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30화

돌로 된 덮개인데 이마저도 보통 돌이 아닌 것 같았다. 일반인 혼자서 전혀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윤도훈이 서서히 기억이 생겨날 때부터 이 우물은 덮개로 덮여 있었던 것 같았다.

무거운 것도 있지만 집에 물이 콸콸 잘 나오므로 그 누구도 이 덮개를 들추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묵직하고 거대한 돌 밑에 다른 세상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다.

후-

거대한 돌을 들추는 순간 윤도훈은 시원하고 상큼한 공기를 느끼게 되었다.

느끼는 것만으로 모자라 깊이 들이마시기까지 하니 정신이 번쩍 드는 것만 같았다.

‘영기! 이렇게 짙을 수가!’

윤도훈은 우물 곁에 납작 엎드려 아래로 내려다보았다.

이윽고 두 눈이 점점 휘둥그레지면서 놀라움과 격동한 모습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20미터 남짓한 우물 밑에 ‘정수’한 그릇이 있었으니 말이다.

윤도훈은 이 ‘정수’가 보통 물이 아니라 영기가 모여 만들어진 ‘영천’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

윤도훈은 다시금 깊이 들이마시고는 손을 뻗어 한쪽에 있는 덮개를 잡더니 바로 우물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고는 손에 잡고 있던 덮개를 바로 다시 덮어버렸다.

풍덩-

우물 밑으로 내려와 영천 속에 그대로 빠져 가벼운 소리를 냈다.

영천은 그리 깊지도 않았다. 윤도훈의 무릎까지도 오지 않을 정도로.

그러나 이는 천지의 모든 영기가 이 곳으로 모여 액체로 변한 것이다.

한 방울이라도 그 속에 함유되어 있는 영기는 손바닥만 천영옥에 비견된 다는 말이다.

“역시 죽으라는 법은 법구나! 죽으라는 법은 없어! 하하.”

윤도훈은 무릎을 접고 앉아 영천 속에 몸을 절반 담갔다.

기뻐해 마지 못한 얼굴로 천천히 즐기는 중이다.

그러다가 그는 문득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 아버지, 두 분께서 저를 지켜주고 계신 겁니까?’

정이 많은 윤도훈이 아니었다면.

죽기 전에 자기가 살았던 고향집으로 내려오고 싶지 않았더라면.

부모님이 그리워하는 그가 아니었다면.

아마 이 우물 속에 영천이 있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세상 모든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