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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은 억만장자의 모든 챕터: 챕터 1021 - 챕터 1030

2585 챕터

제1021화

“예정이, 예진이, 너희 둘 마침 잘 왔어. 대체 이게 무슨 짓이야? 똑똑히 들어. 애초에 너희가 이 집에서 나가고 마을을 떠날 때 집과 밭은 전부 우리 것으로 됐어. 이건 내 아들이 우리 두 늙은이에게 물려준 집이니 우리 두 사람 재산이야. 누구에게 줄지는 우리가 정해. 그러나 절대 시집간 너희 둘에겐 줄 일이 없어.”하씨 노친은 하예진 자매가 수많은 사람을 데리고 오자 가슴이 움찔거렸다. 그녀는 병원에 누워있을 때 이미 하예정이 대단하다고 들었는데 이젠 어느덧 신분 상승하여 어마어마한 재벌가 사모님으로 거듭났다.다소 마음이 찔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어쨌거나 그들은 강제로 집을 차지하고 하예진 자매가 미성년자라 아무 능력이 없는 틈을 타 모질게 집에서 내쫓았으니 말이다.집에서 쫓겨날 당시 하예정은 고작 열한두 살쯤이었다.두 자매는 집에서 쫓겨난 후 앞서 몇 년은 마을에 돌아가 부모님 산소도 찾아뵙고 부모님이 남겨주신 집에 다시 돌아가 지내고 싶었지만 하 영감 부부는 매번 몽둥이로 두 자매를 때리고 모질게 욕하며 가차 없이 내쫓았다. 두 자매는 너무 심하게 맞다 보니 그 뒤로 몇 년간 감히 돌아올 엄두가 안 났다.양측 모두 줄곧 연락이 없다가 하예진이 결혼한다고 하자 그들은 뻔뻔스럽게 주씨 일가로 찾아가 예물 값으로 6천만 원을 요구했는데 하예진에게 바로 거절당했다. 그녀는 주씨 일가에 예물 값 6천만 원을 지불하지 말라고 한 뒤 친정 식구들을 내쫓았다.그 후로 또 3년 가까이 연락이 끊겼다.그러다가 하씨 노친이 몸져눕고 다들 치료비용을 내고 싶지 않던 와중에 하예진 자매가 떠올랐다. 두 자매가 꽤 잘나가는 것 같아서 비로소 다시 연락하게 되었다.하씨 노친도 본인들이 도가 지나쳐 마을 사람들이 아니꼽게 본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단지 그녀가 너무 억척스럽고 파렴치하며 워낙에 무뢰한이라 마을 사람들이 감히 건드리지 못할 뿐이다.인제 본인의 이익과 관련되자 그녀는 또다시 파렴치함의 끝을 보여줬다.“시집간 년이 어딜 뻔뻔스럽게 친정에 찾아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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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2화

아쉽게도 그녀는 노인네인지라 두 경호원의 제압을 벗어나지 못했다.경호원들도 그녀를 다치게 한 게 아니라 부축해서 자리를 옮겼을 뿐이다.이를 본 하씨 집안의 다른 사람들도 재빨리 달려갔지만 전씨 일가와 성씨 일가의 경호원들도 동시에 출격해 그들을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게 가로막아 버렸다.“사람 때려요. 나 좀 살려주세요!”하씨 노친은 하예정 쪽이 사람도 많고 기세가 막강해 보이자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다리를 내리치며 사람을 때린다고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하지만 마을 주민들은 그저 둘러볼 뿐 아무도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또 누군가는 휴대폰을 들이대고 동영상까지 찍었다.마을 주민들은 누구보다 잘 안다. 하예정이 데려온 사람들은 하씨 노친을 부축해 자리에서 끌어낼 뿐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을.이건 엄연한 하씨 노친의 생트집이다.영상을 촬영하는 사람은 모든 과정을 찍어둬 나중에 하씨 집안 사람들이 사실을 왜곡하려 할 때 모두에게 이 영상을 보여줄 생각이었다. 괜히 작년처럼 옳고 그름이 뒤집힌 부조리한 상황을 만들어 두 자매만 해치는 일은 면해야 하니까.하예정의 지휘하에 벽돌, 모래, 자갈 한 트럭을 전부 그녀의 집 문 앞 공터에 부렸다.사실 그녀도 잘 알고 있다. 이따가 마을을 떠나거든 인간쓰레기 같은 하씨 집안 사람들이 이 벽돌들을 전부 옮겨갈 것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하는 것은 반드시 집을 되찾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당장 너희 할아버지한테 연락해.”하씨 노친은 다리가 벌게질 때까지 내리쳤지만 그녀를 위해 나서는 마을 사람이 한 명도 없자 동작을 멈추고 바닥에서 일어나 바지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면서 손자들에게 고함을 질렀다.남편과 아들, 손자에게 전화해 당장 돌아오게 할 작정이었다.그들 하씨 집안에서 제일 대단한 사람은 두 손자뿐이다.하지철도 인파들 속에서 선뜻 나서려 했지만 하예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생각나 걸음을 멈추고 감히 나설 엄두가 안 났다.게다가 그녀는 오늘 만반의 준비를 하고 찾아왔다. 전태윤의 경호원은 하나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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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3화

하예정이 싸늘하게 웃었다.“16년 전에 아빠, 엄마가 금방 돌아가시고 사망배상금으로 2억 4천만 원을 받았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는 자식, 손자들을 데리고 대가족이 찾아와 우리가 집에 발 디딜 틈도 없게 만들었어요. 나랑 언니한테 그 돈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면서 할머니랑 할아버지도 받을 몫이 있다더니 정작 얼마나 가져가셨죠? 애초에 우리 부모님의 사망배상금을 더 많이 챙기려고 이런 말까지 했었죠. 두 분 살아계실 땐 우리 두 자매가 부모님 대신 당신들을 돌볼 필요가 없고 두 분이 죽어도 장례식을 치러줄 필요가 없다면서 각서까지 썼잖아요. 당신들 그 몫은 진작 훼손했겠지만 다른 한 부는 언니가 새것대로 보관해 뒀어요. 마을 회관에도 한 부 더 남아있을 거예요. 애초에 마을 이장이 증인으로 돼주셨는데 지금도 살아계시니 다 모셔 와서 대질이라도 할까요?”“이 집이 당신들 거예요? 등기부 등본에 여전히 우리 아빠 이름으로 돼 있어요. 엄마, 아빠가 물려주신 유산은 할머니, 할아버지도 조금은 나누어 가질 수 있겠지만 완전히 물려받을 순 없어요. 나랑 언니도 한몫하니까요! 아 그리고 우리 부모님이 아들을 삼으셨다고요? 언제요? 엄마, 아빠가 동의했어요? 하지문이 우리 부모님께 엄마, 아빠라고 부른 적 있어요? 결국 제 부모님만 엄마, 아빠라고 불렀잖아요! 우리가 매년 돌아와 산소에 가지 않는다고, 하지문이 청명절 때마다 산소를 찾아뵙는다고 우리 부모님의 모든 걸 물려받을 수 있냐고요? 꿈 깨요!”하예정이 차갑게 쏘아붙였다.“할머니, 얼른 할아버지한테 전화해서 돌아오라고 하세요. 나랑 예진 언니는 오늘 부모님의 유산 문제로 돌아온 거예요. 그러니까 다 함께 모여서 똑똑히 나눕시다! 난 항상 변함없어요. 우리에게 속하는 건 한 치의 양보도 없을 테고 우리 것이 아니면 앞다투어 뺏지 않을 겁니다!”“하예정!”하씨 노친이 화나서 펄쩍 뛰어오르며 하예정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너희는 딸이야. 딸들이 무슨 자격으로 유산을 물려받아? 네 아비는 내 아들이야. 아들이 죽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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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4화

이젠 두 자매 모두 능력 있으니 돌아와서 부모님의 집을 되찾겠다고 한다. 이에 경옥 이모는 두 손 두 발을 들어 찬성했다.“그러게 말이에요. 애초에 분명 숙모님이 먼저 말을 꺼냈잖아요. 노후를 책임지지 않아도 되고 죽은 뒤에 장례도 치러줄 필요 없다면서 먼저 말해놓고선 예진이, 예정이를 길러준 적도 없으면서 무슨 체면으로 애들한테 돈을 원해요? 손자들 많잖아요. 그렇게 예뻐한 손자들한테는 왜 돈 달라는 말을 못 해요?”“죽은 사람 돈으로 온 가족이 빌붙어 살면서 하다 하다 딸애들까지 괴롭혀요? 진짜 너무하시네. 천벌 받을 사람은 당신들이에요. 다 죽을 나이가 돼서 지옥 갈까 두렵지도 않아요? 당신들 같은 인간은 죽어서도 영원히 환생 못 해요.”마을 사람들도 시집간 딸들이 친정에 돌아와 유산 다툼하는 걸 탐탁지 않게 여겼지만 하씨 집안 인간들이 너무 못되게 굴어서 참지 못하고 너도나도 한마디씩 끼어들었다.“저 집안사람들은 원래 파렴치한 인간들이야. 다들 돈도 많고 별장에 살면서 고급 차를 몰고 다녀. 하지문은 연봉이 몇억이야. 그럼에도 숙모가 아플 때 돈을 내놓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지. 죄다 예진이, 예정이한테 손 벌리려는 것 좀 봐.”“좋은 건 다 자기들이 차지하고 뭔 일만 생겼다 하면 바로 예진이네 자매한테 뒤집어씌워. 누굴 호구로 아나?”작년에 인기검색어로 소란을 피웠던 일을 하씨네 마을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그들은 하예진 자매를 응원하고 하씨 노친 가족들의 야비하고 파렴치한 실체를 폭로하기 위해 인터넷 서핑을 배웠다!후에 인기검색어 사건이 반전을 일으키면서 하지문 일행이 직장을 잃었다는 소식을 듣자 마을 사람들은 천벌을 받은 거라고 쾌재를 불렀다.“너희들이 뭔데 참견이야!”하예정이 큰 소리로 말했다.“아저씨, 아주머니들은 참견하는 게 아니라 정의를 구현하고 진실을 알리는 거예요!”전태윤은 그녀 뒤에 묵묵히 서서 아무 말 없이 아내를 응원해 주었다. 그러나 싸늘한 그의 눈빛과 마주한 하씨 집안 사람들은 평소 마을에서 행패를 부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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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5화

이경혜가 말을 이었다.“나도 오늘 당신들과 싸우러 온 게 아니에요. 조카들과 함께 내 동생이 살았던 곳을 와보고 싶었고 겸사겸사 당신들한테 얘기해주러 왔어요. 알아서 나가면 덜 번거로울 테지만 이사하지 않겠다고 행패를 부리면 주거침입죄로 당신들을 고소할 겁니다. 소송을 걸어서라도 이 집을 가져올 거예요. 그때 가서 법원 판결대로 나누면 그뿐입니다! 내 조카들 몫을 차지할 생각 하지 말아요. 얘네들도 제 몫이 아닌 건 당신들과 뺏지 않을 겁니다.”하씨네 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마주 보며 생각했다.‘가혜 친언니가 예정이 자매를 찾은 거였구나.’이경혜가 하예정의 이모라는 사실을 하씨 집안 사람들은 절대 마을 사람들에게 알릴 리 없다.홍가혜의 친언니가 하예정 자매를 찾은 건 하씨 집안 사람들에게 불리한 일이다. 그들의 좋은 일만 망칠 테니까. 하지문은 애초에 성씨 그룹 계열사의 임원직을 맡지 않았던가?소문에 의하면 하지문은 성씨 그룹 따님의 심기를 건드려 회사에서 잘리고 연봉 2억의 직장을 잃었다고 하는데 그 뒤로도 더 이상 취직이 어려웠다.게다가 하지문은 전씨 그룹에 발을 들일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자신이 능력도 있고 성씨 그룹 출신이라 전씨 그룹에 들어가서 성씨 그룹을 제압하리라 마음먹었는데 기막히게도 전씨 그룹 오너가 하예정의 남편일 줄이야.마을 사람들은 이런 소문들을 들은 후 하씨 집안 사람들이 하유 부부가 목숨으로 바꿔온 재산을 뻔뻔스럽게 오랜 시간 차지하고 있었으니 이젠 천벌 받을 때도 되었고 전부 토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홍가혜의 진짜 친정 식구가 찾아온 이상 하씨 집안 사람들은 고생길이 열릴 것이다.홍가혜의 친언니가 마을 사람들에게 살짝만 여쭤봐도 하씨 집안 사람들이 애초에 가혜를 어떤 식으로 괴롭혔는지 낱낱이 알 수 있다.하 영감 부부는 아이를 여섯 명 낳았는데 아들 넷에 딸 둘이고 그중에서 하유를 제일 싫어했다. 다만 부모님께 제일 효도하는 것도 하유인지라 노부부는 몸이 불편할 때마다 하유 부부와 함께 병원에 다녔고 병원비용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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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6화

작년에 있은 일인데 하씨 노친의 작은 손자가 하예정이 병원비를 내려고 하지 않자 한 무리 사람들을 데리고 그녀를 찾아가 차를 가로막고 따끔하게 혼내주려 했는데 되레 하예정에게 호되게 얻어맞고 경찰서까지 잡혀가서 15일 동안 갇혀 있었다.한편 하예정은 아무 일도 없었다.명색이 사람을 때린 건 그녀인데 말이다.다들 그녀가 정당 방위한 거라며 죄가 없다고 했다.하씨 노친은 손자가 하예정에게 얻어맞고 경찰서까지 잡혀간 걸 알게 되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고 하예정이 미워서 이를 박박 갈았다.“엄마, 아빠 오시거든 다시 얘기해요.”“할머니, 충동하면 안 돼요. 꼭 참으셔야 해요.”다들 하씨 노친을 말렸다.행패를 부리는 건 그들이니까.하씨 노친이 아무리 악랄하게 나와도, 막무가내로 발악해도 권력과 세력을 다 가진 전씨 도련님과 성씨 가문 사모님 앞에선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이경혜는 이미 소송을 걸겠다고 말했다.하씨 노친이 법을 몰라도 그들은 잘 알고 있다.소송을 걸면 하씨 집안은 승산이 없다. 하 영감 부부가 하유의 일부 재산을 나누어 가질 순 있지만 이 집을 통째로 차지하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만약 하씨 노친이 손을 댔다가 하예정이 물고 늘어지면 그땐 손해배상금까지 물어야 한다.하예정은 그들에게 전혀 마음 약해지지 않았고 옛정 따위 생각하지도 않았다.옛정이 남아있긴 할까?전에 그들은 하예정을 모질게 괴롭혔다.하예진이 중학교에 들어간 후 학교 기숙사에서 살았고 하예정만 부모님 곁에서 초등학교에 다녔다. 그때 사촌들은 하예정을 죽도록 괴롭혔다.홍가혜가 살아있을 때 딸을 위해 동서들과 다툰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예정 누나, 할머니는 연세도 있으시고 아무것도 모르세요. 말을 좀 거칠게 한 것뿐이니 누나가 너그럽게 봐줘요. 어쩌다가 돌아오셨는데 우리 집에 들어가서 차 한잔하실래요?”하지철은 할머니를 달랜 후 하예정에게 배시시 웃으며 집안으로 모시려 했다.“예정아, 예진아, 어찌 됐든 우린 한 가족이잖니. 너희 부모님이 안 계시니 집에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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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7화

하씨 노친의 며느리와 손자는 하예정을 살갑게 집으로 초대했다. 하씨 노친은 오랫동안 소란을 피웠지만 이득을 보기는커녕 마을 사람들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다.이에 노인네도 인상을 펴면서 말했다.“예정아, 예진아, 너희들 큰어머니 말대로 우린 결국 한 가족이잖니. 무슨 일 있으면 안에 들어가서 천천히 얘기해 보자꾸나. 이 할미도 너희랑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아. 너희 할아버지가 돌아오시거든 그때 다시 얘기 나누거라. 어찌 됐든 할미 집은 영원히 할미 집이야.”하예정이 쓴웃음을 지었다.“나도 더 이상 할머니와 싸우고 싶지 않고 당신들과 유산을 다투고 싶지도 않아요. 우리 그냥 법원에서 만나요.”소송을 거는 건 유산 배분을 확정하기 위해서이다. 이모 말씀대로 이 집은 하예정 부모님의 혼후 공동재산이니 절반은 그녀 어머니의 재산이고 나머지 절반만 아버지 재산이다.아버지 재산은 하예진 자매와 할머니, 할아버지가 똑같이 나눠야 한다. 이 집의 대지면적은 100평인데 절반은 어머니 몫이고 나머지 절반에서 하예진 자매와 두 노인네가 똑같이 나눠야 하니 노인네는 25평을 나눠 갖게 된다.어머니의 몫은 만약 홍가네 쪽에서 엄마를 길러주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유산 포기각서를 쓴다면 하예진 자매의 몫으로 될 뿐 하 영감 부부와는 아무 연관이 없다.“당신들도 날 초대할 자격 없어요. 여긴 내 집이니 난 내 집으로 들어갈 뿐이에요.”하예정은 말하면서 전태윤의 손을 잡고 부모님이 고생해서 지은 집으로 나란히 들어갔다.이곳은 그녀의 집이다.예전에는 너무 어려서 부모님이 남겨주신 집을 지킬 능력이 없었고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빼앗긴 채 매정하게 쫓겨나기까지 했다.하예정은 문 앞에 서서 집안을 쭉 둘러보았는데 많은 물건들이 그녀 부모님이 생전에 사신 것들이었다. 하 영감 부부는 이곳에 살면서 다시 돈 들여 물건을 바꾸기도 인색해 했다.하예진은 이경혜 모녀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하씨 노친이 말리고 싶었지만 하지철이 냉큼 할머니를 잡아당겼다.하지철은 할머니를 이끌고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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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8화

“소송을 걸면 우리가 승산이 없어?”하씨 노친이 물었다.“이 집은 너희 셋째 큰아버지가 지은 거야. 난 하유 친엄마인데 왜 상속을 못 받아?”“상속받을 순 있어요. 그렇지만 전부를 상속받는 건 아니에요. 아까 제가 한 말처럼 할머니는 그저 셋째 큰아버지 몫의 4분의 1만 상속받을 수 있어요. 할아버지도 마찬가지고요.”하지철은 할머니가 또다시 하예정을 찾아가 시비를 걸까 봐 인내심 있게 차근차근 설명했다.“그딴 거 몰라 난. 아무튼 이 집은 나랑 네 할아버지가 살고 있으니 우리 거야. 누굴 주든 우리가 정해. 소송에서 지면 날 잡아가기라도 할 거야?”하지철이 정색하며 말했다.“강제 집행하면 할머니, 할아버지를 이 집에서 내쫓을 거고 만약 두 분이 소란을 피우면 감방에 갇힐 거예요. 저번에 나처럼 갇히게 돼요. 할머니, 감방 들어가면 엄청 무서워요. 웬만하면 법을 어기지 말아야 해요.”그는 15일 동안 감방에 갇힌 후 트라우마가 생겨 또다시 못된 짓을 저지르라고 해도 그럴 엄두가 안 난다.“하지만 예정이네는 딸이야. 딸들도 상속받을 수 있어?”“상속법 규정에 따르면 딸들도 상속권이 있어요.”“얼어 죽을 계집년들, 왜 죽지도 않는대? 진작 죽어버렸으면 돌아와서 나랑 유산 다툴 일도 없잖아.”하씨 노친은 법을 모르지만 손자가 설명해 주니 이 유산 다툼에서 이득을 볼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또한 셋째 아들이 전 재산을 하지문에게 물려준다고 선뜻 주장할 수도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그녀는 또다시 하예진 자매가 파렴치하게 친정에 돌아와 유산을 다투고 있다고 모질게 욕했다.하예정은 밖에 있는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은 채 전태윤과 함께 집안을 둘러보았다. 이 집을 지은 지 20년 가까이 되어 어느덧 낡은 건물로 돼버렸지만 그녀에겐 여전히 소중한 집이고 그녀의 뿌리와도 같은 존재였다.하예정은 잡동사니가 수북이 쌓인 방 입구에 서서 전태윤에게 말했다.“여기가 바로 나랑 언니 방이에요. 내가 어릴 때 겁쟁이라 혼자 방을 쓸 엄두가 안 나 언니랑 함께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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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9화

옛 추억을 회상하면 하예정 자매만 마음이 괴로운 게 아니라 듣고 있던 이경혜 모녀도 속상할 따름이다. 이경혜는 진작 눈시울이 붉어졌다.조금만 더 일찍 동생을 찾았다면 모든 게 변했을 텐데.동생의 죽음을 바꾸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두 조카는 지켜줄 수 있잖아.부모를 여읜 두 아이가 친척들의 매정함을 감당해야 했고 그 어린 나이에 삭막한 인심과 추악한 인간의 내면까지 다 겪어야 했으니.“예정아.”전태윤이 안쓰러운 얼굴로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다 지나간 일이야. 이젠 다 지나갔어.”작년에 인스타를 뜨겁게 달군 그 사건이 터졌을 때 전태윤은 그녀와 함께 고비를 넘겼다.하예정은 언니의 일기를 인스타에 올리며 반박에 나섰고 드디어 여론이 그녀들에게 돌아섰다. 그때 전태윤은 처형이 쓴 일기를 보았는데 두 번은 더 볼 용기가 안 났다.한 번만 읽어도 아내가 불쌍해서 죽을 지경이니 말이다.전태윤은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 아니지만 처형의 일기를 읽은 후 눈가가 촉촉해졌다.때로는 가장 무자비하고 자신에게 가장 깊은 상처를 주는 것이 바로 가족이다.이 말은 틀린 것 하나 없다.하예정 자매가 바로 가족들에게 가장 극심한 상처를 받았다.성소현은 자신의 가방에서 휴지 두 팩을 꺼내 한 팩을 전태윤에게 건넸다.전태윤은 휴지를 받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하예정은 남편이 옆에서 챙겨주고 있으니 그가 분명 휴지로 아내의 눈물을 닦아줄 것이다. 이경혜와 하예진은 성소현한테서 휴지를 건네받았다. 이경혜는 작은 조카가 제일 힘들 때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걸 보아냈다.다만 큰 조카는 이혼하여 홀로 외롭게 있었다. 이경혜는 시내로 돌아가거든 다시 큰 조카를 위해 좋은 남자를 찾아주고 평생 의지할 동반자를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첫 결혼에 실패했으니 두 번째 결혼은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예정아, 그만 얘기해. 이모도 우신다.”하예진은 눈물을 닦은 후 동생에게 지난 일을 그만 얘기하라고 했다. 물론 그녀도 이곳에 돌아오면 저도 몰래 과거가 회상되지만 말이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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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0화

하예정의 둘째 숙모가 하씨 노친에게 물었다.“토지소유권 증명서가 어머님, 아버님 손에 있나요? 애초에 이 집을 어머님, 아버님 명의로 돌리셨어야죠.”만약 두 노인네의 명의로 되어있다면 하유 부부가 지은 집이라 해도 부모님께 효도하느라 지은 집이라고 우기면 된다.그렇게 되면 하예진 자매는 집을 되찾을 수 없다.하씨 노친이 말했다.“애초에 하유네 가족관계증명서랑 토지소유권 증명서를 찾지 못했어. 나랑 네 아비도 이런 걸 잘 모르니 증명서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어. 우리가 이미 이 집에 사는데 누가 감히 우릴 내쫓을까? 저 두 계집애가 가족관계증명서랑 이 집에 관련된 증명서류들을 챙겨간 게 틀림없어.”“할머니, 예정 누나 또 나왔어요.”하지철이 전태윤과 하예정이 걸어 나오는 걸 보더니 저도 몰래 머리털이 곤두섰다.그는 이 사촌 누나가 진심으로 무서웠다.“하지철, 이리 와.”하예정이 거침없이 그를 불렀다.‘응? 나를?’하지철은 흠칫 놀라더니 앞잡이처럼 쪼르르 달려가 아양을 떨며 배시시 웃었다.“누나, 무슨 일이야?”“우리 엄마, 아빠 무덤을 어디로 옮겼는지 넌 알고 있지?”하지철은 머뭇거리다가 부인하려 했지만 하예정 부부의 싸늘한 눈빛에 바로 주눅 들어 이실직고했다.“알아. 망우령 기슭의 숲으로 옮겼어. 비석이 없는 그 묘가 셋째 큰어머니 거고 셋째 큰아버지는 비석이 있어. 가보면 쉽게 찾을 거야. 누나, 이거 내가 몰래 알려준 거니까 절대 내가 말했다고 하면 안 돼. 할아버지가 말하지 말라고 하셨단 말이야. 매년 청명절 때마다 지문 형 홀로 셋째 큰아버지네 산소로 갔는데 내가 제일 어리다 보니 따라가겠다고 응석 부려서 겨우 몇 번 따라간 거야. 나도 그래서 알게 됐어.”하예정도 그 생각은 했었다. 만약 부모님 산소가 어디 있는지 알게 됐다는 걸 저들에게 들킨다면 이따가 마을을 떠났을 때 인간쓰레기 같은 친척들이 또다시 부모님 무덤을 옮길 수 있다.“너도 비밀로 해줘. 내가 너한테 뭘 물었는지 절대 저 인간들에게 알리지 마.”그녀는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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