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존 사위의 모든 챕터: 챕터 851 - 챕터 860

2321 챕터

제851화

하지만 김예훈은 정가을의 악담에 아무렇지 않게 미소로 답했다.정가을은 자기의 미모를 굳게 믿고 있었지만 정민아와는 비할 수도 없었다.재벌에게 있어 정가을 같은 여자는 기껏해야 노리개에 불과했다.그러니 재벌가에 시집가려는 건 그녀의 멍청한 꿈이라 할 수밖에 없었다....한편, 진주의 빅토리아 항구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태산을 스치고 지나갔다.귀족들만이 입주할 수 있는 이 산은 오랜 시간 동안 평화로웠다.태산 1호 별장은 태산 제일 꼭대기에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서 진주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진주 이씨 가문이 여기에 살고 있는데, 보통 사람들은4대 상류 가문 중 하나인 이 가문의 실력을 상상도 못 한다.4대 가문은 진주 자산의 60% 이상을 차지했고 거의 모든 진주 사람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 4대 가문 중, 이씨 가문이 차지한 자산은 진주 자산의 20%에 다다랐다.그 외에도 외국에 대량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씨 가문은 진주 제일의 가문이라 불러도 무방했다. 평소 경비가 삼엄하던 태산 1호 별장에 오늘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매우 건강해 보이는 백 세 노인이 1호 별장에서 걸어 나왔다. 그는 이씨 가문의 주인인 이준범이다. 진주 이씨는 그의 두 손으로 세운 가문이다.그러나 이때 그의 앞에 누군가 나타났고 이에 이준범은 손이 떨렸다.“이 빌어먹을 놈! 여기가 어디라고 다시 돌아와?”“아버지, 몇십 년 만에 봐도 절 이렇게 알아봐 주다니, 진짜 영광입니다.”이일매는 용의 머리가 조각된 지팡이를 짚고 있었는데 카리스마가 대단했다.“여봐라! 당장 이놈을 쫓아내!”이준범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주위는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이씨 가문을 지키는 경비원들이 끄떡하지 않고 경외스러운 눈길로 이일매를 보고 있었다.이일매는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돌아왔으니까 이제부터 이씨 가문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저한테 넘겨주신다면 여생을 편히 보낼 수 있도록 해줄게요.”“퉤! 넌 그럴 자격이 없어! 손자가 돌아오면 널 가장 먼
더 보기

제852화

“회장님!”우렁찬 외침과 함께 진주 이씨 가문의 권력이 바뀌고 있었다. 수십년 동안 이날을 계획해왔던 이일매는 다시 돌아와 무서운 기세로 순조롭게 권력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태산 1호 별장 발코니에서 김병욱이 자기의 손금을 살펴보고 있었다. 왠지 예전과 달라진 듯했다. 이일매가 그의 뒤로 다가가자 그는 얼른 손을 숨겼다.이일매는 먼 곳에 있는 빅토리아 항구를 보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야망이 있는 건 나쁜 게 아니야. 하지만 아무런 생각과 계획이 없는 야망은 결국 널 잡아먹고 말 거야.”김병욱의 눈빛에 의아함이 스쳐지나갔다. 그가 바로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제가 가진 모든 것은 회장님께서 준 것인데 그런 회장님 앞에서 어찌 야망이라는 말을 꺼낼 수 있겠습니까?”이일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가 보기에 이제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거야?”“매처럼 사납고 강하게 이씨 가문을 손에 넣었으니까 성공했다고 할 수 있죠.”“그래, 진주 이씨 가문도 이렇게 손쉽게 장악했는데 성남에선 왜 그렇게 된 거지?”이일매가 쓴웃음을 지었다. 김병욱은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았으나 등뒤로 식은땀을 흘렸다.이일매가 말을 이어갔다.“만태한테 알려, 내 인내심에 한계가 있다고. 내가 진주에서 일을 마치기 전에 성남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4걸 중 한 명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테니까.”“네.”김병욱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제가 직접 다녀오겠습니다.”“마음대로 해. 이씨 가문의 돈은 마음대로 써도 돼. 하지만 내 인내심에 한계가 있다는 것만 기억해.”말을 마친 이일매는 자리를 떴다. 이일매가 사라지고 나서야 김병욱이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러곤 그는 빅토리아 항구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나와.”이윽고 어디선가 선녀 같은 실루엣이 나타났다.김청미는 발코니 난간에 기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빠, 진짜 성남으로 돌아갈 거야? 그 사람이 김씨 가문의 모든 자산을 합병했다고 들었어. 지금 돌아가면 다 드러나는 거 아니야?이에 김병
더 보기

제853화

다음날, 성남의 정씨 어르신과 정지용, 정가을 세 사람이 함께 프리미엄 가든에 나타났다. 그의 손엔 부동산 증명과 대량의 금, 보석과 현금이 있었다. 모두 정민아한테 줘야 할 것들이었다.그 모습을 보고 있는 정가을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정지용은 매우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할아버지, 모든 자산을 다 팔았는데도 한참 모자랍니다.”며칠 사이 집과 차를 팔아버렸으니 당연히 시장 가격에 한참 못 미치게 팔았을 것이다. 정씨 일가는 그 돈을 다 합쳐보았으나 여전히 그들이 써버린 부분을 메꾸지 못했다. 정동철은 어제보다 십년은 더 늙어 보였다. 그는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그래도 어쩔 수 없어. 우리는 반드시 와야 해. 지금은 그저 예전에 가족이었던 걸 생각해서라도 정민아가 우리를 봐주길 바라야지. 아니면 우리 모두 거리에 나앉게 될 거야.”이때, 정가을이 입을 열었다.“할아버지, 근데 우리가 왜 송준 말을 들어야 해요? 지금 우리가 황금과 옥석을 가지고 성남을 떠나도 막을 사람은 없잖아요? 다른 가족은 몰라도 우리 세 사람만 살아있으면 정 씨 일가는 무너지지 않을 거예요. 이 돈이라면 다른 곳에서 충분히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예요!”그녀의 말에 정지용의 마음도 흔들렸다.“할아버지, 가을이 말이 맞을 지도 몰라요. 복수는 천천히 해도 돼요. 우리가 나중에 다시 강해진 후 복수하면 되잖아요.”정동철은 두 사람을 보며 가슴만 답답했다. 진짜 송준의 손에서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어제부터 감시자가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단 말인가?재물을 들고 성공적으로 도망쳐도 정동철은 자신이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저 두 사람이 다른 정씨 가문의 사람도 배신했는데 도망길에서 자신을 죽여버리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가 아닌가? 그렇게 되면 돈을 둘이서만 나눠도 된다.정동철은 비록 실력이 강하지 않아도 그동안 보고 들은 게 많으니 통찰력만큼은 뛰어났다.그 순간, 그가 앞으로 다가가 정가을과 정지용의 뺨을 힘껏 때렸다.“정지용, 정가을
더 보기

제854화

프리미엄 가든 최고층.정군과 임은숙은 일찍이 거실에서 마치 예물이 그들의 것인냥 애를 태우며 기다리고 있었다.곧이어 벨이 울리는 순간, 임은숙은 체면따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마치 행동이 느리면 예물이 사라지기라도 하듯 말이다.“정군아, 은숙아...”정동철이 뒷짐을 쥔 채 온화하게 웃으며 집안으로 들어섰다. 정 씨 일가를 오랫동안 장악하고 있었으니 정군과 임은숙은 무의식적으로 그를 무서워하고 있었다.그런 그의 자태를 보고 있으니 두 사람은 저도모르게 멈칫했다.“정군아, 민아는 어디 있어?”정동철은 자신이 두 사람의 기세를 꺾었다는 생각에 담담하게 물었다.임은숙은 바로 정지용과 정가을한테 눈길을 돌렸다. 그녀는 두 사람 손에 쥐어진 물건을 보고 두 눈이 반짝였다.“민아 출근했어요. 이건 저희한테 맡기세요.”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임은숙은 뺐듯이 물건을 가로챘다. 정지용과 정가을은 아쉬운 듯 쉽게 손을 놓지 못했다.“뭐 하는 거야? 얼른 놔! 송 부대표님 말이 기억 안 나? 이 물건은 모두 김세자가 우리 민아에게 준 거라고!”임은숙이 눈을 부릅뜨고 두 사람을 째려봤다.정지용과 정가을은 얼굴이 잔뜩 흐려진채 기어코 물건에서 손을 떼려하지 않았다.“일단 들어와서 앉아요. 액수가 맞는지 세어봐야죠. 송 부대표님이 예물 리스트를 뽑아줬거든요. 액수가 안 맞으면 저희도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임은숙은 한시가 급한듯 물건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려고 잽싸게 움직이기 시작했다.이에 정씨 어르신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듯했다. 지금 가지고 온 물건이 애당초 받은 것의 절반도 되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그들은 송준이 예물 리스트를 가져올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이때, 금방 잠에서 깬 듯한 김예훈이 방에서 나왔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세 사람과 인사를 나눴다.정씨 어르신은 그를 보고 이를 뿌득뿌득 갈았다. 이 모든 게 다 그의 잘못이라 생각했다. 김예훈이 없었다면 정씨 가문은 현재 전처럼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을 게 분명했다!정동
더 보기

제855화

김예훈의 말을 들은 정지용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고 정동철도 표정이 굳어졌다. 그들은 정민아가 평소 말은 날카롭게 해도 심성은 매우 착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녀한테 빌려고 했다. 하지만 오늘 정민아가 모든 일을 김예훈에게 맡겼으니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다.“은숙아, 언제부터 너의 집 일을 데릴사위가 도맡게 된 거야?”정동철은 마른기침하고 나서 입을 열었다. 그는 지금 임은숙과 김예훈 사이를 이간질해 얼렁뚱땅 넘어가려 했다.그러나 임은숙은 김예훈을 신경 쓰지도 않고 보석을 하나씩 살펴보았다. 현금을 확인하던 그녀는 표정이 확 바뀌더니 말했다.“어르신, 액수가 맞지 않는데요? 부대표님이 준 예물 리스트와 비교하면 별장 외에 돈과 보석, 옥석만해도 절반이 모자라요! 안 돼요, 이건 인정할 수 없어요. 남은 부분도 반드시 채워넣어야 해요!”임은숙이 팔짱을 끼고 기고만장해서 물건들이 자기 것인 것마냥 말했다. 누가 감히 가져간다면 큰 코 다칠 것이라 경고하는 듯했다.정동철은 당황해서 안색이 점점 더 흐려졌다. 임은숙이 돈을 좋아하는 걸 알았지만 이 정도로 미쳐있는 줄은 몰랐다.예전 같았으면 가문의 주인 신분으로 그녀를 억누를 수 있었지만 관계를 끊은 이상 이젠 자신의 신분으로 임은숙을 누를 수 없었다. 그는 후회가 막심했다. 애당초 왜 정지용과 정가을의 말을 듣고 전군 일가를 가문에서 내쫓았단 말인가? 이젠 그 결과를 오롯이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한참 후, 정씨 어르신이 한숨을 푹 내쉬고 억지로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은숙아, 우리가 자산을 팔아서 돈을 모으고 싶지 않은 게 아니야. 사실 우린 이미 정씨 가문이 성남에서 가지고 있는 팔 수 있는 모든 자산을 다 팔았어. 그래도 부족했다! 우리가 과거 한 가족이었던 정을 봐서라도 한 번만 봐줘.”말을 마친 그는 정지용과 정가을한테 눈짓했다.이윽고 정지용이 앞으로 나서며 임은숙의 두 손을 덥석 잡았다.“우리가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하지만 그래도 피는 물보다 진하
더 보기

제856화

김예훈이 무덤덤하게 말했다.“어머님, 일단 제 말 끝까지 들어보세요.”김예훈의 말을 들은 임은숙은 그제야 흥분을 가라앉혔다.“알았어, 제대로 설명하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본때를 보여주겠어.”반면 정동철과 정지용, 정가을은 서로를 바라보았는데 눈빛이 하나같이 불안하게 흔들렸다.왜냐하면 다들 김예훈이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김예훈은 말을 이어갔다.“전 여러분들이 일부 자산을 매각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그게 무슨 헛소리죠?”정지용이 제일 먼저 펄쩍 뛰어올랐다. 그가 집 한 채를 몰래 빼돌리고 팔지 않은 건 사실이었다.몰래 주얼리를 숨겨둔 정가을도 안색이 돌변했다.평생 자기밖에 모르고 살던 사람들이 어찌 가족을 위해 돈이 되는 물건을 선뜻 내놓겠는가! 일부분이라도 줬다는 자체가 대단할 정도였다.유독 정동철만 여전히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김예훈이 절대로 친절을 베푸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내 말 끝까지 듣지? 물론 자기 물건을 기꺼이 팔아서 돈을 모은다고 해도 예물을 반납하기에는 턱도 없겠죠? 그래서 여러분들을 위해 좋은 방법을 고안해 냈어요.”“무슨 방법인데?”정동철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주식이 있잖아요. 제가 민아를 대신해서 정 씨 일가가 보유한 주식의 49%를 1000억 주고 인수하겠습니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펑펑 쓴 예물도 반납하고, 이 돈도 가져갈 수 있죠.”말을 마친 김예훈은 테이블 위에 현금 뭉치를 올려놓았다. 얼핏 보기에도 몇십억은 되어 보이는 현금이 바닥에 후드득 떨어졌다.김예훈의 말을 듣는 순간 정동철은 얼굴이 일그러졌다.“데릴사위 주제에 이렇게 잔인할 줄은 몰랐네! 우리를 벼랑 끝까지 몰아낼 작정인 건가?”김예훈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오히려 임은숙이 반짝 빛나는 눈빛으로 말했다.“사위, 아주 좋은 생각이야! 어르신, 잘 들었죠? 얼른 주식을 넘겨주고 빚을 갚은 뒤 이 돈 챙기고 나가요!”“진짜 너무하네! 그 주식은 우리 가문의 마지막 재산인
더 보기

제857화

정지용은 떠나기 전까지도 정민아와 김예훈이 잘 지내는 꼴을 죽어도 보기 싫은 나머지 이간질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다만 김예훈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불화를 일으켜도 소용없어. 만약 내가 정말 싫다면 언젠간 복수하러 찾아오길 진심으로 바랄게.”정지용은 이를 악물었다. 비록 패기 넘치게 떠나고 싶었지만, 결국은 세상 찌질하게 바닥에 떨어진 돈을 주섬주섬 챙겨서 김예훈의 무심한 시선을 애써 외면한 채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정진 별장으로 돌아온 정동철은 텅 빈 내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오늘이 지나면 그는 이곳을 떠나야만 했다. 현재의 정 씨 일가는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살길을 찾아야 하는 신세였다.정지용은 품에 끌어안은 돈을 잘 챙기고 정동철을 빤히 쳐다본 뒤 걸음을 옮기려 했고, 정가을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이때 정동철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일단 있어 봐. 정 씨 일가의 재기는 결국 너희 둘한테 달렸어!”“네?”정지용이 홱 돌아서더니 기쁜 얼굴로 물었다.“할아버지, 혹시 대안이 있는 건가요?”정가을도 희색이 만면했다.“할아버지, 좋은 방법 있어요? 정민아 그 화냥년한테 복수할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게요!”정동철은 심호흡하더니 느릿느릿 말했다.“이건 우리 가문의 비밀이자 마지막 히든카드야. 너희 둘 혹시 부산 견씨 가문에 대해 들어본 적 있어?”정지용과 정가을은 서로를 바라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정동철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모르는 게 당연하지. 우린 급이 너무 낮아서 그분들을 접할 자격이 없거든.”말을 마친 정동철은 추억에 잠긴 듯 눈빛이 아련하게 빛났고, 이내 천천히 입을 뗐다.“부산 견씨 가문은 우리나라 10대 제일의 명문가 중 하나인데, 부산을 주름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심지어 경기도 원톱인 김씨 가문조차 부산 견씨 가문에 비하면 함께 거론될 자격이 없어. 왜냐하면 김씨 가문이 명문가인 건 사실이지만, 10대 제일의 명문가 축에는 끼지도 못하거든.”정지
더 보기

제858화

백운 별장 프로젝트 현장.공사 현장을 바라보는 정민아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이제 별장 건설 현장에 별다른 문제는 없었고, 도적구자가 보낸 사람들이 지키고 있는 덕분에 소란 피우는 무리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그런데 원자재에 문제가 생겨 어쩔 수 없이 프로젝트를 중단해야만 했다.비서를 호출한 정민아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재무팀에 연락해서 4천만 원 보내 달라고 하세요. 그리고 현금으로 인출해서 직원들한테 20만 원씩 보너스로 나눠주고 며칠 쉬면서 다시 나오라고 할 때까지 대기하라고 전해주세요.”비서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지만 여전히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대표님, 이제 곧 겨울이 올 텐데 경기도는 겨울만 되면 바람이 세게 불어 작업 속도에 영향 주기 마련이죠. 가을까지 마무리 짓지 못한다는 가정하에는 시공을 중단할 수밖에 없어요.”정민아는 미간을 문질렀다.“나도 알아요. 하지만 원자재에 문제가 생긴 이상 서두른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잖아요. 우선 직원이랑 시공업체가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잘 좀 설명해줘요. 그동안 문제를 해결하도록 최대한 노력해볼게요.”“네!”비서는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떴다.정민아가 프리미엄 가든으로 돌아왔을 때 임은숙은 이미 각종 주얼리와 별장 부동산 계약서를 챙겨서 떠난 뒤였다.물론 정민아도 그녀를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소파에 앉아 있는 정민아의 얼굴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이때, 김예훈이 다가와 주식 양도 계약서를 건네며 농담을 건넸다.“우리 정 대표 축하해! 앞으로 이 회사의 지분 중 49%는 네 개인 소유야. 이제 회사 대표인 네 말 한마디면 모든 게 해결되지 않겠어? 더는 널 힘들게 할 사람은 없을 거야.”정민아는 계약서를 뒤적거리더니 힘없이 말했다.“날 힘들게 하는 사람이 없다고 누가 그래?”“설마 CY그룹이야?”김예훈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버젓이 있는데 감히 정민아의 회사를 건드리는 사람이 있다니?정민아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CY그룹은 우리 회사랑 이익공동체
더 보기

제859화

오전 내내 공사 현장에 머물렀던 정민아는 그제야 공급업체와 만나기로 한 식당으로 찾아갔다.그런데 막상 도착하니 룸에 아무도 없었다.정민아는 상대방이 일부러 기 싸움을 한다는 걸 알고 굳이 따지지 않았다. 이내 차 한잔을 주문하고는 얌전히 기다렸다.장장 4시간 동안 점심부터 저녁까지 기다리고 나서야 공급업체 사장들이 뒤늦게 나타났다. 게다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다 같이 룸에 들어섰는데 호형호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대표님, 정말 죄송합니다. 좀 늦었네요.”“요즘 일이 좀 바빠서요. 대표님도 알다시피 최근에 원자재 가격이 계속 치솟고 있잖아요. 저희랑 거래하겠다는 업체가 점점 더 많아져서 도무지 여유가 없네요.”“가지고 있는 재고는 정해져 있고, 여기저기서 달라고 난리인데 대체 어디랑 거래해야 한단 말입니까? 정말 골치 아프네요!”룸에 들어선 일행들은 하나같이 의기양양한 모습이다.뒤룩뒤룩 살찐 남자와 달리 너나 할 것 없이 늘씬한 미인들을 데리고 등장한 이들은 딱 봐도 예사롭지 않았고, 소위 성공한 사업가라고 할 수 있다.이때, 누군가의 휴대폰이 올렸다. 그는 전화를 받으면서 짜증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체면이고 뭐고 언급할 필요 없어! 돈만 주면 다 해결될 일이야. 매입가를 올려주지 않으면 거래는 꿈도 꾸지 말라고 상대방한테 똑똑히 전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도 납품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내 말대로 해.”말을 마치고 나서 그는 씩씩거리며 전화를 끊더니 정민아를 향해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정 대표, 죄송해요. 어디를 가도 사리 분별을 못 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죠. 무슨 시장도 아니고 흥정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호되게 욕을 먹어야 정신 차리지, 아니면 자기가 제일 잘 나가는 줄 아는 걸요? 하하하!”다른 사람들도 껄껄 웃었지만, 유독 정민아만 표정이 어두웠다.공급업체 사장들은 그녀에게 본때를 보여주려는 심산이었다.가격을 올리는 건 물론 만약 흥정이라도 한다면 물건을 보내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실히 밝혔다.심지어 그들을
더 보기

제860화

“하하하, 그렇다면 저희를 고소하겠다는 뜻인가요?”우광식이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여기서 한 마디 조언해 드리자면 변호사를 고용하는 게 몇 푼이나 든다고 그래요? 다만 이런 민사분쟁은 어쨌거나 중재를 위주로 하기에 빨리 판결되는 경우가 거의 없죠. 따라서 소송을 한 7~8년 끄는 건 우리가 마음먹기 나름이라고요. 물론 저희는 괜찮다만 정 대표 회사에서 감당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우광식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그는 오기 전에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오늘 정민아를 만나러 온 이상 끝장을 보기로 했다.다른 사장들도 흐뭇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이익공동체와 다름없는 사람들인 지라 돈을 벌 기회가 생긴 이상 당연히 똘똘 뭉치기 마련이다. 돈을 싫어하는 멍청한 인간이 어디 있겠냐는 말이다.정민아는 심호흡하며 말했다.“정 씨 일가에서 거래처를 찾기 시작할 때 분명 우 대표가 먼저 연락하지 않았나요? 게다가 공장이 파산 직전까지 갔다면서 파격적인 가격으로 납품하겠다고 역제안을 한 사람도 본인이잖아요. 저도 여태껏 꼬박꼬박 정산했고, 단 한 푼이라도 연체한 적이 없었죠. 신용은 둘째 치고 적어도 인정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때 제가 여러분과 계약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파산한 분도 적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청산유수가 따로 없는 정민아의 말에 몇몇 공급업체 사장은 죄책감을 느꼈다.당시 그들이 정민아를 먼저 찾아간 건 사실이었다.다만 문제는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이제 돈맛을 좀 봤으니 웬만해서는 만족이 안 되기 나름이다.우광식은 경멸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인정이요? 정 대표도 이 바닥에서 꽤 오래 지냈다고 들었는데, 사업하면서 제일 중요한 게 돈이라는 것도 몰라요? 돈만 있으면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죠. 인정은 그러고 나서 따지는 거예요. 지금 원자재 가격이 미친 듯이 치솟고 있는데 아직도 옛날 가격으로 공급해달라고 하면 말이 됩니까? 내가 듣기로 정 대표는 CY그룹의 지원을 받는다고 하던데, 무려 현재 경기도의 1위 그
더 보기
이전
1
...
8485868788
...
233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