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은 서늘한 눈빛으로 우광식을 바라보다가 죽도록 패는 대신 뒤돌아서 자리를 떠났다.오정범은 어안이 벙벙했다. 김예훈은 절대로 남을 봐줄 사람이 아닌데, 그냥 간다는 게 말이 안 되었다.“세자, 이게...”김예훈이 무심하게 말했다.“보내줘요.”“왜요? 형수님을 건드리지 않았습니까?”오정범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한테 맡겨주시면 뒤끝 없이 깔끔하게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김예훈은 그를 훑어보며 무덤덤하게 말했다.“나랑 같이 일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생각이 없어서야, 원. 아직도 모르겠어요? 우광식은 단지 꼭두각시에 불과하죠. 그런 사람이 대체 무슨 능력으로 성남시 원자재 시장을 꽉 잡고 있겠어요? 배후에 누군가 있는 게 확실해요.”김예훈이 말했다.“고작 손씨 가문일 뿐이잖아요.”오정범이 말을 이었다.“그건 모르는 일이죠.”김예훈이 고개를 저었다.손씨, 나씨, 임씨, 윤씨 가문은 4대 일류 가문으로서 분명 모든 일에 함께 나설 것이다.그에게 한 방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김예훈의 추측이 맞는다면 4대 일류 가문은 섣불리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4대 가문의 회장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자기한테 도움이 일도 안되는 비열한 수작을 부릴 이유가 없었다.다만 김예훈은 우광식 배후에 있는 사람의 목표가 본인인지 아니면 정민아인지 궁금했다.따라서 확실히 알아내기 전까지 우광식의 목숨을 며칠 더 살려주는 것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었다.어차피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한 번에 처리하면 그만이니까.“그럼 이제 뭐 하면 될까요?”오정범이 눈살을 찌푸렸다.“오해였다고 하고 풀어주면 돼요.”김예훈이 무심하게 말했다.30분 후, 우광식은 도시 외곽의 한 도로에 덩그러니 버려졌다.아까만 해도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던 그는 이제 한껏 경계하는 모습으로 길가의 으슥한 곳에 30 동안 숨어 있다가 그제야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성남시 교외, 지하 공간.이곳은 성남시와 인접한 경계에 있는 무법 지대였고, 드나드는
“잘했어, 그 쓰레기는 나타났어?”김만철이 싸늘하게 물었다.쓰레기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순간 그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지만,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설령 김예훈을 상대한다고 해도 김만철은 김예훈의 정체를 공개할 생각이 없었다.왜냐하면 어떤 신분을 공개하든지 간담이 서늘해지기 마련이니까.“그 보잘것없는 놈 말입니까? 데릴사위 김예훈이요? 도련님의 예상대로 나타나긴 했으나 저한테 손을 대지는 않았죠. 오정범이 저를 순순히 풀어준 것도 김예훈이 시켰을 가능성이 커요. 도련님이 말씀하신 대로 어떤 거물의 꼭두각시일 수도 있어요.”김만철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오른쪽 검지로 휠체어 팔걸이를 톡톡 두드렸다. 이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워낙 신중한 사람이라서 네 배후에 있는 세력이 손씨 가문이라는 걸 확신하지 않은 이상 섣불리 안 움직일 거야. 이렇게 된 김에 손씨 가문과 적으로 돌아서게 선물이나 주고 와.”“네!”부하들은 하나같이 정자세로 숙연한 표정을 지었다.김만철은 역시나 실력이 녹슬지 않았다. 비록 반신불수가 되었지만, 여전히 전략에 능하고 승부에 강했다.곧이어 누군가 김만철의 휠체어를 밀고 떠났다.이때, 얼굴에 칼자국이 선명한 흰 슈트 차림의 남자가 다가와 우광식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광식아, 만철 도련님께서 우리 두 사람한테 부탁했으니 잘 좀 해보자.”눈앞의 남자를 본 우광식이 흠칫 떨었다.그는 비록 성남시 조직에 속한 인물은 아니지만, 무법 지대에서 꽤 이름을 날렸다. 다들 그를 범룡이라고 불렀다.“형님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무법 지대 밖 길가에 렉서스 승용차 한 대가 나타났다.차창 너머로 가장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의 모습이 언뜻 보였는데, 마치 눈앞의 황홀경이라도 감상하는 듯 감탄 어린 시선을 보냈다.다만 척박한 불모의 땅에 절경이 가당키나 하겠냐는 말이다.이내 누군가 휠체어를 밀고 다가왔다.김만철은 어두운 표정으로 김만태를 바라보았다.한참이 지나서야 김만철은 다른 사람들한테 이만
다음날 정민아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이른 아침부터 백운 별장 공사 현장으로 찾아갔다.다만 텅 빈 공사장에 인기척은커녕 직원조차 코빼기도 보이지 않자 정민아는 마음이 씁쓸하기만 했다.어제 김예훈이 다음날 눈을 뜨게 되면 모든 게 술술 풀릴 거라고 했을 때 그녀는 약간의 기대를 품고 있었으나 오늘도 별반 다를 바 없었다.이에 정민아는 쓴웃음이 지었다.대체 무슨 헛된 망상에 빠졌단 말인지? 만약 김예훈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절대로 데릴사위에 만족하지 않았을 것이다.정민아는 가끔 이해가 안 갔다. 정 씨 일가에서 갖은 비난과 모욕을 당하면서도 어떻게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꿋꿋이 감수할 수 있는 거지?정민아가 연신 감탄하는 와중에 봉고차 한 대가 조용히 길가에 멈춰 섰고, 차 안에서 누군가 망원경으로 열심히 두리번거렸다.“형님, 저 여자가 정민아입니다.”“가서 데려와. 아직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이라 다행이야. 이따가 사람이 많아지면 골치 아프게 되니까.”범룡이 입에 담배를 문 채 사악한 표정으로 말했다.잠시 후 공사장 입구에 멈춰선 밴을 보자 정민아는 호기심에 뒤를 돌아보았다. 설마 시공업체인가?하지만 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발견한 순간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하나같이 건들거리며 걸어오는 남자들은 언뜻 보기에도 좋은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고, 도적구자가 보낸 부하들도 아니었다.왜냐하면 도적구자의 부하들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볼 엄두도 내지 못하는데, 어찌 휘파람까지 불면서 걸어올 수 있겠냐는 말이다.사방을 둘러본 정민아는 속으로 괜히 혼자 왔다는 생각에 후회막급이었다.이때, 애써 침착함을 유지한 채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누구시죠? 여기가 공사장인 거 몰라요? 함부로 침입하면 경비원 부를 거예요.”“이쁜이, 오빠들이 대신 확인해봤는데 경비원은 없거든? 아직 출근 시간도 안 됐잖아. 하지만 걱정하지 마. 오빠들이 지켜줄 테니까.”선두에 선 양아치 같은 사람이 정민아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비열한 표정을 지었다.“당신들 누구야! 설마 우
“세자, 이건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오정범이 일어서며 말했다.김예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조직 일까지 개입하기에는 마땅치 않은지라 오정범한테 맡기는 게 가장 좋았다.게다가 예리한 통찰력을 지닌 덕분에 그는 이상한 낌새를 단번에 눈치챘다. 마치 누군가 그와 손씨 가문이 피 터지게 싸우는 걸 기대하는 것 같았다.오정범이 떠난 뒤 김예훈은 송준을 불렀다.현재 성남시에서 송준의 지위는 전화 한 통으로 우광식의 집 주소를 알아낼 정도였다.송준은 직접 운전해서 김예훈을 우광식의 집까지 모셔다드렸다.우광식은 마침 집에 있었고, 늘씬한 미녀 비서가 옆에서 한창 그의 상처를 치료해줬다.“대표님, 대체 어떤 사람이 이렇게 인정사정없이 때린 거예요? 저한테 얘기해주면 뺨이라도 한 대 갈겨버릴게요.”비서가 간드러진 목소리로 말했다.우광식이 호탕하게 웃으면서 오른손으로 비서를 덥석 끌어안았다.“이 바보야! 네가 뭘 알아? 와신상담이라고 들어봤어? 비록 지금은 얻어터진 것 같지만, 나중에 이 사건이 종료되고 나한테 떨어지는 콩고물은 상상을 뛰어넘을지 몰라.”“상상을 뛰어넘어요?”그녀는 우광식을 마사지해주면서 애교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대표님은 이미 성남시 원자재 시장을 주름잡고 있지 않나요? 대체 얼마나 좋은 일이길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라고 하는 거예요?”우광식은 평소에 나름 냉정한 편인 지라 득의양양한 목소리로 분석했다.“손씨 가문이 망하는 순간 부동산 사업이 몽땅 내 손으로 넘어오게 될 텐데, 이게 상상을 뛰어넘는 좋은 일이 아니면 뭐야?”여비서는 나름 반항하는 척이라도 하려고 했으나 그의 말을 듣자 온몸에 힘이 탁 풀렸다.“대표님, 나중에 저 잊으시면 안 됩니다?”“당연하지. 그때 가서 별장 두 채 선물해줄 테니까 하나는 살고 하나는 구경만 해. 난 너만 행복하면 되거든.”우광식은 이 순간 진심으로 기뻤다. 오늘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모든 게 김만철의 계획대로 흘러간다면 신분 상승하는 날도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이때, 갑자기 초
물론 우광식은 계획대로 정민아가 이미 범룡의 손에 넘어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다만 그는 모른 척 머리를 부여잡고 냉소를 지었다.“이 쓰레기 같은 놈아! 와이프가 몰래 바람피우다가 걸렸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게다가 납치당했으면 납치범을 찾아야지, 왜 나한테 찾아와서 따지는 건데?”이때, 늘씬한 여비서도 다가와서 앙칼진 모습으로 김예훈을 노려보았다.“당신 누구야? 감히 우리 대표님한테 손을 대다니, 대표님의 전화 한 통이면 형사들이 찾아와서 널 붙잡아 갈지도 모른다고!”“오늘 기분이 엿 같으니까 쓸데없는 소리 하고 싶지 않아. 마지막으로 묻는다. 네가 사람을 보내 우리 와이프를 납치한 거야?”김예훈의 얼굴이 싸늘해졌다.“김예훈, 단정 짓기 전에 증거부터 내놔. 성실하게 사업만 하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겠어? 똑똑히 들어, 다시 한번 날 모독한다면 명예훼손으로 널 고소할 거야!”우광식은 김예훈을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그래도 찔리는 구석이 있으니 김예훈이 때렸다고 야단쳐야 하겠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어버렸다.“그래? 일단 두고 봐. 다만 너랑 관련된 사건이라는 게 나중에라도 밝혀지면 그땐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내 와이프한테 손을 댄 것도 아직 기억하고 있으니까 이 일을 먼저 해결하고 나서 결판낼 거야.”말을 마친 김예훈이 자리를 떠났다.김예훈이 떠나자 그제야 두려움이 몰려온 우광식이 문을 닫았다.“대표님, 저 사람은 누구예요? 대체 왜 저런대요? 맥주병으로 내리치는 경우가 어디 있어요?”여비서는 겁에 질린 얼굴로 말했다.“그냥 사이코야, 신경 쓰지 마. 나중에 더 높은 자리에 오르면 쫄딱 망하게 만들어 버릴 테니까.”우광식이 이를 갈며 말했다.하지만 그는 바보가 아닌지라 섣부른 판단은 큰일을 망치게 된다는 도리쯤은 알고 있다.괜히 지금 쓸데없는 소리를 했다가 김만철의 계획이라도 망친다면 그는 처참한 결말을 맞이할 것이다.물론 우광식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데릴사위 김예훈은 기껏해야 어떤 거물
정민아의 말에 범룡 뒤에 있던 부하들이 폭소를 터트렸고, 하나같이 낄낄거리며 비아냥거렸다.“정민아, 네가 진짜 뭐라도 되는 줄 알아? 감히 우리 형님을 협박해?”“요즘 세상에도 이렇게 건방진 사람이 있다니? 하늘 높은 줄 모르는군.”“우리 형님이 어떤 분인지 모르지? 아니면 지금쯤 무릎 꿇고 손발이 닳도록 빌었을 거야.”“형님, 저년을 너무 봐주시는 거 아닙니까? 제가 보기에 사지로 몰아넣고 반쯤 죽여줘야 정신을 차릴 것 같은데요?”양아치들은 마치 이런 짓이 일상인 듯 악랄하기 그지없었다.범룡은 손을 휙휙 젓더니, 정민아에게 다가가 오른손으로 그녀의 턱을 치켜들고 씩 웃었다.“이 봐, 내가 이 바닥에서 꽤 오래 굴러다녔거든. 그런데 협박을 마다하지 않은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야. 사는 게 지겹나?”“며칠 전 김세자가 프러포즈했다는 거 알고 있지?”정민아는 어쩔 수 없이 김세자를 끄집어냈다.“설마 본인이 김세자의 프러포즈 상대였다고 하려는 거야?”범룡이 웃는 둥 마는 둥 했다.“맞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어서 날 풀어주지 않고 뭐 해?!”“하하하!”범룡은 포복절도했다. 이내 정민아의 머리카락을 잡아채더니 그대로 뺨을 내리쳤다.“썩을 년이 감히 김세자를 들먹이면서 나를 협박해? 내가 진짜 겁먹을 줄 알았어? 김세자가 너한테 프러포즈한 건 사실이지만 이미 거절하지 않았어? 그런 분이 자기 프러포즈를 거절한 여자를 위해 직접 나설 거로 생각해? 얼굴만 반반했지, 머리는 왜 텅텅 비었어? 잽싸게 무릎 꿇고 애원하면 내가 마음이 약해져 널 풀어줄지도 모르잖아. 이 와중에 협박이라니? 죽고 싶어 환장했어?”정민아는 절망에 빠졌다. 범룡이 이런 일까지 알고 있을 줄이야!물론 조직에 몸담은 사람이니 법이 안중에도 없었다.그런 사람들의 손에 넘어갔으니 어쩌면 죽음보다 더 끔찍한 결말을 맞이할지 모른다.이때, 범룡의 휴대폰이 울렸다.그는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꺼내 흘긋 바라보았고, 발신자를 확인하는 순간 금세 태도가 공손하게 변했다.“
곧이어 우광식이 나타났다.범룡과 그는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보더니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다.성남시 조직에서 떠오르는 오정범은 결코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소문에 의하면 배후에 귀인이 있다고 했는데 성남시 조직의 거물조차 함부로 건드리지 못한다고 했다.이러한 조직 보스가 직접 찾아온다고 했으니 둘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면 만철 도련님께 여쭤볼까요?”우광식이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범룡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김만철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지라 그에게는 과정보다 늘 결과가 중요했다.고작 이런 일 때문에 연락한다는 건 결국 죽음을 자초하는 짓이다.게다가 범룡은 지금의 김만철이 과연 오정범을 상대할 수 있는 지도 문제였다.두 사람이 한창 고민에 빠져있을 때, 얼마 지나지 않아 오정범이 김예훈과 같이 나타났다.범룡이 김예훈에게 눈길을 돌렸다.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녀석이란 말이지? 감히 오정범의 곁에서 얼쩡거리다니? 설마 새로 뽑은 보디가드인가?“범이 형님, 여긴 어쩐 일로 찾아왔을까요?”범룡은 감히 따지지도 못한 채 허리를 숙이며 공손하게 물었다.오정범은 싸늘한 시선으로 범룡을 바라보더니, 옆에 얌전히 서 있는 우광식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우리 형수님한테 아무 짓도 안 했지?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까닥했다면 제대로 각오해!”형수님?!이 말을 듣는 순간 범룡은 다리에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오정범이 형수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이라니? 정민아는 대체 어떤 귀인의 여자란 말인가!원래는 그와 상관없는 일이지만, 정민아를 이미 납치하지 않았는가! 만약 오정범의 연락이 없었더라면 그는 손을 대고도 남았을 것이다.이런 생각에 범룡은 등에서 식은땀이 쫙 났다.그나마 섣불리 움직이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었다. 아니면 도망갈 구석조차 없었을 테니까.그는 오정범의 실력을 잘 알고 있다. 오정범이 마음만 먹는다면 자신을 포함한 무리를 쓸어버리는 건 식은 죽 먹기에 불과했다.“범이 형님, 형수님은 지하실에 계십니다. 저희는 아무 짓도 한 게 없
왜냐하면 그는 김예훈한테서 당시 김만철에게 무릎 꿇을 때처럼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압박감을 느꼈기 때문이다.이 사람은 도대체 누구? 어찌 김만철 보다 더 강한 아우아를 뿜어낸단 말이지?“말해, 우광식이 우리 와이프한테 무슨 짓을 하려고 했는데?”김예훈이 서늘한 말투로 물었다.범룡은 흠칫하더니 이실직고했다.“김세자가 좋아한 여자가 어떤 맛인지 한번 느껴보고 싶다고 했어요. 게다가 배후에 일류 가문인 손씨 가문이 있기에 감히 아무도 함부로 하지 못할 거라고 큰소리쳤죠.”범룡의 말을 들은 우광식은 식은땀이 뚝뚝 흘러내렸다.비록 이 또한 계획의 일부이긴 하지만, 저도 모르게 잘못을 저지른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인지 몰랐다.“우광식 본인이 생각해낸 게 확실해?”오정범이 문득 입을 열었다.“당연하죠! 저한테 돈을 꽤 많이 쥐여줬거든요. 아니면 제가 간덩이가 부었다고 이놈이랑 작당 모의했겠습니까?”범룡은 애써 침착함을 유지한 채 말을 이어갔다.김예훈은 싸늘한 얼굴로 범룡을 바라보았다.“내 앞에서 거짓말하면 무슨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고 있겠지?”“제가 설마요!”자칫 들통이라도 나는 건 아닌지 두려웠던 범룡은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어느 손으로 우리 와이프를 건드렸어?”김예훈은 이내 질문을 바꿨다.범룡은 화들짝 놀라더니 김예훈의 아우라 때문에 잽싸게 꼬리를 내리고 오른손을 슬며시 내밀었다.“이, 이거요.”“뭐 했는데?”김예훈이 무덤덤하게 말했다.“뺨 한 대 때렸습니다.”범룡의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그렇다면 이제부터 왼손만 사용해.”김예훈의 목소리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오정범은 싸늘한 표정을 지은 채 한 발 나서더니 바닥에 있는 벽돌을 범룡 앞으로 툭 걷어찼다.범룡의 몸은 걷잡을 수 없이 떨렸고, 목소리마저 맛이 갔다.“그렇다면 두 분을 귀찮게 해드릴 수는 없죠. 이 정도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말이 끝나기 무섭게 범룡은 왼손으로 벽돌을 집어 들고 있는 힘껏 오른손 손바닥을 내리찍었다.“윽!”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