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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화

"내가 요즘 너무 바빠서 자주 못 왔어. 절대로 네가 싫어진 게 아니라고. 왜 화를 내고 그래?"

"녀석이 알아듣나요?"

주강운은 어느새 유현진의 옆으로 다가왔다.

유현진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준이는 이 마구간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에요. 예전에 준이 앞에서 다른 말이 더 예쁘다고 칭찬을 했다가 물 마실 때 일부러 저를 향해 뱉기도 했어요. 사람 말을 못 알아듣는다면 그렇게 했을 리가 없겠죠. 사람도 이 정도로 뒤끝이 길지가 않다고요!"

준이는 유현진이 자신을 언급했다는 걸 알고 있는지 불만스러운 듯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러자 유현진은 금세 말투를 바꿔 이렇게 달래줬다.

"착하지, 준이가 예쁘다고 칭찬해 주는 거야."

이때 준이가 머리를 홱 돌려서 유현진과 마주했다.

준이의 왼쪽 눈 위로 한 5cm쯤 되는 곳에서부터 시작된 흉터는 왼쪽 눈을 관통하고 있었다. 녀석의 왼쪽 눈은 밝게 빛나는 오른쪽 눈과 다르게 아주 어두웠다.

이 흉터는 녀석에게 남다른 정중함을 선사했다. 마치 천군만마 중에서 두각을 나타낸 전쟁의 신처럼 사람을 매료하는 매력이 있었다.

준이가 갑자기 몸을 돌린 탓에 유현진은 깜짝 놀랐다. 준이는 그녀가 들고 있는 사과만 낚아챈 채 다시 엉덩이를 들이밀었다. 그 모습에 유현진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

주강운은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확실히 현진 씨를 좋아하는 것 같네요."

송민준은 멀지 않은 곳에 서서 잠깐 관찰하다가 강한서한테 이렇게 물었다.

"저렇게 자기주장이 강한 말도 길들여져?"

강한서는 준이와 얘기를 하고 있는 유현진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누가 길들이냐에 따라 다르지."

"한쪽 눈이 멀었는데도 길들일 수 있다고?"

"그럼 간단하게 경기라도 해볼래?"

송민준은 강한서의 제안이 아주 솔깃했다.

"그럼 한 두 바퀴 돌아볼까?"

강한서는 이렇게 말했다.

"말을 고르러 가자."

송민준은 승마 고수였다. 그가 정인월한테 승마에 관심 있다고 말한 건 겸손에 불과했다. 그는 아마추어 승마 경기에 참가해서 상을 받은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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