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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7화

정지용은 떠나기 전까지도 정민아와 김예훈이 잘 지내는 꼴을 죽어도 보기 싫은 나머지 이간질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만 김예훈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불화를 일으켜도 소용없어. 만약 내가 정말 싫다면 언젠간 복수하러 찾아오길 진심으로 바랄게.”

정지용은 이를 악물었다. 비록 패기 넘치게 떠나고 싶었지만, 결국은 세상 찌질하게 바닥에 떨어진 돈을 주섬주섬 챙겨서 김예훈의 무심한 시선을 애써 외면한 채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

정진 별장으로 돌아온 정동철은 텅 빈 내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오늘이 지나면 그는 이곳을 떠나야만 했다. 현재의 정 씨 일가는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살길을 찾아야 하는 신세였다.

정지용은 품에 끌어안은 돈을 잘 챙기고 정동철을 빤히 쳐다본 뒤 걸음을 옮기려 했고, 정가을도 떠나려고 했다.

그런데 이때 정동철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단 있어 봐. 정 씨 일가의 재기는 결국 너희 둘한테 달렸어!”

“네?”

정지용이 홱 돌아서더니 기쁜 얼굴로 물었다.

“할아버지, 혹시 대안이 있는 건가요?”

정가을도 희색이 만면했다.

“할아버지, 좋은 방법 있어요? 정민아 그 화냥년한테 복수할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게요!”

정동철은 심호흡하더니 느릿느릿 말했다.

“이건 우리 가문의 비밀이자 마지막 히든카드야. 너희 둘 혹시 부산 견씨 가문에 대해 들어본 적 있어?”

정지용과 정가을은 서로를 바라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정동철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모르는 게 당연하지. 우린 급이 너무 낮아서 그분들을 접할 자격이 없거든.”

말을 마친 정동철은 추억에 잠긴 듯 눈빛이 아련하게 빛났고, 이내 천천히 입을 뗐다.

“부산 견씨 가문은 우리나라 10대 제일의 명문가 중 하나인데, 부산을 주름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심지어 경기도 원톱인 김씨 가문조차 부산 견씨 가문에 비하면 함께 거론될 자격이 없어. 왜냐하면 김씨 가문이 명문가인 건 사실이지만, 10대 제일의 명문가 축에는 끼지도 못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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