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있은 일인데 하씨 노친의 작은 손자가 하예정이 병원비를 내려고 하지 않자 한 무리 사람들을 데리고 그녀를 찾아가 차를 가로막고 따끔하게 혼내주려 했는데 되레 하예정에게 호되게 얻어맞고 경찰서까지 잡혀가서 15일 동안 갇혀 있었다.한편 하예정은 아무 일도 없었다.명색이 사람을 때린 건 그녀인데 말이다.다들 그녀가 정당 방위한 거라며 죄가 없다고 했다.하씨 노친은 손자가 하예정에게 얻어맞고 경찰서까지 잡혀간 걸 알게 되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고 하예정이 미워서 이를 박박 갈았다.“엄마, 아빠 오시거든 다시 얘기해요.”“할머니, 충동하면 안 돼요. 꼭 참으셔야 해요.”다들 하씨 노친을 말렸다.행패를 부리는 건 그들이니까.하씨 노친이 아무리 악랄하게 나와도, 막무가내로 발악해도 권력과 세력을 다 가진 전씨 도련님과 성씨 가문 사모님 앞에선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이경혜는 이미 소송을 걸겠다고 말했다.하씨 노친이 법을 몰라도 그들은 잘 알고 있다.소송을 걸면 하씨 집안은 승산이 없다. 하 영감 부부가 하유의 일부 재산을 나누어 가질 순 있지만 이 집을 통째로 차지하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만약 하씨 노친이 손을 댔다가 하예정이 물고 늘어지면 그땐 손해배상금까지 물어야 한다.하예정은 그들에게 전혀 마음 약해지지 않았고 옛정 따위 생각하지도 않았다.옛정이 남아있긴 할까?전에 그들은 하예정을 모질게 괴롭혔다.하예진이 중학교에 들어간 후 학교 기숙사에서 살았고 하예정만 부모님 곁에서 초등학교에 다녔다. 그때 사촌들은 하예정을 죽도록 괴롭혔다.홍가혜가 살아있을 때 딸을 위해 동서들과 다툰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예정 누나, 할머니는 연세도 있으시고 아무것도 모르세요. 말을 좀 거칠게 한 것뿐이니 누나가 너그럽게 봐줘요. 어쩌다가 돌아오셨는데 우리 집에 들어가서 차 한잔하실래요?”하지철은 할머니를 달랜 후 하예정에게 배시시 웃으며 집안으로 모시려 했다.“예정아, 예진아, 어찌 됐든 우린 한 가족이잖니. 너희 부모님이 안 계시니 집에 돌
하씨 노친의 며느리와 손자는 하예정을 살갑게 집으로 초대했다. 하씨 노친은 오랫동안 소란을 피웠지만 이득을 보기는커녕 마을 사람들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다.이에 노인네도 인상을 펴면서 말했다.“예정아, 예진아, 너희들 큰어머니 말대로 우린 결국 한 가족이잖니. 무슨 일 있으면 안에 들어가서 천천히 얘기해 보자꾸나. 이 할미도 너희랑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아. 너희 할아버지가 돌아오시거든 그때 다시 얘기 나누거라. 어찌 됐든 할미 집은 영원히 할미 집이야.”하예정이 쓴웃음을 지었다.“나도 더 이상 할머니와 싸우고 싶지 않고 당신들과 유산을 다투고 싶지도 않아요. 우리 그냥 법원에서 만나요.”소송을 거는 건 유산 배분을 확정하기 위해서이다. 이모 말씀대로 이 집은 하예정 부모님의 혼후 공동재산이니 절반은 그녀 어머니의 재산이고 나머지 절반만 아버지 재산이다.아버지 재산은 하예진 자매와 할머니, 할아버지가 똑같이 나눠야 한다. 이 집의 대지면적은 100평인데 절반은 어머니 몫이고 나머지 절반에서 하예진 자매와 두 노인네가 똑같이 나눠야 하니 노인네는 25평을 나눠 갖게 된다.어머니의 몫은 만약 홍가네 쪽에서 엄마를 길러주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유산 포기각서를 쓴다면 하예진 자매의 몫으로 될 뿐 하 영감 부부와는 아무 연관이 없다.“당신들도 날 초대할 자격 없어요. 여긴 내 집이니 난 내 집으로 들어갈 뿐이에요.”하예정은 말하면서 전태윤의 손을 잡고 부모님이 고생해서 지은 집으로 나란히 들어갔다.이곳은 그녀의 집이다.예전에는 너무 어려서 부모님이 남겨주신 집을 지킬 능력이 없었고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빼앗긴 채 매정하게 쫓겨나기까지 했다.하예정은 문 앞에 서서 집안을 쭉 둘러보았는데 많은 물건들이 그녀 부모님이 생전에 사신 것들이었다. 하 영감 부부는 이곳에 살면서 다시 돈 들여 물건을 바꾸기도 인색해 했다.하예진은 이경혜 모녀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하씨 노친이 말리고 싶었지만 하지철이 냉큼 할머니를 잡아당겼다.하지철은 할머니를 이끌고 사
“소송을 걸면 우리가 승산이 없어?”하씨 노친이 물었다.“이 집은 너희 셋째 큰아버지가 지은 거야. 난 하유 친엄마인데 왜 상속을 못 받아?”“상속받을 순 있어요. 그렇지만 전부를 상속받는 건 아니에요. 아까 제가 한 말처럼 할머니는 그저 셋째 큰아버지 몫의 4분의 1만 상속받을 수 있어요. 할아버지도 마찬가지고요.”하지철은 할머니가 또다시 하예정을 찾아가 시비를 걸까 봐 인내심 있게 차근차근 설명했다.“그딴 거 몰라 난. 아무튼 이 집은 나랑 네 할아버지가 살고 있으니 우리 거야. 누굴 주든 우리가 정해. 소송에서 지면 날 잡아가기라도 할 거야?”하지철이 정색하며 말했다.“강제 집행하면 할머니, 할아버지를 이 집에서 내쫓을 거고 만약 두 분이 소란을 피우면 감방에 갇힐 거예요. 저번에 나처럼 갇히게 돼요. 할머니, 감방 들어가면 엄청 무서워요. 웬만하면 법을 어기지 말아야 해요.”그는 15일 동안 감방에 갇힌 후 트라우마가 생겨 또다시 못된 짓을 저지르라고 해도 그럴 엄두가 안 난다.“하지만 예정이네는 딸이야. 딸들도 상속받을 수 있어?”“상속법 규정에 따르면 딸들도 상속권이 있어요.”“얼어 죽을 계집년들, 왜 죽지도 않는대? 진작 죽어버렸으면 돌아와서 나랑 유산 다툴 일도 없잖아.”하씨 노친은 법을 모르지만 손자가 설명해 주니 이 유산 다툼에서 이득을 볼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또한 셋째 아들이 전 재산을 하지문에게 물려준다고 선뜻 주장할 수도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그녀는 또다시 하예진 자매가 파렴치하게 친정에 돌아와 유산을 다투고 있다고 모질게 욕했다.하예정은 밖에 있는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은 채 전태윤과 함께 집안을 둘러보았다. 이 집을 지은 지 20년 가까이 되어 어느덧 낡은 건물로 돼버렸지만 그녀에겐 여전히 소중한 집이고 그녀의 뿌리와도 같은 존재였다.하예정은 잡동사니가 수북이 쌓인 방 입구에 서서 전태윤에게 말했다.“여기가 바로 나랑 언니 방이에요. 내가 어릴 때 겁쟁이라 혼자 방을 쓸 엄두가 안 나 언니랑 함께 지
옛 추억을 회상하면 하예정 자매만 마음이 괴로운 게 아니라 듣고 있던 이경혜 모녀도 속상할 따름이다. 이경혜는 진작 눈시울이 붉어졌다.조금만 더 일찍 동생을 찾았다면 모든 게 변했을 텐데.동생의 죽음을 바꾸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두 조카는 지켜줄 수 있잖아.부모를 여읜 두 아이가 친척들의 매정함을 감당해야 했고 그 어린 나이에 삭막한 인심과 추악한 인간의 내면까지 다 겪어야 했으니.“예정아.”전태윤이 안쓰러운 얼굴로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다 지나간 일이야. 이젠 다 지나갔어.”작년에 인스타를 뜨겁게 달군 그 사건이 터졌을 때 전태윤은 그녀와 함께 고비를 넘겼다.하예정은 언니의 일기를 인스타에 올리며 반박에 나섰고 드디어 여론이 그녀들에게 돌아섰다. 그때 전태윤은 처형이 쓴 일기를 보았는데 두 번은 더 볼 용기가 안 났다.한 번만 읽어도 아내가 불쌍해서 죽을 지경이니 말이다.전태윤은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 아니지만 처형의 일기를 읽은 후 눈가가 촉촉해졌다.때로는 가장 무자비하고 자신에게 가장 깊은 상처를 주는 것이 바로 가족이다.이 말은 틀린 것 하나 없다.하예정 자매가 바로 가족들에게 가장 극심한 상처를 받았다.성소현은 자신의 가방에서 휴지 두 팩을 꺼내 한 팩을 전태윤에게 건넸다.전태윤은 휴지를 받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하예정은 남편이 옆에서 챙겨주고 있으니 그가 분명 휴지로 아내의 눈물을 닦아줄 것이다. 이경혜와 하예진은 성소현한테서 휴지를 건네받았다. 이경혜는 작은 조카가 제일 힘들 때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걸 보아냈다.다만 큰 조카는 이혼하여 홀로 외롭게 있었다. 이경혜는 시내로 돌아가거든 다시 큰 조카를 위해 좋은 남자를 찾아주고 평생 의지할 동반자를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첫 결혼에 실패했으니 두 번째 결혼은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예정아, 그만 얘기해. 이모도 우신다.”하예진은 눈물을 닦은 후 동생에게 지난 일을 그만 얘기하라고 했다. 물론 그녀도 이곳에 돌아오면 저도 몰래 과거가 회상되지만 말이다.이
하예정의 둘째 숙모가 하씨 노친에게 물었다.“토지소유권 증명서가 어머님, 아버님 손에 있나요? 애초에 이 집을 어머님, 아버님 명의로 돌리셨어야죠.”만약 두 노인네의 명의로 되어있다면 하유 부부가 지은 집이라 해도 부모님께 효도하느라 지은 집이라고 우기면 된다.그렇게 되면 하예진 자매는 집을 되찾을 수 없다.하씨 노친이 말했다.“애초에 하유네 가족관계증명서랑 토지소유권 증명서를 찾지 못했어. 나랑 네 아비도 이런 걸 잘 모르니 증명서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어. 우리가 이미 이 집에 사는데 누가 감히 우릴 내쫓을까? 저 두 계집애가 가족관계증명서랑 이 집에 관련된 증명서류들을 챙겨간 게 틀림없어.”“할머니, 예정 누나 또 나왔어요.”하지철이 전태윤과 하예정이 걸어 나오는 걸 보더니 저도 몰래 머리털이 곤두섰다.그는 이 사촌 누나가 진심으로 무서웠다.“하지철, 이리 와.”하예정이 거침없이 그를 불렀다.‘응? 나를?’하지철은 흠칫 놀라더니 앞잡이처럼 쪼르르 달려가 아양을 떨며 배시시 웃었다.“누나, 무슨 일이야?”“우리 엄마, 아빠 무덤을 어디로 옮겼는지 넌 알고 있지?”하지철은 머뭇거리다가 부인하려 했지만 하예정 부부의 싸늘한 눈빛에 바로 주눅 들어 이실직고했다.“알아. 망우령 기슭의 숲으로 옮겼어. 비석이 없는 그 묘가 셋째 큰어머니 거고 셋째 큰아버지는 비석이 있어. 가보면 쉽게 찾을 거야. 누나, 이거 내가 몰래 알려준 거니까 절대 내가 말했다고 하면 안 돼. 할아버지가 말하지 말라고 하셨단 말이야. 매년 청명절 때마다 지문 형 홀로 셋째 큰아버지네 산소로 갔는데 내가 제일 어리다 보니 따라가겠다고 응석 부려서 겨우 몇 번 따라간 거야. 나도 그래서 알게 됐어.”하예정도 그 생각은 했었다. 만약 부모님 산소가 어디 있는지 알게 됐다는 걸 저들에게 들킨다면 이따가 마을을 떠났을 때 인간쓰레기 같은 친척들이 또다시 부모님 무덤을 옮길 수 있다.“너도 비밀로 해줘. 내가 너한테 뭘 물었는지 절대 저 인간들에게 알리지 마.”그녀는 공
하예진도 동생의 건의에 찬성했다.“그래, 네 말대로 해.”전태윤은 시계를 들여다보더니 온화하게 말했다.“처형, 예정아, 읍내 가서 일단 밥부터 먹어요 우리. 어른들은 버틸 수 있어도 우빈이는 아직 애라 배고플 거예요.”하예정도 그제야 점심때가 다 됐다는 걸 알아챘다.“그래요, 밥부터 먹어요 우리. 나도 고향 음식을 오랫동안 못 먹었네요. 돌아가자마자 기소하고 소송 준비할 거야.”이 말은 언니에게 해준 말이다.하예진도 바로 동의했다.언니 가게가 모레면 개업이라 엄청 바쁠 테니 하예정이 사려 깊게 말했다.“언니, 이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 모레면 가게 오픈이라 언니 엄청 바쁠 거야. 난 파트너 효진이가 있어서 걔한테 서점 맡기고 소송 알아보면 돼.”“수고해 줘, 예정아.”하예진은 언니로서 동생에게 많은 일을 맡기는 자신이 참 무능해 보였다.“엄마, 아빠 집을 되찾기 위해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야. 수고는 무슨. 새삼스럽게 그런 말 하지 마 언니.”전태윤은 하예정의 손을 꼭 잡고 다정하게 말했다.“예정아, 내 도움 필요하면 꼭 얘기해. 혼자 다 감당하려 하지 말고.”하예정은 늘 그 말뿐이었다.“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반드시 혼자 해요. 다만 도움이 필요할 땐 인정사정없어요. 당신 엄청 귀찮게 굴 테니까.”그녀는 말하면서 주우빈의 두 눈을 가리고 재빨리 전태윤의 볼에 뽀뽀했다.우빈이는 이모가 갑자기 눈을 가리자 본능적으로 이모 손을 걷어내려 했다.하예정은 해맑게 웃으며 아이의 눈에서 손을 뗐다.그녀는 처음 언니 앞에서 과감하게 전태윤에게 애정 표현을 했다.전태윤도 키스로 화답하고 싶었으나 그녀가 우빈의 눈에서 손을 떼는 바람에 아이가 검은 눈동자로 두 사람을 말똥말똥 바라보고 있어 차마 그러지 못했다.“이모, 내 눈 왜 가려요?”우빈의 물음에 하예진이 웃었다.하예정은 아이에게 대답했다.“우빈이랑 술래잡기하려고 그랬지.”우빈은 반신반의하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말했다.“하지만 우린 지금 이모부 차 안인데 어떻게 술
그도 이제 막 도착해 가게 문을 열지 않아 문 앞에 서서 잠시 기다리다가 떠날 채비를 했는데 몸을 돌리자마자 하예진과 주우빈이 스쿠터를 타고 멀리서 오는 걸 발견했다.“예진아.”주형인이 큰 소리로 외쳤다.전남편의 목소리에 하예진은 순간 방향을 틀어 돌아가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전남편 가족은 참 지긋지긋하게도 달라붙는 인간들이다.이혼하기 전에는 그녀와 주우빈을 거들떠보지도 않더니!스쿠터 앞에 탄 우빈이가 아빠를 보자 활짝 웃으며 큰소리로 아빠를 불렀다.하예진도 결국 피하지 않고 직진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찔릴 게 뭐가 있겠는가.주형인은 계단을 내려와 모자 앞으로 다가갔다.“우빈아.”하예진이 스쿠터를 세우자 주형인이 곧장 달려와 우빈이를 어린이용 의자에서 번쩍 들어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우빈이 아빠 보고 싶었어?”“네.”주형인은 고개 숙여 아들의 볼에 뽀뽀했고 아이도 아빠에게 뽀뽀했다.부자가 다정한 인사를 마친 후 주형인이 하예진에게 물었다.“오늘 무슨 일 있었어? 몇 번 왔는데 줄곧 가게 문이 닫혀있길래.”그는 하예진에게 감히 전화하지 못한다.그녀가 전화하는 걸 몹시 싫어하니까.하예진은 차분하게 계단을 올라가며 말했다.“무슨 일로 찾아왔어? 아직도 내가 가게 당신한테 넘기길 바라는 거야? 아니면 당신 누나 대신 돈 빌리러 왔어?”주형인은 아들을 안고 그녀 따라 계단을 오르더니 하예진이 문을 열자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가게 모레면 오픈이지?”주형인은 가게 안을 쭉 둘러보다가 아이를 안고 편한 자리에 앉아 하예진에게 물었다.“속 시원히 용건이나 말해. 하지만 내 가게 욕심내거나 당신 누나한테 돈 빌려달란 얘기를 꺼낼 거면 문 활짝 열렸으니 그대로 꺼져. 우빈이 보러 온 거면 애 데리고 쇼핑이나 좀 해. 우빈이가 이젠 거의 만 세 살인데 아빠가 돼서 어쩜 아들 데리고 쇼핑도 안 하냐?”주형인이 재빨리 말했다.“예진아, 나 돈 빌리러 온 게 아니야. 누나가 돈이 있는지 없는지는 내가 잘 알아. 전에는 내가 연봉이 높아
하예진이 차분하게 말했다.“당신 꽃 주문한 거 당신 와이프가 알면 또 날 찾아와서 난리 칠 거야. 내가 제 남편한테 꼬리 쳤다고 뭐라 하겠지. 웃겨 정말. 진짜 남자를 유혹할 생각이었다면 당신보다 더 잘난 사람을 택했겠지 뭣 하러 쓰다 버린 쓰레기를 줍겠어? 이 세상 남자들이 다 멸종됐대?”주형인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하예진에게 인간쓰레기로 낙인되었다. 그녀 성격상 다 끝난 인연은 절대 되돌아보지 않는다.주형인의 엄마와 누나는 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 애초에 하예진을 그렇게 대해놓고 인제 와서 재결합을 원하다니, 하예진을 바보로 안 걸까?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사람인 줄 아나!“예진아, 다 내 잘못이야. 이젠 다 지나간 일이고... 우리 앞으로 부부는 못 돼도 친구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빈이 봐서라도 내 체면 좀 살려줘.”하예진은 아들을 바라봤는데 아이는 순진무구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빈은 아직도 엄마, 아빠가 왜 함께 지내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했다.아빠 옆에 왜 항상 다른 아줌마가 있는지, 왜 엄마가 아닌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하예진은 아이가 아직 어리다 보니 이혼에 관한 일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나중에 아들이 철들면 그때 다시 말해주기로 했다. 두 사람이 이혼해서 남남이 되어도 아이에겐 영원히 엄마, 아빠이니까.하예진은 우빈이를 향한 사랑이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이다. 주형인은 나중에 변할지 말지 짐작할 수 없다.지금은 서현주가 임신하지 않아 전남편 가족이 주우빈을 엄청 중히 여기지만 일단 서현주가 임신하여 아이를 낳기만 하면 전남편 가족도 우빈이를 거들떠보지 않을 것이다!“예진아, 모레 내가 와서 도와줄까? 현주가 오해할까 봐 걱정되면 엄마, 아빠더러 오시라고 할게. 다른 건 못 도와줘도 설거지나 우빈이 돌보는 건 할 수 있어.”주형인은 말하면서 또다시 배시시 웃었다.“네가 수당 챙겨주고 싶으면 줘도 되고 싫으면 주지 마. 우빈의 할머니, 할아버지라 한 가족이니 서로 돕고 사는 거지 뭐.”하예진이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