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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9화

옛 추억을 회상하면 하예정 자매만 마음이 괴로운 게 아니라 듣고 있던 이경혜 모녀도 속상할 따름이다. 이경혜는 진작 눈시울이 붉어졌다.

조금만 더 일찍 동생을 찾았다면 모든 게 변했을 텐데.

동생의 죽음을 바꾸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두 조카는 지켜줄 수 있잖아.

부모를 여읜 두 아이가 친척들의 매정함을 감당해야 했고 그 어린 나이에 삭막한 인심과 추악한 인간의 내면까지 다 겪어야 했으니.

“예정아.”

전태윤이 안쓰러운 얼굴로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

“다 지나간 일이야. 이젠 다 지나갔어.”

작년에 인스타를 뜨겁게 달군 그 사건이 터졌을 때 전태윤은 그녀와 함께 고비를 넘겼다.

하예정은 언니의 일기를 인스타에 올리며 반박에 나섰고 드디어 여론이 그녀들에게 돌아섰다. 그때 전태윤은 처형이 쓴 일기를 보았는데 두 번은 더 볼 용기가 안 났다.

한 번만 읽어도 아내가 불쌍해서 죽을 지경이니 말이다.

전태윤은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 아니지만 처형의 일기를 읽은 후 눈가가 촉촉해졌다.

때로는 가장 무자비하고 자신에게 가장 깊은 상처를 주는 것이 바로 가족이다.

이 말은 틀린 것 하나 없다.

하예정 자매가 바로 가족들에게 가장 극심한 상처를 받았다.

성소현은 자신의 가방에서 휴지 두 팩을 꺼내 한 팩을 전태윤에게 건넸다.

전태윤은 휴지를 받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하예정은 남편이 옆에서 챙겨주고 있으니 그가 분명 휴지로 아내의 눈물을 닦아줄 것이다. 이경혜와 하예진은 성소현한테서 휴지를 건네받았다. 이경혜는 작은 조카가 제일 힘들 때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걸 보아냈다.

다만 큰 조카는 이혼하여 홀로 외롭게 있었다. 이경혜는 시내로 돌아가거든 다시 큰 조카를 위해 좋은 남자를 찾아주고 평생 의지할 동반자를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

첫 결혼에 실패했으니 두 번째 결혼은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예정아, 그만 얘기해. 이모도 우신다.”

하예진은 눈물을 닦은 후 동생에게 지난 일을 그만 얘기하라고 했다. 물론 그녀도 이곳에 돌아오면 저도 몰래 과거가 회상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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