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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심유진은 선물이라면서 챙겨준 과일들을 양손 가득 들고 여형민집을 나섰다. 심유진은 허태준의 손에 왠지 익숙한 종이백이 들려져 있는 걸 발견했다.

“어? 이건 제가 가져온 선물 아니에요?”

그녀는 아까 자신의 선물을 가져간 사람이 가장 열정적으로 허태준에게 술을 붓던 사람이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아까 뽑은 사람이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 나 주던데.”

허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저 중간 과정을 많이 생략하고 얘기했을 뿐이었다. 예를 들면 그 사람의 약점을 잡고 협박했다는 사실 말이다. 사실 심유진도 허태준의 지위나 능력이 그중에서 가장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모두 장난을 치긴 했지만 그래도 마음속으로는 진심으로 축복을 건네고 있었다. 그래서 누가 선물을 가졌던 아마 결국 허태준에게 전달해 줬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선물을 모르는 사람에게 줬다면 그냥 잠깐 민망하고 말았을 텐데 허태준이 가졌다면 이건 얘기가 달랐다.

“비싼 건 아니에요, 너무 기대하지 마요.”

“그래.”

엘리베이터는 금방 19층에 도착했다. 문이 열렸지만 심유진은 앞으로 갈 수가 없었다. 허태준이 그녀의 손목을 잡고 놔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 머리 아파.”

허태준이 얼굴을 찌푸렸다.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눈도 조금 풀린 것 같았다. 항상 차갑던 손도 지금은 후끈후끈했다. 심유진은 술에 취하면 미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하지만 허태준은 종래로 심유진 앞에서 취한 모습을 보인적이 없으니 심유진은 그도 이런 숙취를 겪진 않을까 싶었다. 그녀가 허태준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왠지 몸이 뜨거운 것 같아 심유진은 허태준 집에 들어가자마자 구급상자부터 찾았다. 허태준은 소파에 기대앉은 채 작고 여린 그 여자가 바삐 돌아다니면서 물도 떠주고 수건으로 얼굴도 닦아주는 모습을 지켜봤다. 위가 아픈 것도 잊어버릴 만큼 순간 만족감이 밀려왔다. 그는 취한 건 아니었지만 정말 몸이 안 좋았다. 야근하느라 저녁을 못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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