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럼 됐어, 오늘도 새로운 메뉴에 한 번 도전해 볼까?” “좋아요!” 심유진의 주의력도 금방 다른 곳으로 이전됐다. 둘은 오후까지 내내 바삐 돌아쳤고 어머니는 휠체어를 끌고 산책도 시켜주셨고 함께 낮잠도 잤다. 허태준은 여전히 평소와 다름없는 시간대에 돌아왔다. 현관 쪽에 낯선 신발이 놓여있는 것이 보였다. 허태준은 단번에 그것이 어머니의 신발임을 알아봤다. 거실의 불은 켜져 있었으나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허태준은 주방으로 직행했다. 역시나 두 사람 모두 싱크대 앞에서 뭔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인기척이 들리자,심유진이 먼저 고개를 들었다. “왔어요?’ 심유진이 웃으면서 말했다. 말투가 매우 따뜻했다. 어머니 앞에서 심유진은 다정한 아내인 척할 수밖에 없었다. “어.” 허태준이 대답하고는 가까이 다가가서 물었다. “뭐 하고 있어?” “어머님이 닭을 한 마리 사 오셨어요. 그래서 삼계탕 만드는 방법 배우고 있었어요.” “내가 도와줄 건 없어?” “없으니까 나가.” 허태준의 말에 어머니가 차갑게 대답했다. 허태준과 심유진 모두 얼음장 같은 그 태도에 놀랐지만,아이에 관한 일로 아직도 분이 덜 풀렸겠다고 생각하며 딱히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 허태준은 여기에 있어봤자 화만 더 낼 것 같아 주방에서 나갔다. 심유진은 분위기가 확 다운된 것 같은 느낌에 아까보다 목소리도 낮췄다. 어머니는 칼로 닭을 거칠게 손질하고 있었는데 여전히 표정이 좋지 않았다. 마치 이 기회에 화를 표출하는 것 같았다. 심유진은 차마 말을 걸지도 못하고 그냥 요리에 필요한 물건들이나 제때 가져다드렸다. “됐어, 도마 한번 씻어주면 돼.” 심유진은 도마를 씻으며 그 위에 깊게 파인 칼자국들을 보고는 입을 꾹 다물고 열심히 뒤처리했다. 저녁은 금방 완성되었다. 어머니는 심유진에게 먼저 식탁에 앉아있으라고 말한 뒤 완성한 음식들을 하나둘 식탁에 올려놓았다. 마지막으로 밥을 풀 때 어머니는 두 그릇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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