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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강한서는 민경하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유현진을 알아봤다.

유현진은 덤덤한 얼굴로 그의 손에 든 머리띠를 힐끔 보고는 다시 시선을 강한서에게로 옮겼다.

그는 저도 모르게 머리띠를 더 꽉 쥐었다. 그러고는 입술을 씰룩거리며 유현진에게 다가갔다.

“네가 왜 여기에 있어?”

유현진이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 너를 미행할 정도로 내가 심심하진 않으니까.”

그러고는 손에 든 검사 결과를 흔들며 말했다.

“어머님이랑 검사하러 왔어.”

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엄마랑 같이 왔어?”

“응.”

강한서의 표정은 아주 복잡했다.

하지만 유현진은 그의 기분을 알아챌 겨를이 없었다. 아침부터 병원에서 강한서를 만난 것도 기분이 꺼림칙했다.

‘이 시간에 병원에 입원한 사람이 누구겠어? 강한서를 아침 6시에 서둘러 병원까지 오게 만들었으니 참 대단해. 얼씨구, 머리띠까지 챙기고.’

그녀는 애써 화를 억눌렀다.

“강 대표님은 계속 일을 보세요. 저는 이만 가볼게요.”

유현진이 이 말을 남기고는 강한서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그러자 강한서가 갑자기 그녀의 팔목을 잡으며 말했다.

“잠깐만.”

그러고는 머리띠를 민경하에게 넘기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똑같은 거로 사다 줘.”

그러고는 유현진을 끌고 입원 병동을 나섰다.

유현진은 화를 꾹 참고 있던지라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는 강한서의 손목을 꽉 깨물었다.

강한서는 극심한 고통에 그녀의 손목을 놓았다.

손목에 난 이빨 자국을 보며 강한서는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유현진, 너 미쳤어?”

“너나 미쳤겠지.”

유현진이 버럭 화를 냈다.

“강한서, 우린 지금 계약 관계야. 필요할 때만 서로 돕고 다른 때는 나에게 손도 대지 마.”

강한서가 그녀를 힐끔 보며 말했다.

“손목을 잡는 것도 손을 댄 거야? 그럼 술에 취하고 나한테 키스한 건 뭐야? 성추행?”

유현진은 분노가 끓어올랐다.

“내가 언제 키스했다고 그래? 말 조심해, 명예훼손으로 고소해버릴 수도 있으니까.”

강한서는 피식 웃으며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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