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명은 퇴근길에 마침 주형인이 주우빈을 안고 가게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그가 아이를 뺏으러 온 줄로 알고 급히 차를 토스트 가게 앞에 멈춰 세웠다.“우빈아!”노동명은 재빨리 차에서 내려 성큼성큼 다가가 주형인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그의 품에서 주우빈을 빼앗아 안았다.주우빈을 안은 노동명은 발을 뻗더니 주형인을 세게 걷어찼다. 주형인은 힘에 밀려 뒤로 몇 걸음 물러나더니 결국 계단에 주저앉고 말았다.주형인은 매우 놀란 얼굴로 노동명을 쳐다보며 생각했다.‘이 사람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그에게서 아들을 빼앗았을 뿐만 아니라 발로 걷어차기까지 한다.“당장 꺼져! 또다시 와서 예진 씨를 괴롭히고 우빈이를 빼앗아 가려 하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아빠.”주우빈은 아빠를 부르더니 노동명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버둥거렸다.주형인은 얼른 일어서서 해석했다.“노 대표님, 오해하셨습니다. 저는 우빈이를 뺏으러 온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예진이를 괴롭히지도 않았고요. 단지 우빈이를 보러 왔다가 애가 놀이터에 가고 싶다 하여 데리고 놀러 가려던 참이었습니다.”노동명은 여전히 그를 믿지 못하겠다는 눈빛이었다.그는 주우빈을 안고 바로 가게로 들어갔다.“예진 씨.”그는 들어가자마자 큰 소리로 외쳤다. 그의 목소리는 항상 굵었다.“괜찮아? 이 쓰레기 같은 자식이 당신을 괴롭히지는 않았어? 우빈이를 빼앗아 가려는 거 맞지?”주형인은 주우빈을 빼앗아 가려 한 전과가 있다.부엌에서 나온 하예진은 아들이 노동명의 품에 안겨있는 걸 보고 어리둥절해하며 답했다.“노 대표님, 오셨어요? 제가 형인 씨에게 우빈이를 데리고 놀러 가라고 한 거예요.”“...내가 오해했네.”그는 주우빈을 바닥에 내려놓고 고개를 돌려 주형인에게 말했다.“그럼 자네는 우빈이를 데리고 가서 놀도록 해. 방금 너무 세게 차지는 않았으니 괜찮겠지? ”주형인은 굳은 얼굴이었다.방금까지만 하여도 그는 노동명의 거센 발길질에 몇 걸음 뒤로 물러섰을 뿐만 아니라, 계단에
주우빈은 아빠를 보며 또박또박 말했다.“그런데요, 동명 아저씨는 엄마를 괴롭힌 적이 없어요.”“우빈아... 너, 노동명 아저씨가 좋아?”주우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저는 아저씨를 좋아하지 않아요. 하지만 아저씨는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그가 노동명 아저씨를 좋아하건 안 하건 간에 아저씨가 좋은 사람인 건 사실이다.“우빈아, 노동명 아저씨가 지금은 나쁜 사람이 아니더라도 나중엔 너에게서 엄마를 빼앗으려 하는 나쁜 사람이 될 거야. 그래서 넌 아저씨와 엄마가 단둘이 있는 것을 막아야 해, 알겠지? 만약 엄마가 아저씨와 데이트하러 가려 하면 우빈이 너는 울고불고 해서라도 그걸 막는 거야, 알아들었지?”주우빈은 이모부가 화가 났을 때 눈살을 찌푸리던 모습을 흉내 내며 큰 소리로 말했다.“아저씨는 엄마보다 우빈이를 좋아해요! 항상 엄마하고 우빈이를 빼앗으려 하지, 우빈이에게서 엄마를 빼앗으려 하지 않아요. 비록 우빈이도 아저씨의 얼굴이 무섭고 싫지만, 아저씨는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그리고 엄마도 동명 아저씨와 단둘이 외출한 적이 없어요. 그리고 아저씨는 올 때마다 우빈이에게 바람개비를 주는데 우빈이는 이제 바람개비를 좋아하지 않아요.”노동명 아저씨는 선물을 바꾸어 줄 줄도 모른다.“...”주형인은 멈춰 서서 아들을 바라보았다.하예진과 이혼할 때, 주우빈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었다. 이제 겨우 몇 달도 안 되었는데, 꼬맹이는 말을 또박또박할 뿐만 아니라, 아주 조리 있게 잘한다.‘내 아들, 정말 똑똑한데?!’“우빈아, 넌 아직 어려서 어른들의 일을 잘 몰라. 어쨌든 노동명 아저씨는 너에게서 엄마를 빼앗아 가려 하는 거야. 먼저 우리 우빈이한테 잘해줬다가, 결국에는 엄마를 빼앗아 가버리는 거지. 우빈아, 넌 엄마가 점점 예뻐지는 것 같지 않아? 노동명 아저씨도 엄마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 사흘이 멀다고 끊임없이 찾아오는 거야. 다만 널 핑계로 삼았을 뿐이지.”“엄마는 항상 예뻐요.”아이의 마음속에서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사람이다.“맞아
하예진도 이혼한 걸 추호도 후회하지 않았다.노동명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럼 그 자식 왜 항상 당신 가게에 찾아오는 거야? 그 쓰레기 같은 자식, 애초에 당신한테 했던 짓을 생각하면 볼 때마다 한 대씩 때려 당신 대신 화풀이를 해주고 싶어.”“아마도 우빈이을 이용하여 나와 그들 사이의 차가운 관계를 풀려는 걸 거예요.”노동명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당신이 아니라 태윤이의 용서를 구하려는 걸 거야. 용서고 뭐고 집어치우라고 해. 계속 실직한 상태로 빈털터리가 될 때까지 놔두는 거야. 그때 가서도 지금의 와이프랑 오붓하게 지낼 수 있는지 어디 한번 두고 보자고.”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그들의 고생길은 아직도 한참이나 남아있을 것이다.“지금 당신의 가게가 여기에 자리 잡고 있으니, 이사할 수가 없어. 아니, 이사할 필요도 없어. 그들더러 당신의 사업이 잘되는 걸 두고두고 지켜보라고 해. 앞으로 당신은 큰 호텔도 차리고 또 억만장자가 되어 그들이 뼈저리게 후회하게끔 만들어.”하예진은 웃으며 말했다.“나도 나중에 큰 호텔을 차리고 억만장자가 되고 싶어요. 하지만 지금은 이 가게가 잘될 지부터 지켜봐야하지 않겠어요? 나의 첫 번째 목표는 먼저 가게를 차린 본전을 되찾는 거예요. 그리고 두 번째 목표는... 분점을 하나 여는 거예요.”그녀의 인생 목표는 자신의 사업을 점차 확장하여 앞으로 큰 호텔을 세우고 요식업계에서 한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금방 이혼했을 때 나도 주씨네 가족들과 왕래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전 시어머니께서 나를 미행해서 내가 어디에다 가게를 차렸는지, 나의 월세방이 어디인지 다 알아버렸어요. 생각해 보니 그들을 벗어날 수도 없게 되었고, 정말 왕래를 끊을 수도 없었어요. 아무래도 우빈이가 있으니... 어차피 더 이상 그들에게 휘둘리는 일은 없을 거예요. 그러니 그들이 불쑥불쑥 찾아와도 두렵지 않아요.”노동명이 콕 집어 말했다.“주씨 일가는 당신에게 돈이 많은 이모가 생기고, 당신의 여동생도 전씨 가문의 큰며느리가
노동명도 현재 성씨 가문과 전씨 가문의 도움을 받고 있는 하예진에게 그의 도움이 필요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는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그럼 당신은 할 일 마저 해. 난 가봐야겠어, 어머니께서 또 재촉하시기 전에.”“네, 대표님. 그럼 안녕히 가세요.”하예진은 노동명을 가게 밖으로 배웅했다.노동명은 가게 밖에 세워져 있는 주형인의 차를 보고 하예진에게 물었다.“저게 당신 전남편의 차지?”“아마도요. 저 차에서 내리는 걸 봤는데, 새 차를 산 것 같아요.”아내가 바뀌면서 차도 하나 바꿨다.만약 전태윤이 손을 쓰지 않았더라면 주형인은 아마도 매우 쾌활하게 살았을 것이다. 돈도 있고, 새 아내도 있고, 새 차도 있으니...노동명은 다가가 주형인의 차 타이어에 펑크라도 내고 싶었다. 하지만 타이어에 펑크가 나면 주형인은 분명 하예진의 가게에 남아 밥을 얻어먹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한 노동명은 결국 생각을 접었다.“앞으로 주씨 가족이 다시 찾아와서 당신을 괴롭히기라도 하면, 바로 전화해. 우리 회사가 여기서 가까우니, 전화 한 통이면 내가 사람을 보내 당신을 도와주도록 할게. 이 거리의 가게 주인들은 모두 내 가게를 임대한 것이니, 이것도 나의 세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야.”노동명은 마치 세입자들만을 위해 생각한 듯, 전혀 사심이 없는 듯 공명정대하게 말했다.그 말에 하예진은 미소를 지었다. “대표님, 지난번에 대표님께서 사람을 데리고 와서 주씨 모녀를 쫓아낸 후, 그 사람들은 요 며칠 동안 다시는 찾아오지 않았는 걸요.”아마 주형인도 그 막돼먹은 누나를 자기 집으로 돌려보냈을 것이다.노동명은 하예진의 배웅하에 차에 올라타 곧 떠났다.노씨 별장으로 돌아왔을 때, 노동명은 자기 집 주차장에 본 적이 없는 차가 주차된 것을 발견하고 마중 나온 도우미에게 물었다.“이 차는 누구 것이지?”“손씨 아가씨의 차입니다.”“손씨네 아가씨?”노동명 눈살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긴 듯했다.‘우리 집과 왕래하는 사람들 중에 손씨 성을 가진 사람
“그리고 만약 은경이가 일 처리할 때 도움이 필요하거든 네가 알아서 도와주도록 해. 엄마랑 방 이모는 오랜 친구야, 비록 십수 년 동안 만나지는 못했지만, 연락이 끊긴 적은 없거든.”노씨 사모님은 손은경과 아들을 엮으려는 뜻이 분명했다.그리고 손은경이 노동명을 보는 눈빛에도 두려움이 없었다. 그녀는 속으로 비록 노동명의 얼굴에 무서운 칼자국이 나 있지만 성형수술을 하여 없애버리면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그의 칼자국이 없는 다른 한쪽 얼굴만 보면 아주 준수한 남자이다.젊었을 땐 누구나 충동적인 일을 한두 번 한다.그녀도 예전에 몸에 문신한 적이 있다.“엄마, 저 아주 바빠요.”노동명은 담담하게 말했다.“만약 손씨 아가씨가 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도와주는 건 문제없지만, 함께 여기저기 돌아다닐 시간은 정말 없어요. 엄마는 매일 집에서 심심해 하시잖아요, 그럼 엄마가 함께 여기저기 돌아다니면 되겠네요.”노동명은 손은경을 바라보며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미안한데 내가 정말 바빠서요.”그러자 노씨 사모님이 물었다.“내일 일요일 아니야? 너 내일도 회사에 나가야 하는 거니?”“내일 태윤의 집에서 바비큐 약속이 있어요.”노동명이 아무런 핑계나 둘러댔다.“그럼 마침 잘됐네, 은경이도 데리고 가. 동년배들이 모여야 할 이야기가 있지. 엄마는 이제 나이가 있어 은경이랑 세대 차이가 날 거야.”노동명은 담담하게 해석했다.“서원 리조트에서 모이기로 약속 잡았어요. 그리고 엄마도 태윤의 성격 잘 알잖아요, 걔 동의 없이는 초대받지 않은 다른 젊은 여성을 데려갈 수가 없어요.”“...”전태윤은 지금 와이프도 있는데, 아직도 그렇게 인정사정이 없는 건가?노씨 사모님은 아들이 전태윤을 끌어내 방패로 삼은 것이라고 의심이 들었다.“괜찮아요, 저는 이모가 곁에 있어만 줘도 너무 즐거워요. 동명 오빠는 가서 일 보세요.”손은경이 눈치 있게 말했다.그녀는 노씨 사모님의 옷자락을 조용히 잡아당기며 더 이상 노동명에게 강요하지 말라고
“언제 기회가 되면 한번 만나 뵙고 싶네요.”그녀는 전태윤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지만, 실제로 만날 기회가 없었다.전태윤의 마음을 움직인 여자에게는 분명 뛰어난 점이 있을 거로 생각하며 그 사모님에게서 남자를 정복하는 테크닉을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다.올해 스물여덟인 손은경은 아직 독신이다. 열여덟 살쯤인가? 한번 연애한 경험은 있지만 그 감정이 결실을 보지는 못했고, 그 후 가문의 회사에 들어가 너무 바쁘게 보내다 보니 지금까지도 남자친구가 없다.노씨 사모님은 그녀와 자기 아들을 주선할 의향이 있어 보인다. 양가 부모님도 모두 묵인했고, 손은경 자신도 노동명의 과거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그의 모든 과거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리고 그녀는 노동명의 얼굴에 있는 칼자국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만약 노동명이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면, 칼자국쯤은 성형수술을 통하여 쉽게 제거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 칼자국을 제거하면 그도 준수한 모습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노씨 사모님은 웃으며 말했다.“그럴 기회가 있을 거야.”그리고 노씨 사모님은 목소리를 낮추어 손은경에게 속삭였다.“태윤이의 와이프 말이야, 비록 출신은 별로지만 태윤이의 와이프라는 신분은 흔들리지 않을 것 같으니 혹시라도 앞으로 만나게 되면 잘 지내봐.”그녀는 도도하고 능력이 있는 손은경이 하예정을 얕잡아보기라도 할까 봐 걱정된 것이다. 전태윤과 노동명은 절친이고 하예정은 전태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아내이다. 만약 손은경이 노동명과 사귀게 되면, 노동명의 친구들과도 잘 어울려야 할 것이다.하예정의 출신 때문에 그녀를 얕잡아보았다가는 전태윤과 노동명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노씨 사모님은 손은경 때문에 전태윤과 노동명의 관계가 영향을 받는 것은 보고 싶지 않았다.이 크나큰 관성에서, 전태윤이 절친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그녀의 막내아들과 소정남 뿐이다.“이모, 걱정하지 말아요. 영웅은 출처를 묻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전씨 가문의 큰며느리로 되었다는 것은 그만한 능
“...내가 언제 내일 리조트에서 바비큐를 한다고 했어?”그리고 아무 곳에서나 먹을 수 있는 바비큐를 굳이 리조트에서 먹으려 하다니...“그리고 오징어, 양고기, 대하 등등... 어쨌든 네가 구운 거면 난 다 좋아.”노동명은 전태윤의 말을 못 들은 듯 아직도 혼잣말하고 있었다.전태윤은 몇 마디 듣다가 결국 전화를 끊었다.하지만 노동명의 전화는 그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었다. 내일은 일요일이고 출근할 필요도 없으니 아직 리조트에 가보지 못한 하예정을 데리고 리조트에 가서 바비큐 파티를 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서원 리조트에는 바비큐 전용 장소가 있으니 친구 서너 명을 불러 함께 파티를 열면 딱 맞춤할 것이다.그리고 하예정이 그곳에 익숙해지게끔 며칠 동안 머물면, 그녀가 그곳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기분이 좋아질 지도 모른다.이렇게 생각한 전태윤은 노동명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알았어, 그럼 정남이도 불러. 만약 소지훈도 시간이 되면 같이 데려오라고 하고.」노동명은 친구의 답장을 받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마터면 들킬 뻔했다.비록 전태윤이 그의 말을 안 받아준대도 내일 그를 찾아가 곁에 하루 종일 붙어 있을 생각이었지만 말이다.노동명은 흔쾌히 응했다.전태윤은 메시지를 보낸 후 부엌을 나와 베란다로 하예정을 찾아갔다.“식사 준비 벌써 끝났어요?”“응, 거의 다 됐어. 배고프지? 음식 다 데워났으니, 먼저 국 한 그릇 먹어.”“지금 전혀 배가 고프지 않아요.”고향에 한 번 갔더니 옛일이 떠오르며 눈물이 비 오듯 쏟아졌다. 비록 고향을 다시 떠났지만, 하예정은 여전히 추억에 잠겼다.전태윤은 몸을 웅크리고 그녀와 눈을 맞추면서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부드럽게 말했다.“우리 내일 서원 리조트에 가서 며칠 묵어. 그곳은 자연의 아름다움이 잘 간직된 곳이야. 비록 리조트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거지만, 이젠 수십 년을 거쳐 자연의 한 경치가 되었어. 지금은 봄꽃이 만발할 때라 매우 아름다워. 동명이에게서 방금 전화가 왔는데
하예정은 지금에 와서야 자신이 설 쇠러 갔을 때 머물던 고택은 전씨 가족이 오랫동안 비워두었던 집임을 알게 되었다. 그녀를 속이기 위해 시댁 식구들은 집을 다시 깨끗이 청소하고 들어갔던 것이였다.속이느라 정말 힘들었겠네!전태윤은 사랑스러운 눈길로 하예정을 바라보면서 대답했다.“좋아, 당신 말대로 해. 우리 집이니 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어. 있고 싶을 때까지 있어도 돼.”“제가 밥 차릴게요.”하예정이 말하면서 전태윤의 앞치마를 벗기려 하자 전태윤은 그녀가 주방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다.“아니야, 두 가지 요리만 더 하면 되니까 당신은 여기서 꽃구경이나 해.”하예정이 그의 얼굴에 키스를 해주자, 전태윤은 날아갈 듯한 기분으로 주방에 들어갔다.“자기야.”전태윤은 둘만 있을 때 하예정이 ‘자기’라고 불러주면 엄청 좋아한다. “자기가 소 이사님, 노 대표님과 바베큐 파티를 하기로 약속했죠? 사람이 적은 것 같은데, 예씨 가문 다섯째 도련님을 청하는 건 어때요? 제가 효진이와 소현 언니와도 약속을 잡을게요. 그리고 예진 언니도 같이 가고 싶은지 물어볼게요.”전태윤의 목소리가 부엌에서 들려왔다.“알았어, 내가 바로 예준하 씨에게 전화할게.”하예정이 먼저 언니에게 전화했다.“언니, 밥 먹었어?”“지금 가게에서 먹는 중이야.”“언니가 가게에 있을 줄 알았어.”오후 4시쯤 고향에서 돌아온 후 하예진은 지금까지 줄곧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돌아치고 있다.하예진이 웃으며 동생에게 물었다.“너희들은 밥 먹었어?”“태윤 씨가 지금 식사 준비하고 있어. 언니, 내일 친구 몇 명과 함께 태윤 씨네 리조트에 가서 바비큐 파티를 하기로 약속했는데, 우빈이를 데리고 함께 가지 않을래?”“모레가 가게 오프닝 하는 날이라 아직 할 일이 많아. 충분히 준비한 것 같은데 아직도 할 일이 많네. 하지만, 너의 시댁에도 아직 가보지 못해서 또 가보고 싶고.”장소민이 아직 하예진과 이경혜에게 만나자고 요청하지 않은지라, 하예진은 내심 사돈이 여동생에게 불만을
“기자들이 모여있든 말든 저는 상관없어요. 저의 경호원들과 회사 경비실 직원들이 제가 회사에 안전하게 들어갈 수 있도록 보장할 거예요. 하지만 저한테서 답을 얻지 못하면 호영 씨에게 매달릴지도 모르니 호영 씨도 조심하세요.”고현이 연예기자를 처음 상대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그녀는 긴장하지 않았다.전호영은 그녀의 남자 친구이다.연예 기자들도 전호영의 곁을 맴돌며 혹시 그도 고현이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그녀에게 구애하지 않았냐며 그에게 매달릴 것이다.전호영은 웃으며 대답했다.“저는 무서울 것 하나도 없어요. 저에게 그런 물음을 물어본다면 제가 바지를 벗겨보지도 못했는데 내가 그런 걸 어떻게 아느냐고 되물으면 기자들이 더는 물어보지 못할 거에요. 어차피 사람들은 우리를 동성애자라고 생각할 텐데 제가 그런 말을 하면 기자들도 어쩔 수 없을 거예요. 이미 저를 게이로 보고 있기도 하고 고현 씨가 여자인 걸 알았다고 해도 뭐 어쩔건데요? 저도 어제 금방 알았다고 말하면 기자들도 믿을 수밖에 없을 거예요.”고현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하긴, 전호영은 말재주가 좋아 연예 기자들은 몇 번이나 그의 손에 놀아났는지 모른다.전호영이 말하고 싶지 않으면 기자들이 제아무리 애써봤자 그의 입에서 실오라기 하나도 건질 수 없을 것이다.그리고 전호영은 화제를 돌려 연예 기자들의 주의력을 딴 곳으로 끌어가면서 기자들을 되돌려 보낼 것이다. 그러다가 기자들은 떠난 뒤에야 또 그에게 속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예전에 고현과 전호영의 일에 관해 연예 기자들에게 쫓겨 다녔을 때 연예 기자들은 모두 얼굴에 철판을 깔고 그녀의 주위를 맴돌지언정 친근해 보이고 그들을 배척하지 않는 전호영의 주위를 맴돌지 않았다.연예 기자들은 왠지 전호영이 그들을 원숭이 놀리듯 조롱당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다시는 전호영을 찾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현은 옷을 갈아입고 욕실에서 늠름하고 멋진 예전의 모습으로 나왔다.전호영은 사랑하는 여인을 보며 휘파람을 불며 농담했다.“
전호영은 정돈을 마친 후 노크했다.“현이야, 나야, 호영이”방금 잠에서 깨나 침대에 아직 누워 있던 고현은 노크 소리를 들고 마지못해 일어나 문을 열었다.“좋은 아침!”전호영은 꽃다발을 내밀면서 그윽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이 꽃처럼 매일 환하게 웃을 일이 가득하길 바랄게.”고현은 호영과 꽃다발을 번갈아 보다가 꽃을 건네받으면서 물었다.“고작 이 꽃 선물 때문에 아침 댓바람부터 찾아온 거야?”“아침 같이 먹으려고 왔지, 꽃은 덤으로 선물하는 거고. 내가 선물 한 꽃이 향도 좋고 예쁘다고 했잖아. 매일 선물 해줄게. 매일 싱싱하고 이쁜 꽃다발을 받는 게 좋지 않아?”고현은 꽃다발을 든 채 뒤돌아서서 말했다.“내가 싫다고 해도 매일 보낼 거잖아.”전호영은 구애하는 데 있어서 고현의 말을 들은 적이 없이 줄곧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해왔고 고현은 그런 전호영이 귀찮다 못해 한 대 패주고 싶을 정도였다.맨 처음 호영은 고현의 부모님을 공략해 자신의 편을 들어주게끔 만들더니 나중에는 고씨 그룹도 자유롭게 출입하곤 했다.“네가 없이도 난 아침밥 잘만 먹었어.”고현은 입으로는 전호영이 너무 강압적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꽃 선물을 한다고 나무랐지만 어느새 꽃을 꽃병에 꽂아 넣고 한 발짝 멀리서 구경했다.방으로 들어온 전호영은 아직 잠옷 차림인 고현을 보더니 옷방에서 옷을 꺼내 건네 주며 말했다.“요즘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어, 아침에는 특히 더 추워, 얼른 옷 갈아입어,그러다 감기 걸리겠다.”고현은 별다른 얘기 없이 옷을 건네받고는 말했다.“소파에서 기다리고 있어, 옷 갈아 입고 올게.”“그래.”어젯밤 일이 생각 난 호영은 큰 목소리로 말했다.“어제 네가 여자 옷을 입은 일이 강성에 다 퍼졌어, 오늘 아마 인기 검색어가 돼 있을 거야, 너희 회사랑 고성 호텔에 기자들이 잔뜩 모여 있을걸. 오늘 회사 나가지 말고 하루 쉬는 건 어때?”회사랑 고성 호텔은 고현이 매일 가는 두 곳이었다.연예기자들은 고현이 여자가 맞는지를
병실 안은 다시 고요해졌다.밤은 깊어져 가고 북적이던 도시도 점점 고요해져갔다.다음 날, 마이바흐 한 대가 고현의 별장 앞에 세워져 있었다.손에 꽃다발과 예쁜 쇼핑백을 든 전호영이 차에서 내려 벨을 눌렀다.한참이 지나서야 문을 연 집사는 문 앞에 서 있는 전호영을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좋은 아침이에요, 전 대표님, 저희 대표님께서 아직 주무시고 계셔요.”고현은 어젯밤 늦게 집에 돌아왔다. 사실 일도 바쁘고 접대도 많아서 매일 집에 늦게 돌아오곤 했다.고현은 어젯밤 파티에서 모두의 주목을 받았었다.그녀는 친분이 있는 몇몇분의 대표님들과 인사를 건넨 뒤 비즈니스를 나누고는 전호영과 같이 파티장을 떠났다.고씨 가문 저택으로 돌아온 그녀는 곧바로 남장으로 바꿔 입었다. 대신 가짜 복근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워낙 살쪄 보이지 않는 데다가 날씨도 추워서 옷 한 벌 더 입고 겉에 양복을 걸치면 남들 눈에는 여전히 멋진 고씨 집안 도련님이었다.그 후 고현은 여의 팰리스로 돌아와 잠을 잤다.전호영은 웃으며 집사와 얘기했다.“괜찮아요, 안 깨울 거예요. 제가 일찍 도착한 거예요. 늦게 오면 아침을 같이 못 먹을까 봐서요.”집사는 전호영의 차를 보고는 물었다.“대표님, 안쪽에 주차해 드릴까요?”“괜찮아요, 밖에 세워둬도 아무 일 없어요.”그곳에 주차하면 기자들이거나 고씨네 친척들이 별장 문 앞에 모여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오히려 방지할 수 있었다.집사는 별장 문을 닫았다.“이모님, 무슨 얘기 못 들으셨어요?”전호영은 집 안으로 들어가며 물었다.집사는 전호영이 자신과 고현의 연애에 관해서 물어보는 줄 알고 대답했다.“얘기 많이 들었어요. 전 대표님과 저희 도련님 두 분께서 좋으시면 되죠, 남들 신경 쓸 필요가 뭐가 있어요.”전호영과 만나기 시작한 후로 고현의 성격도 많이 부드러워졌다.전호영은 웃으며 답했다.“하긴 그렇죠. 내 갈 길 가는데 남들이 뭐라 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집사는 아직 고현이 여자라는 사실을 모르는 듯했다.고
“윤미의 결혼을 생각하면 나도 걱정이 태산이야. 걔는 보통 사람들이랑은 달라.”윤미는 혼자 아이를 낳아 후계자로 둘 생각이었다. 남편 없이 아이만 원하는 윤미의 생각에 이 가주도 머리가 아주 복잡했다.비록 이 가주와 정화의 오랜 결혼생활에도 결국 금이 생겼지만 수십 년간 부부생활을 해온 만큼 사랑까지는 아니라도 정은 남아있었다.노년이 됐을 때 동반자가 있으면 적어도 외롭지는 않을 것이다.자식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나이가 들면 다들 가정을 차리게 되고 또 일과 육아 때문에 부모는 뒷전일 게 분명했다.결국 곁에 남는 것은 동반자일 뿐.정화와 윤정의 해프닝이 있고 난 뒤에도 결국에는 윤정이만 내쳐지고 정화는 수술하는 것에 그치고 집에서 쫓겨나지는 않았다.이 가주는 정화가 나중에 해코지할 걱정도 없었다. 그녀는 이씨 집안의 실세이고 윤미가 후계자가 된다고 할지라도 윤미는 이 가주랑 더 친하고 정화랑은 아무 감정도 없었기 때문이다.정화가 이 가주보다 나이가 몇 살 더 많은 것을 고려하면 이 가주가 나이가 들어 걷지 못할 때가 온다고 해도 어쩌면 그땐 정화는 이미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른다. 어찌됐든 이 가주는 윤미가 그냥 아무 남자나 만나 후계자가 될 아이를 낳는 것이 아니라 결혼해서 남편이랑 정상적인 부부 생활을 보내기를 바랐다.정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친딸이랑 친하지도 않았고 또 그녀의 결혼에 대해 왈가왈부할 입장도 아니었다.얼마 전에도 남자 친구를 소개해 주려고 하자 좋아하기는커녕 상대가 돈만 많고 능력 없는 부잣집 도련님이라고 나무랐다.이씨 집안은 데릴사위를 찾는 상황인데 데릴사위가 되기를 원하는 남자가 몇이나 되겠는가?이씨 가문의 재력과 사회적 지위가 아니라면 정화도 애당초 데릴사위가 될 일은 없었다.정화는 자신과 이 가주의 친딸이 나중에 이씨 가문의 주인이 되면 젊었을 때 체면이 구겨졌더라도 그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누가 알았겠는가? 아이가 뒤바뀌었고 다시 제자리로 되돌려졌을 때에는 이미 부녀지간의 감
이 가주는 미소를 띠었다. 어쩐지 마음을 내려놓은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사실 속으로는 고현이 자신의 사위가 됐으면 하고 바라고 있었다.이 가주가 생각하기에 고현이 윤미를 대하는 매너는 아주 좋았다.윤미는 비록 절세 미녀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미모 하는 여자였다. 아무렴 정화와 이 가주의 친딸인데 외모가 뒤쳐질 리가 없었다. 두 사람 모두 젊었을 때는 인물들이 좋았고 특히 정화는 젊었을때 이 가주의 눈에 쏙 들 정도로 아주 꽃미남이었다.이 가주는 윤미가 고현의 스타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하지만 이제는 고현이 그동안 누군가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받아주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냥 본인이 여자라서 그럴 수 없음을 알게 됐다.“고현이가 남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그럼 왜 전호영이랑 만나는 건데?”“알아맞혀 봐.”“전혀 모르겠는데?”이 가주는 설명에 나섰다.“고현이 오늘 이브닝드레스르 입고 송씨네 파티에 갔는데 송씨네 안주인이 고현의 엄마랑 친분이 있어서 현이한테 몇 마디 했나 봐. 그런데 고현이가 자기는 여자라고, 평소에는 편리함 때문에 그냥 남자처럼 하고 다니는 거라고 했대. 한마디로 말하자면 고현은 도련님이 아니라 아가씨인 거지. 남장하고 다니는 아가씨. 걔가 여자인데 어떻게 우리 딸을 마음에 두겠어? 전호영이랑 만나는 게 정상인 거지.”정화는 어안이 벙벙하였다. 고현이 여자라고? 진짜로?윤정이가 알면 얼마나 속상해할까?정화가 맨 처음으로 든 생각은 윤정이가 속상해할 것이었다.사실 윤정이가 지금 어디서 뭐 하고 있는지 아무도 소식을 모르고 있었다.이씨 집안에서 한 푼도 없이 쫓겨난 윤정이는 별장 부근에서 떠돌이 생활하고 있었고 그마나 정일범이 정 때문에 아무도 몰래 윤정이를 자신의 별장으로 데려가 잠시 지내도록 도와주었다.그는 엄마랑 아빠가 병원에서 돌아오고 엄마의 화가 좀 가시면 윤정이에 대해 사정을 들려고 생각 중이었다.집으로 다시 돌아오게는 못해도 살길은 마련해줘야 하지 않겠는가.지금 윤정은 아무것도 없는 빈털털이가 되었다.정
발 없는 말이 천리 가는 법, 모든 여자의 이상형인 고씨 가문의 주인, 고씨 그룹의 대표가 여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소문이 금세 강성 상류사회에 퍼졌다.그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놀라 턱이 빠질 지경이였다.심지어 병원에서 정화의 병간호를 하고 있던 이 가주도 이 소문을 듣고 깜짝 놀랐다.병실 침대 옆에 앉아 있던 그녀는 갑자기 실소를 터뜨리며 말했다.“그런 거였군, 역시 그런 거였어.”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혼자 중얼중얼하는 아내를 보며 정화는 영문을 몰라 당황해했다.정화는 거세함으로써 수십 년간 해왔던 결혼 생활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고 또 자신의 오랜 희생과 맞바꾼 정가네 재부를 지킬 수 있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단지 아내 곁을 지키는 일만 남았을 뿐.하지만 그도 알고 있었다. 비록 수술을 했어도 두 사람의 결혼생활에 생긴 틈은 결국 완벽히 봉합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아내는 아이들을 생각해서 자신의 실체를 아이들에게 까발리지 않고 체면을 지켜준 것이었다.하지만 그녀가 기분이 나쁘면 언제든지 그와 등을 돌릴 수 있었다. 그러니 병상에 누워 있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마음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여보, 무슨 일 있어?”정화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상상도 못 할 빅 뉴스가 있어.”이 가주는 남편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십 년이나 늙어 보이는 데다가 이제 남자구실도 못 하는 정화를 바라보자니 이 가주는 깨 고소했다.그녀는 내색하지 않고 남편에게 물었다.“당신이 좋아하는 그 불여우가 고현에게 대시해도 왜 아무런 결과가 없는 줄 알아?”정화는 표정이 굳어지더니 해명에 바빴다.“여보, 나랑 윤정이는 정말 아무 사이 아니야. 사람들이 모함한 거라니까. 그날 밤, 우리 집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는지 여보도 잘 알잖아. 게다가 다들 잘 아는 사람들이고. 윤정이는 내가 딸처럼 생각하는 아이야.”정화는 바람둥이가 분명했다. 바람을 피운 전적도 있고 또 항상 기회를 엿보는 사람이지만 윤정이한테까지
오늘 밤 약속 자리에는 원래 고현이 참석해야 했지만, 고현이 오후에 회사로 돌아오지 못하는 바람에 고빈이 나서서 약속 자리에 참석하게 되었다.고빈은 고현의 쌍둥이 동생으로 여러 방면에서도 매우 훌륭하지만, 고현과 비교하면 능력이 좀 떨어졌다.“제 형이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 우리 형이 문제를 만드신 거예요. 그리고 그 문제가 저를 찾아온 거죠.”고빈의 말이 끝나자마자 휴대전화가 다시 울렸다. 그는 또 사람들에게 말했다.“또 전화가 왔네요. 왜 우리 부모님께 전화하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저한테 전화를 걸어 뭐 하려는 건지. 저와 저의 형은 20년 넘게 형제로 살긴 살았지만, 함께 잠을 자 본 적도 없고 함께 샤워도 해보지 못했는데 제가 어떻게 우리 형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겠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형이라고 불렀는데...”고진호 부부가 고빈에게 사실 고현이 여자라는 것을 알려주었을 때 고빈은 이미 성인으로 되었다.하지만 고빈은 확인한 적 없었다.고진호 부부가 고현이 여자라고 하니 고빈도 그녀가 여자인 줄로만 알았다.‘우리 부모님이 날 속인 건 아니겠지?’“고 대표님은 대체 여자예요? 남자예요?”고빈은 해명했다.“우리 형이 오늘 밤 연회에 드레스를 입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참석했는데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네요. 저에게 우리 형이 호영 씨를 위해 치마를 입은 것이 아니냐고 질문하셨는데 우리 형은 호영 씨를 위해 치마를 입은 것이 분명해요. 호영 씨도 예전에 우리 형을 위해 치마를 입은 적 있거든요. 두 사람이 똑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보면 정말 한 가족답네요.”고빈은 말을 마치고 진미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진미리가 휴대전화를 꺼놓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고진호의 핸드폰에도 전화를 걸었지만 역시 꺼져있었다.“어쩐지 저에게 전화가 오더라니, 우리 부모님께서 전화를 꺼놓으신 거였군요. 이미 예상하셨을 거예요.”또 다른 전화가 걸려오자 고빈은 바로 전화를 끊고 휴대전화의 전원을 꺼버렸다.전화가 터질 것만 같았다.고빈은 전화를 바지 주
“고... 고 대표님, 지금 고 대표님이 여자라고 하신 거죠?”송씨 가문의 딸 송은하는 말을 더듬으며 고현이 여자라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고현과 송은하는 서로를 쳐다보았다.송은하는 그 사실이 전혀 믿기지 않아 이 모든 것이 거짓말이라고 고현이 제발 말해줬으면 했다.비록 송은하는 고현을 짝사랑하고 고현의 대답도 받지 못해 단념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고현이 남자이기를 바라고 있었다.적어도 자신의 안목이 문제가 없음을 증명하고 싶었다.만약 고현이 정말로 여자라면 송은하의 안목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될 것이고 따라서 고현을 남자로 착각해서 짝사랑하게 된 셈이다.송은하는 생각만 해도 어이가 없었다.그녀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전부 침착할 수 없었다.고현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저는 여자예요. 믿지 마실지는 여러분 몫이지만요.”그녀는 더 설명하려 애쓰지 않았다.전호영 때문만 아니라면 고현은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설명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고현은 심지어 전호영의 손을 잡고 높이 들어 모두에게 말했다.“저와 호영 씨는 모두 정상적인 사람이에요. 호영 씨도 게이가 아니고 저도 게이가 아니에요!”많은 사람은 순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어르신, 제가 아는 지인을 봤는데 얼른 가서 인사드리고 올게요.”고현은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소화할 시간을 주려고 했다. 그녀는 익숙히 아는 대표님을 보더니 몸을 일으켜 전호영과 함께 그 대표님께 인사하러 갔다.다만 고현이 인사하러 가는 그 대표도 그녀가 치마를 입은 모습을 보더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고현도 설명하기 귀찮아 태연한 모습으로 모두에게 인사하고 사업에 관해 얘기하고 있었다.예전에 고현은 연회에 참석할 때 다른 사람이 준 술을 마시지 않았지만, 전호영과 함께한 뒤로 마시기 시작했다.전호영과 함께라면 하늘이 무너져도 고현은 걱정하지 않았다.전호영은 그 누구에게도 고현을 모함할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오늘 밤 사람들은 이 연회를
과연 사실일까?고현은 원래 여자였는데 남자 분장하며 살았다고? 아니면 지금 남자인데도 치마를 입고 여자 행세를 하고 있단 말인가!모두가 고현 때문에 의문을 품었으나 아무도 감히 다가가서 물어보지 못했다.어떤 사람들은 고씨 가문과 사이가 매우 가까웠기에 고진호 부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고진호 부부는 휴대전화의 전원을 꺼놓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송국호의 안내로 별장 안으로 들어온 고현은 우아하게 자리에 앉았다.송국호의 며느리 김지윤은 고현을 몇 번이고 쳐다보면서 몇 번이나 말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전부 배속으로 삼켰다.김지윤과 진미리는 함께 쇼핑도 하고 식사도 해본 사이라 꽤 친한 사이였다.“저한테 하시고 싶은 말 있으면 하셔도 돼요.”고현은 김지윤이 계속 자신을 뚫어지라 쳐다보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도 말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먼저 입을 열었다.송국호도 그의 며느리 김지윤을 바라보았다.김지윤은 쑥스러워하며 말을 건넸다.“드레스가 너무 예쁜 것 같아서 그래요. 전 대표님께서 선물하신 건가요? 어디서 제작하신 거예요? 저도 맞추러 가야겠어요.”전호영이 웃으며 대답했다.“제가 선물한 치마가 아니라고 고 아주머니께서 사준 거예요.”전호영이 고현에게 치마를 선물해봤지만, 그녀는 받지 않았다. 그 뒤로 고현이 겨우 전호영에게 치마를 한 번 입어 보이긴 했지만, 그 치마들을 여전히 받지 않았다.고현이 받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기에 전호영도 그녀에게 치마를 선물하지 않았다.고현은 오늘 밤 치마를 입고 연회에 참석할 계획도 전호영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만약 전호영이 알았더라면 그는 고현에게 더 예쁜 치마 몇 벌을 미리 선물했을지도 모른다.오늘 밤 고현이 입은 이 드레스는 예쁘긴 한데 등도 드러내놓지 않고 너무 보수적이었다. 다른 재벌가 딸들은 어깨나 등을 드러내놓는 드레스를 입었다.김지윤이 되물었다.“고씨 사모님께서 구매한 거라고요?”그녀는 고현이 입은 드레스가 전호영이 선물한 거로 알고 있었다.송씨 가문의 사람들도 남들처럼 고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