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예정이 싸늘하게 웃었다.“16년 전에 아빠, 엄마가 금방 돌아가시고 사망배상금으로 2억 4천만 원을 받았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는 자식, 손자들을 데리고 대가족이 찾아와 우리가 집에 발 디딜 틈도 없게 만들었어요. 나랑 언니한테 그 돈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면서 할머니랑 할아버지도 받을 몫이 있다더니 정작 얼마나 가져가셨죠? 애초에 우리 부모님의 사망배상금을 더 많이 챙기려고 이런 말까지 했었죠. 두 분 살아계실 땐 우리 두 자매가 부모님 대신 당신들을 돌볼 필요가 없고 두 분이 죽어도 장례식을 치러줄 필요가 없다면서 각서까지 썼잖아요. 당신들 그 몫은 진작 훼손했겠지만 다른 한 부는 언니가 새것대로 보관해 뒀어요. 마을 회관에도 한 부 더 남아있을 거예요. 애초에 마을 이장이 증인으로 돼주셨는데 지금도 살아계시니 다 모셔 와서 대질이라도 할까요?”“이 집이 당신들 거예요? 등기부 등본에 여전히 우리 아빠 이름으로 돼 있어요. 엄마, 아빠가 물려주신 유산은 할머니, 할아버지도 조금은 나누어 가질 수 있겠지만 완전히 물려받을 순 없어요. 나랑 언니도 한몫하니까요! 아 그리고 우리 부모님이 아들을 삼으셨다고요? 언제요? 엄마, 아빠가 동의했어요? 하지문이 우리 부모님께 엄마, 아빠라고 부른 적 있어요? 결국 제 부모님만 엄마, 아빠라고 불렀잖아요! 우리가 매년 돌아와 산소에 가지 않는다고, 하지문이 청명절 때마다 산소를 찾아뵙는다고 우리 부모님의 모든 걸 물려받을 수 있냐고요? 꿈 깨요!”하예정이 차갑게 쏘아붙였다.“할머니, 얼른 할아버지한테 전화해서 돌아오라고 하세요. 나랑 예진 언니는 오늘 부모님의 유산 문제로 돌아온 거예요. 그러니까 다 함께 모여서 똑똑히 나눕시다! 난 항상 변함없어요. 우리에게 속하는 건 한 치의 양보도 없을 테고 우리 것이 아니면 앞다투어 뺏지 않을 겁니다!”“하예정!”하씨 노친이 화나서 펄쩍 뛰어오르며 하예정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너희는 딸이야. 딸들이 무슨 자격으로 유산을 물려받아? 네 아비는 내 아들이야. 아들이 죽었으
이젠 두 자매 모두 능력 있으니 돌아와서 부모님의 집을 되찾겠다고 한다. 이에 경옥 이모는 두 손 두 발을 들어 찬성했다.“그러게 말이에요. 애초에 분명 숙모님이 먼저 말을 꺼냈잖아요. 노후를 책임지지 않아도 되고 죽은 뒤에 장례도 치러줄 필요 없다면서 먼저 말해놓고선 예진이, 예정이를 길러준 적도 없으면서 무슨 체면으로 애들한테 돈을 원해요? 손자들 많잖아요. 그렇게 예뻐한 손자들한테는 왜 돈 달라는 말을 못 해요?”“죽은 사람 돈으로 온 가족이 빌붙어 살면서 하다 하다 딸애들까지 괴롭혀요? 진짜 너무하시네. 천벌 받을 사람은 당신들이에요. 다 죽을 나이가 돼서 지옥 갈까 두렵지도 않아요? 당신들 같은 인간은 죽어서도 영원히 환생 못 해요.”마을 사람들도 시집간 딸들이 친정에 돌아와 유산 다툼하는 걸 탐탁지 않게 여겼지만 하씨 집안 인간들이 너무 못되게 굴어서 참지 못하고 너도나도 한마디씩 끼어들었다.“저 집안사람들은 원래 파렴치한 인간들이야. 다들 돈도 많고 별장에 살면서 고급 차를 몰고 다녀. 하지문은 연봉이 몇억이야. 그럼에도 숙모가 아플 때 돈을 내놓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지. 죄다 예진이, 예정이한테 손 벌리려는 것 좀 봐.”“좋은 건 다 자기들이 차지하고 뭔 일만 생겼다 하면 바로 예진이네 자매한테 뒤집어씌워. 누굴 호구로 아나?”작년에 인기검색어로 소란을 피웠던 일을 하씨네 마을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그들은 하예진 자매를 응원하고 하씨 노친 가족들의 야비하고 파렴치한 실체를 폭로하기 위해 인터넷 서핑을 배웠다!후에 인기검색어 사건이 반전을 일으키면서 하지문 일행이 직장을 잃었다는 소식을 듣자 마을 사람들은 천벌을 받은 거라고 쾌재를 불렀다.“너희들이 뭔데 참견이야!”하예정이 큰 소리로 말했다.“아저씨, 아주머니들은 참견하는 게 아니라 정의를 구현하고 진실을 알리는 거예요!”전태윤은 그녀 뒤에 묵묵히 서서 아무 말 없이 아내를 응원해 주었다. 그러나 싸늘한 그의 눈빛과 마주한 하씨 집안 사람들은 평소 마을에서 행패를 부리고
이경혜가 말을 이었다.“나도 오늘 당신들과 싸우러 온 게 아니에요. 조카들과 함께 내 동생이 살았던 곳을 와보고 싶었고 겸사겸사 당신들한테 얘기해주러 왔어요. 알아서 나가면 덜 번거로울 테지만 이사하지 않겠다고 행패를 부리면 주거침입죄로 당신들을 고소할 겁니다. 소송을 걸어서라도 이 집을 가져올 거예요. 그때 가서 법원 판결대로 나누면 그뿐입니다! 내 조카들 몫을 차지할 생각 하지 말아요. 얘네들도 제 몫이 아닌 건 당신들과 뺏지 않을 겁니다.”하씨네 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마주 보며 생각했다.‘가혜 친언니가 예정이 자매를 찾은 거였구나.’이경혜가 하예정의 이모라는 사실을 하씨 집안 사람들은 절대 마을 사람들에게 알릴 리 없다.홍가혜의 친언니가 하예정 자매를 찾은 건 하씨 집안 사람들에게 불리한 일이다. 그들의 좋은 일만 망칠 테니까. 하지문은 애초에 성씨 그룹 계열사의 임원직을 맡지 않았던가?소문에 의하면 하지문은 성씨 그룹 따님의 심기를 건드려 회사에서 잘리고 연봉 2억의 직장을 잃었다고 하는데 그 뒤로도 더 이상 취직이 어려웠다.게다가 하지문은 전씨 그룹에 발을 들일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자신이 능력도 있고 성씨 그룹 출신이라 전씨 그룹에 들어가서 성씨 그룹을 제압하리라 마음먹었는데 기막히게도 전씨 그룹 오너가 하예정의 남편일 줄이야.마을 사람들은 이런 소문들을 들은 후 하씨 집안 사람들이 하유 부부가 목숨으로 바꿔온 재산을 뻔뻔스럽게 오랜 시간 차지하고 있었으니 이젠 천벌 받을 때도 되었고 전부 토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홍가혜의 진짜 친정 식구가 찾아온 이상 하씨 집안 사람들은 고생길이 열릴 것이다.홍가혜의 친언니가 마을 사람들에게 살짝만 여쭤봐도 하씨 집안 사람들이 애초에 가혜를 어떤 식으로 괴롭혔는지 낱낱이 알 수 있다.하 영감 부부는 아이를 여섯 명 낳았는데 아들 넷에 딸 둘이고 그중에서 하유를 제일 싫어했다. 다만 부모님께 제일 효도하는 것도 하유인지라 노부부는 몸이 불편할 때마다 하유 부부와 함께 병원에 다녔고 병원비용도 전
작년에 있은 일인데 하씨 노친의 작은 손자가 하예정이 병원비를 내려고 하지 않자 한 무리 사람들을 데리고 그녀를 찾아가 차를 가로막고 따끔하게 혼내주려 했는데 되레 하예정에게 호되게 얻어맞고 경찰서까지 잡혀가서 15일 동안 갇혀 있었다.한편 하예정은 아무 일도 없었다.명색이 사람을 때린 건 그녀인데 말이다.다들 그녀가 정당 방위한 거라며 죄가 없다고 했다.하씨 노친은 손자가 하예정에게 얻어맞고 경찰서까지 잡혀간 걸 알게 되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고 하예정이 미워서 이를 박박 갈았다.“엄마, 아빠 오시거든 다시 얘기해요.”“할머니, 충동하면 안 돼요. 꼭 참으셔야 해요.”다들 하씨 노친을 말렸다.행패를 부리는 건 그들이니까.하씨 노친이 아무리 악랄하게 나와도, 막무가내로 발악해도 권력과 세력을 다 가진 전씨 도련님과 성씨 가문 사모님 앞에선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이경혜는 이미 소송을 걸겠다고 말했다.하씨 노친이 법을 몰라도 그들은 잘 알고 있다.소송을 걸면 하씨 집안은 승산이 없다. 하 영감 부부가 하유의 일부 재산을 나누어 가질 순 있지만 이 집을 통째로 차지하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만약 하씨 노친이 손을 댔다가 하예정이 물고 늘어지면 그땐 손해배상금까지 물어야 한다.하예정은 그들에게 전혀 마음 약해지지 않았고 옛정 따위 생각하지도 않았다.옛정이 남아있긴 할까?전에 그들은 하예정을 모질게 괴롭혔다.하예진이 중학교에 들어간 후 학교 기숙사에서 살았고 하예정만 부모님 곁에서 초등학교에 다녔다. 그때 사촌들은 하예정을 죽도록 괴롭혔다.홍가혜가 살아있을 때 딸을 위해 동서들과 다툰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예정 누나, 할머니는 연세도 있으시고 아무것도 모르세요. 말을 좀 거칠게 한 것뿐이니 누나가 너그럽게 봐줘요. 어쩌다가 돌아오셨는데 우리 집에 들어가서 차 한잔하실래요?”하지철은 할머니를 달랜 후 하예정에게 배시시 웃으며 집안으로 모시려 했다.“예정아, 예진아, 어찌 됐든 우린 한 가족이잖니. 너희 부모님이 안 계시니 집에 돌
하씨 노친의 며느리와 손자는 하예정을 살갑게 집으로 초대했다. 하씨 노친은 오랫동안 소란을 피웠지만 이득을 보기는커녕 마을 사람들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다.이에 노인네도 인상을 펴면서 말했다.“예정아, 예진아, 너희들 큰어머니 말대로 우린 결국 한 가족이잖니. 무슨 일 있으면 안에 들어가서 천천히 얘기해 보자꾸나. 이 할미도 너희랑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아. 너희 할아버지가 돌아오시거든 그때 다시 얘기 나누거라. 어찌 됐든 할미 집은 영원히 할미 집이야.”하예정이 쓴웃음을 지었다.“나도 더 이상 할머니와 싸우고 싶지 않고 당신들과 유산을 다투고 싶지도 않아요. 우리 그냥 법원에서 만나요.”소송을 거는 건 유산 배분을 확정하기 위해서이다. 이모 말씀대로 이 집은 하예정 부모님의 혼후 공동재산이니 절반은 그녀 어머니의 재산이고 나머지 절반만 아버지 재산이다.아버지 재산은 하예진 자매와 할머니, 할아버지가 똑같이 나눠야 한다. 이 집의 대지면적은 100평인데 절반은 어머니 몫이고 나머지 절반에서 하예진 자매와 두 노인네가 똑같이 나눠야 하니 노인네는 25평을 나눠 갖게 된다.어머니의 몫은 만약 홍가네 쪽에서 엄마를 길러주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유산 포기각서를 쓴다면 하예진 자매의 몫으로 될 뿐 하 영감 부부와는 아무 연관이 없다.“당신들도 날 초대할 자격 없어요. 여긴 내 집이니 난 내 집으로 들어갈 뿐이에요.”하예정은 말하면서 전태윤의 손을 잡고 부모님이 고생해서 지은 집으로 나란히 들어갔다.이곳은 그녀의 집이다.예전에는 너무 어려서 부모님이 남겨주신 집을 지킬 능력이 없었고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빼앗긴 채 매정하게 쫓겨나기까지 했다.하예정은 문 앞에 서서 집안을 쭉 둘러보았는데 많은 물건들이 그녀 부모님이 생전에 사신 것들이었다. 하 영감 부부는 이곳에 살면서 다시 돈 들여 물건을 바꾸기도 인색해 했다.하예진은 이경혜 모녀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하씨 노친이 말리고 싶었지만 하지철이 냉큼 할머니를 잡아당겼다.하지철은 할머니를 이끌고 사
“소송을 걸면 우리가 승산이 없어?”하씨 노친이 물었다.“이 집은 너희 셋째 큰아버지가 지은 거야. 난 하유 친엄마인데 왜 상속을 못 받아?”“상속받을 순 있어요. 그렇지만 전부를 상속받는 건 아니에요. 아까 제가 한 말처럼 할머니는 그저 셋째 큰아버지 몫의 4분의 1만 상속받을 수 있어요. 할아버지도 마찬가지고요.”하지철은 할머니가 또다시 하예정을 찾아가 시비를 걸까 봐 인내심 있게 차근차근 설명했다.“그딴 거 몰라 난. 아무튼 이 집은 나랑 네 할아버지가 살고 있으니 우리 거야. 누굴 주든 우리가 정해. 소송에서 지면 날 잡아가기라도 할 거야?”하지철이 정색하며 말했다.“강제 집행하면 할머니, 할아버지를 이 집에서 내쫓을 거고 만약 두 분이 소란을 피우면 감방에 갇힐 거예요. 저번에 나처럼 갇히게 돼요. 할머니, 감방 들어가면 엄청 무서워요. 웬만하면 법을 어기지 말아야 해요.”그는 15일 동안 감방에 갇힌 후 트라우마가 생겨 또다시 못된 짓을 저지르라고 해도 그럴 엄두가 안 난다.“하지만 예정이네는 딸이야. 딸들도 상속받을 수 있어?”“상속법 규정에 따르면 딸들도 상속권이 있어요.”“얼어 죽을 계집년들, 왜 죽지도 않는대? 진작 죽어버렸으면 돌아와서 나랑 유산 다툴 일도 없잖아.”하씨 노친은 법을 모르지만 손자가 설명해 주니 이 유산 다툼에서 이득을 볼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또한 셋째 아들이 전 재산을 하지문에게 물려준다고 선뜻 주장할 수도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그녀는 또다시 하예진 자매가 파렴치하게 친정에 돌아와 유산을 다투고 있다고 모질게 욕했다.하예정은 밖에 있는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은 채 전태윤과 함께 집안을 둘러보았다. 이 집을 지은 지 20년 가까이 되어 어느덧 낡은 건물로 돼버렸지만 그녀에겐 여전히 소중한 집이고 그녀의 뿌리와도 같은 존재였다.하예정은 잡동사니가 수북이 쌓인 방 입구에 서서 전태윤에게 말했다.“여기가 바로 나랑 언니 방이에요. 내가 어릴 때 겁쟁이라 혼자 방을 쓸 엄두가 안 나 언니랑 함께 지
옛 추억을 회상하면 하예정 자매만 마음이 괴로운 게 아니라 듣고 있던 이경혜 모녀도 속상할 따름이다. 이경혜는 진작 눈시울이 붉어졌다.조금만 더 일찍 동생을 찾았다면 모든 게 변했을 텐데.동생의 죽음을 바꾸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두 조카는 지켜줄 수 있잖아.부모를 여읜 두 아이가 친척들의 매정함을 감당해야 했고 그 어린 나이에 삭막한 인심과 추악한 인간의 내면까지 다 겪어야 했으니.“예정아.”전태윤이 안쓰러운 얼굴로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다 지나간 일이야. 이젠 다 지나갔어.”작년에 인스타를 뜨겁게 달군 그 사건이 터졌을 때 전태윤은 그녀와 함께 고비를 넘겼다.하예정은 언니의 일기를 인스타에 올리며 반박에 나섰고 드디어 여론이 그녀들에게 돌아섰다. 그때 전태윤은 처형이 쓴 일기를 보았는데 두 번은 더 볼 용기가 안 났다.한 번만 읽어도 아내가 불쌍해서 죽을 지경이니 말이다.전태윤은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 아니지만 처형의 일기를 읽은 후 눈가가 촉촉해졌다.때로는 가장 무자비하고 자신에게 가장 깊은 상처를 주는 것이 바로 가족이다.이 말은 틀린 것 하나 없다.하예정 자매가 바로 가족들에게 가장 극심한 상처를 받았다.성소현은 자신의 가방에서 휴지 두 팩을 꺼내 한 팩을 전태윤에게 건넸다.전태윤은 휴지를 받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하예정은 남편이 옆에서 챙겨주고 있으니 그가 분명 휴지로 아내의 눈물을 닦아줄 것이다. 이경혜와 하예진은 성소현한테서 휴지를 건네받았다. 이경혜는 작은 조카가 제일 힘들 때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걸 보아냈다.다만 큰 조카는 이혼하여 홀로 외롭게 있었다. 이경혜는 시내로 돌아가거든 다시 큰 조카를 위해 좋은 남자를 찾아주고 평생 의지할 동반자를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첫 결혼에 실패했으니 두 번째 결혼은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예정아, 그만 얘기해. 이모도 우신다.”하예진은 눈물을 닦은 후 동생에게 지난 일을 그만 얘기하라고 했다. 물론 그녀도 이곳에 돌아오면 저도 몰래 과거가 회상되지만 말이다.이
하예정의 둘째 숙모가 하씨 노친에게 물었다.“토지소유권 증명서가 어머님, 아버님 손에 있나요? 애초에 이 집을 어머님, 아버님 명의로 돌리셨어야죠.”만약 두 노인네의 명의로 되어있다면 하유 부부가 지은 집이라 해도 부모님께 효도하느라 지은 집이라고 우기면 된다.그렇게 되면 하예진 자매는 집을 되찾을 수 없다.하씨 노친이 말했다.“애초에 하유네 가족관계증명서랑 토지소유권 증명서를 찾지 못했어. 나랑 네 아비도 이런 걸 잘 모르니 증명서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어. 우리가 이미 이 집에 사는데 누가 감히 우릴 내쫓을까? 저 두 계집애가 가족관계증명서랑 이 집에 관련된 증명서류들을 챙겨간 게 틀림없어.”“할머니, 예정 누나 또 나왔어요.”하지철이 전태윤과 하예정이 걸어 나오는 걸 보더니 저도 몰래 머리털이 곤두섰다.그는 이 사촌 누나가 진심으로 무서웠다.“하지철, 이리 와.”하예정이 거침없이 그를 불렀다.‘응? 나를?’하지철은 흠칫 놀라더니 앞잡이처럼 쪼르르 달려가 아양을 떨며 배시시 웃었다.“누나, 무슨 일이야?”“우리 엄마, 아빠 무덤을 어디로 옮겼는지 넌 알고 있지?”하지철은 머뭇거리다가 부인하려 했지만 하예정 부부의 싸늘한 눈빛에 바로 주눅 들어 이실직고했다.“알아. 망우령 기슭의 숲으로 옮겼어. 비석이 없는 그 묘가 셋째 큰어머니 거고 셋째 큰아버지는 비석이 있어. 가보면 쉽게 찾을 거야. 누나, 이거 내가 몰래 알려준 거니까 절대 내가 말했다고 하면 안 돼. 할아버지가 말하지 말라고 하셨단 말이야. 매년 청명절 때마다 지문 형 홀로 셋째 큰아버지네 산소로 갔는데 내가 제일 어리다 보니 따라가겠다고 응석 부려서 겨우 몇 번 따라간 거야. 나도 그래서 알게 됐어.”하예정도 그 생각은 했었다. 만약 부모님 산소가 어디 있는지 알게 됐다는 걸 저들에게 들킨다면 이따가 마을을 떠났을 때 인간쓰레기 같은 친척들이 또다시 부모님 무덤을 옮길 수 있다.“너도 비밀로 해줘. 내가 너한테 뭘 물었는지 절대 저 인간들에게 알리지 마.”그녀는 공
정현숙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자 여운별은 자신의 큰고모 여미란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미란이 전화를 받지 여운별이 입을 열었다.“큰고모, 제 물건을 돌려받았어요. 제가 지금 돈이 있으니 고모께서 저에게 아파트 한 채를 찾아 세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제가 그곳에 잠시 머물다가 운초에게 소송을 걸어 재산을 많이 분배받으면 그때 큰 별장을 구매할 거예요.”여운별이 그녀의 물건을 가져갔다는 말에 여미란은 바로 물었다.“들어갔어? 들어갔으면 왜 그 집에서 살지 않고. 별장에 살면 얼마나 좋아. 세 들어 살면 돈도 따로 나가야 하는데.”여운별은 한참을 말이 없다가 그제야 말을 이었다.“우리 일단 만나요. 생각처럼 쉽지 않더군요. 제가 지금 차에 기름 넣으러 가야 해요. 그리고 고모 찾으러 갈게요. 둘째 고모와 사촌 오빠들에게 점심에 제가 밥을 사드린다고 전해주세요. 요 이틀 동안 사촌 오빠들 덕분에 잘 지낼 수 있었어요. 제가 성격이 나쁘고 제멋대로지만 배은망덕한 사람은 아니에요. 저는 저에게 잘해주신 사람들을 모두 마음에 담아두거든요.”“지금 제가 좀 초라하긴 하지만 제가 우리 재산을 되찾으면 절대로 고모들께 푸대접하지 않을 거예요. 제가 반드시 고모들을 도와 지난날처럼 부자 생활을 할 수 있게끔 도울 거에요.”그림의 떡은 누구나 다 그릴 수 있었다.여운별도 그림의 떡으로 두 고모를 달래려고 했다.그리고 그녀가 정말 소송에서 이겨 자신의 재산을 가질 수만 있다면 적어도 수백억의 재산을 가질 수 있다고 믿었기에 두 고모의 집안에 돈을 조금 주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두 사촌 오빠들을 도와 일자리를 하나 더 마련해주겠다고 생각했다.여운별은 회사에 관한 일을 잘 몰랐기 때문에 여씨 그룹으로 돌아가면 지인에게 회사 일을 도와달라고 해야 했다.두 고모 댁의 사촌 남매는 항상 그녀에게 잘 대해주었다. 심지어 사촌 남매들이 그녀에게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그녀에게 잘해줄지라도 여씨 그룹을 그들에게 맡기고 싶었다. 누가 뭐라 해도 사촌 형제들은 여씨 그룹에서
여운별은 필사적으로 그 현금을 보호하려고 했지만 혼자서 두 명의 하인의 힘을 당해낼 수 없었다.여운초가 어디서 고용한 하인들인지 힘이 엄청나게 컸다.수 억 원의 현금들은 그렇게 모두 빼앗겨 버렸다.“여긴 내 집이야. 우리 집에 있는 물건들 전부 내 재산이라고. 운별아, 방문을 열어줘서 고마워. 네 그 가방은 내가 안 뺏을게. 너에게 주는 보수로 생각해. 방문을 열어준 대가로 말이야.”여운별은 화가 나서 여운초를 목 졸라 죽이고 싶었다.분명히 여운별이 돈을 주고 사 온 가방인데 여운초가 뻔뻔하게도 여운별에게 보수로 주는 선물이라고 말했다.“자꾸 노려보면 가방까지 빼앗을 거야. 자, 이제 너 스스로 나갈래? 아니면 내가 사람 시켜 내쫓을까?”여운초는 가벼운 미소를 지었지만, 그녀의 말은 여운별의 귀가에 얼음처럼 차갑게 들렸고 여운별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두 고모는 모두 여운초가 정말 지독하다고 말했다.여운별은 이제야 깨달았다. 과연 가장 지독한 사람은 여운초였다. 자매의 정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내쫓을 필요 없어. 나 혼자 갈 거야. 여씨 가문의 모든 것은 너 혼자만의 것이 아니야. 기다려. 내가 반드시 나와 내 부모님의 재산을 되찾을 테니.”여운별은 자신의 가방을 꼭 껴안고 씩씩거리며 밖으로 나갔다.그녀는 재산을 나누어 가지기 위해 소송을 하려고 계획했다.여운초는 피식 웃었다. 그녀는 여운별이 소송을 걸고 재산을 나누어 가지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여씨 가문의 모든 것은 이미 여운초가 단단히 장악하고 있었다.여운별이 소송을 걸어 그녀 부모님의 재산을 가져간다고 해도 여운초는 그 불법 회사만이 여운별 부모님의 재산이라고 알려주려고 했다.그리고 그 불법 회사들은 이미 차압당했고 나머지 차압 당하지 않은 회사의 주식은 대부분 여운초의 것이다.여운별은 부분적인 재산을 여천우에게 주려고 했다. 정말 여운별에게 재산이 차려지게 된다 해도 여운별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여운초는 그 사실을 여운별에게 서프라이즈 선물로 남겨
여운별은 갑자기 멍해졌다.그 별장은 정말 여운초 것이었다!여운별의 가족이 확실히 여운초의 별장을 차지하고 있었다.여운별은 여씨 가문에도 다른 집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지만 평방수가 이 별장만큼 크지 않았다. 한 가족이 그 별장에 사는 것이 익숙하기도 했고 게다가 여운초가 집에서 존재감이 낮았기에 하인조차도 그녀를 괴롭혔다. 누가 이 별장이 여운초의 소유라는 것을 누가 상관했겠는가!여운초는 손을 뻗어 여운별의 손에서 부동산 증명서를 가져갔다.그리고 집사에게 전화해서 지시했다.“사람을 데리고 올라와서 여운별을 치워주세요.”“여운초, 너... 누가 이 별장이 너의 명의라고 알려줬어? 부동산 소유증에 적힌 이름은 분명 우리 엄마야. 우리 엄마의 별장이라고. 다 내는 거야. 나가야 할 사람은 너야.”여운초는 웃을 듯 말 듯 하며 여운별을 바라보았다.“운별아, 난 정 선생님 덕으로 앞을 볼 수 있게 됐어. 내가 글씨를 모르는 줄 알고 있었어? 이 부동산 소유증에는 분명 내 이름이 적혀있잖아. 네 가족은 내 집에 살면서 집세를 한 푼도 주지 않았어. 네 방에 있는 물건들은 가져가지 마! 네가 20년 동안 여기에 산 집세로 삼을게.”여운별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여운초, 앞이 보이는 거야?”여운초가 뜻밖에도 시력을 회복했다.그렇게 많은 의사가 그녀의 눈을 치료하지 못했는데 정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여운초의 눈을 정말로 치료해 주었다는 말인가!그럼 여운초가 보이지 않는 척 한 거였다.“여운초, 거짓말쟁이!”아무리 어리석어도 이 정도 되면 깨달았을 것이다.여운초는 여운별에게 시력을 회복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여운별이 아직도 여운초가 앞이 보이지 않는 줄로 착각하게 했다. 그리고 여운별이 부모님 방의 문을 열고 금고의 문을 열게 하여 그 비밀번호들을 알아내려고 계획했다.여운별이 무방비 상태로 비밀번호를 입력할 때 여운초가 옆에서 지켜볼 수 있게끔 내버려 두었으니 아마 여운초도 그 비밀번호를 기억했을 것이다.여운초의 기억력은 훌륭했다.앞이 보
여운초는 몸을 돌려 차를 더듬으면서 다시 차에 올라 운전 기사에게 말했다.“집 앞까지 데려다주세요. 운별이가 나를 따라오게 하세요.”여운별은 여운초가 차로 돌아갈 때 차를 더듬는 모습을 보더니 그제야 조금 전의 의심을 떨쳐버렸고 여운초가 아직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믿었다.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여운별은 별장으로 들어가서 일단 자신의 휴대전화와 은행 카드를 가지려고 계획했다.몇 분 후.여운초 자매는 앞뒤로 위층으로 올라갔다.여운별이 앞에 서서 걸어갔다. 그녀는 여운초가 갑자기 마을 고쳐먹고 사람을 시켜서 자신을 쫓아낼까 봐 걱정했다.여운초눈 지금 여씨 가문 별장의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사람으로 바꾸었다. 이 사람들은 절대로 여운별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여운별은 서둘러 자신의 물건을 가졌다.여운초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었다.길을 가던 중간에 전이진의 전화도 받았고 계단에서 멈추어 전이진과 전화 통화도 하고 있었다.한참 동안 전화를 하고 통화를 끊은 뒤에야 여운초는 위층으로 올라갔다.여운초가 2층으로 올라가자 여운별이 방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여운별은 그녀가 감옥으로 들어가기 전에 산 새로운 에르메스 가방을 팔에 끼고 있었다. 묻지 않아도 여운별은 방에 들어가서 그녀의 물건을 가져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요 며칠 동안 핸드폰과 돈이 없어서 꽤 고생했을 것이다. 여운초는 반짝이는 눈으로 여운별이 그 물건들을 가지는 것을 지켜만 보았다. 그 카드는 이미 여운초에 의해 정지되었기 때문에 여운별이 밖에 나가서 돈을 쓰려 해도 쓰지 못할 것이다.여운별은 아직 젊고 직업도 없었기에 수입도 없었다. 그녀의 부모는 카드를 회사 이름으로 걸어놓고는 매달 그 카드에 용돈을 넣어주어 여운별이 쓰도록 했다.여운초는 여씨 가문을 이어받자마자 여운별의 은행 카드를 정지시켰다.여운별은 의기양양하여 여운초를 보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장님, 좀 있다가 알게 될 거야. 누가 이 집에서 나가야 할지.”여운초는 담담하게 대답했다.“부동산 소유증을 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유언장을 작성하셨어. 결혼 전 개인 재산은 모두 나에게 남겨주신다고. 그런데 네 어머니가 내가 어리다고 괴롭히면서 내 재산을 차지하셨지. 그리고 네 어머니와 우리 아버지의 공동재산의 절반은 네 어머니가 이미 가져가신 지 오래야.”여운초의 친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여운초는 겨우 두 살이었지만 그녀의 친아버지가 유언장을 작성할 때 많은 사람이 현장에 있었다.많은 사람은 여운초의 친아버지가 젊은 나이에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여준희는 여운초의 친아버지가 여운초를 너무 예뻐해서 어린 나이에 미리 유언장을 작성했다고 말했다.여운초의 아버지는 결혼 전 개인 재산과 결혼 후 부부 공동재산의 절반을 전부 여운초에 물려주었다.이 별장은 여운초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여운초 아버지의 신혼 별장으로 사주신 것이기에 당연히 여운초의 아버지 혼전 재산으로 그녀에게 남겨지는 것은 당연했다.그리고 여씨 그룹의 주식은 모두 아버지의 혼전 개인 재산이었기에 여운초에 물려주는 것도 마땅했다.과거의 여씨 가문은 지금처럼 재산이 많지 않았지만 가난하지도 않았다.여운초의 아버지의 개인 재산 가치가 지금까지 몇 배나 올랐는지 모른다.여운별은 여운초의 반박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들이 줄곧 살던 집은 여운초의 집이었다는 사실을 여운별은 전혀 몰랐다.여운초의 부모님도 이런 사실을 여운별에게 알려준 적 없었다.이렇게 큰 별장이 뜻밖에도 여운초 개인 소유였다!한참 만에 이성을 되찾은 여운별은 그제야 의아해하면서 말했다.“그럴 리가! 내가 여기서 태어나고 자랐어. 여기가 내 집인데 언제 네 집으로 변했어? 거짓말하지 마. 우리 별장을 차지하기 위해 거짓말을 지어내지 말란 말이야!”“네 부모님 방문의 비밀번호는 알고 있지? 단언컨대 부동산 소유증이 네 부모님의 금고에 놓여 있을 거야. 금고를 열고 꺼내 보면 알 수 있을 거야.”여운초는 친아버지가 유언장을 작성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여씨 가문의 별장의 부동산 소유증이 그녀의 손에 있
여운별은 예전에도 당한 적 있었다.여운초는 이전에 추미자의 강박적인 요구로 인해 집안일을 많이 하면서 힘이 세졌다.여운초가 손을 놓지 않자 여운별은 다른 손을 뻗어 여운초의 손을 잡으려고 했지만, 여운초는 고개를 숙여 여운별의 손등을 힘껏 물었다.여운별을 너무 아픈 나머지 돼지 잡는 듯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여운초! 언니, 언니. 욕 안 하고 안 때릴게. 놔. 손 놔. 아파!”여운별은 아파서 내내 사정했다.여운초는 여운별이 그렇게 한참을 용서를 빌다가 그제야 손을 놓고 여운별의 손에서 입을 뗐다.여운별의 손은 이내 움츠러들었고 계속 떨고 있었다.그녀의 손등은 여운초에게 물려 핏자국이 났다.잡힌 손목도 빨갛게 자국이 남았다.여운초가 언제 동작이 이렇게 민첩했던가!놀랍게도 여운초가 여운별의 손목을 정확하게 잡고 손등을 물어뜯었다.여운별은 눈물을 글썽이며 차에 탄 언니를 원망스럽게 노려보았다.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만 있다면 여운별은 진작에 여운초를 눈빛으로 수없이 베어버렸을 것이다.“여운초! 여긴 내 집이야. 난 집에 갈 거야. 네가 뭔데 집안 하인들을 다 바꾸고 나를 들여보내지 않는 거야?”여운초는 차에서 내렸다.그녀는 차에서 내린 뒤, 차를 에돌아 여운별 앞으로 다가갔다.여운초가 더듬지 않고 자연스럽게 걷는 모습을 본 여운별은 멍하니 여운초를 바라만 보았다.‘설마 여운초가 눈이 보이는 거야? 고모가 말하길 전이진이 어떤 신의의 제자를 청하여 여운초의 눈을 치료해 주었다고 들었는데 그 신이의 제자가 이렇게 단 기간 내에 여운초의 눈을 치료해 주었단 말인가! 실력이 이렇게 대단했다고?”여운초가 10년이나 앞을 보지 못해서 여준희와 여기저기 의사를 찾아다녀도 눈을 치료하지 못했는데 신의의 제자가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눈을 치료해 주었다는 생각에 여운별은 무척 놀랐다.여운별은 탐색하듯 손을 뻗어 여운초의 눈앞에서 흔들거렸다.여운초는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여전히 똑같네. 안 보이지?”여운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여운
경비원은 여운별이 문 앞에서 소란을 피우는 것을 듣고 집사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고 집사가 대답했다.“여운별 씨가 더 떠들면 쫓아내요.”“알겠습니다.”최성욱은 그 상황을 보더니 김양훈을 꾸지람했다.“왜 또 운별이를 저렇게 소란피우게 만들어. 전씨 가문의 사람들을 건드리면 우리한테 좋을게 하나도 없다는 걸 알잖아.”김양훈은 격분하며 대답했다.“뭐가 두려워? 회사도 집도 차도 없는데 우리를 어쩌지도 못할걸. 우리가 잃을 일자리가 있어? 안 되면 쓰레기 수거하러 가도 돼. 요즘 그런 일도 돈을 잘 번다고 하던데.”최성욱이 한숨을 내쉬면서 대답했다.“나중에 쓰레기 수거도 못 할까 봐 걱정이야. 전씨 가문의 사람들 수법을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 가서 운별이를 데리고 산에서 내려가자. 저렇게 소란을 피우게 놔두지 말고.”김양훈은 입을 오므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운별이를 이용해 운초와 싸울 궁리나 하자. 운별이가 여씨 가문의 딸이니 우리 조카들은 그들 친딸과 재산을 다툰다 해도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할 거야.”최성욱의 말을 들은 김양훈은 그제야 최성욱과 함께 여운별의 입을 막고 강제로 끌고 갔다.두 형제는 여운별을 끌고 산에서 내려갔다.여운별은 두 남자보다 힘이 약했기에 그렇게 한참을 끌려갔다. 그러다가 여운별이 그들을 따라 내려가겠다고 약속한 뒤에야 비로소 그녀를 풀어주었다.여운별은 자신이 지금 두 사촌 오빠들에게 챙겨줄 이익이 없어 사촌 오빠들도 더 이상 예전처럼 자신의 비위를 맞추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얌전히 그들을 따라갔다.여운별이 서원 리조트에 가서 난리를 피운 사실을 명해은도 알고 있었다.여운초가 여운별을 만나고 싶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여운별이 입구에서 난리를 피우게 내버려 두었다. 몇 분 후면 포기하고 돌아갈 거라 믿었다.즐거운 주말은 이내 지나갔다.월요일이 곧 다가왔다.리조트에서 휴가를 즐기던 전태윤 일행은 일요일 저녁에 리조트에서 시내로 돌아왔다.새벽 7시 반, 여운초는 차를 타고 꽃집에 가려고 준비했고 오후
여운별은 화가 나서 몸을 돌려 김양훈의 뺨을 후려갈겼다.짜악!김양훈의 얼굴은 화끈거렸다.그는 생각도 하지 않고 되받아쳐 여운별의 얼굴을 떼렸다.여운별은 김양훈이 감히 자신을 때릴 줄은 몰랐다.어려서부터 사촌오빠들과 사촌 언니들은 여운별의 비위를 맞추려고 노력했고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해주었기 때문이다.사촌 남매는 물론이고 두 고모도 그녀에게 잘 보이려고 애썼다.여운별이 부모님이 가장 아끼는 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여 여운별은 김양훈이 감히 자신을 때릴 줄은 몰랐다.그녀는 맞은 얼굴을 가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 김양훈을 노려보며 말했다.“감히 날 때리다니!”김양훈이 바로 욕설을 퍼부었다.“네가 아직도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인 줄로 알아? 퉤! 넌 단지 감옥살이하는 여자일 뿐이야. 더는 고상한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가 아니라고!”“잘 들어! 네 엄마는 감옥에서 살아서 나올 수 없어! 네 어머니가 감옥 안에서 표현이 너무 안 좋아서 2년 유예기간이 끝나면 바로 사형 집행을 받을 거야. 네 아버지가 살아서 나올 수 있다고 해도 십여 년 후일 텐데.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네 아버지가 예전처럼 잘 살 수 있을 거라 믿어?”“네 부모님이 내 작은외삼촌을 죽였어. 이제 여운초의 세력이 강해졌으니 절대로 너희들을 행복하게 놔두지 않을 거야. 네 아버지가 나오더라도 운초는 네 아버지를 괴롭힐 수많은 방법을 가지고 있거든. 네 부모님이 널 지지해 주시기를 바란다면 꿈 깨!”“여기가 어떤 곳인지도 안 보여? 감히 전씨 가문의 구역에서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을 장님이라고 욕해? 뭐? 천한 년? 죽고 싶으면 우리 둘을 끌어들이지 마! 우린 죽고 싶지 않으니까.”“넌 아직도 여운초가 예전에 네가 그 여운초라고 생각해? 예전부터 네가 운초를 괴롭히면서 그녀한테서 아무런 이득도 못 얻더니 정말 네가 대단하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 우리가 너에게 양보한 것은 단지 너의 부모님께 잘 보여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는 것일 뿐이야.”“아직도 상태를
이러한 사실들은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여운초를 몰랐을 때 여운초가 여씨 가문에서 어떤 날을 보냈는지, 여운별이 여운초를 어떻게 대했는지 잘 몰랐다. 그러다가 진실을 알게 된 후로 여운별이 평생 감옥에 갇혀 나오지 못하기를 바랐다.따라서 여운초가 여운별을 상대할 때 모두는 여운초가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정도가 너무 가볍다고 여겼다.전이진은 약혼녀의 손을 잡고 소리 없이 그녀를 지지했다. 여운초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는 그녀를 지지했다.지금으로 오기까지 여운초는 너무 고생했다.팔자가 세지 않았다면 여운초는 오늘까지 살 수 없었을 것이다.여운초가 여운별을 괴롭히려고 하는 것과 추미자 모녀가 여운초에게 한 짓을 비교하면 여운초의 행동이 아주 가벼운 복수에 불과했다.여운초는 전이진을 흘겨보며 웃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전이진의 손을 맞잡았다.그녀는 쉽게 쓰러지지 않았고 그렇다고 또 쉽게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여운별은 사촌 오빠들과 함께 리조트 입구에서 회답을 기다리고 있었다.밖에 에어컨이 없어서 경비실 입구에 앉아있는데 햇살이 너무 뜨거워 여운별은 너무 덥다고 느꼈다.사람은 더우면 마음이 초조해지기 마련이다. 여운별은 초조해하면서 투덜댔다.“물음 하나만 물었는데 왜 이렇게 답장이 안 와? 이게 무슨 X 같은 날씨야! 11월인데 아직도 이렇게 덥다니.”“조금만 더 기다려. 곧 답장이 올 거야. 관성 날씨는 원래 이렇게 더워. 음력으로 11월이 되어야 덥지 않을 거야.”내년 양력 2월이면 설이 다가온다.하지만 관성에서는 설날에도 춥지 않았다.“여운초가 일부러 늦게 답장하는 것 같아. 햇볕에 쬐어 죽으라고 괜히 늦게 답장하는 것 같아.”이렇게 햇볕을 쬐는 줄 알았으면 양산을 가지고 올 걸 그랬다.여운별이 화를 내려고 할 때 경비원이 경비실에서 나와 미안한 표정으로 여운별에 말했다.“우리 둘째 사모님께서 운별 씨를 만날 시간이 없다고 하니 어서 돌아가세요.”여운별은 벌떡 일어나 예쁜 얼굴에 분노한 표정을 지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