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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여형민의 집에 가기 전에 심유진은 집에 들러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준비한 선물을 챙겼다. 허태준과 여형민 집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그녀가 도착했을 때 허태준은 이미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허태준은 주머니에 손을 꼽은 채 벽에 기대서 서있다가 심유진이 오는 걸 보고 몸을 일으켰다. 그의 시선이 심유진이 들고 있는 종이백에 꽂혔다.

“이게 네가 준비한 선물이야?”

“맞아요.”

심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허태준을 보니 손에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다.

“선물 교환 안 할 거예요?”

“어.”

허태준이 대답을 하며 도어벨을 울렸다.

“재미없잖아.”

심유진이 입을 삐죽거렸다. 정말 제멋대로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허태준과 심유진이 동시에 파티에 도착하니 분위기가 한층 더 달아올랐다. 이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여형민의 오래된 친구들이었다. 그러니 허태준과도 잘 아는 사이라 ‘허태준의 여자친구’ 란 존재하지 않는 생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허태준이 정말 여자친구를 데리고 오니 놀랍기 그지없었다. 심유진은 여형민과 인사를 나누고 선물만 건네주고는 나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파티에 참석한 친구들이 너무 열정적으로 그녀를 붙잡으며 술을 따라주려 했다.

“얜 술 못 마셔.”

누군가 얼음을 넣은 보드카를 심유진에게 건넸으나 허태준이 그 손을 가로막았다. 그가 인상을 찌푸리며 흥분한 친구들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봤다. 보통 이쯤 되면 다들 눈치를 보며 멈추는데 오늘은 상황이 달랐다. 허태준의 여자친구라는 사실이 너무 놀라워 다들 내일 허태준 손에 죽는 한이 있더라도 오늘은 톡톡히 놀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 제수씨는 못 마시지만 너는 마실 수 있지?”

누군가 용감하게 먼저 시비를 걸어왔다. 허태준의 날카로운 눈빛에 잠깐 멈칫하긴 했지만 그는 최대한 허태준과 시선을 안 맞추면서 얘기를 계속해나갔다.

“아이고, 못 마시는 거면 어쩔 수 없이 제수씨가 대신 마셔야겠네.”

허태준은 이 일을 꼭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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