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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화

“처음 뵙겠습니다.”

장선생님은 차분하고 행동이 점잖아 보였다. 심유진은 그가 급히 집을 사러 온 다른 사람들과는 많이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집을 둘러보지 않고 그저 심유진을 따라 내내 걸었다. 예의를 갖추면서 선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심유진은 이분의 신분이 심상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왜 위치도 별로 좋지 않고 크지도 않은 이 집을 사려는 걸까? 궁금했으나 물어볼 수가 없었다. 겨우 집을 사려는 사람이 나타났으니 그 이유가 뭐가 됐던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 됐다. 집을 다 둘러보고 나서 장선생님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마음에 드네요. 혹시 지금 계약해도 될까요?”

그는 심유진의 집문서라던지 신분증 같은 것들을 확인해 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부동산 직원이 재빨리 미리 준비해 뒀던 계약서를 꺼냈다. 심유진은 계약서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 확인한 후 신중하게 서명을 했다. 하지만 장선생님은 달랐다. 그는 계약서를 받자마자 가장 뒷페이지를 펼치더니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장욱이라는 두 글자를 적어 넣었다. 심유진이 말했다.

“계약서 검토 안 해보셔도 괜찮으시겠어요? 혹시 문제가 있을 수도 있잖아요.”

장욱이 웃으면서 물었다.

“있어요?”

“어... 없긴 한데요...”

심유진이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장욱도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손에 들린 계약서를 심유진 것과 바꾸며 다시 한번 서명했다. 이로써 계약이 성사되었다. 계약서는 두 사람과 부동산 측이 각각 하나씩 가지고 있어야 했다. 장욱이 시계를 한번 쳐다보더니 말했다.

“혹시 이다음에 다른 일이 있으실까요?”

“아니요. 왜 그러세요?”

“그럼 오늘 바로 나머지 수속도 밟는 건 어떨까요?”

“그래요.”

심유진도 이참에 계약을 마무리 짓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계약서에 따르면 수속을 마무리 짓기 전 장욱은 심유진에게 일정한 금액을 먼저 지불해야 했다. 은행으로 가는 길에 장욱은 심유진에게 모든 금액을 이체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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