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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화

정소월은 허아리를 데리고 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방에 숨어있던 여형민이 나왔다.

“둘 다 연기가 대단한데?”

허태준은 바닥에 던져진 카드를 주어 쓰레기통에 넣었다.

“오늘 너네 집에서 잘게.”

허태준이 말했다.

“왜?”

허태준이 얼마나 까다로운 사람인지는 여형민이 가장 잘 알았다. 그래서 여형민은 허태준이 자기 집에 오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

“소독해야 돼.”

허태준은 바로 소독업체에 전화를 걸어 예약했다.

“정소월한테 이렇게까지 매정하게 굴면 허태서가 의심하지 않겠어?”

여형민이 걱정했다.

“마침 내가 기억을 잃었다는 걸 증명할 수 있잖아.”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허태준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난 내려가볼 건데. 넌?”

허태준이 여형민에게 물었다.

“내려가서 뭐 하려고? 소독하러 오실 때까지 기다리지 않을 거야?”

“아직 오려면 멀었어. 심유진이랑 별이가 아직 있는지 보고 올게.”

허아리의 치마가 확실히 더러웠었다. 비록 별이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저런 거짓말을 하는 걸 보면 확실히 별이를 만났을 것이다. 그리고 심유진이 별이를 혼자 외출하게 내버려 뒀을 리가 없었다.

“만나면 어쩌려고.”

여형민은 이 상황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봤다.

“너도 알잖아. 유진 씨는 지금 너랑 관련이 있는 모든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어.”

“그래서?”

허태준의 눈빛이 서늘했다.

“내가 장소를 바꿔서 사진만 들여다보려고 병원에서 나온 줄 알아?”

심유진과 별이가 갑자기 귀국하면서 허태준의 계획은 완전히 틀어졌다. 소식을 모를 때는 그리운 감정을 간신히 참았었는데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다고 생각하니 당장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허태준은 여형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계획을 바꿨다. 기억을 잃은 척 이곳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심유진과 우연히 만날 기회가 많을 줄 알았는데 심유진이 하루에 한 번 정도밖에 밖에 나오지 않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고정된 시간에 외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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