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Chapter 331 - Chapter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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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1화

허태준은 그녀를 노려보며 다시 한번 명령했다. “조용.” 허태준은 심유진을 집에 데려다준 후 곧장 정소월이 사는 곳으로 갔다. 그가 도착했을 때 집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문 앞에 발자국이 몇 개 찍힌 것이 보였는데 그 크기를 보아하니 남자 발자국이 분명했다. 허태준은 초인종을 누르지 않고 정소월한테 전화를 걸었다. “나 왔으니까 문 열어.” 2분 후 대문이 열렸다. 허태준이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정소월이 뛰쳐나오더니 그의 품에 안겼다. 정소월은 허태준을 꼭 안은 채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태준아, 드디어 왔구나.” 정소월의 눈물이 허태준의 셔츠를 적셨다. 허태준은 그녀의 등을 토닥거려 줬다. “괜찮아, 이미 갔어.” 정소월은 한참을 흐느끼다가 진정했다. 허태준은 집 안으로 들어온 뒤 따뜻한 물을 한 컵 따라서 정소월에게 건넸다. 그리고 허태준은 정소월의 옆에 십 센치 정도의 거리를 두고 앉았다. 정소월은 아직도 몸을 떨고 있었다. 눈가에는 마르지 않은 눈물이 아직도 고여있었다. 정소월이 물을 한입 마시고는 말했다. “이 집 위치를 그 사람이 이미 알아버렸어. 이젠 안전하지 않아. 또 찾아올지도 모르니까 여기에서 지낼 수는 없어.” 허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투자하려고 사둔 집이 몇 채 있어. 내일 한번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거기에서 살아.” “태준아...” 정소월이 허태준의 손을 잡았다. 입꼬리가 축 처진 모습이 불쌍해 보였다. “내가 어디로 가던 허태서가 쫓아올 거야. 그리고 또 찾아올 거고.” 허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그녀의 뒷말을 기다렸다. “그러니까 계속 곁에 있어 주면 안 돼?” 정소월은 다시 한번 허태준을 안았다. “날 혼자 두지 말아 줘 제발. 나 너무 무서워.” 허태준이 정소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나도 해야 할 일들이 있으니까 계속 옆에 있을 수는 없어,그렇게 무서우면 보디가드를 붙여줄게.” “다 필요 없어. 난 너만 있으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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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화

허태준은 반응이 매우 빨랐다. 그녀와 입술이 닿기 전에 그는 이미 손으로 정소월의 입을 막았다. 정소월은 입술에 차가운 손바닥이 닿자 당황해하며 눈을 떴다. 그녀는 한참 상황을 파악하더니 허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왜?” “결벽증이 있어서.” 허태준이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알잖아, 스킨십 잘 못하는 거.” 허태준이 스킨십을 싫어하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오직 정소월에게만 손을 잡는 행동이나 포옹 등이 허락되어 있었다. 정소월은 오랜 세월이 지났으니 그 결벽증도 많이 호전되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직도 똑같은 상황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럼 심유진이랑은...” 정소월이 줄곧 신경 쓰고 있던 문제를 물어봤다. 비록 허태준이 심유진에게 별 감정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어쨌든,부부이니 일정한 스킨십은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안 했어.” 허태준이 정소월을 달래는 투로 말했다. “결혼하고 나서도 계속 각방 썼고.”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나한테 거짓말하지 마.” 정소월이 입을 삐죽거렸다. “내가 널 왜 속여.” 허태준이 웃었다. 하지만 그 깊은 눈에는 웃음기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허태준은 그날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 심유진은 전혀 놀랍지도 않았다. 냉장고에는 심유진이 어제 만들어 놓은 망고 케이크가 손도 안 댄 채 그대로 놓여있었다. 결국은 심유진의 아침 메뉴가 되어버렸다. 심유진이 케이크를 막 한술 뜨려고 할 때 출입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심유진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허태준이 들어오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고 점심을 가져다주러 허태준 어머니가 오셨다고 하기에는 또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심유진은 포크를 내려놓고 휠체어에 탄 채 거실로 갔다. 신발을 갈아 신고 있는 어머니가 보였다. “오늘 왜 이렇게 일찍 오셨어요?” 심유진의 물음에 어머니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고양이 간식 좀 사 왔어. 일찍 와서 보고 싶더라고.” 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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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3화

어머니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럼 됐어, 오늘도 새로운 메뉴에 한 번 도전해 볼까?” “좋아요!” 심유진의 주의력도 금방 다른 곳으로 이전됐다. 둘은 오후까지 내내 바삐 돌아쳤고 어머니는 휠체어를 끌고 산책도 시켜주셨고 함께 낮잠도 잤다. 허태준은 여전히 평소와 다름없는 시간대에 돌아왔다. 현관 쪽에 낯선 신발이 놓여있는 것이 보였다. 허태준은 단번에 그것이 어머니의 신발임을 알아봤다. 거실의 불은 켜져 있었으나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허태준은 주방으로 직행했다. 역시나 두 사람 모두 싱크대 앞에서 뭔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인기척이 들리자,심유진이 먼저 고개를 들었다. “왔어요?’ 심유진이 웃으면서 말했다. 말투가 매우 따뜻했다. 어머니 앞에서 심유진은 다정한 아내인 척할 수밖에 없었다. “어.” 허태준이 대답하고는 가까이 다가가서 물었다. “뭐 하고 있어?” “어머님이 닭을 한 마리 사 오셨어요. 그래서 삼계탕 만드는 방법 배우고 있었어요.” “내가 도와줄 건 없어?” “없으니까 나가.” 허태준의 말에 어머니가 차갑게 대답했다. 허태준과 심유진 모두 얼음장 같은 그 태도에 놀랐지만,아이에 관한 일로 아직도 분이 덜 풀렸겠다고 생각하며 딱히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 허태준은 여기에 있어봤자 화만 더 낼 것 같아 주방에서 나갔다. 심유진은 분위기가 확 다운된 것 같은 느낌에 아까보다 목소리도 낮췄다. 어머니는 칼로 닭을 거칠게 손질하고 있었는데 여전히 표정이 좋지 않았다. 마치 이 기회에 화를 표출하는 것 같았다. 심유진은 차마 말을 걸지도 못하고 그냥 요리에 필요한 물건들이나 제때 가져다드렸다. “됐어, 도마 한번 씻어주면 돼.” 심유진은 도마를 씻으며 그 위에 깊게 파인 칼자국들을 보고는 입을 꾹 다물고 열심히 뒤처리했다. 저녁은 금방 완성되었다. 어머니는 심유진에게 먼저 식탁에 앉아있으라고 말한 뒤 완성한 음식들을 하나둘 식탁에 올려놓았다. 마지막으로 밥을 풀 때 어머니는 두 그릇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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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4화

어머니와 허태준이 서재로 들어갔다. 심유진이 걱정돼서 따라 들어가려는데 어머니가 막아섰다. “유진아, 이건 모자지간에 해야 할 얘기야. 너랑은 아무런 상관도 없어.” 심유진은 어쩔 수 없이 서재의 문이 굳게 닫히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허태준이 크게 혼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허태준은 딱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서재의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서는 평온한 표정으로 어머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리 뭐라고 하셔도 전 제 생각을 바꾸지 않을 거예요.” 어머니는 더욱 화가 나서 서재에 꽂혀있는 책을 아무거나 집어서 허태준에게 던졌다. “내가 지금 아이 일로 널 부른 줄 알아?” 허태준이 멈칫했다. 그걸 제외한다면 어머니가 화를 낼 이유가 뭐가 있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정소월이랑 붙어있지 말라고 분명히 경고했었지.” “근데 어젯밤에 뭐 하러 갔어.” 어머니가 또 손에 잡히는 대로 허태준에게 던졌다. 이래야만 자신의 화가 풀릴 것 같았다. 허태준은 날렵하게 그 책을 받아 안으며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어젯밤에 정소월이랑 있었다는 걸 어떻게 안 걸까? 심유진이 말했을까? 하지만 아까 심유진의 반응을 보아하니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누구한테 들으셨어요?” 엄마 앞에서 어제 정소월이랑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는 없었다. “누가 말해줘야 알아?” 어머니의 목소리가 어찌나 높았던지 밖에 있던 심유진까지 그 소리를 들었다. “인터넷에 너랑 정소월 기사가 쫙 깔렸어. 얼굴까지 확실하게 찍혔다고. 근데 네가 감히 나한테 거짓말을 하려고 해?” 허태준이 당황했다. 오늘 내내 일에 집중하느라 인터넷 기사는 확인하지 못했다. 직원들도 허태준의 성격을 알고 있으니 아무리 큰 스캔들이 떠도 허태준에게 얘기해 줄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과 상관없는 얘기를 하는 걸 싫어할 뿐만 아니라 애초에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았다. 하지만 허태준이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신경 쓰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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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5화

남녀가 한집에서 하룻밤을 같이 보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다들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허태준이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적었지만,정소월과 허태서가 이혼하려고 한다는 사실은 최근 경주에서 가장 핫한 뉴스였다. 일반인이라면 허태준과 허태서의 관계에 대해서는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정소월이 아직 이혼을 안 한 상태에서 그녀는 아직도 유부녀였다. 허태준이 유부녀와 하룻밤을 함께 보냈다는 사실은 대중의 질타를 받기에 충분한 뉴스였다. 심지어 많은 사람은 허태준이 돈이 더 많아서 정소월이 허태서와 이혼하려 한다는 소문까지 퍼뜨렸다. 댓글을 보니 대부분 허태준과 정소월의 불륜을 욕하고 허태서를 동정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허태준은 댓글을 한번 훑어보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오늘 올라온 기사들 다 삭제해.” “지금 지워서 무슨 소용이 있는데?” 어머니는 여전히 화를 가라앉히지 못했다. “이미 볼 사람들은 다 봤어. 내가 일찍 와서 인터넷 선을 뽑아뒀으니 망정이지 안그러면 유진이도 볼뻔했어. 도대체 정소월이랑 무슨 사이인지 똑바로 말해.” 허태준은 엄마를 속이기는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거짓말과 진실을 섞어가며 얘기했다. “정소월이 허태서와 이혼하려고 하는데 허태서는 동의하지 않나 봐요. 그래서 지금 법정 다툼까지 간 상태예요.” “그건 나도 아니까 중점만 말해.” “허태서가 조금 폭력적인 경향이 있으니까 보복당할까 봐 무서워서 저한테 도움을 청한 거예요. 그래서 전 빈집을 빌려줬고요.” “왜 하필 너한테 도움을 청하는 건데?” 어머니는 그 이유가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그리고 집을 빌려준 건 그렇다 쳐, 넌 왜 거기에서 밤을 지새우고 온 건데? 너네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 “저한테 도움을 청한 건 정소월이 아는 사람 중에 허태서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저밖에 없기 때문이었고 정소월이 혼자 못 있겠다고 해서 같이 있어 준 것뿐이에요. 아무 일도 없었고 각자 자기 방에서 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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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6화

심유진이 고개를 들고 허태준을 바라봤다. “네?” 허태준이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팔 부분에 아릿한 통증이 밀려왔다. 어머니가 사정없이 꼬집는 손길이었다. “어젯밤 일은 미안해.” 허태준이 말했다. 심유진은 그 말을 이해할 수가 없어 그저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어젯밤 무슨 일이요?” 어머니는 그 반응을 보며 며느리가 더욱 안타까워졌다. “어제 태준이가 소월이를 도와주러 가다가 기자들한테 사진이 찍혔나 봐.” 어머니가 허태준을 대신해서 말했다. 자신을 안쓰러워하는 그 눈빛을 보며 심유진은 더욱 당황했다. “근데 왜 저한테 사과하는 거예요?” ”사진 찍힌 걸로 사과하는 게 아니야. 한밤중에 정소월을 찾아가고 거기서 외박을 한 게 사과할 일이지.” 어머니가 말하면서 허태준을 매섭게 노려봤다. “하여튼 이번 일은 너무 심했어. 유진아 때리던지 욕을 하던지 마음대로 해. 난 네편이야.” 허태준을 때리거나 욕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머니, 태준 씨한테 너무 뭐라 하지 마세요.” 심유진은 배려심 넘치는 척하면서 어머니의 손을 잡고 토닥거렸다. “어젯밤에 소월 씨가 태준 씨한테 전화할 때 저도 옆에 있었어서 다 들었어요. 다급한 상황인 것 같아서 저도 많이 걱정했고요.” “태준 씨도 제가 혹시 질투할까 봐 갈지 말지 많이 망설였어요. 제가 설득해서 그제야 간 거예요. 그리고 제가 소월 씨랑 함께 있어 주라고 얘기했고요.” 심유진이 책임을 자신에게 넘기자 어머니도 더 이상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이 일로 많이 소란스러워져서 너한테 영향이라도 갈까 봐 그래.” 어머니가 심유진의 손을 잡았다. 두 눈에 걱정이 가득했다. “집에만 있는 사람인데 무슨 영향이 있겠어요. 다리도 다 낫고 출근할 수 있을 때가 되면 이 일도 잠잠해질 거예요.” 그리고 호텔에서 허택양을 제외하고는 그녀가 허태준의 아내인 걸 아는 사람도 없었다. 어머니는 한숨을 쉬었다. 심유진이 이렇게 허태준을 감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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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화

심유진이 별거 아니라는 듯 웃으며 말했다. “이러려고 결혼한 건데요 뭐.” 허태준이 입술을 깨물었다. 깊은 눈이 슬픔에 잠겼다. 식사가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정소월에게서 전화가 왔다. “태준아, 기사 봤어? 우리 둘이...” 정소월이 더듬거리며 말했다. 조금 울먹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응.” 허태준이 대답하며 열심히 밥을 먹고 있는 심유진을 한번 쳐다봤다. “이미 기사 내리라고 얘기했어.” “하지만 허태서가 이미 봤을 거야.”정소월은 겁에 질려 있었다. “또 찾아올까 봐 무서워.” “그렇게 빨리 찾아낼 리가 없어.” 허태준은 이미 사람을 시켜 정소월의 이사를 도왔다. “그리고 이미 보디가드가 옆을 지키고 있으니까,허태서가 널 해칠 일도 없고.” “그래도 무서워 태준아.” 정소월이 흐느끼며 말했다. “보고 싶어... 지금 나랑 같이 있어 주면 안 돼?” “안 될 것 같아.” 허태준의 말에 심유진이 젓가락질을 멈췄다.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다. “그 기사 우리 엄마도 봤어.” 허태준의 시선이 심유진 쪽으로 갔다가 또 금방 다른 곳으로 움직였다. “오늘 나 찾으러 오셨어. 그래서 한동안은 너한테 못 갈 것 같아.” 허태준의 말투가 매우 부드러웠다. 조금의 아쉬움도 담겨있는 것 같았다. “그럼 난 어떡해? 태준아, 네가 없으면 난 무서워서 잠도 못 자.” “미안.” 허태준은 흔들리지 않았다. “우리 엄마를 안 챙길 수는 없어.” 심유진은 허태준이 이렇게 효자인 줄은 몰랐다. 이 세상에 무서운 게 없는 사람이니 부모를 비롯한 그 누구의 말도 신경 쓰지 않는 줄 알았다. 정소월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어쩔 수 없이 타협했다. “알겠어. 그럼 혹시 매일 밤 영상통화 해도 돼?” “당연하지.” 심유진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보고 허태준이 한마디 보탰다. “심유진이 어머니한테 보고하지만 않는다면.” 심유진이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그럴 일은 없다는 뜻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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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8화

허태준은 그제야 고양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인상을 찌푸리면서 발을 들어 슬리퍼 우에 엎드려 있는 고양이를 떨어트렸다. 별로 심하게 넘어진 게 아니었기에 고양이는 또다시 일어나 슬리퍼 쪽으로 다가갔다. 허태준이 아예 고양이를 품에 안고 카메라를 비추며 정소월에게 소개했다. “심유진이 키우는 거야.” 정소월이 잠시 멈칫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너무 귀여워! 나도 고양이 한마디 키우고 싶었는데...” 정소월의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근데 허태서가 못 키우게 했었지...” “마음에 들면 내일 가져다줄게.” 허태준은 심유진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혼자 결정했다. 심유진은 뭐라고 한마디 하려 했으나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 수가 없어 허태준에게 손을 저으며 자신의 입장을 표명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허태준은 못 본 척 휴대폰만 들여다봤다. “안되지 않을까?” 정소월은 표정에 기대가 가득했지만 바로 좋다고 대답하지는 않았다. “유진 씨가 키우는 건데 허락은 받아야지.” “정확히 얘기하면 어머니가 키우라고 우리한테 주신 거야. 그러니까 나도 양육권이 반은 있다는 소리지.” 허태준은 휴대폰으로 얼굴을 미묘하게 가리며 심유진의 표정을 살폈다. 심유진은 매우 당황한 눈치였다. 허태준은 더욱 기분이 안 좋아졌다. 자신이 정소월에게 갈 때는 아무런 아쉬워하는 기색이 없다가 고작 고양이 한 마리에 이렇게 다급해하는 모습이라니... 정말 자신이 고양이보다도 소중하지 않은 존재인걸까? 허태준은 이를 꽉 깨물었다. “그러니까 얘를 어떻게 처리하던지 다 내 마음이야.” 만약 허태준이 정말 고양이를 보내버린다면 심유진도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정말 아쉬웠다. “아니면 한 마리 사주는 건 어때?” 정소월이 망설이다가 말했다. “만약 이 고양이를 가져다주면 유진 씨도 기분이 안 좋을 것 같은데.” 심유진은 허태준이 자신을 보든 말든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허태준은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 “그래,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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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9화

심유진은 허태준이 일부러 저런다는 걸 눈치챘다. “안 돼요. 고양이는 제 거니까 몰래 다른 사람한테 가져다주기라도 한다면 바로 어머님께 전화할 거예요.” 심유진의 말 때문인지 인터넷 연결이 끊겨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소월의 표정이 굳어졌다. 허태준은 심유진의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던지.” 심유진은 이를 꽉 깨물더니 필살기를 꺼내 들었다. “정소월씨랑 연락한다고 얘기할 거예요.” 허태준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네가?” “저도 한다면 하는 사람이에요!”심유진은 허태준의 기세에 눌려 울지 않으려 애썼다. “오늘 어머님 앞에서 한 약속 잊지 않았죠? 제가 다시 한번 말해드려요?” 허태준은 아무런 말도 못 했다. 결국 정소월이 그를 말렸다. “태준아 됐어, 나 고양이 필요 없으니까 그냥 유진 씨한테 드려.” 허태준이 차가운 시선으로 심유진을 바라보며 비꼬는 식으로 칭찬했다. “대단하네? 앞으로도 그렇게 행동하길 바랄게.” “네, 그럴게요.” 심유진도 웃으며 대답했다. 이런 다툼이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기에 심유진은 허태준이 자신을 어떻게 할까 봐 걱정되지는 않았다. 다만 정말 몰래 고양이를 처리해 버릴까 봐 무서웠다. 그래서 허태준이 집에 있기만 하면 고양이와 한시도 떨어져 있지를 않았다. 하지만 심유진이 예상하지 못한 것은 고양이보다 자신에게 먼저 일이 생겼다는 것이다. 사실 큰일은 아니었다. 다음 날 아침,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심유진은 허태준 아니면 어머니밖에 올 일이 없는 집에서 누가 초인종을 누른 건지 궁금했다. 배달을 시킨 적도 없고 택배를 시킨적도 없었다. 심유진은 인터폰으로 벨 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 확인했다. 익숙한 얼굴이 눈앞에 보였다. 정재하였다. “유진 씨, 계세요?” 심유진은 저번 돌잔치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나 심연희와 관련 있는 그 누구도 만나도 싶지 않았다. 심유진은 무시하고 침실로 들어갔다. 하지만 정재하는 굴하지 않고 벨을 계속 울렸다. 소리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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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0화

심유진은 결국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심 씨네 집안에서 받은 고통이 너무 많았는데 이젠 정재하도 그 집안사람이나 마찬가지이니 방심할 수 없었다. “그럼,태준 씨가 돌아오면 그때 다시 찾아오세요.” 심유진은 이렇게 얘기하며 정재하를 돌려보냈다. “태준 씨가 집에 없으면 어차피 들어와도 소용없잖아요.” 정재하가 뭐라고 더 얘기하려는데 심유진은 아예 통화를 끊고 인터폰의 전원마저 뽑아버렸다. 어차피 정재하를 제외 하고는 누구도 벨을 누를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 이 일은 이렇게 일단락된 줄 알았는데 두 시간도 지나지 않아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유진아, 지금 집에 있니?” 어머니의 말투가 이상했다. 미안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잘 보이려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심유진은 어머니가 아직도 허태준과 정소월의 스캔들을 신경 쓰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했다. “그럼요.” 심유진이 웃으며 답했다. “언제 오시려고요?” 어머니가 잠시 멈칫하더니 얘기했다. “오늘은 안 갈 생각이야. 기사님을 보낼 테니까 네가 이쪽으로 와.” 심유진도 깊게 생각하지 않고 대답했다. “네.” 기사님은 한 시간 반 뒤에 도착하셨다. 심유진이 초인종의 전원을 다시 켜두었으나 정재하는 다시 벨을 누르지 않았다. 아마 여러 번 눌러봐도 반응이 없으니 먼저 간 것 같았다. “집에 손님이 찾아오셨나요?” 심유진이 차에 타자마자 기사님에게 물었다. 이 이유가 아니고서야 어머니가 자신을 부를 리가 없었다. “확실히 손님이 두 분 찾아오셨습니다.” 심유진은 자신의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다행히 오늘 제법 깔끔한 차림이었다. 한 시간 반 뒤 차량이 허씨네 별장에 도착했다. 심유진은 거실로 들어가자마자 소파 중앙에 앉아있는 어머니와 양옆 구석에 앉아있는 사영은과 심연희를 목격했다. 휠체어를 움직이던 손이 순식간에 멈췄다. 심유진은 심장이 쿵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심유진은 저 둘이 이곳에 온 목적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게 뭐가 됐건 좋은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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