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유현진이 신미정을 몰랐다면 자신과 나이가 비슷한 직장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신미정의 나이를 알고 있음에도 그녀의 젊은 얼굴에 유현진은 깜짝 놀라곤 했다.하지만 ‘젊은’ 시어머니는 그렇게 상대하기 쉬운 사람은 아니었다.그녀가 손주를 보려는 집착은 숨 막힐 정도였다.차 시동이 걸리자 신미정이 덤덤하게 말했다.“피 검사해야 하는데 뭘 먹진 않았지?”유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한서도 알고 있어? 내가 널 데리고 검사하러 간다는 걸?”“얘기 안 했어요.”두 사람은 한참 냉전 중이라 유현진은 강한서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먼저 말을 건 사람이 잘못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으니 유현진은 강한서와 얘기할 마음도 없었다.신미정은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차는 곧 상제 병원 앞에 멈춰 섰다.상제 병원은 사립 병원으로서 한주시에서 엄청 유명한 병원이었다. 비싼 만큼 의료 기기도 최고급이고 의사도 전문적이니 연예인이나 상업 거물 같은 사람들은 이 병원만 찾아다녔다.그리고 다른 병원보다 사람이 적어서 검사 같은 건 줄을 서지 않아도 되었다.대기 번호를 받고 의사와 진찰한 후 유현진은 신미정에게 말했다.“어머님, 여기서 기다리고 계세요. 검사는 모두 다른 병동에서 한다네요. 검사를 다 마치고 제가 이쪽으로 다시 찾아올게요.”신미정은 원래 그녀와 함께 가고 싶었는데 갑자기 전화가 오는 바람에 그렇게 하기로 동의했다.유현진은 피 검사, 소변 검사를 마치고 또 초음파실 밖에서 대기했다.사람이 많은지 그녀는 한참을 기다리고서야 초음파실로 향했다.그녀에게 검사를 해주는 의사는 꽤 젊어 보였다. 의사는 한참 보다가 갑자기 이렇게 물었다.“혹시 전에 수술하신 적 있으세요?”“몇 년 전에 교통사고가 나서 작은 수술을 했었는데. 무슨 문제가 있나요, 선생님?”“교통사고요?”젊은 의사가 한참 고민하더니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자세한 건 주치의한테서 들으세요.”그러고는 검사 결과에 사인을 하고 다음 사람을 불렀다.유현진은 검사 결과를 한참이나
강한서는 민경하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유현진을 알아봤다.유현진은 덤덤한 얼굴로 그의 손에 든 머리띠를 힐끔 보고는 다시 시선을 강한서에게로 옮겼다.그는 저도 모르게 머리띠를 더 꽉 쥐었다. 그러고는 입술을 씰룩거리며 유현진에게 다가갔다.“네가 왜 여기에 있어?”유현진이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걱정하지 마. 너를 미행할 정도로 내가 심심하진 않으니까.”그러고는 손에 든 검사 결과를 흔들며 말했다.“어머님이랑 검사하러 왔어.”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엄마랑 같이 왔어?”“응.”강한서의 표정은 아주 복잡했다.하지만 유현진은 그의 기분을 알아챌 겨를이 없었다. 아침부터 병원에서 강한서를 만난 것도 기분이 꺼림칙했다.‘이 시간에 병원에 입원한 사람이 누구겠어? 강한서를 아침 6시에 서둘러 병원까지 오게 만들었으니 참 대단해. 얼씨구, 머리띠까지 챙기고.’그녀는 애써 화를 억눌렀다.“강 대표님은 계속 일을 보세요. 저는 이만 가볼게요.”유현진이 이 말을 남기고는 강한서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그러자 강한서가 갑자기 그녀의 팔목을 잡으며 말했다.“잠깐만.”그러고는 머리띠를 민경하에게 넘기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똑같은 거로 사다 줘.”그러고는 유현진을 끌고 입원 병동을 나섰다.유현진은 화를 꾹 참고 있던지라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는 강한서의 손목을 꽉 깨물었다.강한서는 극심한 고통에 그녀의 손목을 놓았다.손목에 난 이빨 자국을 보며 강한서는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유현진, 너 미쳤어?”“너나 미쳤겠지.”유현진이 버럭 화를 냈다.“강한서, 우린 지금 계약 관계야. 필요할 때만 서로 돕고 다른 때는 나에게 손도 대지 마.”강한서가 그녀를 힐끔 보며 말했다.“손목을 잡는 것도 손을 댄 거야? 그럼 술에 취하고 나한테 키스한 건 뭐야? 성추행?”유현진은 분노가 끓어올랐다.“내가 언제 키스했다고 그래? 말 조심해, 명예훼손으로 고소해버릴 수도 있으니까.”강한서는 피식 웃으며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말을 마친 그녀는 고개를 숙여 남자의 입술에 자기의 입술을 포개더니 과감하게 남자의 옷을 벗기려 했다. 그런데 생각처럼 벗겨지지 않자 이번에는 아예 자기 옷을 벗기 시작했다. 물론 그녀의 옷은 벗기가 쉬웠다. 끈을 당기는 순간, 옷은 어깨를 타고 스르르 흘러내렸다.바로 이 결정적인 순간에 남자는 손을 들어 휴대폰을 낚아챘다. 순간 화면이 흔들리더니 영상도 함께 종료되었다. 영상 속 과감한 그녀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본인이며 그녀에게 강제로 키스를 당한 사람은 강한서였다.유현진은 눈이 휘둥그레서 손을 뻗어 강한서의 휴대폰을 빼앗으려 했다.강한서는 재빠르게 그녀의 손을 피해 휴대폰을 높이 들고서는 냉랭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번 보고는 입꼬리를 올렸다. "왜? 증거 인멸이라도 하려고?"유현진은 얼굴이 푸르딩딩해서 물었다. "강한서! 분명 내가 취한 걸 알면서 이런 걸 찍어? 사람이 왜 그렇게 못 됐어?"유현진이 억지를 부리자 강한서는 화가 나서 웃음이 나왔다. "유현진, 당신 두 눈으로 대체 누가 촬영하고 있는지 똑똑히 확인해 보는 게 어때?"'이렇게 쪽 팔리는 영상에 대해 따져 물을 게 뭐 있어?'유현진은 당당하게 말했다. "내가 촬영했다고 쳐! 나는 취해서 인사불성이었지만 당신은 멀쩡했잖아. 말리지도 못할지언정 영상을 그대로 두다니, 그거 정말 못 된 거야!"그녀는 강한서를 자극해 영상을 삭제시키려고 했지만 강한서는 오히려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못됐다고 그러는데 끝까지 못된 사람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다들 볼 수 있게 SNS에 업로드 하지 뭐."말을 마친 그는 휴대폰을 들어 SNS에 로그인했다. 유현진은 참지 못하고 바로 그에게 덮쳐들어 휴대폰을 낚아채려 했다.하지만 강한서는 그녀보다 키가 한창 컸기에 휴대폰을 들고 팔을 머리 위로 올리기만 하면 아무리 유현진이 애써 뛰어봤자 기껏해야 손목밖에 닿지 않았다.당장이라도 업로드 할 것 같은 분위기에 유현진은 급해진 마음에 그의 목에 두 팔을 감고 머리를 들어 턱을 향해
신미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게 꽉 막힌 거야? 장난도 유분수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한주 강씨 가문을 노리고 있는지 몰라서 그래? 그리 행동이 가벼워서야. 오늘은 이 소문 내일은 저 소문. 사람들이 우리 한주 강씨 가문을 어떻게 생각하겠어!"강한서는 신미정의 잔소리에 머리가 지끈거려, 머리를 돌려 유현진에게 말했다. "물이나 줘."유현진은 아까 사 온 물을 강한서에게 넘겨주었다.강한서는 병뚜껑을 따서 꿀꺽꿀꺽 들이마셨다. 신미정은 강한서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는, 그 일로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물었다. "아침부터 병원에는 웬일이야.""친구 보러." 강한서는 대충 얼버무리더니 반문했다. "현서는 왜 또 데려왔어요? 두 달 전에 검사받은 거 아니었어요?"신미정은 그제야 정서를 가다듬고 말했다. "별일 아니고, 그냥 해 본 거야. 한약도 오래 마셨으니 뭐 좀 효과나 있나 해서. 온 여사네 아들이 작년에 결혼했는데 며느리가 벌써 만삭이지 뭐야. 너희는 결혼한 지도 삼 년인데 내가 다 급하다."이 말은 보나 마나 유현진을 탓하는 말이다.강한서는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급해한다고 되는 일이에요? 아무리 한약 오래 마셔도 소용이 없잖아요? 한약 너무 많이 마셔서 안 생기는 거일지도 몰라요."유현진......그녀는 쓰디쓴 한약을 마시기 싫었지만, 유현진의 뻔뻔한 말이 더 거슬렸다.'노력하지 않는데 어떻게 임신이 되겠어!''몇 달에 한 번도 모자라 매번 배란기는 피해 관계를 가지는데, 아무리 임신이 잘 되는 체질이라 해도 맞춰주지 않는데 어떻게 가능해?'강한서는 버럭버럭하며 화를 냈다. "한약을 많이 먹어서 임신이 안 된다고? 내가 얼마나 힘들게 구했는지 알기나 해? 내가 누구 때문에 이러는데? 유현진이 임신이 되면 내가 이러겠어?"유현진은 두 사람이 곧 싸울 것 같아 미리 말렸다. "진정하세요, 어머니. 보약 잘 챙겨 먹을게요, 물 한 잔 마셔요."신미정은 유현진의 손을 쳐내면서 쌀쌀하게 말했다. "생각해 줘도 욕먹는 걸
강한서는 알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유현진은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며 차갑게 말했다. "나 그렇게 못된 사람 아니야. 비록 당신이 먼저 시작했지만 나 때문에 다친 거니까 치료비는 내가 낼게. 적다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어. 아직 이혼 안 했으니 나도 이게 최선이야."말을 끝낸 유현진은 지표에 사인을 하고 강한서에게 넘겨주었다. 강한서가 수표를 보니, 지표에는 400만 원이라고 적혀져 있었다.강한서는 어두운 표정으로 수표를 찢어 버리고는 말했다. "유현진, 그만해!"유현진은 바닥에 너저분하게 흩어져있는 종이 쪼가리들을 보며 차분하게 말했다. "받은 거로 할게. 참, 이혼 얘기도 강 대표가 하루빨리 처리하길 바랄게. 내가 임신이 안 된다는 누명도, 이젠 들어줄 수 없어."병원에서 나온 유현진은, 어깨가 힘없이 축 처져버리고 말았다.하나도 뜻대로 되는 일 없이, 모든 게 엉망진창이었다.유현진은 자기가 억지 부린 것을 알고 있었다. 분명 자기의 잘못인데도, 강한서에게 화풀이했다.하지만, 그녀는 도저히 신미정에게서 받은 굴욕이 용서되지 않았다.유현진은 머리를 숙여 손등의 기다란 상처를 보았다. 신미정이 그녀의 손을 밀칠 때 긁힌 상처이다.신미정은 오랫동안 유현진에게 불만을 품어왔다. 비록 평소에 잘해주는 듯싶지만, 진심이 맞는지 아닌지는 눈빛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유현진이라는 사람도, 그녀의 집안 배경도, 어느 하나 신미정의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게다가 결혼한 지도 몇 년이나 되었건만 아이도 생기지 않고, 강한서까지 그녀의 편만 들어주니, 신미정이 유현진에 대한 불만은 극치로 도달했다.세상 모든 시어머니가 아들 부부의 행복한 모습을 보기 싫어하는지, 아니면 젊은 시절에 남편을 여인 과부라 아들 사랑이 지극한 건지? 그녀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두 사람 사이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어도, 매번 강한서가 유현진의 편을 들어줄 때마다 신미정은 더욱 그녀를 미워했다.마치 그녀의 손등에 난 상처와 같이, 고의가 아니라면 이렇게 까지
유상수는 얼굴색이 어두워졌다. "안 대표님, 저는 모르고 있었어요. 우리 현진이한테 어찌 된 일인지 물어볼 테니, 분명 오해가 있을 거예요.""오해? 무슨 오해? 내 딸이 확실하게 말했어, 당신 딸이 부추겼다고. 이 팔찌 환불하던지, 당신이 사든지 알아서 해. 아니면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상대방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유상수는 어두운 얼굴을 하고 핸드폰을 놓은 뒤, 머리를 들어 유현아에게 물었다. "안 대표님이 얘기한 일, 대체 어찌 된 일이야? 55억짜리 팔찌는 또 뭐야?"유현아는 속으로 안하윤을 한바탕 욕하고 나서, 어제 있었던 일을 유상수에게 말했다.당연히 자기가 안하윤에게 암시해주었던 말들은 쏙 빼놓고 말이다.그러고는 난처하다는 듯 말했다. "이번 일은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언니가 나 안 좋아하는 거 알면서도 안하윤 씨한테 끌려서 한 대표님의 샵으로 갔어요. 한 대표님과 매제는 사이도 좋고, 안 대표님은 한 대표님과 한주 강씨 가문을 건드릴 수 없으니 나한테 덮어씌우는 거예요. 제가 뭐라고 안하윤 씨가 내 말을 듣겠어요?"옆에 있던 여자가 휴지를 넘겨주며 유현아를 위로했다. "네 잘못이 아니야. 55억짜리 팔찌 따위가, 체면을 얼마나 세워줄 수 있다고?"이 여자는 바로 유상수의 비서인 백혜주이다. 유현진이 그날 지하 주차장에서 보았던, 유상수 옆에 있던 바로 그 여자였다.여자는 편한 옷차림으로, 당연하다는 듯 하현주의 자리에 앉아 여주인 행세를 하며 식사했다.유상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백혜주를 보며 말했다. "지금 그까짓 말이 중요해? 안 대표가 우리더러 돈 내놓으라는 거잖아!""돈 내놓으라 그러면 줘야 해요?" 백혜주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딸 하나 관리 못 해서 사고 쳐 놓고는 다른 사람한테 덮어씌우기는, 망할 회사 같으니라고, 동생이 시집 잘 간 덕에 버티고 있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안 대표님, 안 대표님 불러주니 정말 뭐라도 된 줄 아네요!""여자들은 머리만 길었지 생각은 어쩜 이리도 짧은지, 상암동의 땅도 안세걸
"한서 찾는 건 아니고, 너한테 물어볼 거 있어."'아빠가 나한테?'"현진아, 너 한 대표랑 잘 알아?""아니요." 유현진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거짓말이 아니었다. 유현진은 실제로 한성우와 친한 사이는 아니다. 엄격히 말하면, 강한서 주위 사람들과 별로 친하지 않았다.강한서는 아마도 이혼을 예상한 듯 유현진과 친구들의 모임에 동행한 적이 별로 없었기도 하고, 굳이 함께 어울리기도 귀찮아했다.'갑자기 왜 한성우에 관해 물어보시는 거지?'얼마 안 가 그녀는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유상수가 말했다. "현아가 그러는데, 어제 주얼리 샵에 보석 보러 갔다가 널 봤대."유현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그런 일 있었죠, 근데 왜요?""현아 친구가 55억도 넘는 팔찌 산 거 너도 알고 있어?"유현진은 그저 가볍게 "네" 하고 답하고 비꼬면서 말했다. "안하윤 씨 안광이 참 좋다고 하던데, 하이라이트 디자인을 바로 골랐다 그러더라고요."유상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안하윤이 그 팔찌가 싫다네, 그런데 환불이 안 된대. 한 대표 명의로 된 샵이라던데, 한서와 친구니까 네가 좀 물어봐, 환불 안 되겠냐고."'55억도 넘어가는 물건을 체면 때문에 질러버리고는, 이제야 정신 차리고 후회하는 거야?''안하윤을 내가 너무 단순하게 생각한 거지, 아빠를 찾을 줄은 생각도 못 했네.''내가 짠 판을, 내가 치울 이유가 없잖아?'"아빠, 아빠도 장사하시니까 잘 아실 거예요. 제품은 질량 문제만 아니면 환불이 어려워요. 다들 안하윤 씨처럼 사고 나서 후회돼 하루 지나 환불하면 장사 어떻게 해요?""도리는 맞지만 그래도 안 된다는 법은 없잖아. 네가 한서더러 한 대표한테 얘기해 보라고 해 봐. 한서 한마디면 되는 일이잖아?"유현진은 당연히 싫었지만, 말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래요, 한서 씨한테 물어볼게요. 그렇지만 한성우가 도와줄지는 저도 장담 못 해요."유상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한서와 한 대표 사이가
"네, 여보세요?"신호음이 들리자마자, 한성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평소랑은 다르게 가볍지 않고 신중한 목소리였다.유현진은 의아했다. '내 번호 저장했을 텐데?''안 했나?'그녀는 더는 생각할 틈도 없이 말했다. "저예요, 유현진."한성우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형수님이 어쩐 일로?"상대가 이토록 대놓고 말하니 유현진은 조금 멋쩍었지만, 지금은 멋쩍어할 시간도 없으니 바로 목적을 말했다. "한 대표님 도움이 필요해서요."한성우는 웃으며 말했다. "제가 도와드릴 게 뭐 있겠어요? 한서가 저보다 능력 있는데."그 말인즉, 강한서를 찾으라는 뜻이었다.유현진은 솔직하게 말했다. "우리 싸웠어요. 그 사람한테 말하고 싶지 않아요. 더군다나, 이 일은 한 대표님만이 도와줄 수 있는 일이에요."한성우는 바로 흥취가 생겼다. "싸웠다고요? 왜요? 얘기해 봐요."유현진....'우리 둘이 싸웠다는 데, 이 사람이 왜 흥분하는 거야?'"별거 아니에요. 그이한테 사주려던 양말을 제가 주 변호사한테 드려서, 그이가 삐쳤어요."한성우는 바로 중점을 캐치했다. "주 변호사한테 양말을 드려요?""주 변호사님이 파티에서 저한테 큰 도움을 주셔서, 넥타이를 선물 드린다는 것이 양말도 같이 들어갔더라고요.""아." 한성우는 의미심장하게 한숨을 쉬고 말했다. "그러면 한서가 잘못했네요. 그깟 양말 하나에 삐질 거 뭐 있다고?"유현진은 한성우와 잘잘못을 의논하기 싫었다. 한성우와 강한서는 절친이기 때문에, 아무 때고 말이 새 나가기 마련이다."한 대표님, 본론으로 돌아오죠. 저 부탁드릴 일이 있어요."​한성우는 궁금증을 풀고 나니 열정적으로 변했다. "가족 같은 사이에 부탁은요. 말씀하세요, 형수님."유현진...'태도가 이리도 쉽게 바로바로 바뀌는 건, 강한서뿐만 아니라 강한서 주위 사람들의 특징이네.'유현진은 돌려 말하지 않고, 바로 어제 주얼리 샵에서 발생한 일들과 유상수가 부탁한 일을 말했다.한성우는 사실 이 일을 어제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