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존 사위의 모든 챕터: 챕터 861 - 챕터 870

2321 챕터

제861화

이 말을 들은 정민아는 얼굴이 싸늘해졌다. 협상하러 온 자리에서 어찌 이런 수모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우리 기업은 매사에 진심으로 대하는데, 우 대표도 예의 좀 지켜주셨으면 좋겠는데...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 서로에게 유익한 거 아닌가? 남남으로 돌아서 봤자 좋은 점은 없을 텐데요? 그리고 이번 한 번만은 그냥 넘어갈게요. 나중에 또다시 날 모욕한다면 곧 경고장이 날아갈 겁니다!”“경고장? 모욕이요?”우광식이 피식 웃더니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정민아 씨, 본인이 진짜 양반집 규수인 줄 알아요? 오늘 어디 끝까지 한 번 가봅시다! 그쪽이랑 거래하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도 살길이 없을 것 같아요? 똑똑히 들어요. 지금 우리랑 거래하고 싶은 업체가 얼마나 많은데, 오히려 원자재가 부족할까 봐 걱정이죠.”“도움을 받을 때는 언제고, 정녕 옛정 따위 안중에도 없는 건가?”정민아가 쌀쌀맞게 말했다.우광식은 피식 비웃으며 팔짱을 꼈다.“그런 얕은수는 집어치워요! 다들 사업하는 사람인데 당연히 이익만 챙기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백운 별장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날이 길어질수록 손해도 어마어마할 텐데, 더욱이 기한대로 완공하지 못한다면 CY그룹에는 어떻게 설명할 생각이죠? 이런 상황에서 고작 돈이 무슨 대수라고!”정민아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사실 가격 인상을 한 번만 하면 회사에서도 감당할 수 있다.다만 정민아는 비즈니스 전쟁에서 한발 양보하는 순간 상대방의 욕심도 끝이 없을 거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오늘에 50%를 올려달라고 했다면 내일은 60% 혹은 70%, 심지어 두 배로 뛸지도 모르는 일이다.상대방이 주도권을 잡은 이상 끊임없이 요구하는 건 당연했다.이때 정민아의 머뭇거리는 모습을 본 우광식은 갑자기 온몸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정민아는 여신급 미모의 소유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심지어 김세자도 그녀에게 프러포즈한 적이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하지만 외부에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얼굴만 예쁘장할 뿐, 머리는 텅 빈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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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2화

우광식의 머릿속에는 이미 그렇고 그런 장면으로 가득해서 다른 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그는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정민아, 오늘 밤 성남대호텔로 갈래? 걱정하지 마. 난 거기 회원이라서 스위트룸으로 잡을 테니까 실망하는 일은 없을 거야.”“꿈 깨! 이거 놔! 아니면 진짜 경찰에 신고할 거야.”정민아는 허우적대며 휴대폰을 꺼냈다.이를 본 우광식은 피식 비웃으며 오른손으로 정민아를 밀쳤고, 그녀는 이내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하여간 여자들이란! 스스로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본데, 감히 내 앞에서 고상한 척해? 내가 장담컨대 나중에는 나랑 자고 싶다고 애원하게 될지도 몰라! 내 허락 없이 과연 성남시에서 원자재를 납품할 업체가 있을 것 같아?”정민아는 휴대폰을 꼭 쥐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우광식, 어디서 잘난 척이야? 돈만 있으면 뭐든 지 살 수 있다는 거 몰라? 그때 가서 후회나 하지 마.”정민아의 말을 들은 우광식은 웃음을 터뜨렸다.사실 그가 날뛰는 데는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경기도 부동산 업계의 선두주자이자 일류 가문에 속하는 손씨 가문이 그의 뒤를 봐주기 때문이다.손씨 가문이라는 든든한 지원군 덕분에 우광식은 경기도 원자재 업계를 꽉 잡고 있으며, 뭐든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했다.이런 상황에서 몰래 정민아에게 원자재를 공급하는 업체는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물론 우광식은 지금 당장 공개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정민아를 한참 위아래로 훑어본 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정민아, 어디 한 번 발버둥 쳐 보던가? 나중에 현실을 받아들이고 나서 날 다시 찾아와도 늦지 않았거든.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 돈을 주든지 아니면 다리를 벌리든지, 너한테 선택할 기회는 줬는걸?”우광식의 거침없는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정민아는 분노에 몸이 부들부들 떨렸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우광식, 후회하지 마. 내가 널 구원해줬다고 다시 못 짓밟을 것 같아?”“그런 소리 집어치워! 예전에는 널 건드리면 큰일 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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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3화

집으로 돌아온 정민아는 소파에 몸을 던진 채 먹구름이 잔뜩 드리운 얼굴로 입을 꾹 닫고 있었다.수업이 끝나서 집에 들어선 순간 정소현은 눈앞의 광경에 깜짝 놀랐다. 언니의 성격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그녀는 표정만으로도 언니가 억울한 일을 당했다는 걸 눈치챘다.정소현은 재빨리 김예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왜냐하면 형부라면 분명 언니의 억울함을 풀어줄 거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연락을 받은 지 30분도 지나지 않아 김예훈이 집에 나타났다. 그에게 정민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었다.“민아야,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해 줄래?”김예훈은 정소현에게 2층으로 올라가라고 눈짓하더니 이내 우유 한 잔을 들고 소파로 걸어갔다.정민아는 우유를 건네받고 울컥하는 마음에 벌컥벌컥 들이켰다. 오늘에 당한 일만 떠올리면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게다가 우광식 그 뻔뻔한 놈이 감히 머리채를 잡아당길 줄이야! 그녀는 두피가 아직도 지끈거리는 듯싶었다.“우광식 그 개자식은 정말 배은망덕한 놈이야! 백운 별장 프로젝트가 결정된 지 얼마 안 되어서 파산 직전까지 갔다고 애원하는 바람에 기껏 도와줬더니 돈 좀 벌었다고 이제 안면박대하잖아. 게다가... 심지어...”정민아는 말을 이어갈수록 화가 치밀어올랐다. 그녀도 결국은 여자이기에 어떤 말은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다.김예훈의 눈빛이 순식간에 싸늘하게 식어갔다.“너한테 또 무슨 짓을 했는데?”정민아는 심호흡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됐어, 이미 지나간 일인데 더는 언급하고 싶지 않아. 지금은 원자재를 어디서 공급받을지가 더 시급해.”“걱정하지 말고 오늘은 푹 쉬어. 어쩌면 내일 아침 일어났더니 모든 문제가 해결됐을지도 모르잖아?”김예훈이 위로를 건넸다.정민아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비록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너무 피곤한 나머지 우유를 다 마시고 소파에서 그대로 깊은 잠에 빠졌다.김예훈은 정민아를 안아 들고 방으로 돌아가 침대 위에 눕힌 뒤 옥상으로 올라가서 오정범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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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4화

오정범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에 든 반쯤 타들어 간 시가만 뚫어지라 쳐다보았다.그의 뜻을 눈치챈 부하들은 더욱 세게 때리기 시작했다.시가를 다 피우고 나서야 오정범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우광식, 너 같은 놈은 내 눈에 차지도 않는데 어떻게 오해가 있을 수 있겠어? 요즘 본인이 무슨 짓을 하고, 누구의 심기를 잘못 건드렸는지는 나보다 더 잘 알지 않아?”“그게 무슨 말입니까? 조용히 자기 사업만 하는 사람이 남을 건드릴 일이 뭐가 있겠어요?”우광식이 우는소리를 했다.“그래? 그럼 기억하게 해주지.”말은 마친 오정범이 앞으로 다가가 발로 우광식의 얼굴을 걷어찼다.“쿨럭!”벽에 세게 부딪친 우광식은 이가 몇 대나 부러졌다. 하지만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면서 문득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들었다.누군가를 건드린 게 사실이라면 그건 정민아밖에 없었다.그런데 정민아가 오정범 같은 사람한테 부탁할 수 있으면서도 묵묵히 모든 수모를 감내한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이건 상식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했다.“형님, 아마도 오해인 것 같은데, 혹시 저 말고 다른 사람은 아닌가요?”우광식은 더는 얻어맞기 싫은지 큰절을 하면서 말했다.오정범의 부하들이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두들겨 팬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맞으면 아팠다. 그동안 곱게 자란 사람이 어찌 이런 고통을 견딜 수 있겠는가!“뭐야? 우광식이 아니었어?”오정범은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설마 진짜 번지수를 잘못 짚었나?“우광식 맞아요!”“건축 원자재 사업하는 거 맞아?”“네!”“그럼 맞네. 끌고 가!”오정범이 무심하게 말했다.“형님, 저도 뒤를 봐주는 사람이 있는데 함부로 끌고 가면 되겠습니까?”우광식은 오정범을 따라가면 큰일 날 게 뻔하다는 걸 알고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그래? 뒤에 누가 있는지 얘기해 봐. 설마 같은 편끼리 싸우고 있었나?”오정범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손씨 가문이요! 전 일류 가문인 손씨 가문의 지원을 받고 대신 일해주는 사람이에요. 형님, 오늘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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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5화

새벽 2시, 김예훈은 프리미엄 가든을 떠나 오정범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지하실에서 끌려 나온 우광식은 몰골이 말이 아니었지만, 김예훈이 보기에 심하게 다치진 않았다.아직 멀쩡하게 서 있는 우광식을 보자 김예훈은 싸늘한 시선으로 오정범을 바라보았다.오정범은 흠칫 놀라더니 우광식이 입을 떼기도 전에 다리를 들어 그의 배를 걷어찼다. 이내 저 멀리 나가떨어진 우광식은 바닥에 세게 부딪히면서 온몸이 경련을 일으켰다.“오해입니다, 형님! 진짜 오해라고요.”우광식이 중얼거렸다.김예훈 앞에서 감히 찍소리도 못하는 오정범은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아무 말도 안 했다.이때, 김예훈이 앞으로 다가가 오른발로 우광식의 얼굴을 밟으며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오늘 정민아한테 무슨 짓을 했어?”정민아의 이름을 듣는 순간 우광식은 넋을 잃고 말았다. 애써 몸을 돌리려고 했지만, 꼼짝 못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얼굴이 짓눌린 채 물었다.“넌 누구야?”“남편.”김예훈이 대답했다.정민아의 남편라니? 데릴사위 김예훈이란 말인가?우광식이 버럭 화를 냈다.“난 또 누구라고, 고작 쓸모없는 데릴사위 주제에 감히 나한테 손을 대? 내가 누군지 알아? 누가 내 뒤를 봐주고 있는지 알고 있냐고!”김예훈이 무심하게 말했다.“내 눈에 넌 그냥 쓰레기야. 마지막 기회를 줄게. 다시 물어볼 테니까 똑바로 대답해. 정민아한테 무슨 짓을 했어?”약자에 강하고 강자에는 약한 우광식이 어찌 데릴사위 앞에서 겁을 먹겠는가?설령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고 해도 그는 입만 살았다.“머리채를 잡고 나랑 하룻밤 보내자고 협박했을 뿐인데, 그게 뭐? 네 여자가 내 눈에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인 줄 알아야지, 나한테 고맙지도 않아?”옆에 있던 오정범의 눈가가 저도 모르게 파르르 떨렸다.이름도 모를 별 보잘것없는 놈이 어디서 건방지게 날뛴단 말이지? 대체 지금까지 어떻게 목숨을 부지했는지 궁금할 정도였다.설마 역린을 건드리면 죽는다는 사실도 모르나?김예훈의 눈빛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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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6화

김예훈은 서늘한 눈빛으로 우광식을 바라보다가 죽도록 패는 대신 뒤돌아서 자리를 떠났다.오정범은 어안이 벙벙했다. 김예훈은 절대로 남을 봐줄 사람이 아닌데, 그냥 간다는 게 말이 안 되었다.“세자, 이게...”김예훈이 무심하게 말했다.“보내줘요.”“왜요? 형수님을 건드리지 않았습니까?”오정범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한테 맡겨주시면 뒤끝 없이 깔끔하게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김예훈은 그를 훑어보며 무덤덤하게 말했다.“나랑 같이 일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생각이 없어서야, 원. 아직도 모르겠어요? 우광식은 단지 꼭두각시에 불과하죠. 그런 사람이 대체 무슨 능력으로 성남시 원자재 시장을 꽉 잡고 있겠어요? 배후에 누군가 있는 게 확실해요.”김예훈이 말했다.“고작 손씨 가문일 뿐이잖아요.”오정범이 말을 이었다.“그건 모르는 일이죠.”김예훈이 고개를 저었다.손씨, 나씨, 임씨, 윤씨 가문은 4대 일류 가문으로서 분명 모든 일에 함께 나설 것이다.그에게 한 방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김예훈의 추측이 맞는다면 4대 일류 가문은 섣불리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4대 가문의 회장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자기한테 도움이 일도 안되는 비열한 수작을 부릴 이유가 없었다.다만 김예훈은 우광식 배후에 있는 사람의 목표가 본인인지 아니면 정민아인지 궁금했다.따라서 확실히 알아내기 전까지 우광식의 목숨을 며칠 더 살려주는 것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었다.어차피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한 번에 처리하면 그만이니까.“그럼 이제 뭐 하면 될까요?”오정범이 눈살을 찌푸렸다.“오해였다고 하고 풀어주면 돼요.”김예훈이 무심하게 말했다.30분 후, 우광식은 도시 외곽의 한 도로에 덩그러니 버려졌다.아까만 해도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던 그는 이제 한껏 경계하는 모습으로 길가의 으슥한 곳에 30 동안 숨어 있다가 그제야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성남시 교외, 지하 공간.이곳은 성남시와 인접한 경계에 있는 무법 지대였고, 드나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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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7화

“잘했어, 그 쓰레기는 나타났어?”김만철이 싸늘하게 물었다.쓰레기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순간 그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지만,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설령 김예훈을 상대한다고 해도 김만철은 김예훈의 정체를 공개할 생각이 없었다.왜냐하면 어떤 신분을 공개하든지 간담이 서늘해지기 마련이니까.“그 보잘것없는 놈 말입니까? 데릴사위 김예훈이요? 도련님의 예상대로 나타나긴 했으나 저한테 손을 대지는 않았죠. 오정범이 저를 순순히 풀어준 것도 김예훈이 시켰을 가능성이 커요. 도련님이 말씀하신 대로 어떤 거물의 꼭두각시일 수도 있어요.”김만철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오른쪽 검지로 휠체어 팔걸이를 톡톡 두드렸다. 이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워낙 신중한 사람이라서 네 배후에 있는 세력이 손씨 가문이라는 걸 확신하지 않은 이상 섣불리 안 움직일 거야. 이렇게 된 김에 손씨 가문과 적으로 돌아서게 선물이나 주고 와.”“네!”부하들은 하나같이 정자세로 숙연한 표정을 지었다.김만철은 역시나 실력이 녹슬지 않았다. 비록 반신불수가 되었지만, 여전히 전략에 능하고 승부에 강했다.곧이어 누군가 김만철의 휠체어를 밀고 떠났다.이때, 얼굴에 칼자국이 선명한 흰 슈트 차림의 남자가 다가와 우광식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광식아, 만철 도련님께서 우리 두 사람한테 부탁했으니 잘 좀 해보자.”눈앞의 남자를 본 우광식이 흠칫 떨었다.그는 비록 성남시 조직에 속한 인물은 아니지만, 무법 지대에서 꽤 이름을 날렸다. 다들 그를 범룡이라고 불렀다.“형님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무법 지대 밖 길가에 렉서스 승용차 한 대가 나타났다.차창 너머로 가장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의 모습이 언뜻 보였는데, 마치 눈앞의 황홀경이라도 감상하는 듯 감탄 어린 시선을 보냈다.다만 척박한 불모의 땅에 절경이 가당키나 하겠냐는 말이다.이내 누군가 휠체어를 밀고 다가왔다.김만철은 어두운 표정으로 김만태를 바라보았다.한참이 지나서야 김만철은 다른 사람들한테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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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8화

다음날 정민아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이른 아침부터 백운 별장 공사 현장으로 찾아갔다.다만 텅 빈 공사장에 인기척은커녕 직원조차 코빼기도 보이지 않자 정민아는 마음이 씁쓸하기만 했다.어제 김예훈이 다음날 눈을 뜨게 되면 모든 게 술술 풀릴 거라고 했을 때 그녀는 약간의 기대를 품고 있었으나 오늘도 별반 다를 바 없었다.이에 정민아는 쓴웃음이 지었다.대체 무슨 헛된 망상에 빠졌단 말인지? 만약 김예훈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절대로 데릴사위에 만족하지 않았을 것이다.정민아는 가끔 이해가 안 갔다. 정 씨 일가에서 갖은 비난과 모욕을 당하면서도 어떻게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꿋꿋이 감수할 수 있는 거지?정민아가 연신 감탄하는 와중에 봉고차 한 대가 조용히 길가에 멈춰 섰고, 차 안에서 누군가 망원경으로 열심히 두리번거렸다.“형님, 저 여자가 정민아입니다.”“가서 데려와. 아직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이라 다행이야. 이따가 사람이 많아지면 골치 아프게 되니까.”범룡이 입에 담배를 문 채 사악한 표정으로 말했다.잠시 후 공사장 입구에 멈춰선 밴을 보자 정민아는 호기심에 뒤를 돌아보았다. 설마 시공업체인가?하지만 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발견한 순간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하나같이 건들거리며 걸어오는 남자들은 언뜻 보기에도 좋은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고, 도적구자가 보낸 부하들도 아니었다.왜냐하면 도적구자의 부하들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볼 엄두도 내지 못하는데, 어찌 휘파람까지 불면서 걸어올 수 있겠냐는 말이다.사방을 둘러본 정민아는 속으로 괜히 혼자 왔다는 생각에 후회막급이었다.이때, 애써 침착함을 유지한 채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누구시죠? 여기가 공사장인 거 몰라요? 함부로 침입하면 경비원 부를 거예요.”“이쁜이, 오빠들이 대신 확인해봤는데 경비원은 없거든? 아직 출근 시간도 안 됐잖아. 하지만 걱정하지 마. 오빠들이 지켜줄 테니까.”선두에 선 양아치 같은 사람이 정민아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비열한 표정을 지었다.“당신들 누구야! 설마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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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9화

“세자, 이건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오정범이 일어서며 말했다.김예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조직 일까지 개입하기에는 마땅치 않은지라 오정범한테 맡기는 게 가장 좋았다.게다가 예리한 통찰력을 지닌 덕분에 그는 이상한 낌새를 단번에 눈치챘다. 마치 누군가 그와 손씨 가문이 피 터지게 싸우는 걸 기대하는 것 같았다.오정범이 떠난 뒤 김예훈은 송준을 불렀다.현재 성남시에서 송준의 지위는 전화 한 통으로 우광식의 집 주소를 알아낼 정도였다.송준은 직접 운전해서 김예훈을 우광식의 집까지 모셔다드렸다.우광식은 마침 집에 있었고, 늘씬한 미녀 비서가 옆에서 한창 그의 상처를 치료해줬다.“대표님, 대체 어떤 사람이 이렇게 인정사정없이 때린 거예요? 저한테 얘기해주면 뺨이라도 한 대 갈겨버릴게요.”비서가 간드러진 목소리로 말했다.우광식이 호탕하게 웃으면서 오른손으로 비서를 덥석 끌어안았다.“이 바보야! 네가 뭘 알아? 와신상담이라고 들어봤어? 비록 지금은 얻어터진 것 같지만, 나중에 이 사건이 종료되고 나한테 떨어지는 콩고물은 상상을 뛰어넘을지 몰라.”“상상을 뛰어넘어요?”그녀는 우광식을 마사지해주면서 애교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대표님은 이미 성남시 원자재 시장을 주름잡고 있지 않나요? 대체 얼마나 좋은 일이길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라고 하는 거예요?”우광식은 평소에 나름 냉정한 편인 지라 득의양양한 목소리로 분석했다.“손씨 가문이 망하는 순간 부동산 사업이 몽땅 내 손으로 넘어오게 될 텐데, 이게 상상을 뛰어넘는 좋은 일이 아니면 뭐야?”여비서는 나름 반항하는 척이라도 하려고 했으나 그의 말을 듣자 온몸에 힘이 탁 풀렸다.“대표님, 나중에 저 잊으시면 안 됩니다?”“당연하지. 그때 가서 별장 두 채 선물해줄 테니까 하나는 살고 하나는 구경만 해. 난 너만 행복하면 되거든.”우광식은 이 순간 진심으로 기뻤다. 오늘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모든 게 김만철의 계획대로 흘러간다면 신분 상승하는 날도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이때, 갑자기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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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0화

물론 우광식은 계획대로 정민아가 이미 범룡의 손에 넘어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다만 그는 모른 척 머리를 부여잡고 냉소를 지었다.“이 쓰레기 같은 놈아! 와이프가 몰래 바람피우다가 걸렸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게다가 납치당했으면 납치범을 찾아야지, 왜 나한테 찾아와서 따지는 건데?”이때, 늘씬한 여비서도 다가와서 앙칼진 모습으로 김예훈을 노려보았다.“당신 누구야? 감히 우리 대표님한테 손을 대다니, 대표님의 전화 한 통이면 형사들이 찾아와서 널 붙잡아 갈지도 모른다고!”“오늘 기분이 엿 같으니까 쓸데없는 소리 하고 싶지 않아. 마지막으로 묻는다. 네가 사람을 보내 우리 와이프를 납치한 거야?”김예훈의 얼굴이 싸늘해졌다.“김예훈, 단정 짓기 전에 증거부터 내놔. 성실하게 사업만 하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겠어? 똑똑히 들어, 다시 한번 날 모독한다면 명예훼손으로 널 고소할 거야!”우광식은 김예훈을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그래도 찔리는 구석이 있으니 김예훈이 때렸다고 야단쳐야 하겠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어버렸다.“그래? 일단 두고 봐. 다만 너랑 관련된 사건이라는 게 나중에라도 밝혀지면 그땐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내 와이프한테 손을 댄 것도 아직 기억하고 있으니까 이 일을 먼저 해결하고 나서 결판낼 거야.”말을 마친 김예훈이 자리를 떠났다.김예훈이 떠나자 그제야 두려움이 몰려온 우광식이 문을 닫았다.“대표님, 저 사람은 누구예요? 대체 왜 저런대요? 맥주병으로 내리치는 경우가 어디 있어요?”여비서는 겁에 질린 얼굴로 말했다.“그냥 사이코야, 신경 쓰지 마. 나중에 더 높은 자리에 오르면 쫄딱 망하게 만들어 버릴 테니까.”우광식이 이를 갈며 말했다.하지만 그는 바보가 아닌지라 섣부른 판단은 큰일을 망치게 된다는 도리쯤은 알고 있다.괜히 지금 쓸데없는 소리를 했다가 김만철의 계획이라도 망친다면 그는 처참한 결말을 맞이할 것이다.물론 우광식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데릴사위 김예훈은 기껏해야 어떤 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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