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서는 알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유현진은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며 차갑게 말했다. "나 그렇게 못된 사람 아니야. 비록 당신이 먼저 시작했지만 나 때문에 다친 거니까 치료비는 내가 낼게. 적다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어. 아직 이혼 안 했으니 나도 이게 최선이야."말을 끝낸 유현진은 지표에 사인을 하고 강한서에게 넘겨주었다. 강한서가 수표를 보니, 지표에는 400만 원이라고 적혀져 있었다.강한서는 어두운 표정으로 수표를 찢어 버리고는 말했다. "유현진, 그만해!"유현진은 바닥에 너저분하게 흩어져있는 종이 쪼가리들을 보며 차분하게 말했다. "받은 거로 할게. 참, 이혼 얘기도 강 대표가 하루빨리 처리하길 바랄게. 내가 임신이 안 된다는 누명도, 이젠 들어줄 수 없어."병원에서 나온 유현진은, 어깨가 힘없이 축 처져버리고 말았다.하나도 뜻대로 되는 일 없이, 모든 게 엉망진창이었다.유현진은 자기가 억지 부린 것을 알고 있었다. 분명 자기의 잘못인데도, 강한서에게 화풀이했다.하지만, 그녀는 도저히 신미정에게서 받은 굴욕이 용서되지 않았다.유현진은 머리를 숙여 손등의 기다란 상처를 보았다. 신미정이 그녀의 손을 밀칠 때 긁힌 상처이다.신미정은 오랫동안 유현진에게 불만을 품어왔다. 비록 평소에 잘해주는 듯싶지만, 진심이 맞는지 아닌지는 눈빛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유현진이라는 사람도, 그녀의 집안 배경도, 어느 하나 신미정의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게다가 결혼한 지도 몇 년이나 되었건만 아이도 생기지 않고, 강한서까지 그녀의 편만 들어주니, 신미정이 유현진에 대한 불만은 극치로 도달했다.세상 모든 시어머니가 아들 부부의 행복한 모습을 보기 싫어하는지, 아니면 젊은 시절에 남편을 여인 과부라 아들 사랑이 지극한 건지? 그녀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두 사람 사이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어도, 매번 강한서가 유현진의 편을 들어줄 때마다 신미정은 더욱 그녀를 미워했다.마치 그녀의 손등에 난 상처와 같이, 고의가 아니라면 이렇게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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