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빈도 유능하지만, 고현보다 진중함이 부족했다.“감정은 천천히 키우면 되잖아.”“그럴 마음이 없어요. 전호영과 전혀 그런 감정이 안 생겨요. 그리고 모든 남자에 대해 설렘이 없어요. 저는 제가 남자라고 생각해요.”진미리가 말했다.“현아, 넌 남자가 아니고 여자야.”진미리는 딸이 남장하는 것을 일찍 말리지 않는 것이 후회되었다.“밖에 사람들이 저를 도련님이라고 부르지 아가씨라고 안 해요.”“현아. 그건 네가 너를 속이는 거야. 호영이가 어디가 안 좋아? 두 집안이 수준도 맞고 거리가 조금 멀기는 하지만 지금 교통이 좋아 비행기 타면 바로 올 수 있잖아. 그리고 호영이 능력이 너와 비겨도 부족하지 않고, 호영이가 나약한 재벌 2세 아니잖아.”진미리는 애써 딸을 설득하려 했다.“너도 이젠 어리지 않아. 스물여덟이야. 구정 지나면 스물아홉이고, 금방 서른이 돼. 너 계속 이렇게 살면 아빠, 엄마가 죽어서도 눈을 못 감아. 아니면 너 혹시 동성 좋아하는 거야? 너 그 이씨 가문 친딸 좋아하는 것 같던데 맞아?”고현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엄마 저 동성 안 좋아해요. 전 그저 이윤미가 멋있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그만하시고 저 이만 갈게요. 전호영은 제가 호텔까지 바래다줄게요. 아니면 또 걱정하실 거잖아요.”고현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엎드려 있는 전호영을 깨우려고 어깨를 흔들었지만, 전호영은 꿈쩍을 하지 않았다. 두어 번 흔들어도 깨지 않자, 고현은 전호영을 부축해 일으키면서 말했다.“아빠, 엄마, 저 갈게요.”“너 반드시 호텔까지 바래다줘야 해. 이렇게 잘생긴 남자를 길바닥에 버리고 가면 누가 주워갈 수도 있어.”고진호는 전호영이 걱정되어 딸에게 신신당부하고는 그래도 시름이 안 놓이는지 문밖까지 따라 나갔다.고진호의 말에 고현은 피식 웃음이 났다. ‘누가 전호영을 주워가냐고? 이미 강성에서 다 알려진 얼굴인데.’고현의 경호원이 고현이 전호영을 부축하고 나오는 것을 보고 급히 달려와 고현을 도와 전호영을 부축해 차에 태웠다.“아빠,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