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 된 덮개인데 이마저도 보통 돌이 아닌 것 같았다. 일반인 혼자서 전혀 움직일 수 없을 만큼.윤도훈이 서서히 기억이 생겨날 때부터 이 우물은 덮개로 덮여 있었던 것 같았다.무거운 것도 있지만 집에 물이 콸콸 잘 나오므로 그 누구도 이 덮개를 들추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다.그러나 묵직하고 거대한 돌 밑에 다른 세상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다.후-거대한 돌을 들추는 순간 윤도훈은 시원하고 상큼한 공기를 느끼게 되었다.느끼는 것만으로 모자라 깊이 들이마시기까지 하니 정신이 번쩍 드는 것만 같았다.‘영기! 이렇게 짙을 수가!’윤도훈은 우물 곁에 납작 엎드려 아래로 내려다보았다.이윽고 두 눈이 점점 휘둥그레지면서 놀라움과 격동한 모습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20미터 남짓한 우물 밑에 ‘정수’한 그릇이 있었으니 말이다.윤도훈은 이 ‘정수’가 보통 물이 아니라 영기가 모여 만들어진 ‘영천’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윤도훈은 다시금 깊이 들이마시고는 손을 뻗어 한쪽에 있는 덮개를 잡더니 바로 우물 아래로 내려갔다.그러고는 손에 잡고 있던 덮개를 바로 다시 덮어버렸다.풍덩-우물 밑으로 내려와 영천 속에 그대로 빠져 가벼운 소리를 냈다.영천은 그리 깊지도 않았다. 윤도훈의 무릎까지도 오지 않을 정도로.그러나 이는 천지의 모든 영기가 이 곳으로 모여 액체로 변한 것이다.한 방울이라도 그 속에 함유되어 있는 영기는 손바닥만 천영옥에 비견된 다는 말이다.“역시 죽으라는 법은 법구나! 죽으라는 법은 없어! 하하.”윤도훈은 무릎을 접고 앉아 영천 속에 몸을 절반 담갔다. 기뻐해 마지 못한 얼굴로 천천히 즐기는 중이다.그러다가 그는 문득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어머니, 아버지, 두 분께서 저를 지켜주고 계신 겁니까?’정이 많은 윤도훈이 아니었다면.죽기 전에 자기가 살았던 고향집으로 내려오고 싶지 않았더라면.부모님이 그리워하는 그가 아니었다면.아마 이 우물 속에 영천이 있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세상 모든
이진희는 웃으며 불안해하는 율이를 다독여 주었다.“율아, 걱정하지 마. 아빠 이제 곧 오실 거야.”하지만 이진희 역시 밤새 소식이 없는 윤도훈이 걱정되기만 했다.율이를 목숨만큼 소중히 여기는 윤도훈인데 아무런 이유도 없이 율이를 홀로 유치원에 둘 리가 없다.게다가 다들 기다릴 걸 뻔히 알면서도 전화 한 통 없을 리도 없다.심지어 지금까지 깜깜무소식이다. 전화도 영상통화도 메시지도.불안감은 점점 부풀어가고 이진희는 서서히 나쁜 생각까지 들기 시작했다.‘설마 무슨 일 난 건 아니겠지?’‘설마 도훈 씨가 말했던 그 사람이 도훈 씨를...’‘아니야! 아니라고!’‘절대 그럴 리 없어!’이진희는 속으로 자신을 다독이며 가능한 한 평온한 모습을 유지하도록 애썼다. 율이가 보고 있으니.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이진희는 불안해하는 율이를 계속 다독였다.그 위로에 율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아빠 꼭 돌아올 거예요. 율이 버리고 갈 아빠가 아니에요.그러더니 커다란 두 눈을 깜빡이며 덧붙였다.“진희 이모도 여기 있는 데 이모 버리고 갈 아빠도 아니에요.”그 말에 이진희는 아리따운 얼굴과 어울리지 않은 억지웃음을 띄었다.‘율이야, 사실 이모랑 네 아빠는...’이진희는 속으로 자신을 비아냥거렸다.그렇게 또 이틀이라는 시간이 흘러 지나갔다.약속한 날짜가 코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하지만 윤도훈은 지금껏 그림자조차 드러내지 않고 그 누구도 그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우물 위를 덮고 있는 묵직한 덮개는 그 속에 갇혀 있는 천지 영기가 흘러 나가지 못하게 단단히 막고 있다.본래 이상한 물건이라 외부의 기장과 완전히 단절할 수 있다.신호 따위는 더더욱 덮개를 뚫고 들어갈 리가 없다.같은 날 오전.허승재는 지금 윤병우와 통화 중이다.요 며칠 동안 그는 날마다 윤병우와 전화를 주고받는 있는데 그 이유는 윤도훈에 관한 모든 걸 듣기 위해서이다.“윤도훈은 아직도 소식 없어?”“네. 그 뒤로 단 한 번도 본 적 없습니다. 딸 등하원도 시켜주지
“그딴 놈 때문에 노여워하실 필요 없어요. 도련님, 이만 노여움 푸시기 바랍니다.”윤병우는 조심스러운 말투와 신중한 말로 허승재를 위로했다.그러다가 갑자기 말투가 바뀌면서 험악하면서도 사악한 목소리로 운을 떼기 시작했다.“도련님, 혹시 이미 죽은 건 아닐까요? 3일이 다 돼 가도록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는데, 그 귀패문 고수한테 죽은 건 아닌지.”“제발 그랬으면 좋겠어. 꼭 죽었으면 좋겠어.”허승재는 삼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죽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아마 지금쯤 어느 한구석에 숨어 있을 거예요. 딸까지 버리고 간 걸 보면 절대 나타나지 못할 겁니다. 게다가 이미 폐인이 되었는데 나타난다고 한들 두려워할 것도 없고요. 그리고 이진희 씨는 언젠간 그놈한테 오만 정이 뚝 떨어질 겁니다.”“그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 내가 어떻게 해서든 이진희 손에 넣고 말 거야. 딸까지 버리고 간 독한 놈. 잠깐, 아빠도 도망갔는데, 그 딸은 살아서 뭐 한데? 살 의미가 있을까? 잘 들어, 지금 너한테 절호의 기회를 줄테니 어떻게든 그 계집애 죽여. 그래야 내가 한이 풀릴 것 같아.”인간이길 포기한 것일까? 허승재는 눈에 뵈는 게 없는 것 같았다.율이를 죽이라는 말에 윤병우는 눈동자가 크게 요동쳤다.머뭇거림 끝에 윤병우는 용기 내어 자기 생각을 밝혔다.“도련님, 제 생각에는 그럴 필요까지 없을 것 같습니다. 윤도훈 그놈만 죽으면 그만이지 않습니까? 어린아이 일뿐인데...”“죽이라고! 못 알아들었어? 죽이라고!”허승재는 윤병우의 말을 바로 끊어 버리고 단호하게 말했다.“네. 지시대로 하겠습니다.”두려움에 심장이 헐떡인 윤병우는 바로 하겠다고 대답했다.그러고는 또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근데 제 쪽에 고수가... 제가 알기로는 이원 밑에 있는 심복 수하들이 암암리에 이진희 씨와 그 계집애를 지켜주고 있습니다. 제 곂에 있는 부하들로는 이원 쪽에 있는 고수들을 치울 수 없을 것 같은데. 수도권에서 고수 몇 분만 좀 보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가능하
윤병우의 시나리오를 듣고 주선미는 구미가 확 당겼다.단 한 번의 연출로 쉽사리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솔깃했다.윤도훈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바로 율이이다.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사람.시나리오대로 잘 흘러간다면 율이는 친엄마인 주선미만 찾게 될 것이다.그리고 율이가 이진희한테 완전히 실망하게 된 다면 윤도훈과 이진희를 갈라놓는 건 시간 문제에 불과하다.“좋아요! 그렇게 하죠.”주선미는 흥분한 모습이 얼굴에 역력한 채 속으로 차갑게 웃었다.‘윤도훈! 넌 내 꺼야!’같은 날 저녁.시간이 끝나자마자 율이는 부랴부랴 유치원 문 앞으로 달려갔다.커다란 두 눈에는 기대가 가득하다. 가장 친숙하고 익숙한 그림자를 기대며 달려가고 있다.그 사람이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자기를 기다렸으면 하는 마음으로.하지만 율이는 이진희를 보게 되자마자 바로 풀이 죽고 말았다.“진희 이모.”실망한 모습을 애써 숨기고 율이는 이진희를 향해 손을 흔들며 달콤하게 불렀다.하지만 실망한 눈빛을 완전히 숨기지는 못했다.이에 이진희는 속으로 안타까워하며 율이의 작은 손을 살포시 잡았다.“율이야.”바로 이때 사랑이 듬뿍 담긴 목소리가 들려왔다.환하게 웃는 얼굴로 주선미가 두 사람을 향해 천천히 걸어오고 있다.주선미는 걸음을 멈추고 몸을 숙이고 앉아 율이를 향해 양팔을 벌렸다.“엄마.”율이는 주선미를 보자마자 두 눈에 빛이 나더니 이진희의 손을 뿌리치고 달려갔다.주선미의 품속에 꼭 안긴 채 기뻐해 마지 못했다.“엄마, 여긴 왜 왔어요?”“우리 공주님 보고 싶어서 왔지.”주선미는 율이를 안고 행복하게 웃었다. 율이를 엄청 사랑하는 것처럼, 율이 없이 못 사는 것처럼.그 장면을 보고 있던 이진희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조금 전 율이가 자기 손을 뿌리치고 주선미를 향해 달려가는 걸 보고 이진희는 순간 너무 초라해지고 실망도 가득했다.심지어 머릿속에 또다시 그 장면이 떠오르기 시작했다.윤도훈은 한쪽 곁에 서 있고 주선미가 율이를 안고 있
율이는 윤도훈에 대해 무엇인가 말하려고 했으나 이진희가 바로 말렸다.이진희는 덤덤한 모습으로 주선미에게 말했다.“남편이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서 그만 가봐야 할 것 같아요. 나중에 다시 시간 잡아서 만나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그럼, 먼저 율이 데리고 가 볼게요.”말을 마치고 이진희는 율이를 데리고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이에 주선미는 눈빛이 번쩍이더니 걸음을 재촉하여 두 사람의 앞을 막았다.그러더니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 채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남편이요? 설마 그 사진들 아직...”말을 채 하기도 전에 주선미가 실수한 것 같아 바로 입을 다물었다.‘하마터면 들통날 뻔했어.’이진희가 자기를 앞에 두고 윤도훈을 남편이라고 부르자 순간 이성을 잃게 된 것이다.하지만 이진희는 이미 날카롭고 그 속의 이상함을 알아차렸다.“사진이요?”이진희는 날카로운 눈매로 주선미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었다.“별거 아니에요.”주선미는 손을 흔들더니 인사치레를 하기 시작했다.“우리 딸 성심성의껏 챙겨줘서 고마워요. 근데 제가 오랜만에 율이랑 만나는 거라 같이 저녁이라도 먹고 싶은데 자리 좀 내주실래요? 그 손 좀 놓아 주실래요?”그 말에 이진희는 순간 달갑지 않았다.놓아 달라는 말에 신경이 곤두서면서 마치 이진희가 율이를 강제로 붙잡고 있는 것만 같았다.바로 이때 주선미는 기세를 더해 율이한테 들이대기 시작했다.“율이야, 엄마랑 같이 맛있는 거 먹고 싶지 않아?”율이는 주선미를 바라보며 커다란 두 눈에 짙은 그리움과 애틋함을 드러냈다.그러고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비록 주선미가 율이를 나쁜 사람한테 넘기려 했지만 어린 율이는 주선미가 자기를 지켜주기 위해 대신 화분에 맞았던 장면을 더 깊게 기억하고 있다.율이는 간절한 눈빛으로 이진희를 바라보며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기를 간절히 바랬다.그 마음을 고스란히 느낀 이진희는 입가에 쓴웃음이 새어 나오면서 순간 난처해 마지 못했다.“그래. 율이가 그러고 싶다는데 그렇게 하자. 이모도 같이 가고
같은 시각.약속했던 일주일이 다 되었다. 귀대성은 다시 살기를 가득 품고 도운시로 왔다.윤도훈이 고씨 가문에서 숨고 있으리라 생각하며 귀대성은 일단 고씨 가문으로 향했다.고씨 가문에서는 윤도훈이 없다고 분명히 말했고 귀대성은 하는 수없이 고개를 돌려 제황원 별장으로 향했다.그렇게 하루 동안 별장에서 죽을 치고 있었다.그와 동시에 현숙애와 조현인에게 윤도훈 행방에 대해서 알아보라고 했다.하지만 유이연을 기절시킨 외에 윤도훈의 그림자조차 보지 못했다.심지어 그는 ‘나쁜 소식’까지 듣게 되는 데 그건 바로 윤도훈이 도운시에서 2, 3일 이나 사라졌다는 것이다.“제길! 감히 도망가? 흥!”귀대성은 이 소식을 접하자마자 노여움이 치밀어 올라 히스테리를 부렸다.그리고 그날 저녁 다시 고씨 가문을 찾아갔다.“선배님, 여긴 또 어쩐 일로 오신 겁니까?”객실에서 고민기는 변화무쌍한 얼굴로 삼엄하고 험악한 기운을 내뿜고 있는 귀대성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귀대성 한테서 흘러나오는 기운은 초급 후기인 고민기 일지라도 불편하기 그지없었다.“다시 한번 묻는다. 윤도훈 여기 없는 거 맞느냐?”귀대성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이에 고민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대답했다.“네. 그날 바로 떠났고 우리 집 안에 머물지 않았습니다.”귀대성은 날카롭고 어두운 눈빛으로 고민기를 뚫어지게 노려보며 경고했다.“마지막으로 경고하는데 내가 너희 가문 옛 가주인 고태형과 약속한 바가 있어. 약속했던 7일은 이미 지났고 너희 가문에서 윤도훈을 지켜줄 수 있는 이유도 더 이상 없어.”“오늘은 8번째 되는 날이고 오늘마저도 거의 끝나가고 있어. 내가 윤도훈한테 그 어떠한 복수를 하더라도 너희 가문에서는 더 이상 참견할 자격이 되지 못한다는 말인데 알아 들었어?”“쓸데없는 일에 끼어들지 마.”고민기는 눈살을 찌푸리며 무엇인가 더 말하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이때 무게감 있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윤도훈 그자는 여기에 없어. 난 내가 약속한 대로 시간이 지난 이상 그를
펑-바로 그때 상대 승합차에서 누군가가 갑자기 나오더니 횡포한 모습으로 달려들었다.쿵-이윽고 그 사람은 차 머리에 대고 발길질을 거침없이 해댔다.강진 등이 타고 있는 차는 그의 공격에 바로 데굴데굴 굴러갔다.차 머리는 움푹 꺼져 들어갔으며 발동기에서 연기까지 나기 시작했다.몇 바퀴 굴러간 끝에 차는 마침내 멈춰 섰다.강진 등은 바로 차창을 깨며 밖으로 나오려고 애를 썼다.부하들은 처량하기 그지없는 모습을 한 채 얼굴에도 몸에도 핏자국이 가득했다.여기저기 상처를 입은 것이 분명하다.그들과 달리 강진은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 같다.암력 고수 실력임에도 불과하고 강진 또한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랍기만 하다.“화경 강자?”“하하. 눈썰미 하나는 좋네. 지금부터 내 이름 똑똑히 기억하는 게 좋을 거다. 난 NC 조직의 늑대라고 한다. 염라대왕님께 내 손에 죽었다고 분명히 말하도록 해.”상대 승합차에서 뛰쳐나온 그 사람이 험상궂게 웃으며 말했다.살기를 가득 장착한 채로 강진 등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왔다.그와 동시에 주선미의 지시대로 움직이고 있던 이진희는 가면 갈수록 이상하기만 했다.“우리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겁니까?”이진희는 눈살을 찌푸리며 속으로 경계심을 세웠다.“율이 외할아버지 집으로 가고 있는 건데요. 전에 그 길은 지금 공사 중이라 돌아갈 수밖에 없어요. 설마 내가 이진희 씨랑 우리 율이 납치라도 하겠어요?”주선미는 웃으며 말했고 이진희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의심을 더해갔다.그러던 그때 십자 거리를 지난 순간 승합차 여러 대가 갑자기 나타났다.“내려!”얼굴을 가린 장한 몇 명이 기세등등하게 우르르 밀려들었다.“아!”갑작스러운 상황에 주선미는 눈빛이 번쩍이면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마치 엄청나게 놀랬다는 듯이.이진희 또한 안색이 얼굴이 굳어졌고 율이는 이미 사색이 되었다.잠시 후, 장한은 세 사람을 난폭하게 차에서 끌어내렸다. 심지어 이진희와 주선미의 손발까지 꽁꽁 묶어 버렸다.율이는 어린아이라 별다른
낡은 공장 안.이진희, 율이 그리고 주선미까지 이곳으로 납치되어 왔다.세 사람의 입에 쑤셔 넣었던 천을 마침내 뱉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자의로는 아니다.“하하, 어디 한 번 소리 질러 봐. 마음껏 질러 보라고!”우두머리인 장한은 세 사람을 뚫어지게 노려보며 희롱했다.“당신들 뭐야? 뭐 하자는 거야?”“우리 딸한테 손끝 하나 대지 마! 내가 다 책임질 테니 우리 딸만은 풀어 줘.”주선미는 장한을 향해 소리를 지르며 딸을 끔찍이 여기는 모습을 드러냈다. “엄마.”율이는 그런 주선미를 바라보며 감동에 눈물이 그렁그렁 해졌다.“네 딸을 풀어 줘? 네가 책임져? 네가 그럴 자격이나 될 것 같아?”“네가 아니라 네 딸이랑 이진희 보고 온 거야. 네가 뭔데?”장한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 말을 듣자 이진희는 두 눈이 반짝이면서 차갑게 물었다.“이러는 이유가 뭡니까?”그러자 장한은 이진희를 바라보며 희롱거리기 시작했다.“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하다니 정말로 대단하십니다. 근데 뭔가 믿는 구석이 있어서 누군가가 구하러 올 것으로 생각하는 건 아니죠? 하하.”이진희는 바로 안색이 변하면서 되물었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바로 이때 건방지기 그지없는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카리스마를 풍기며 어느 한 건장한 그림자가 코트 차림에 위풍당당하게 걸어 나왔다.그의 정체는 바로 윤병우가 400억을 들여 고용한 화경 중기 강자 늑대이다.그 외에도 윤병우가 직접 부하 몇 명을 데리고 걸어 들어왔다.이진희는 윤병우를 보자마자 노여움이 치밀어 올랐다.“윤 변호사님? 당신이 꾸민 짓 입니까?”허승재 측의 사람이 또다시 이런 일을 꾸미리라 생각지도 못했다.윤도훈이 크게 다쳤다는 소식과 더불어 며칠 동안 실종되었다는 소식이 허승재의 귀에까지 들어간 모양이다.그래서 허승재가 겁 없이 이런 짓을 꾸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정말 진상이다.’이진희는 이를 갈았다. 두 눈을 부릅뜬 채 윤병우를 노려보며 차갑게 물었다.“원이 부하들은 어디에 있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