고 물었다.“또 무슨 일이 있나요?”허태준의 시선은 그녀를 넘어 뒷쪽 거실에 머물렀다.“별이는 자?”심유진이 잔다고 얘기하려는 찰나 뒤에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엄마! 엄마!”별이는 기쁨에 겨워 소리 질렀다.“나 아이언맨 같지 않아?”심유진은 별이에게 아이언맨 옷을 사줬다. 별이는 그새를 못참고 갈아입고 있었다.문어구에 서있는 허태준을 보자 별이의 눈은 반짝였다. 더 큰 목소리로 말했다.“허삼촌! 이것 보세요! 아이언맨이에요!”별이는 가슴을 내밀면서 자랑스레 말했다.허태준의 얼굴은 부드럽게 변했
아마도 취미가 비슷했던 탓일까 허태준과 별이는 유난히 잘 맞았다.그날 밤 이후 별이는 “허삼촌”을 입에 달고 살았다. 심지어”여삼촌”보다 더 불렀다.그는 허삼촌을 집에 초대하라고 심유진을 종종 졸랐다.심유진은 당연히 거절을 했다.**허아리는 전학을 갔다─허태준이 약속한 대로 말이다.선생님과 학생 부모들은 다들 기뻐했다.허아리가 어디로 전학을 갔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도 없었고 담임선생님도 얘기를 하지 않았다.**간만에 휴가를 맞아 심유진은 네 시 반에 제때에 유치원에 도착했다. 별이를 데리고 영화나 보러 가기로 했다.계단을 올라서니 교실문어구 복도에 학부모들이 몰려 서 있는 것이 보였다.앞쪽에 선 몇몇은 세게 문을 두드렸고 뒤에 선 사람들도 창문으로 안을 들여다보면서 유리를 쾅쾅 두드렸다.너무나도 이상한 풍경에 심유진은 당황했다.그녀는 다가가 학부모 한 명을 잡고 물었다.“무슨 일이예요?”그 학부모는 입을 삐죽하면서 말했다.“허아리 어머니가 와서 안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어요! 왜인지는 모르겠어요.”심유진은 심장이 철렁하고 더 불안해졌다.허아리의 전학은 별이와 관련이 많았다. 정소월이 여기서 소란을 피우니 별이한테 피해가 갈가봐 긴장했다.그녀는 힘겹게 문어구까지 비집고 가 문너머로 희미하게 들리는 소란소리에 귀를 기울였다.“저한테 통지도 없이 전학을 보낼 수가 있나요?”“당신이 담임인데 어디로 전학을 갔는지 어떻게 몰라요?”“알려주지 않으면 나 안가!”“다 못가!”정소월의 목소리는 앙칼지고 높아 구분하기 쉬웠다.담임선생님이 뭐라 했는지 심유진은 한마디도 못들었다.“아이가 울어요!”뒷쪽 창문으로 들여다 본 학부모가 말했다.“아이 여러명이 울어요!”“아니 도대체 무슨 상황이야?”“다른 선생님은 교실 키가 없나?”“저 여자는 어디 아픈 사람이야?”학부모들은 의논을 하고 있었고 화는 점점 세졌다.그들은 더 세게 문과 창문을 두드렸다.“열어!”“빨리 문을 열어!”“들어가게!”이러한 풍경은 담임선생님을 더욱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