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준의 이 한마디 말에 분위기가 더욱 후끈해졌다. “야, 천하의 허태준이 마누라한테 잡혀 사네.” “와, 드디어 허태준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겼구나.” “제수씨, 최고예요 정말.” “제수씨, 아주 그냥 호되게 혼내주세요.” 심유진이 장단을 맞췄다. “어떻게 혼낼지 잘 생각해 볼게요.” 목소리에 웃음기가 서려있는 것이 억지로 맞춰주는 것 같지는 않았다. 허태준은 그런 심유진을 힐끗 쳐다봤다. 미소를 짓는 모습이 아까보다는 많이 편안해 보였다. 실내의 열기 때문인지 조금 홍조를 띠는 흰 피부와 조명이 비친 눈동자가 그녀를 더욱 사랑스럽게 만들었다. 허태준은 그녀의 허리를 감은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을 줬다. 갑자기 목이 타는듯한 느낌에 그는 방금 내려놓았던 술을 한 모금에 다 마셔버렸다. 차가운 술이 목구멍을 타고 흘러내려 몸의 열기를 식혀주는 것 같았다. 그가 술잔을 내려놓으니 다들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 “오늘 그냥 혼나시기로 하셨나 봐?” “자자자, 오늘 태준이 소원 성취하게 해 주자.” 누군가가 술병을 들고 와 빈 술잔을 채웠다. 심유진은 조금 당황했다. 자신을 핑계로 술을 안마시려고 하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나? 심유진은 그를 말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여자친구로서 다른 사람이 술을 먹이려고 하는데 가만히 있는 것도 이상할 것 같았다. 심유진은 휴대폰을 켜서 배달앱을 뒤적거리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했다. “음... 이 시간에 몽둥이는 배달이 될까요?” “제수씨, 걱정하지 마세요. 나무를 깎아서라도 튼튼한 걸로 준비해 드릴게.” “태준이 혼나는 거 영상으로 좀 남겨주세요.” 다들 한 마디씩 거들며 허태준을 놀렸다. 아내에게 잡혀 산다는 이미지가 자존심 상할 법도 한데 허태준은 전혀 기분이 나빠보이지 않았다. 그는 심유진이 억지로 장단을 맞추는 것일지 몰라도 일단은 그녀의 즐거워하는 모습에 기분이 좋았다. “왜, 나 혼내게?” 그가 심유진의 귓가에 속삭였다. 귀에 닿는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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