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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3화

그녀는 확실히 성생활을 오랫동안 안 했다. 하은설은 심유진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물었다.

“이 아이 낳을 거야?”

“아니!”

심유진의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아빠가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를 낳을 수는 없었다. 자신이 겪었던 비극을 아이도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하은설이 심유진의 선택을 의사에게 전달했다. 의사 선생님의 얼굴에서 웃음이 점차 사라지더니 아쉬움만 남았다.

“수술 날짜는 빠른 시일 내에 잡겠습니다. 그런데 그 전에 더 자세한 검사가 필요해요.”

한 시간 가량의 검사를 마친 후 의사가 얘기했다.

“지금 상태로는 당장 수술이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심유진은 약을 잔뜩 처방받았다.

“일단 몸상태부터 회복하고 일주일 뒤에 다시 검사하러 오세요. 그 사이에 정말 아이를 낳지 않으실 건지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네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심유진과 하은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 안은 너무 조용해서 서로의 숨소리까지 들릴 지경이었다. 한참 지나 하은설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이를 안 낳는 게 맞는 것 같아. 이제야 새 인생을 살아보려고 하는데 아이한테 잡혀 있을 수는 없지. 게다가 낳는다 하더라도 온전한 가족의 사랑을 줄 수 없잖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심유진은 아이를 낳을지 말지에 대해서는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 그저 아이 아빠가 누구일지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 시간을 계산해 보면 병실에서 병간호를 해주던 그때 임신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이상하게 몸이 쑤시긴 했는데 설마 밤중에 누군가 허태준의 병실에 들어가 그런 짓을 했던 걸까? 어떤 일이 있었던 간에 이제 심유진은 증거를 댈 수도 없었다.

“시내에 타로점을 봐주시는 분이 있는데 진짜 용하대!”

하은설이 일부러 화제를 돌렸다.

“이따 같이 가서 운세나 한번 보자.”

심유진은 이런 걸 잘 믿지 않았지만 하은설이 기대하는 듯하니 그냥 한번 체험이나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동의했다.

시내는 확실히 흥성흥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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