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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심유진은 허태준이 눈도 깜빡이지 않고 그 독한 술을 한병 다 마셔버리는 걸 지켜봤다. 하지만 허태준은 여전히 흐트러지지 않았다. 여전히 꼿꼿한 자세로 앉아있었고 그녀의 허리에 올려놓은 손을 내리지 않았다. 다들 술을 한병 더 열려고 하는데 여형민이 다음 코너를 소개했다.

“이제 선물을 교환해 볼까요?”

사실 선물교환은 모두가 별로 기대하지 않는 시간이었다. 남정네들끼리 직접 준비한 선물을 교환한다는 건 사실 낯간지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여형민은 어색해하는 친구들의 표정을 사진으로 찍어 기록해 두는 걸 매우 즐거워했다. 지금까지는 다들 이 시간을 가장 싫어했을지 몰라도 올해는 달랐다.

“그래, 꼭 제수씨 선물로 골라야지.”

“웃기지 마, 내가 고를 거야.”

그때 누군가가 끼어들었다.

“제수씨 선물은 태준 대표님한테 남겨드려야지. 아휴, 이 눈치도 없는 것들아.”

허태준은 그 말에 순간 감동받아 저 친구 회사랑 어떻게 합작할지 계획까지 세울뻔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달랐다.

“에이, 선물도 안 들고 왔는데 참여하면 안 되지.”

“제수씨가 대표님 선물은 따로 빼놨겠지. 이번에는 양보하라 그래.”

“태준아, 우리도 정상적인 선물 좀 받아보자.”

심유진은 자신의 선물이 이렇게까지 환영을 받을 줄 몰랐다. 그리고 자신이 이 시간까지 파티에 남아있을 줄도 몰랐다. 사실 뜨개질을 열심히 하긴 했어도 명품들로 온몸을 치장하고 있는 이 사람들에게는 초라한 선물일 뿐이었다. 선물교환 코너가 시작되고 여형민이 번호표가 들어있는 검은 상자를 들고 왔다. 모두 상자 안에서 번호표를 뽑고 같은 번호인 사람들끼리 선물을 교환하는 방식이었다. 모두 표를 뽑고 있는데 선물을 가져오지 않은 허태준은 그냥 조용히 심유진 옆에 앉아있기만 했다. 심유진과 같은 번호를 뽑은 사람이 곧 나타났다.

“우와! 나야! 내가 뽑았어!”

그가 번호표에 입을 맞추며 로또 1등 당첨된 사람처럼 기뻐했다. 다들 부러워하면서 선물 교환 코너가 끝이 났다. 그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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