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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1화

‘하지만, 20살 남짓한 청년이 초급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건 말도 안 돼.’‘아니다.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겠어.’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귀대성은 그만 생각을 접었다.윤도훈만 있는 게 아니라 고태형도 함께하고 있으니 죽이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입장이다.‘일주일 뒤에 다시 만나자.’만약 윤도훈의 배후에 거물급 인물이나 강력한 실력을 지닌 배경이 있다면 그들과 연락을 취하기에 7일은 충분하다.그럼, 귀익혼의 죽음에 대해서 더 이상 추궁할 능력도 되지 못하니 그럴 운명이라 받아들이면 된다.하지만 그와 반대로 윤도훈의 배후에 아무 것도 없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며 귀대성은 마지막으로 윤도훈을 염려없이 노려보고는 핏빛 그림자로 변해 사라져 버렸다.귀대성이 떠나자 윤도훈은 입가의 핏자국을 닦으며 힘겹게 일어나서 고태형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그러자 고태형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손을 흔들며 인사치레를 했다.“아닙니다. 저희 가문과 깊은 인연을 나누고 계시는 분인데, 겨우 이 정도로 그런 말씀을 듣기엔 부끄럽습니다.”너스레 뜨는 모습으로 말하다가 고태형은 갑자기 진지한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그건 그렇고 어서 댁에 연락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버티기 힘들 것 같습니다.”이에 윤도훈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고 있습니다.”“그럼, 일주일 동안 저희 집에서 지내시는 건 어떻습니까? 상처도 치료하면서 좀 쉬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계속 지켜드리기는 힘들 것 같지만, 일주일 정도는 괜찮으리라 생각하는 바입니다.”속으로 어떠한 꿍꿍이를 품고 있는지 눈에 훤히 보인다.“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만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윤도훈은 완곡하게 고태형의 뜻을 거부했다.‘네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지 내가 모를 것 같아?’‘댁에 연락을 해? 나한테 그런게 있었나?’만약 고태형의 말대로 고씨 가문에 머물게 된다면 이는 죽음을 기다리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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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2화

한편, 귀대성은 바로 조씨 가문으로 향했다. 현숙애 그리고 조현인가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으니.“대사님, 어떻게 되셨나요? 윤도훈 그놈은 죽었나요?”조급한 목소리로 현숙애가 먼저 물었다.조현인 역시 잔뜩 기대한 모습으로 윤도훈이 죽었다는 말 한마디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하지만 두 사람의 기대와 완전히 어긋나는 답이 돌아오곤 만다.귀대성은 콧방귀를 뀌면서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죽은 것과 다름이 없지. 숨만 겨우 붙어 있으니.”이에 현숙애도 조현인도 의아해 마지 못했다.“죽지 않았다고요? 설마 대사님도 그놈을 어찌할 수 없는 겁니까?”놀라움을 금치 못한 조현인은 속으로 윤도훈의 실력에 대해 혀를 내둘렀다.‘윤도훈, 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 뭐가 그렇게 대단한 건데? 귀익혼도 귀익혼 스승도 널 죽일 수 없을 만큼 뭐가 그렇게 잘 났어!’자신의 실력을 의심하는 듯한 현숙애의 말에 귀대성은 바로 눈빛이 험상궂어졌다.순간 그는 현숙애의 목을 조인 채 들어 올리더니 히스테릭하게 외쳤다.“빌어먹을 년! 내 제자가 누구 때문에 죽었는데! 너희들 대신 윤도훈 처리하려다가 그렇게 된 거 아니냐! 무릎 꿇고 빌기는커녕 어디 감히 내 앞에서 지껄이는 것이냐! 네년도 똑같이 만들어 줘?”“그리고 뭐? 나도 그놈을 어찌할 수 없다고? 천만에! 그놈은 지금 목숨만 겨우 붙어있을 정도로 나한테 맞았어.”“난 그저 너그러운 마음으로 일주일만 시간을 준 것뿐이야. 적어도 뒷일을 치를 수 있게끔 시간은 줘야 하지 않겠어.”목이 꽉 조인 채 공중에 떠 있는 현숙애는 숨이 턱턱 막혀 왔고 당장이라도 터질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난폭하고 사악한 귀대성의 기운을 느끼고 난 현숙애는 두려움과 절망감에 심장이 팔딱였다.“제 뜻은 그게 아니에요. 제 말을 오해하신 것 같은데 전 절대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죄송합니다.”“대사님 실력으로 얼마든지 윤도훈을 죽일 수 있으리라 믿고 있었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현숙애는 있는 힘을 다해 사죄하며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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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3화

현숙애는 문득 무엇인가 떠오른 얼굴이다.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오르면서 교활한 모습을 보인다.“진짜인지 아닌지 한번 실험해 보면 알 수 있지 않겠어? 윤도훈 그놈이 그동안 저지른 일로 봐선 그놈 죽이려는 사람이 한 두명이 아닐 거야. 그들한테 슬쩍 소스 흘려서 우리 대신 ‘복수’하게 하자. 만약 일이 잘 풀려서 윤도훈을 죽일 수 있다면 우린 일주일 동안 애타게 기다릴 필요도 없잖아.”그 말에 조현인 역시 순간 두 눈이 밝아졌다.“그렇네요. 다쳤다는 소식만 내보내면 다들 그놈 죽이려고 미친 듯이 달려들 거예요.”...윤도훈은 차를 몰고 제황원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이찬혁에게 전화를 하면서.자기가 크게 다친 사실에 대해 말할지 말지, 자기 대신 율이를 며칠 동안 지키고 있어 달라고 말할지 말지 한참 동안 망설였다.망설임 끝에 그는 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평소에 했던 대화처럼 단약으로 얻은 수련 자원은 있는지 그것만 물었다.이찬혁에 대해 믿음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을 뿐.게다가 율이도 이진희한테도 ‘진살부’가 있으므로 일반인을 상대로 자신을 지키기에는 충분할 것이다.만약 ‘진살부’로 적을 상대할 수 없다면 이찬혁 역시 힘들 것이다. 적어도 지금의 실력으로는.같은 날 오후, 윤도훈은 가만히 집에만 있었다.상처 회복에 필요한 약재를 달이며 소아단과 용의 기운으로 천천히 회복에 집중했다.이쯤에서 승인해야 하는 바가 있다면 상처가 결코 작지만은 않다는 것이다.만약 용의 기운이 아니었다면 귀대성의 공격 두 번에 이미 송장이 되었을 것이다.지금은 겨우 목숨만 간당간당 붙어 있고 폐인이나 다름없다.온몸에 경맥이 끊어지면서 텅텅 빈 것이 짙고 순수했던 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단전에도 가뭄이 온 것처럼.그나마 다행인 건 ‘용 신장’에서 뜨거운 용의 기운이 흘러나와 온몸으로 퍼져 망가진 몸을 서서히 복구하고 있다는 것이다.“제발 폐인은 되지 말자. 폐인으로 사는 인생은 싫어.”윤도훈의 입가에 쓴웃음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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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4화

“너 그러다가 윤도훈 팬 되겠다? 그놈이 뭐가 대단하고 그러는 건데?”허승재는 노여워하며 소리를 질렀다.윤도훈 실력이 만만치 않다며 두려워하는 듯한 윤병우의 말에 허승재는 발끈하고 말았다. “그런 건 절대 아닙니다. 근데 어디서 들으신 겁니까? 믿어도 되는 겁니까?”윤병우는 조심스럽게 의문을 품어 보았다.“현씨 가문에서 알려주던데.”“현씨 가문이요? 수도권 현씨 가문 말씀이십니까? 확실하십니까? 설마 우릴 이용하려고 그러는 건 아니겠죠?”윤병우는 본래 의심이 많고 교활하기 그지없는 인간이다. 단번에 그 속의 이상함을 짐작할 만큼.“우릴 이용해?”허승재는 바로 눈살을 찌푸리더니 지시를 내렸다.“일단 윤도훈 제대로 감시하고 있어. 이상한 점 있으면 바로 연락하고. 그놈이 정말로 크게 다쳤거나 죽었다면 이진희는 결국 내 품으로 들어오게 되어 있어.”말하면 할 수록 허승재의 얼굴은 험상궂게 일그러졌다.이미 정신을 놓은 듯이 두 눈에는 광기가 가득했다.이진희를 얻으려는 허승재의 마음은 단지 그녀의 미모에 끌려서가 아니다.사랑은 어느새 집념으로 변해 모두를 헤치고 있는 있다.같은 시각 현숙애 모자는 윤도훈이 크게 다쳐 거의 죽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허씨 가문과 이씨 가문에 흘렸다....신혼 부부는 밤새 아무런 대화도 없었다.다음 날 아침, 윤도훈은 전과 변함없이 율이를 등교시키고 난 뒤 이진희를 데리러 갔다.겉으로 보기에는 평소와 별다를 것이 없다.“앞으로 바래다줄 필요도 데리러 올 필요도 없어요. 우리 사이에 그럴 필요 없어요.”이진희는 거실에서 윤도훈을 기다리고 있었다.그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덤덤하게 말을 내뱉었다. 차갑기 그지없는 눈빛과 함께.두 사람은 지금 가장 가까운 거리에 서로를 두고 있다.하지만 세상 그 무엇보다 먼 거리인 듯싶었다.마음이 멀어지면 몸도 멀어진다더니.“그래. 앞으로 원이한테 부탁해서 출퇴근해.”이진희의 딱딱한 말에 윤도훈은 고개만 끄덕였다.주저 없이 돌아오는 그의 대답에 이진희는 순간 멍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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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화

‘나라고 너랑 질질 끌고 싶은 줄 알아? 됐거든!’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졌던 사진들.다시 한번 떠올리면서 이진희는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지금 자신이 내린 선택이 맞다면서.인간쓰레기 때문에 눈물 흘릴 필요조차 없다며 아쉬워할 것도 없다며 속으로 수십 번을 되새겼다.하지만 바보처럼 눈물은 멈춰지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울었는지 이진희는 마침내 기운을 차리고 눈물을 닦을 수가 있었다.그러고는 다시 도도한 모습을 장착한 채 모든 자료를 챙겨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것처럼.“갑시다! 회사는 나중에 가고 일단 이혼부터 하죠.”한겨울의 칼바람이 예고도 없이 불어오는 것만 같았다.그런 이진희를 지그시 바라보며 윤도훈은 그녀가 울었다는 흔적을 발견했다. 두 눈은 퉁퉁 부은 채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으니.그 모습에 윤도훈은 순간 가슴이 확 막히면서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하지만 결국 아무런 말도 없이 고개만 끄떡인다.잠시 후.두 사람은 차에 올랐고 윤도훈이 운전대를 잡았다.이제 막 별장 대문을 나서려고 하는데 맞은편에서 벤츠 한 대가 달려오고 있다.벤츠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별장 입구를 막아버렸다.이윽고 차에서 세 사람이 내려왔다.그들의 정체는 바로 허씨 가문의 가주인 허홍현 그리고 허시연이다.그와 더불어 엄숙하고 차가운 표정을 지닌 중년 남성이 두 사람의 뒤를 함께 하고 있다.두 사람을 보자마자 이진희는 눈에 가시라도 박힌 듯이 인상을 찌푸리며 대놓고 싫은 티를 냈다.윤도훈은 안색이 살짝 변하면서 이상한 낌새를 느끼게 되었다.두 사람의 뒤에 있는 중년 남성에게 시선이 쏠렸는데 윤도훈은 곧 날카로운 눈매를 드러내고 만다.“무슨 상황인지 보고 올게.”윤도훈은 바로 시동을 꺼버리고 차에서 내렸다.그러고는 한사코 노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시죠?”“설마 심심해서 왔겠어요?”허시연은 두눈을 부릅뜨고 이를 갈았다.여기서 꼭 짚어줘야 할 부분이 있다면 허시연이 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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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6화

바로 이때 아우디 한 대가 별장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그들과 살짝 거리를 둔 채 차는 천천히 멈추기 시작했다.차 안에는 이천강, 이은정 그리고 이천강의 심복인 이수혁이 함께하고 있다.“뭐야? 우리보다 먼저 온 거야? 우리도 서둘러 온다고 온 건데.”이천강은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을 지켜보며 비아냥거렸다.“허씨 가문의 가주랑 딸 같은데. 저 집에서도 소식을 받았나 봐요. 윤도훈이 다쳤다는 소식.”잇따라 이은정도 비아냥거리며 덧붙였다.이때 이수혁이 물었다.“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지시만 내려주십시오.”“일단은 상황부터 지켜보자. 서두를 것 없을 것 같구나. 저 집안에서 먼저 간 봐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두 눈을 부릅뜬 채 이천강은 몹시나 교활하게 말했다.“참, 꼴 좋다. 그렇게 나대더니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어. 윤도훈, 네가 어떻게 죽는지 내가 똑똑히 지켜볼 거야.”이은정은 고소한 마음으로 좋은 구경을 기다리고 있다.한편, 거만하기 짝이 없는 윤도훈의 말에 허씨 가문 부녀는 순간 얼굴이 일그러졌다.허시연은 한사코 두 눈을 부릅뜬 채 윤도훈을 바라보고 있다가 무엇인가 발견한 듯했다.“윤도훈, 너 실은 지금 엄청 쫄았지? 네가 지금 어떤 꼴인지 다 알고 왔어. 너 지금 폐인이나 다름없지? 우리 수로 아저씨한테 자격이 없다고? 과연 그럴까? 자격 없는 사람은 네가 아닐까?”허홍현 또한 콧방귀를 뀌며 비할 데 없이 날카로운 눈매를 드러내며 윤도훈의 마음을 꿰뚫고 있는 듯했다.이진희는 그들의 대화를 듣고 순간 두려움이 밀려와 고개를 돌려 윤도훈을 바라보았다.조금 전까지 칼을 세웠던 두 사람이지만 그가 걱정되는 사실이다.“어떻게 된 거예요? 폐인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이진희는 본래 인간쓰레기만 못하는 그에게 오만 정이 떨어진 줄 알았다.하지만 그 모든 걸 듣고 난 뒤 가슴이 바짝 말라들었다.‘설마 오늘 이혼하자고 한 것도 이것 때문이야?’“그런 거 아니야. 저 사람들이 헛튼 소리 하고 있는 거야.”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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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7화

‘도대체 어찌 된 일이야?’‘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내가 폐인이 됐다고 누구한테 들었어요? 네?”바로 이때 윤도훈이 허홍현과 허시연을 차가운 눈빛으로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물었다. 얼굴에 사악한 웃음을 머금 채.“가까이 오지 마.”놀라움을 금치 못한 허시연은 두려움에 연신 뒤로 물러섰다.허홍현 역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억지로 웃음을 머금고 윤도훈에게 말했다.“뭔가 오해하신 것 같네. 내 친구 놈이 고대 무술에 미쳐있던 놈이라 그저 한 수 배우고자 찾아온 것뿐일세. 그게 전부고 다른 이유는 없어.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린 그만 물러가겠네.”말을 마치고 허홍현은 허시연을 확 끌어당겼다.걸음을 재촉하여 황급하고 처량하게 자기 차로 돌아갔다.행여나 윤도훈이 자기들 목숨까지 앗아갈까 봐 지체할 여유조차 없었다.이때 저승의 목소리에 비견되는 윤도훈의 말이 또다시 들려왔다.“저 시체까지 데리고 가시죠.”이에 허홍현은 온몸이 굳어지면서 허시연과 눈을 마주친 뒤 억지로 박수로의 시체를 차에 실었다.그러고는 걸음아 날 살려라 하며 줄행랑을 쳤다.이윽고 윤도훈은 여전히 차갑고 삼엄한 눈매를 한 채 한쪽에 세워져 있는 아우디 차로 향했다.텅텅텅-그는 바로 차창을 두드리며 차갑게 말했다.“내려오시죠.”몇 초 지나자 차창이 아주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차 안에 있는 이천강은 윤도훈을 보자마자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삼촌이 조카 보러 와도 안 되는 거야? 왜 이렇게 잔뜩 화가 나 있어? 어디 무서워서 놀러 오겠나.”이은정 역시 억지로 웃으며 입을 열었다.“형부, 왜 그렇게 날이 서 있어요? 언니랑 화해하려고 온 거예요.”모든 과정을 지켜본 이수혁 또한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박수로의 시체를 직접 보게 되었을 때 그는 심지어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역시 윤 선생님 실력은 따라잡을 수가 없습니다. 오늘부로 진심으로 탄복하는 바입니다.”그들의 말에 윤도훈의 입가에 실소가 터졌다.“나한테 한 수 배우려고 온 것 아닙니까?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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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화

모두가 떠나고 난 뒤 윤도훈은 아무 말도 없이 다시 차에 올랐다.이진희도 뒤따라 차에 올랐는데 걱정이 가득한 두 눈으로 윤도훈을 바라보고 있다.“어떻게 된 거예요? 왜 도훈 씨가 폐인이 되었다고 저러는 거예요?”윤도훈은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만 가로저으며 그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이진희는 달갑지 않은 얼굴과 함께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나하고 말도 하기 싫다는 거예요? 이제 당장 이혼할 사이니 상대할 필요도 없다는 거예요?”백지장처럼 하얗던 윤도훈의 얼굴은 갑자기 터질 듯이 빨갛게 달아올랐다.푸-그렇게 얼마 참지 못한 채 피를 왈칵 뿜어내고 말았다.초급 중기 강자의 실력을 지니고 있던 그는 웅장한 진기를 소유하고 있는 외에 육신의 힘도 만만치 않다.설령 몸속의 진기를 잃었다고 하더라도 육신의 힘만으로도 암력 고수 정도는 거뜬히 죽일 수 있다.다만 조금 전 공격을 더 할 때 다친 부분을 건드려 아물지도 않은 상처가 더욱 짙어진 것이다.본래 어떻게든 꾹꾹 참아보려고 했으나 그 누구한테도 보이고 싶지 않았으나 피는 뿜어져 나오고 말았다.노여움에 얼굴이 달아올랐던 이진희는 순간 사색이 되면서 두려움과 걱정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도훈 씨!”“괜찮아요? 갑자기 왜?”“일단 병원으로 가요. 내가 운전할 게요.” 허둥지둥거리며 이진희는 멘탈이 거의 나가버렸다.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윤도훈은 순간 마음이 더없이 복잡해졌다.그러나 대수롭지 않게 피를 닦고 난 뒤 고개를 흔들며 안심시켰다.“괜찮아. 피 토해냈으니 인제 괜찮아. 내가 의사인데 병원에는 왜 가.”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진희는 윤도훈을 바라본 채 다급하게 물었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정말로 다친 거예요?”윤도훈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나보다 실력이 훨씬 뛰어난 고수를 만나게 되었는데 이번엔 안전하게 넘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그러더니 그는 스스로 조롱하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너랑은 상관없는 일이니 걱정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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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화

그렇게 또 하루가 흘러 윤도훈은 용의 기운으로 한 30% 정도 회복되었다.비록 가장 좋은 상태까지 회복된 건 아니지만 적어도 용혼소울링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하여 그는 율이와 이진희를 바래다주고 픽업하는 외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련에만 몰두했다.귀대성이 다시 찾아왔을 때 실력이 조금이나마 올랐으면 하는 마음에서.그동안 윤도훈은 고씨 가문에서 선물로 준 백년 된 약재와 이찬혁이 양원단을 팔면서 얻은 여러 약재까지 모조리 흡수했다.하지만 기대와 달리 그 효과는 미미했다.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윤도훈은 점점 심장이 바짝 조여오기 시작했다.충족한 수련 자원이 없는 이상 일주일 안으로 귀대성에 맞설 수 있는 실력을 갖추게 된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와 다름없다.윤도훈은 이에 대해 잘 알고 있다.어느날 오후, 윤도훈은 이진희를 회사로 바래다주고 홀로 버스를 타고 마을로 내려갔다.약속한 7일까지 어느새 딱 3일밖에 남지 않았다.열심히 미친 듯이 수련했음에도 윤도훈의 실력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심지어 지난번에 입은 상처도 너무 심한 바람에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이제 곧 약속한 날짜가 다가오는데 나 정말 이대로 죽는 거야?”마을로 내려온 윤도훈은 낡은 자기 집을 바라보며 길 잃은 아이처럼 중얼거리고 있다.윤도훈은 자기 상황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다.강대한 배경은 고사하고 마음 편히 기댈 수 있는 사람조차 없는 인생이다.그래도 마음속으로 내내 속삭이고 있었던 자그마한 미련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어쩌면 이번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만 같아 마을 고향집으로 내려온 것이다.부모님이 남긴 기운을 다시 한번 느끼고 부모님의 유품들을 다시 한번 꺼내 보았다.그리고 윤도훈은 이미 마음속으로 생각을 마친 상황이다.만약 약속한 날짜가 되기까지 그 어떠한 방법도 찾아내지 못했다면 마지막 날에 이찬혁을 다시 불러올 생각이다.손에 들고 있는 모든 재산을 이찬혁에게 넘김과 동시에 율이도 그에게 맡길 생각인 것이다. 율이 데리고 도운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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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0화

돌로 된 덮개인데 이마저도 보통 돌이 아닌 것 같았다. 일반인 혼자서 전혀 움직일 수 없을 만큼.윤도훈이 서서히 기억이 생겨날 때부터 이 우물은 덮개로 덮여 있었던 것 같았다.무거운 것도 있지만 집에 물이 콸콸 잘 나오므로 그 누구도 이 덮개를 들추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다.그러나 묵직하고 거대한 돌 밑에 다른 세상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다.후-거대한 돌을 들추는 순간 윤도훈은 시원하고 상큼한 공기를 느끼게 되었다.느끼는 것만으로 모자라 깊이 들이마시기까지 하니 정신이 번쩍 드는 것만 같았다.‘영기! 이렇게 짙을 수가!’윤도훈은 우물 곁에 납작 엎드려 아래로 내려다보았다.이윽고 두 눈이 점점 휘둥그레지면서 놀라움과 격동한 모습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20미터 남짓한 우물 밑에 ‘정수’한 그릇이 있었으니 말이다.윤도훈은 이 ‘정수’가 보통 물이 아니라 영기가 모여 만들어진 ‘영천’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윤도훈은 다시금 깊이 들이마시고는 손을 뻗어 한쪽에 있는 덮개를 잡더니 바로 우물 아래로 내려갔다.그러고는 손에 잡고 있던 덮개를 바로 다시 덮어버렸다.풍덩-우물 밑으로 내려와 영천 속에 그대로 빠져 가벼운 소리를 냈다.영천은 그리 깊지도 않았다. 윤도훈의 무릎까지도 오지 않을 정도로.그러나 이는 천지의 모든 영기가 이 곳으로 모여 액체로 변한 것이다.한 방울이라도 그 속에 함유되어 있는 영기는 손바닥만 천영옥에 비견된 다는 말이다.“역시 죽으라는 법은 법구나! 죽으라는 법은 없어! 하하.”윤도훈은 무릎을 접고 앉아 영천 속에 몸을 절반 담갔다. 기뻐해 마지 못한 얼굴로 천천히 즐기는 중이다.그러다가 그는 문득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어머니, 아버지, 두 분께서 저를 지켜주고 계신 겁니까?’정이 많은 윤도훈이 아니었다면.죽기 전에 자기가 살았던 고향집으로 내려오고 싶지 않았더라면.부모님이 그리워하는 그가 아니었다면.아마 이 우물 속에 영천이 있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세상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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