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Bab 121 - Bab 130

2295 Bab

제121화

"내가 요즘 너무 바빠서 자주 못 왔어. 절대로 네가 싫어진 게 아니라고. 왜 화를 내고 그래?""녀석이 알아듣나요?"주강운은 어느새 유현진의 옆으로 다가왔다.유현진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이렇게 대답했다."준이는 이 마구간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에요. 예전에 준이 앞에서 다른 말이 더 예쁘다고 칭찬을 했다가 물 마실 때 일부러 저를 향해 뱉기도 했어요. 사람 말을 못 알아듣는다면 그렇게 했을 리가 없겠죠. 사람도 이 정도로 뒤끝이 길지가 않다고요!"준이는 유현진이 자신을 언급했다는 걸 알고 있는지 불만스러운 듯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러자 유현진은 금세 말투를 바꿔 이렇게 달래줬다."착하지, 준이가 예쁘다고 칭찬해 주는 거야."이때 준이가 머리를 홱 돌려서 유현진과 마주했다.준이의 왼쪽 눈 위로 한 5cm쯤 되는 곳에서부터 시작된 흉터는 왼쪽 눈을 관통하고 있었다. 녀석의 왼쪽 눈은 밝게 빛나는 오른쪽 눈과 다르게 아주 어두웠다.이 흉터는 녀석에게 남다른 정중함을 선사했다. 마치 천군만마 중에서 두각을 나타낸 전쟁의 신처럼 사람을 매료하는 매력이 있었다.준이가 갑자기 몸을 돌린 탓에 유현진은 깜짝 놀랐다. 준이는 그녀가 들고 있는 사과만 낚아챈 채 다시 엉덩이를 들이밀었다. 그 모습에 유현진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주강운은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확실히 현진 씨를 좋아하는 것 같네요."송민준은 멀지 않은 곳에 서서 잠깐 관찰하다가 강한서한테 이렇게 물었다."저렇게 자기주장이 강한 말도 길들여져?"강한서는 준이와 얘기를 하고 있는 유현진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누가 길들이냐에 따라 다르지.""한쪽 눈이 멀었는데도 길들일 수 있다고?""그럼 간단하게 경기라도 해볼래?"송민준은 강한서의 제안이 아주 솔깃했다."그럼 한 두 바퀴 돌아볼까?"강한서는 이렇게 말했다."말을 고르러 가자."송민준은 승마 고수였다. 그가 정인월한테 승마에 관심 있다고 말한 건 겸손에 불과했다. 그는 아마추어 승마 경기에 참가해서 상을 받은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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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주강운은 실소를 터뜨렸다.“학생 때나 그랬지, 지금은 그렇게 유치하게 굴지 않아요.”‘서른이 넘은 남자 둘이서 형이라는 호칭 하나로 승마 시합을 하다니, 이러고도 안 유치하다고?’강한서도 역시 그의 제안을 덤덤하게 받아들였다.“그럼 넌 오늘 형 생기겠네.”송민준이 웃더니 자신 있게 말했다.“동생이 생길 수도 있는 거지.”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두 말은 쏜살같이 달려나갔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밤색 말이 준이를 꽤 많이 앞섰다. 두 말 사이의 간격은 점점 넓어지고 있었다.주강운이 말했다.“아무래도 시선이 가려져서 영향을 받나 봐요.”유현진이 입술을 씰룩거리더니 낮은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준이는 절대 지지 않을 거에요.”게다가 준이를 타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강한서였다.그 둘은 환상의 짝꿍이었다. 강한서보다 경마로서의 준이의 프라이드를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또 강한서보다 준이를 더 잘 다룰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참.”주강운은 갑자기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이거 현진 씨 거죠?”유현진이 고개를 돌려보니 주강운의 손에 든 것은 그녀가 어젯밤에 착용했던 귀걸이였다.“네, 제 거 맞아요. 어제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감사 인사를 전한 유현진은 주강운의 선물을 챙기지 않은 걸 후회했다. 지금이 선물을 건넬 절호의 기회였는데 말이다.“민서는 뭐 하고 있어요?”주강운이 갑자기 물었다.유현진은 강민서의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전혀 없었기에 건성건성 대답했다.“친구랑 나갔나 보죠.”주강운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한서가 안 혼냈어요?”“왜 혼내요?”“어젯밤 송민영 씨가 꽤 많이 다쳤거든요. 팔에 세 바늘이나 꿰맸어요. 당분간은 광고 촬영도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위약금도 꽤 많이 들었을걸요? 한서가 어젯밤 계속 병원에 있었어요. 걔 성격으로 민서를 엄청 세게 혼낼 줄 알았는데... 한서가 항상 민서를 엄하게 다뤘거든요.”유현진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한서가 어젯밤 계속 병원에 있었어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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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헬멧을 벗은 송민준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너 말한테 약이라도 먹였어?”강한서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트집 잡지 말고, 빨리 형이라고 불러.”송민준이 웃으며 말했다.“그래도 내기는 내기니까. 네, 알겠어요. 형.”강한서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주강운을 보더니 물었다.“녹음했어?”주강운이 핸드폰을 흔들며 말했다.“똑똑히 다 녹음됐어.”송민준이 입술을 씰룩거렸다.“왜 그렇게 유치하게 굴어?”강한서는 그의 말을 무시한 채 주강운에게 말했다.“나한테 보내.”송민준은 어이가 없었다. 그는 물을 벌컥벌컥 마시더니 갑자기 물었다.“현진 씨는?”강한서는 그제서야 유현진이 사라졌다는 걸 발견했다. 그의 옷가지는 덩그러니 벤치에 놓여 있었다.주강운이 유현진의 말을 전했다.“해가 너무 비친다고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가겠다고 했어.”송민준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오늘은 구름이 많아서 해가 그렇게 내리쬐지 않았다. 심지어 먹구름이 몰리면서 당장이라도 비가 내릴 기세였다.누가 들어도 해가 비친다는 말은 핑계에 불과했다.송민준이 웃으며 말했다.“여자들이 다 그렇지, 뭐. 내 동생은 흐린 날에도 탈까 봐 양산을 쓰고 다닌다니까.”강한서는 입을 꾹 닫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세 사람이 돌아올 때 유현진은 정인월을 도와 음식을 내오고 있었다.정인월은 돌아온 세 사람을 보며 얼른 손을 씻고 밥을 먹으라고 했다.정인월은 젊은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특히나 그들의 어릴 시절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쭉 옆에서 지켜봤으니 애정이 더 많이 갔다. 그래서인지 오늘 유난히 기분이 좋아 밥맛도 더 좋아졌다.식사를 마친 후 사람들은 차를 마시며 옛날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유현진은 그들의 어릴 적 일들을 모르고 있었기에 얘기에 끼지 않고 과일 깎는다는 핑계로 자리를 떴다.그녀는 주방에 있다가 거치적거린다는 소리를 듣고 곧 가정부에게 쫓겨났다.거실로 돌아가기 싫었던 유현진은 베란다로 에돌아가 잠시 머물기로 했다.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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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유현진이 멈칫하더니 입술을 꽉 깨물며 말했다.“왜 그렇게 물어요?”주강운이 악플러의 프로필 사진을 확대했다.“이 손을 봐봐요. 송민영 씨의 손 같지 않아요?”유현진에게 지속적으로 악플을 단 사람은 오른손으로 버블티를 들고 있는 프로필 사진을 사용했다.하지만 유현진은 여전히 어안이 벙벙했다. 그녀에게 악플을 남긴 대부분 사람이 송민영의 팬이라 프로필 사진으로 송민영의 사진을 써도 전혀 이상할 것 없었다.“그런데요?”“제가 이쪽 분야의 전문가인 친구한테 물어보니 그 어떤 플랫폼에서도 이 사진이 공유되지 않았대요. 사진 속의 각도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버블티를 든 사람이 직접 찍은 사진 같거든요. 게다가 인스타그램이나 다른 플랫폼에서도 이 사진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어제 송민영 씨가 사인을 해줄 때 제가 유심히 손을 관찰해 봤어요. 사진에 찍힌 손과 똑같이 손아귀에 점이 있더라고요. 손이 가늘지 않은 관계로 송민영 씨는 촬영을 할 때 손을 클로즈업해야 하는 부분에서 대역 써요. 그래서인지 송민영 씨의 손 사진은 특히나 찾기 어렵죠.”주강운이 어제 송민영에게 사인을 받은 이유는 오로지 그녀의 손을 관찰하기 위해서였다.유현진도 바보가 아니었기에 곧바로 그의 뜻을 알아챘다.“그러니까 이 계정이 송민영 씨 본인 거라고요?”“본인은 아니더라도 주변 사람의 계정이겠죠. 아니면 어떻게 송민영 씨가 직접 찍은 사진을 갖고 있을 수 있겠어요?”차미주와 주강운 빼고 그 누구도 ‘선셋 스타’가 유현진의 계정이라는 걸 몰랐다. 주변 사람들도 모르는 걸 송민영은 더욱 알 길이 없으니 개인적인 원한 때문은 아닌 듯했다.그렇다면 이유가 더빙 일 말고는 없을 것이다.송민영과 유현진이 함께 한 작품은 대박을 터트렸다. 하지만 캐릭터를 제대로 살린 유현진의 더빙이 이슈가 된 덕분에 송민영이 받아야 할 관심을 가로채버렸다.송민영은 더빙 배우가 주목을 받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팬들을 이끌고 몇 달 동안이나 악플을 달았다. 연예계에 몸 담근 지 한참 된 송민영은 물론 이번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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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유현진은 깜짝 놀랐다.‘양말 하나 갖고 왜 이렇게 호들갑이래?’그녀는 다급하게 설명했다.“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주머니 두 개가 거의 똑같게 생겨서 내가 잘못 봤어.”강한서는 여전히 유현진한테 쌀쌀맞게 굴었다.“그럼 전화해서 가져오라고 해.”유현진이 미간을 찌푸렸다.“어떻게 그래? 이미 다 선물이라고 줬잖아. 그리고 2만 원짜리를 창피하게 어떻게 돌려달라고 해?”“선물한 걸 다시 가져가면 안 된다는 걸 너도 알고 있었어? 그러면서 왜 나한테 준 선물을 다른 사람한테 줘?”유현진은 강한서가 일부러 트집을 잡는다고 생각했다. 본가에 있을 때부터 예민하게 굴더니 그에게 양말은 그저 핑계일 뿐이다.차에 진씨도 있었기에 유현진은 애써 화를 참을 수밖에 없었다.“나 정말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양말이 무슨 대수라고, 하나 더 사주면 되잖아.”강한서는 무성의한 그녀의 태도에 더 울화가 치밀어올랐다.“하나 더 산다고 될 일이야? 너 전혀 양말을 챙기려고 하지 않았잖아!”유현진도 더는 이대로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진씨가 차에 있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버럭 화를 냈다.“그래, 난 챙길 생각이 없었어. 그러니 네가 알아서 챙기지 그랬어? 선물을 했는데도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도 없고 왜 그렇게 쌀쌀맞게 굴어? 네가 양말을 챙기려는지 안 챙기려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다른 사람한테 선물하니까 이제 와서 트집이야? 양말은 핑계고 나랑 싸우고 싶어서 이러는 거지?”강한서는 분노가 끓어올라 손까지 부들부들 떨렸다.“네가 잘못해놓고 왜 성질이야!”유현진이 그를 쏘아보며 말했다.“내가 제일 잘못한 건 너한테 그 양말을 사준 거야. 싸움 걸 핑계만 만들어주고 말이야!”“아저씨, 차 좀 세워주세요!”두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유현진이 고개를 휙 돌리면서 말했다.“네가 날 내쫓기 전에 내가 알아서 꺼져줄게!”강한서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내가 언제 너한테 꺼지라고 했는데?”유현진은 이때다 싶어 옛날 일들을 들추어냈다.“강 대표님,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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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유현진은 할 말을 잃었다.얼마 후면 강한서와 이혼한다고 이실직고할 수도 없었다.“사모님. 큰사모님께서 받으시라고 하셨으니까 편하게 받으세요. 큰사모님이 알아서 답례를 하실 겁니다.”끝내 차 키는 유현진이 잠시 가지고 있기로 했다.별장으로 돌아간 후, 강한서는 이미 위층으로 올라가 있었다.가정부가 짐을 건네받으며 물었다.“사모님, 혹시 도련님한테 무슨 일이 생겼나요? 얼굴색이 말이 아니에요.”유현진도 아직 화가 나 있었기에 덤덤하게 대답했다.“정신이 오락가락해서 그래요, 신경 쓰지 마세요.”가정부가 흠칫 놀라더니 이내 정신을 차렸다.유현진도 위층으로 올라갔다.다행히 강한서는 안방에 없었다. 안 그러면 유현진은 또 게스트 룸에서 자야 하는데 게스트 룸의 침대는 안방의 침대보다 불편했기에 그녀는 가기가 싫었다.그녀는 머리를 풀고 마른 옷을 챙기더니 욕실로 향했다.뜨거운 물이 머리부터 흐르며 온몸을 녹이자 스트레스가 저절로 풀릴 것만 같았다.강한서는 즐길 줄 아는 남자다. 그는 안방 화장실에 스파 욕조를 설치했는데 그 안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더없이 안락했다. 하지만 물을 받는 데에 20분이나 걸렸기에 유현진은 차마 기다릴 수가 없었다.머리카락을 한쪽으로 넘긴 그녀는 샴푸를 짜내 거품을 내고 부드러운 손길로 두피를 주물렀다.피부가 하얀 사람들은 보통 머리카락 색도 연한 편이었다. 하지만 유현진은 아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검고 풍성했다. 물에 젖힌 그녀의 머리카락은 마치 미역처럼 부드러웠다.유현진이 머리에 묻은 거품을 씻어내고 있을 때, 욕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그녀는 깜짝 놀라 허둥지둥 타월을 찾았다. 하지만 발이 미끄러운 탓에 그녀는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넘어지려고 했다.강한서는 손을 뻗어 그녀를 잡아주려고 했지만 유현진이 먼저 그의 팔을 덥석 잡는 바람에 두 사람은 같이 중심을 잃으며 바닥에 넘어졌다.강한서의 등이 바닥에 닿으면서 ‘쿵’ 소리가 났다.유현진은 발가벗은 채로 그의 몸 위로 넘어졌고 무릎도 까지고 말았다.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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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대본이 통과됐어!”유현진이 샤워를 마치자마자 차미주가 잔뜩 신난 채로 전화를 걸어왔다.유현진은 활짝 웃으며 물었다.“결과가 이렇게 빨리 나왔어?”어제까지만 해도 차미주는 대본을 수정하고 있었는데 단번에 통과될 줄이야!“그래, 나도 엄청 놀랐어. 아침에 제출할 때도 퇴짜맞고 다시 수정할 준비를 했다니까. 그런데 방금 대본이 통과되었다는 전화를 받았지 뭐야. 다음 주에 와서 계약하래.”유현진이 머리를 묶으며 물었다.“얼마에 팔릴 수 있대?”“아직 정해진 건 아닌데 많아서 2억 정도 받지 않을까? 첫 권은 다 그렇게 받더라고.”“만약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작가가 될 수 있어?”“그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야. 보통 제작사에서 대본을 쌓아둔단 말이야. 내 대본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려면 기회가 딱 들어맞아야 가능해. 잘 나가는 작가들은 보통 계약하고 길어서 2년이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지. 우리 같이 이름 없는 사람들은 저작권이 만료될 때까지도 그런 기회가 흔히 주어지지 않아. 작가는 꿈도 못 꾸지.”그녀의 말을 들은 유현진은 아쉬워했다.하지만 차미주는 꽤 긍정적이었다.“대본이 팔린 게 어디야. 난 아직 젊으니까 그렇게 급하지도 않아. 언젠간 내 대본도 방송되겠지.”유현진이 웃음을 터뜨렸다.“당연하지. 그때면 신인이든 베테랑이든 다 네 작품에 출연해달라며 줄을 설 거야.”차미주도 히쭉 웃으며 말했다.“그럼 널 여자 주인공으로 발탁하고 슈퍼스타로 만들어줄게. 그때면 강한서도 너한테 쩔쩔맬걸?”유현진의 얼굴에 담긴 웃음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그 사람 얘기하지도 마. 짜증 나니까.”차미주는 바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왜, 둘이 또 싸웠어?”울분에 차 있던 유현진은 오늘 있었던 일을 모두 차미주에게 얘기했다.그러고는 이를 부득부득 갈며 말했다.“그 사람이 양말 때문에 그러겠어? 내가 만만해 보인 거겠지! 나도 문제야, 왜 괜히 양말을 사서 이 고생을 해?”“잠깐, 내가 소개해준 변호사가 강한서 친구라고?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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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신미정이 되물었다.“모르고 있었어?”유현진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어젯밤 파티가 끝나고 나서 저는 바로 어머니를 보러 가서 나중에 있었던 일은 잘 몰라요. 한성우 씨가 민서를 집에 데려다줬을걸요?”신미정은 머리가 지끈지끈했다.“나도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 아침에 민서가 울면서 나한테 오더니 한서가 자기를 화장실에 가뒀다가 아침이 돼서야 풀어줬대. 민서한테 물어봐도 얘기를 잘 안 하고. 어젯밤에 너도 있었으니까 네가 알 줄 알았지.”유현진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강한서가 강민서를 화장실에 하룻밤 내내 가뒀다니. 미친 거 아니야?유현진은 강한서가 자신을 위해 화풀이를 했을 거라는 김칫국을 마실 생각은 없었다. 낮에 송민준이 본가로 감사 인사를 전하러 왔을 때도 강한서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아마 송가람이 갇힌 걸 그는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송민준은 전혀 강민서에 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었다. 아마 강한서가 먼저 강민서에게 벌을 내린 걸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송가람 때문에 강한서가 강민서를 가뒀다고 해도 유현진은 속이 후련했다.유현진은 어리둥절한 말투로 말했다.“저도 모르겠어요. 한서가 저한테 아무 얘기도 안 했거든요. 어머님, 민서는 어때요? 괜찮아요?”“별일 없어. 감기에 걸렸는지 약 먹고 바로 잤어.”‘쌤통이다!’속이 후련한 유현진이 능청스럽게 말했다.“제가 한성우한테 전화해서 물어볼까요? 어젯밤에 계셨으니 잘 아실 거 아니에요?”“아니야.”신미정은 모르는 사람한테 집안일을 얘기할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유현진과 내일 오후의 약속을 잡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강한서는 저녁에 서재에서 잔 듯 했다.다음 날 아침, 유현진이 잠에서 깨어날 때 강한서는 이미 집을 나섰다.가정부는 그가 아침을 챙겨 먹지 않았다며 걱정을 했다.그 모습을 본 유현진은 어이가 없었다.‘다 큰 성인이 혼자 밥을 못 챙겨 먹겠어?’그녀가 집을 나서려던 찰나 가정부가 그녀에게 다가가더니 도시락을 건네주며 말했다.“사모님,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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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만약 유현진이 신미정을 몰랐다면 자신과 나이가 비슷한 직장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신미정의 나이를 알고 있음에도 그녀의 젊은 얼굴에 유현진은 깜짝 놀라곤 했다.하지만 ‘젊은’ 시어머니는 그렇게 상대하기 쉬운 사람은 아니었다.그녀가 손주를 보려는 집착은 숨 막힐 정도였다.차 시동이 걸리자 신미정이 덤덤하게 말했다.“피 검사해야 하는데 뭘 먹진 않았지?”유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한서도 알고 있어? 내가 널 데리고 검사하러 간다는 걸?”“얘기 안 했어요.”두 사람은 한참 냉전 중이라 유현진은 강한서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먼저 말을 건 사람이 잘못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으니 유현진은 강한서와 얘기할 마음도 없었다.신미정은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차는 곧 상제 병원 앞에 멈춰 섰다.상제 병원은 사립 병원으로서 한주시에서 엄청 유명한 병원이었다. 비싼 만큼 의료 기기도 최고급이고 의사도 전문적이니 연예인이나 상업 거물 같은 사람들은 이 병원만 찾아다녔다.그리고 다른 병원보다 사람이 적어서 검사 같은 건 줄을 서지 않아도 되었다.대기 번호를 받고 의사와 진찰한 후 유현진은 신미정에게 말했다.“어머님, 여기서 기다리고 계세요. 검사는 모두 다른 병동에서 한다네요. 검사를 다 마치고 제가 이쪽으로 다시 찾아올게요.”신미정은 원래 그녀와 함께 가고 싶었는데 갑자기 전화가 오는 바람에 그렇게 하기로 동의했다.유현진은 피 검사, 소변 검사를 마치고 또 초음파실 밖에서 대기했다.사람이 많은지 그녀는 한참을 기다리고서야 초음파실로 향했다.그녀에게 검사를 해주는 의사는 꽤 젊어 보였다. 의사는 한참 보다가 갑자기 이렇게 물었다.“혹시 전에 수술하신 적 있으세요?”“몇 년 전에 교통사고가 나서 작은 수술을 했었는데. 무슨 문제가 있나요, 선생님?”“교통사고요?”젊은 의사가 한참 고민하더니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자세한 건 주치의한테서 들으세요.”그러고는 검사 결과에 사인을 하고 다음 사람을 불렀다.유현진은 검사 결과를 한참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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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강한서는 민경하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유현진을 알아봤다.유현진은 덤덤한 얼굴로 그의 손에 든 머리띠를 힐끔 보고는 다시 시선을 강한서에게로 옮겼다.그는 저도 모르게 머리띠를 더 꽉 쥐었다. 그러고는 입술을 씰룩거리며 유현진에게 다가갔다.“네가 왜 여기에 있어?”유현진이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걱정하지 마. 너를 미행할 정도로 내가 심심하진 않으니까.”그러고는 손에 든 검사 결과를 흔들며 말했다.“어머님이랑 검사하러 왔어.”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엄마랑 같이 왔어?”“응.”강한서의 표정은 아주 복잡했다.하지만 유현진은 그의 기분을 알아챌 겨를이 없었다. 아침부터 병원에서 강한서를 만난 것도 기분이 꺼림칙했다.‘이 시간에 병원에 입원한 사람이 누구겠어? 강한서를 아침 6시에 서둘러 병원까지 오게 만들었으니 참 대단해. 얼씨구, 머리띠까지 챙기고.’그녀는 애써 화를 억눌렀다.“강 대표님은 계속 일을 보세요. 저는 이만 가볼게요.”유현진이 이 말을 남기고는 강한서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그러자 강한서가 갑자기 그녀의 팔목을 잡으며 말했다.“잠깐만.”그러고는 머리띠를 민경하에게 넘기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똑같은 거로 사다 줘.”그러고는 유현진을 끌고 입원 병동을 나섰다.유현진은 화를 꾹 참고 있던지라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는 강한서의 손목을 꽉 깨물었다.강한서는 극심한 고통에 그녀의 손목을 놓았다.손목에 난 이빨 자국을 보며 강한서는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유현진, 너 미쳤어?”“너나 미쳤겠지.”유현진이 버럭 화를 냈다.“강한서, 우린 지금 계약 관계야. 필요할 때만 서로 돕고 다른 때는 나에게 손도 대지 마.”강한서가 그녀를 힐끔 보며 말했다.“손목을 잡는 것도 손을 댄 거야? 그럼 술에 취하고 나한테 키스한 건 뭐야? 성추행?”유현진은 분노가 끓어올랐다.“내가 언제 키스했다고 그래? 말 조심해, 명예훼손으로 고소해버릴 수도 있으니까.”강한서는 피식 웃으며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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