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초는 자존심이 매우 강했다.전이진은 그녀와의 관계에서 모든 일을 다 처리해선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이진아.”“왜?”“나와 함께 있는 게 힘들지 않니?”전이진은 걸음을 멈추고 그녀의 얼굴에 손가락을 댔다. 여운초의 피부는 매끄러웠고 두 번 톡톡 두드리다가 참지 못하고 꼬집다가 문지르고 싶어졌다. 결국 여운초는 참지 못하고 전이진의 손을 쳤다.“너에게 진지하게 묻고 있는 거야. 뭐 만지고 그래.”여운초는 참지 못하고 전이진의 얼굴을 살짝 꼬집었다.전이진은 고개를 숙여 여운초가 그의 얼굴을 쉽게 만질 수 있도록 했다. 여운초는 두 손으로 그의 얼굴을 살짝 꼬집었지만 힘을 많이 주지 않아 전이진은 아프지 않았다.여운초는 전이진을 너무 사랑해서 그를 아프게 하지 않을 것이다.전이진도 마찬가지였다.처음에 전이진은 여운초의 얼굴이 부드러워서 놀리고 싶어서 얼굴을 꼬집었다. 그 당시 여운초는 전이진의 장난을 거부하며 반응이 격렬했다.지금은 그녀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었기에 다치게 할까 봐 힘을 주지 않았다.여운초의 피부는 매우 좋았고 조금만 힘을 주면 빨갛게 변했다.그녀의 빨간 얼굴이 아름다웠지만 얼굴을 붉히게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키스를 통해 얼굴을 붉히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내가 힘들다고 느꼈다면 너를 가까이하지 않았을 거야. 너를 꼬시지도 않았을 것이고 결혼할 생각도 하지 않았을 거야. 할머니께서 너를 내 아내로 정해주셨고, 나를 협박해 1년 안에 너에게 구애해서 성공하지 않는다면 나를 집에서 쫓아낼 거라고 하셨어.”“하지만 그건 말뿐이었어. 할머니께서는 첫해에 집에서 설을 쇠지 못하게 나를 쫓아 내실지 모르지만 두 번째 해에는 괜찮을 거야.”“할머니께서는 우리 형제들에게 좋은 사람을 골라주셨지만, 결국 우리의 선택이 우선이야. 우리가 원하면 모두가 행복하지만, 우리가 원하지 않으면 할머니께서도 어쩔 수 없지. 사실 할머니의 강경한 태도에 영향을 받은 사람은 큰형뿐이야.”큰형과 큰형수가 혼인신고를 할 때는 전혀 감정이 없었고 완
“우리 엄마께서 그러셨어. 우리 집 둘째 며느리는 아무 능력이 필요 없고 그저 돈만 쓸 줄 알면 된다고 하셨어. 일이 바쁘지만 돈은 많이 벌어서 돈 쓸 시간이 없으니 장가들면 아내가 열심히 돈을 써줘야 해.”여운초가 웃었다.“지금이라면 나도 돈 많아.”현재 그녀는 여씨의 사업을 단단히 장악하고 있어 지갑은 이미 두둑해졌다. 이제 그녀는 예전의 여운초가 아니었다고 더 이상 능력을 숨길 필요가 없었다.“네가 돈이 부족하지 않은 건 알지만, 나는 네가 내 돈을 쓰길 바래. 내가 돈을 버는 이유는 아내에게 쓰기 위해서야.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아이를 키우는 것도 내 일이지. 너는 아무 걱정하지 말고 그저 미모만 챙기고 돈을 쓰면 돼.”여운초가 그를 타박했다.“누가 네 아내라는 거야, 우리 아직 혼인 신고도 안 했잖아. 아이까지 이야기하다니. 꿈이 참 크네.”“꿈이라도 커야지! 우리 약혼까지 했으니 결국 결혼할 거야. 넌 내 아내야.”여운초는 웃고 나서 말했다.“먼저 혼인 신고 해도 되는데, 결혼식은 내 눈이 나은 후에 해도 늦지 않아.”전태윤과 하예정도 아직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다. 그들의 혼인 신고는 더 오래전 일이었다.“아니, 지금까지 기다렸으니 좀 더 기다려도 괜찮아. 네 눈이 나아져서 내 모습을 볼 수 있을 때, 그리고 평생 나와 함께하겠다고 확신할 때 혼인 신고를 하고 결혼식을 올리자.”전이진은 자신이 있었지만 여운초가 그를 본 적이 없어서 그녀가 그의 모습을 보고 나서 그와 결혼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나는 네 외모가 아니라 너라는 사람을 사랑하는 거야. 네가 어떻게 생겼든지 상관없어.”전씨 가문의 남자들은 모두 잘생겼다.그녀는 여러 번 다른 사람들로부터 그런 말을 들었다.여운초는 직원들에게 전이진이 어떻게 생겼는지 물었고 직원들은 그녀와 전이진이 함께 있으면 정말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전이진은 그녀의 눈이 나을 때까지 기다리기다가 혼인 신고를 하겠다고 고집했다.전이진이 서두르지 않았기 때문에 여운초도 서두르지 않았다
게다가 전호영이 술을 많이 마셔 취하면 엄마, 아빠는 고현보고 전호영을 호텔까지 바래다주라고 할 게 뻔하다.“아빠도 많이 안 마셨어. 호영이가 모처럼 왔고 고기도 이렇게 맛있게 구웠는데 조금 마시면 어때? 많이 안 마실게. 아니면 네가 호영이와 같이 마실래?”고현이 쌀쌀맞게 대답했다.“저녁엔 술 안 마셔요.”전호영은 고현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현이 씨 혹시 내가 술 많이 마실까 봐 걱정되는데 부끄러워서 나한테 말 못 하겠어요? 그래서 아버님께 그러는 거예요? 괜찮아요. 많이 안 마실게요.”“현이라고 하지 마요.”“현이야.”진미리가 굳은 표정으로 딸을 부르며 말했다.“네 이름이 현이 맞잖아. 호영이가 그렇게 부르는 게 어때서?”“고현이라고 해도 되고 고 대표라고 해도 되잖아요. 현이는 가족만 부를 수 있어요. 전호영이 현이라고 하는 게 이상해요.”고현이 투덜대며 말했다.“대체 전호영이 어떻게 아빠, 엄마를 포섭했어요? 전호영이 친자식이고 나는 주워 온 자식이죠?”진미리는 고현의 말에 어이가 없어 웃으며 말했다.“그래, 맞아. 넌 우리가 주워 온 자식이고 호영이가 우리 친자식이야. 이제 만족해? 호영이가 친자식이면 아빠, 엄마가 속상해서 머리가 하얗게 셌겠어?”고현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입을 다물었다.부모님이 자기 혼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계신다는 것을 고현은 알고 있었다.전호영이 부모님 마음에 든 게 확실하다. 비록 전씨 가문 할머니가 전호영의 신붓감으로 점찍은 아가씨가 고현이라는 걸 부모님은 모르시지만 전호영이 자기 선택을 밝힌 뒤 전씨 가문 어른들은 그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했다. 더욱이 고진호가 고현이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전호영에게 알려주고 나서부터 부모님은 대놓고 전호영을 고씨 가문 예비 사위 대접을 해줬다.밖에 고현과 전호영의 스캔들이 얼마나 무성하든 부모님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두 사람이 단독으로 있을 수 있는 기회까지 만들어주면서 고현이 전호영의 마음을 받아주기를 바랐다.부모님이 안 보는 틈을 타 고현이 전호영을
고진호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현아, 다른 사람이 뭐라 하든 상관하지 말고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게 중요해.”“호영이가 너한테 적합해. 그리고 두 사람 잘 어울려.”고현은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수프만 마시면서 아빠 말이 안 들리는 척했다.전호영이 끈질기게 대시하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고현은 아직 전호영에 대해 아무런 감정이 없었고 더욱이 전호영을 위해 여자 신분으로 회복하는 것도 싫었다.고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고진호는 더는 설득하지 않았다. 감정은 천천히 키워야 한다.첫눈에 반한다는 건 고현도 그렇고 전호영도 그렇고 절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식사가 끝날 즈음에 전호영은 진짜로 술에 취해 걸음도 똑바로 걷지 못했다.“현아, 너 갈 거면 호영이를 호텔에 데려다주고 가. 호영이 집이 아직 인테리어 중이라 언제 될지 몰라.”고진호는 아주 자연스럽게 딸에게 전호영을 하루 호텔로 바래다주라고 말했다.전호영이 산 여의 팰리스의 집이 인테리어 중이라 전호영은 아직 하루 호텔에 묵고 있었다.고현은 테이블에 엎드려 있는 전호영을 보면서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취한 척하는 것 같은데요. 몇 잔 마시지도 않던데 걷지도 못해요?”“현아.”진미리가 딸을 나무라며 말했다.“호영이 진짜 취했어. 네가 바래다 안 주면 우리 집에서 재울 거야. 그때 가서 밖에 소문이 났다고 뭐라고 하지 마.”“엄마, 아빠도 마찬가지예요. 전호영을 우리 집 예비 사위로 생각하시면 안 돼요. 전 이 사람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없거니와 이 사람을 위해 여자 신분으로 회복하는 것도 싫어요.”그러자 진미리가 말했다.“그럼 그냥 남자 모습으로 호영이한테 시집가. 어쨌든 넌 여자니까 남자 신분으로 호영이와 결혼해도 괜찮아.”“엄마, 그러다 전호영의 할머니가 아시면...”전미리가 딸의 말을 잘랐다.“전씨 가문 할머님이 얼마 전에 나한테 연락하셔서 전호영에게 골라준 신붓감이 너라고 말씀하셨어.”고현은 입을 벌리고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전씨 가문 할머니가 자기한테는 아무
고빈도 유능하지만, 고현보다 진중함이 부족했다.“감정은 천천히 키우면 되잖아.”“그럴 마음이 없어요. 전호영과 전혀 그런 감정이 안 생겨요. 그리고 모든 남자에 대해 설렘이 없어요. 저는 제가 남자라고 생각해요.”진미리가 말했다.“현아, 넌 남자가 아니고 여자야.”진미리는 딸이 남장하는 것을 일찍 말리지 않는 것이 후회되었다.“밖에 사람들이 저를 도련님이라고 부르지 아가씨라고 안 해요.”“현아. 그건 네가 너를 속이는 거야. 호영이가 어디가 안 좋아? 두 집안이 수준도 맞고 거리가 조금 멀기는 하지만 지금 교통이 좋아 비행기 타면 바로 올 수 있잖아. 그리고 호영이 능력이 너와 비겨도 부족하지 않고, 호영이가 나약한 재벌 2세 아니잖아.”진미리는 애써 딸을 설득하려 했다.“너도 이젠 어리지 않아. 스물여덟이야. 구정 지나면 스물아홉이고, 금방 서른이 돼. 너 계속 이렇게 살면 아빠, 엄마가 죽어서도 눈을 못 감아. 아니면 너 혹시 동성 좋아하는 거야? 너 그 이씨 가문 친딸 좋아하는 것 같던데 맞아?”고현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엄마 저 동성 안 좋아해요. 전 그저 이윤미가 멋있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그만하시고 저 이만 갈게요. 전호영은 제가 호텔까지 바래다줄게요. 아니면 또 걱정하실 거잖아요.”고현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엎드려 있는 전호영을 깨우려고 어깨를 흔들었지만, 전호영은 꿈쩍을 하지 않았다. 두어 번 흔들어도 깨지 않자, 고현은 전호영을 부축해 일으키면서 말했다.“아빠, 엄마, 저 갈게요.”“너 반드시 호텔까지 바래다줘야 해. 이렇게 잘생긴 남자를 길바닥에 버리고 가면 누가 주워갈 수도 있어.”고진호는 전호영이 걱정되어 딸에게 신신당부하고는 그래도 시름이 안 놓이는지 문밖까지 따라 나갔다.고진호의 말에 고현은 피식 웃음이 났다. ‘누가 전호영을 주워가냐고? 이미 강성에서 다 알려진 얼굴인데.’고현의 경호원이 고현이 전호영을 부축하고 나오는 것을 보고 급히 달려와 고현을 도와 전호영을 부축해 차에 태웠다.“아빠,
전호영을 한참 바라보다가 고현은 시선을 거두고 등받이에 기대어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대표님, 먼저 하루 호텔로 갈까요?”기사가 운전하면서 고현에게 공손하게 물었다.“네.”고현이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고진호가 한 말을 기사와 경호원도 들었다.기사는 더는 말이 없었다.조수석에 앉아 있던 경호원이 고개를 돌려 고현과 전호영을 바라보았다.고현은 눈을 감고 휴식하고 있었고 전호영은 잠이 들어 두 사람은 아무 말이 없었다. 전호영이 취해서 잠이 들었기에 말을 못 하는 것이 당연하다.경호원은 이내 고개를 돌리면서 속으로 고현의 처지를 안타깝게 생각했다.그렇게 우수하고 한결같이 순결을 지켜오며 절대로 스캔들에 휘말리지 않던 고 대표님이 관성에서 온 전씨 가문 셋째 도련님 때문에 동성애 스캔들에 휘말리게 되었다.그들이 더욱 의아하고 이해되지 않는 것은 진미리와 고진호의 반응이었다.도리대로라면 진미리와 고진호가 전호영이 고현에게 대시하는 것을 알면 어떤 방법을 대서라도 두 사람을 못 만나게 해야 하는데 진미리와 고진호는 도리어 전호영을 좋아하는 것 같았으며 가끔 전호영을 집으로 초대해 식사도 같이했다.그러고는 항상 고현에게 전호영을 호텔로 바래다주라고 했다.진미리와 고진호는 혹시 고현이 애인이 없는 원인이 여자를 싫어하고 동성을 좋아한다고 생각해서일까? 고현은 그저 눈을 감고 잠깐 휴식을 취하려 했을 뿐인데 저도 모르게 깊이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고현이 전호영의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들었고 심지어 전호영은 한쪽 팔로 고현을 감싸안고 있었다.눈치챈 고현은 갑자기 전호영을 밀치며 자세를 바로잡았다가 아직 차에 있다는 것을 알고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깼어요?”전호영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으며 고현을 바라보았다.“아까 안 취했죠?”고현이 전호영에게 되물었다.맑은 눈빛에 생글생글 웃는 모습이 아까 전의 술에 취해 쓰러져 있던 전호영이 아니었다.고현은 전호영이 술에 취한 척 연기한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고현의 부모님만 이 자식한테
“고맙지만 사양할게요. 전호영 씨 이젠 술 깼으니 차에서 내려요.”고현은 전호영의 야식 요청을 거절했다.비록 꽤 오랫동안 잤지만 아직 배가 고프지 않았고 조금 전에 저녁 먹은 것 같았다.저녁 식사는 전호영이 직접 준비했다. 바비큐든 다른 요리든 전부 전호영이 혼자 했고 고현도 전호영의 요리 솜씨를 인정했으며 아주 맛있게 먹었다.“아니면 야시장 갈까요?”“흥미 없어요. 전 대표님은 이제 차에서 내려주세요. 제가 저희 아빠 요구대로 하루 호텔까지 바래다 드렸어요.”전호영이 차에 앉아 꿈쩍도 하지 않았다.“전호영 씨, 차에서 내려요.”그래도 전호영은 꼼짝 않고 무뢰한처럼 버티고 있었다.“난 배가 고파요. 같이 가요. 저녁에는 내가 고현 씨 아버님이랑 술을 마시느라 많이 못 먹어서 배가 고파요.”고현이 본능적으로 반박했다.“수프 두 그릇 마시고 밥도 반 그릇 먹었어요. 술 네 잔 마시고 생선구이와 닭고기, 양고기도 적지 않게 먹었어요. 그리고 다른 요리도 먹었고요. 그런데도 많이 못 먹었다고요? 전호영 씨 혹시 먹보예요?”“오호, 나를 유심히 관찰했네요. 내가 뭘 먹었는지 얼마나 먹었는지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 나는 내가 뭘 먹었던지 기억이 안 나요. 현이 씨가 나를 몰래 훔쳐봤죠?”전호영이 취해 자는 척할 때 고현이 자기를 한참이나 지켜봤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전호영은 고현이 기습적으로 키스라도 하길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고현은 절대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고현이 말했다.“안 내리겠으면 날이 밝을 때까지 앉아 있어요.”‘네가 안 내리면 내가 가면 될 거 아니야?’고현이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차에서 내리자마자 하루 호텔 문 앞에 걸린 사랑의 메시지가 적힌 플랜카드가 눈에 들어왔다.전호영은 플랜카드를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호텔 입구에 걸어놓고 있었다.호텔 정문에 버젓이 걸어 놓으니 호텔에 출입하는 사람들도 행인들도 다 볼 수 있었다.연예 기자가 보도한 뒤로 이곳은 인플루언서들의 성지로 되어버려 저마다 이곳에 와
전호영은 고현을 쫓아가더니 고현의 손을 잡았다.“이젠 고객 만나러 안 가도 되고 자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인데 우리 쇼핑하러 갈까요? 고현 씨 경호원들은 따라오지 말라고 해요. 아니면 너무 튀어서 사람들 눈에 띄기 쉬워요.”남성 두 명이 쇼핑하는 건 이상하지 않지만 고현이 경호원을 대동하면 신분이 폭로되기 쉬웠다.고현은 전호영의 손을 힘껏 뿌리치며 싸늘하게 말했다.“전호영 씨, 난 바빠서 쇼핑할 시간이 없으니 쫓아오지 마요.”“쇼핑 안 하겠으면 나와 야식 먹으러 가요. 혼자 먹으면 맛없어요. 같이 먹어요.”고현이 전호영을 째려보다가 몸을 돌려 발자국을 떼려는 걸 전호영이 다시 붙잡았다. 전호영은 고현에게 낮은 소리로 뭐라고 말했는지 고현의 얼굴이 어두워지면서 전호영을 한참 동안 노려보다 마지못해 말했다.“고성 호텔로 가요.”“고현 씨가 같이 가주기만 한다면 어디서 먹든 상관없어요.”두 호텔이 가깝게 자리 잡고 있기에 한밤중이라도 걸어서 호텔로 돌아오면 그만이다.전호영은 또 한 번 고현과의 데이트에 성공했지만, 한 끼 야식에 거금을 쏟아부었다. 고현이 전호영에게 단단히 바가지를 씌웠다.전호영은 지갑을 꺼내 계산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매일 이렇게 먹는다 해도 망하진 않겠죠? 현이 씨가 돈을 벌어 기분이 좋다면 매일 바가지요금을 내며 야식을 먹어도 좋아요.”고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현이 씨, 배가 너무 불러 산책하면서 소화해야겠어요. 이젠 거리에 사람도 별로 없으니 손잡고 다녀도 아무도 안 봐요.”시계를 보니 확실히 늦은 시간이었다. 잠복해 있던 연예 기자들이 하품하며 기다려도 전호영이 나오는 것을 보지 못했지만 여태까지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 끝까지 버텨보기로 했다.“전호영 씨, 대체 어디까지 기어오를 셈인가요?”전호영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여기서 멈추면 재미없잖아요. 발전이 없으면 그건 제자리걸음이에요.”전호영이 다시 손을 잡으려 하자 고현이 뿌리치며 냉랭하게 말했다.“다치지 마요.”“그럼 그냥 가요.”전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