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지존 사위: Chapter 811 - Chapter 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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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1화

정민아는 문 앞에서 김예훈을 기다리고 있다가 걸어 나오는 순간 재빨리 커다란 샤워타올을 건네주면서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방금 유문석이 김예훈의 굴욕 영상을 임씨 가문 단톡방에 올린 탓에 다들 좋아요 누르기 바빴다.더욱이 임옥희는 유문석한테 잘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정민아는 당장 동영상을 삭제하라고 요구했지만, 돌아온 건 임씨 가문 사람들의 거센 비난밖에 없었다.심지어 못난 놈 때문에 임씨 가문의 체면이 구겨졌다는 둥, 스스로 아직 임씨 가문 외손녀라고 생각한다면 무능한 남편을 하루빨리 내쫓으라는 둥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그래도 나름대로 가족이라고 여겼던 사람들의 태도에 정민아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왜냐하면 이번에 두 가족이 만나게 된 이유는 애초부터 이미 계획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김예훈을 집에서 쫓아내려고, 그것도 그녀가 직접 김예훈을 쫓아내도록 강요하려는 심산이었다.“김예훈, 난 어차피 자초지종을 알고 있어. 결국은 날 위해서 모욕을 당해도 꾹 참고 있었던 거잖아. 게다가 유문석이 마련한 자리도 애초에 목적이 따로 있기에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거야.”정민아의 얼굴은 초조하면서도 죄책감이 가득했다.김예훈은 머리카락을 닦으며 미소를 지었다.“여보, 걱정하지 마. 난 괜찮아. 저 사람들은 스스로 CY그룹 임원이라고 여길 뿐, 임원직에 오를 수 있는지는 3일 뒤면 알게 될 거야. 그때 꼭 현장에 갈 테니까, 내가 있는 한 임원 따위 꿈도 못 꾸지! 두고 봐.”정민아는 김예훈이 이들의 추악한 행위를 현장에서 폭로할 거라고만 생각하고 이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김예훈, 절대적인 힘 앞에서는 굴복하기 마련이야. 그런 자리에서 혼자 많은 사람을 상대해봤자 소용없을 테니까.”“일단 두고 봐. 어쨌든 그때 가면 좋은 구경거리가 생길 거야.”김예훈이 무심하게 말했다.“그럼 나도 같이 갈게.”사실 정민아는 인수합병 행사에 갈 생각이 없었지만, 김예훈이 혹시라도 사고 칠까 봐 걱정된 마음에 참석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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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2화

정가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정민아를 바라보더니 미소를 지었다.“언니, 이모, 이모부, 마침 잘 왔어요. 자, 제가 준비한 예복이 잘 어울리는지 한 번 입어봐요.”말을 끝나기 무섭게 도우미가 행거를 밀고 나왔다.정민아와 정군, 임은숙이 무의식적으로 쳐다보더니 이내 안색이 어두워졌다.물론 예복은 맞지만, 집사와 메이드가 입는 그런 옷이었다.고용인이나 입을 법한 옷을 가져와 정민아 가족한테 입으라고 하다니? 정가을은 대체 무슨 꿍꿍이란 말인가!정민아의 표정이 돌변하자 정가을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언니, 성남시 재벌가들은 공식 석상에 참석할 때 전속 하인 몇 명을 데리고 다녀야 한다고 들었어. 아니면 가문의 체면이 말이 아니래. 오늘부터 우리 집도 일류 가문의 문턱까지는 입성했으니까 일거수일투족에 신경 써야 하지 않겠어? 지금 계약한 고용인들은 수준이 너무 떨어져서 어디 내놓기는 좀 그러니까 언니네 가족한테 좀 부탁하려고.”정가을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정민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임은숙은 이미 분노에 치를 떨고 있었다.“정가을, 우리는 어쨌거나 네 윗사람인데, 감히 약혼식에 가서 하인 노릇을 하라고 해?”“하! 내 약혼식인 줄은 알고 있어요? 그렇다면 오늘이 지나면 김세자의 아내이자 경기도 1인자의 아내가 저라는 것도 알고 있겠네요? 즉, 앞으로 정 씨 일가의 가장 든든한 뒷배는 저란 뜻이죠! 이모네 일가족뿐만 아니라 할아버지마저 제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을걸요?”정가을의 기고만장한 말투에 정동철은 기분이 거슬리긴 했으나 그래도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맞아! 앞으로 우리 정 씨 일가에서 가을이의 말이라면 곧 법이야. 정군, 와이프 교육이나 제대로 시켜! 얼른 옷 갈아입지 못해? 신부를 픽업하는 차량이 곧 올 거야.”비록 정군은 평소에 의지가 약한 편이지만, 오늘 이 옷을 입는 순간 다시는 성남시에서 얼굴 들고 살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그는 화가 잔뜩 난 목소리로 호통쳤다.“그동안 아빠 말이라면 웬만해서 따라 주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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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3화

“본인이 정 씨 일가를 떠나겠다고 했으니 말한 대로 해야죠. 여기! 계약서 가져다주세요!”정지용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누군가 미리 준비한 계약서를 가져왔다.계약서 내용은 매우 간단했다. 정민아 가족은 이제부터 빈털터리 신세로 정 씨 일가를 떠난다는 것이다.즉, 오늘부터 정 씨 일가 지분과 자산의 49%를 차지하는 정가 그룹은 정민아와 아무런 관련이 없게 된다.게다가 정민아는 대표직에서 자진 사퇴해야 한다.계약서 내용을 보자 정민아의 얼굴은 종잇장처럼 창백해졌다.정군은 몸이 후들후들 떨렸고, 임은숙은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저도 모르게 욕설을 퍼부었다.“정지용, 정가을! 이 양심도 없는 것들아! 일부러 우리를 골탕 먹이려고 작정했네!”정지용이 싸늘하게 말했다.“그런데요? 오늘 딱 두 가지 선택권을 줄게요. 계약서를 체결할 거예요? 아니면 이 옷 입고 행사장에서 하인 노릇을 할 거예요?”정가을은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묵인한 것과 다름없었다.이때, 정동철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자, 서둘러! 시간도 얼마 없는데 괜히 경사스러운 날에 내 기분 망치지 말고.”이를 들은 정군과 임은숙은 처연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정 씨 일가를 떠나면 앞으로 어찌 부귀영화를 누린단 말인가?비록 아직 임씨 가문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다고 하지만, 정 씨 일가를 떠나는 순간 빈털터리와 마찬가지인데 임씨 가문에서 과연 그들을 받아줄까? 물론 절대 불가능했다.사실 임은숙은 속으로 뻔했다. 만약 정민아가 대표 자리에 오르지 않았더라면 임옥희의 인정조차 받지 못했을 것이다.그러나 정민아가 곧 대표 자리에서 물러날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임씨 가문에게 희망을 품고 있다는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순간, 임은숙의 시선이 행거로 향하자 저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다.아무리 굴욕을 당하더라도 거지가 되는 것보다 낫겠지!이때 침묵으로 일관하던 김예훈이 갑자기 입을 뗐다.“혹시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앞으로 정 씨 일가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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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4화

“참, 그동안의 정을 봐서라도 구경 좀 하게 사진은 보내줄게요.”김예훈이 싸늘하게 말했다.“너희들이 가서 하인 짓이나 하는 사진은 아니고?”정가을은 눈꼬리가 파르르 떨리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쌀쌀맞게 말했다.“빈털터리가 된 놈이 지껄인 말에 흔들릴 거로 생각해요?”이들과 더는 엮이고 싶지 않은 김예훈은 계약서 사본을 들고 미련 없이 뒤돌아서 정민아를 향해 말했다.“여보, 가자.”그리고 멀리 떨어지고 나서야 임은숙은 김예훈의 멱살을 잡고 큰 소리로 말했다.“김예훈! 네가 뭔데 우리를 대신해서 계약을 체결하는 거야? 우리도 너처럼 거지 신세가 되어야지 마음이 후련해?!”김예훈이 위로를 건넸다.“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민아가 있는 한 평생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을 거예요.”정군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김예훈, 언제까지 그렇게 순진하게 살 거야? 정 씨 일가라는 든든한 버팀목 덕분에 민아가 성공을 이룬 건 사실이야,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않겠어? 이제 정 씨 일가를 떠나 대표 자리까지 물러난다면 대체 누굴 의지하겠어?”김예훈이 웃으며 말했다.“아버님, 그건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죠. 어떻게 보면 정 씨 일가를 떠난 게 저희한테 더 좋은 일일 지도 몰라요. 혹시 잊으셨나요? 예전에 외삼촌 일가도 민아한테 스스로 창업하라고 제안한 적이 있었잖아요.”김예훈의 말을 들은 정군은 침묵으로 일관했다.사실 당시 외삼촌 일가를 만족시키기 위한 또 다른 조건이 김예훈을 쫓아내는 것이었는데, 정작 본인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으니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다만, 다들 비슷한 처지에 전락한 이상 정군도 굳이 끄집어내고 싶지 않았다. 결국은 오십보백보이니까!“어머님, 아버님, 제가 보기에 CY그룹에서 직접 민아를 대표직에 임명했으니 정 씨 일가가 끌어내리고 싶어도 소용이 없을 거예요. 저희도 오늘 인수합병 행사장에 갈까요? 어쩌면 우연히 김세자를 마주쳐서 민아의 대표 자리를 사수할 가능성도 있잖아요.”정군은 어이가 없었다.“김세자랑 마주치기는 무슨!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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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5화

“오늘부터 우리 정 씨 가문도 일류 가문의 문턱에 발을 반쯤 들인 것과 다름없지 않겠습니까?”“여러분, 오늘 밤 꼭 저희 집에 오셔서 자리를 빛내주세요.”아파트 단지에 입주한 재벌들은 하나같이 눈치 빠른 사람들인지라 이 말을 듣자 큰소리로 축하 인사를 건네주면서 심지어 가족까지 끌고 나와 정가을 일행을 배웅해줬다.다들 얼굴에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김세자가 프러포즈한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주인공을 직접 목격하는 순간 부러우면서도 질투가 나기 마련이었다.어쨌거나 이건 벼락출세는 물론 개천에서 용 나는 상황이지 않냐는 말이다.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스케일이 점점 더 커지더니 마치 연예인이 나타난 현장처럼 북적거렸다.다만 정 씨 일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는 렉서스 차량에 다가가는 순간, 멈춰있던 차들이 갑자기 시동을 켜더니 유턴해서 줄줄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이게 무슨 일이지?”“얼른 차 세워!”“신부가 아직 차에 안 탔잖아. 안 보여?!”정 씨 일가 사람들은 당황한 나머지 손을 허우적거리며 차를 세우려고 했다.다만 운전기사는 전부 송준의 엄선을 거친 엘리트로서 냉혹하기 그지없고, 오로지 명령만 충실히 집행했다.정 씨 일가 사람들이 뒤에서 아무리 난리를 쳐도 그냥 무시하고 지나쳤다.순간 현장 분위기가 싸해졌다.정 씨 일가가 온갖 위세를 떨치면서 차량에 올라타려는 찰나, 심지어 정가을은 여주인공이 된 듯 주목받을 준비까지 단단히 마쳤는데,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이지?급기야 정지용이 위기를 모면하려고 일부러 큰소리로 호통쳤다.“이런 웬수 덩어리들! 이게 다 정민아 일가 탓입니다! 하필이면 이때 찾아와서 시간이나 지체하고! 원래 8시 30분에 출발하기로 했는데, 벌써 5분이나 지났잖아요. 성남시의 전통에 따르면 약속 시각이 지났으니 신랑 측에서 마련한 차를 타고 갈 수 없게 되었네요. 우리가 직접 운전해서 가야지, 원!”정 씨 일가 사람들도 이내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다만 현장에 있던 다른 재벌들은 어리둥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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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6화

방금까지만 해도 정민아의 얼굴을 팔아 행사장에 입장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차에서 내리자마자 초대장을 주려고 누군가 기다리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이지?정민아는 의아한 눈빛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설마 네가 준비했어?”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초대장을 가져달라고 누군가에게 부탁한 적은 없었기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나 아니야. 게다가 우린 초대장 같은 거 없어도 입장이 가능하거든.”김예훈을 향한 기대가 조금이나마 생겨난 정군과 임은숙은 이 말을 듣자 한숨을 푹 내쉬었다.아니나 다를까! 초대장을 보낸 적이 없으면 없었지, 웬 허풍이냐는 말이다.“훗, 저런 못난 놈일 리가 있겠어요?”이때,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멀지 않은 곳에서 살이 뒤룩뒤룩 찐 남자가 벤츠 뒷좌석에서 힘겹게 내렸다.그를 발견하는 순간 정민아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목소리의 출처는 다름 아닌 유문석이 그녀에게 소개해 줬던 나씨 가문 나영수였다.“이분은...”벤츠를 타고 온 남자를 발견하자 임은숙의 눈이 번쩍 뜨였다.허영심이 강한 그녀는 나영수를 보자마자 눈빛이 반짝반짝 빛났고, 딸아이의 남편감으로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후보라고 생각했다.나영수는 애써 젠틀한 척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정민아의 어머님이 되시죠? 제 소개를 드리자면 이름은 나영수라고 하며, 성남시 일류 가문인 나씨 가문 출신이에요. 현재는 성남은행 지점장을 맡고 있습니다.”“영수 씨, 반가워요!”임은숙의 얼굴이 갑자기 훤해졌다. 얼마나 훌륭한 청년이란 말인가!나영수가 말을 이어갔다.“방금 두 분이 행사장에 참석하고 싶은데 초대장이 없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저희 집 초대장 3장을 빼돌려서 가져다드렸어요.”이는 유문석이 얻어듣고 나영수한테 전달한 게 뻔했다.임은숙은 만면에 희색을 띠며 물었다.“영수 씨는 능력도 뛰어나는군요. 민아야, 얼른 지점장님한테 고맙다고 인사하지 않고 뭐해?”정군은 나영수를 위아래로 바라보며 혼잣말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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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7화

“앞으로 두 분 일은 곧 제 일입니다. 나씨 가문은 고작 일류 가문에 불과하지만, 아무리 제일의 명문가라고 해도 우리를 건드리기 전에 망설이기 마련이죠.”정민아가 입을 떼기도 전에 나영수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사실 임씨 큰 어르신도 저랑 민아의 사이를 인정했어요. 앞으로 우리 두 가문은 한 가족과 다름없죠. 이제 다 함께 성대한 행사장으로 향할까요? 다만, 초대장이 딱 3장뿐인지라 저 거지 놈은 참석할 자격이 없을 것 같은데...”나영수는 김예훈을 가리키며 마치 승리자라도 된 듯 도도한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임은숙은 곧바로 쌀쌀맞게 말했다.“쟨 그냥 쓰레기 같은 놈에 불과해요! 아까만 해도 제멋대로 계약서에 서명한 탓에 우리까지 눈 뜨고 코 베이게 되잖아요. 이런 사람은 죽든 말든 그냥 내버려 둬요. 굳이 신경 쓸 필요 없으니까!”“민아야, 가자, 얼른 들어가.”정군과 임은숙이 당장이라도 김예훈을 두고 떠나려 하자 정민아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엄마, 아빠가 참석하고 싶으면 두 분이 가세요. 전 밖에서 김예훈과 기다릴 테니까 빠질게요.”나영수가 웃으며 말했다.“민아 씨가 성격이 착하다는 건 알고 있어요. 아무리 못난 놈이라도 걱정이 들긴 마련이죠? 물론 저놈을 들여보낼 수 있지만 도우미 전용 통로로 입장해야 할지도 몰라요.”정민아는 울컥한 나머지 미간을 찌푸렸다.이때, 임은숙이 황급히 끼어들었다.“영수 씨, 아니면 우리라도 먼저 들어갈까요? 민아한테도 혼자 남아서 생각을 정리할 시간 줘야죠.”임은숙은 정민아의 성격이라면 훤했다. 이 타이밍에서 괜히 억지로 그녀를 끌고 갔다가 무슨 일이 터질지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다.이를 본 나영수는 싱긋 웃었다.“알겠습니다. 그럼 우선 입장하죠. 민아 씨, 혹시라도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지 연락해요.”말을 마친 그는 정민아에게 명함을 건네주고 김예훈은 쳐다보지도 않고 자리를 떠났다.그의 태도는 김예훈이 아무런 위협도 안 되는 존재라는 것을 뜻하기도 했다.그는 능력이 훨씬 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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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8화

한참이 지나서야 정민아는 실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가자.”일이 이 지경까지 흘러갔는데 김예훈이 현실을 직시하기는커녕 여전히 큰소리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래도 김예훈에게 미안한 마음이 조금 남았던 정민아는 이제 실망이 극에 달한 느낌밖에 없었다.데릴남편 주제에 허풍을 빼면 시체뿐이라니!김예훈은 백운가든을 뒤돌아보더니 말했다.“안 돼. 이따가 어머님, 아버님이 전화로 도움 청할 수도 있어.”정민아는 얼굴을 가리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대체 어디서 난 자신감이지? 또 뭘 하려고? 일이 터지면 하은혜 씨한테 도움을 청하게? 인정이라는 건 받으면 받을수록 고갈된다는 거 몰라? 게다가 사내대장부라는 사람이 사소한 문제가 생길 때마다 다른 여자에게 도움을 청해? 내 마음은 어떤지 생각해봤어? 나라고 창피하지 않을 것 같아? 됐어! 우리 부모님이 곤경에 처할 거라고 장담하는데 어디 한번 두고 보지, 뭐.”한편, 백운가든 입구.나영수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두 분은 성남시에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우리 나씨 가문에 대해 아직 잘 모르실 거예요. 대충 소개해드리자면 저희는 성남시, 심지어 경기도를 통틀어 금융업과 은행업에 종사하고 있는 집안이죠. 쉽게 말해 성남시에 있는 은행의 약 50%가 나씨 가문의 소유라고 보시면 됩니다. 비록 전 나씨 가문의 차세대 후계자는 아니지만, 신분은 꽤 있는 편에 속하죠. 현재는 성남은행 지점장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두 분께서 혹시 집을 마련하거나 사업할 때 대출이 필요하다면 최대 혜택을 적용해드릴 테니까 얼마든지 말씀하세요!”정군과 임은숙은 두 눈이 번쩍 뜨였다.나영수라는 사람은 비록 외모가 보기 흉했지만 배경이면 배경, 신분이면 신분, 지위면 지위가 데릴사위인 김예훈을 훨씬 뛰어났다.게다가 임씨 가문이 뒤에서 지지해주고 있으니 사위로 들일 수만 있다면 그 누구의 괴롭힘도 당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특히 오늘 정 씨 일가에서 쫓겨난 정군과 임은숙은 든든한 버팀목을 찾기를 간절히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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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9화

김예훈과 나영수를 잘 비교해본다면 정민아도 무슨 선택을 할지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다.이때, 정군이 입을 열었다.“사실 예전부터 저 데릴사위를 집에서 쫓아내고 싶었어요. 결혼한 지 3년 차인데 사실상 유명무실한 혼인이죠. 안타깝게도 운명의 장난인지 저놈을 쫓아내려고 할 때마다 흐지부지 마무리되었는데, 이번만큼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예요.”나영수는 이 말을 듣자 저절로 안심되었다.정민아와 결혼하고 싶은 이유는 그녀의 외모뿐만 아니라 더욱이 이번 기회에 임씨 가문과 인연을 맺기 위해서였다.비록 현재 성남시 5대 일류 가문 중에서 임씨 가문의 입지가 가장 약한 편이지만, 그들은 대대손손 관직 집안 출신이었다.따라서 임씨 가문의 외손자 사위가 될 수 있다면, 자기 집안에서도 위상이 상승할 게 뻔했다.이 또한 그가 결혼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이유이기도 했다.셋이 웃고 떠드는 사이에 벌써 백운가든 정문에 도착했다.이곳은 이미 인산인해를 이뤘다.비록 오늘 행사에 참석하고 싶은 사람은 많았지만, 초대장을 지닌 사람은 100명 중 1명도 없을 것이다.심지어 백운별원 밖에서는 생중계하고 있는 방송사도 적지 않았다.한마디로 오늘은 성남시 상류층이 전부 참석하는 대형 모임인 셈이다.현장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단연코 거물급 인사들이다.이때, 정군과 임은숙은 나영수의 뒤를 따라 두리번거리며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 담긴 시선을 한껏 즐겼다.입구에는 경비원들이 수두룩했는데, 다들 당도 부대에서 임시로 파견한 군인으로 단지 일반 슈트 차림을 했을 뿐이다.하지만 온몸으로 뿜어내는 병장의 아우라는 숨길 수 없었다.또한, 이들 덕분에 현장에서 감히 난동을 부리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으며 하나같이 고분고분 초대장을 확인받고 차례대로 입장했다.곧이어 나영수도 도착했다.그가 무심하게 초대장을 건네주고 안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직원이 눈살을 살짝 찌푸리더니 손을 내밀어 나영수의 앞길을 막았다.“손님, 초대장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 입장이 불가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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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0화

이내 그들은 나영수를 포함한 셋을 겹겹이 에워쌌다.어떤 사람은 허리춤의 칼자루에 오른손을 걸치고 마치 적을 대면한 것처럼 살벌한 기운을 내뿜었다.“이렇게 중요한 자리에 감히 가짜 초대장으로 입장하려고 해요? 다른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네요. 이따가 경찰서에서 봅시다!”사면팔방에서 풍겨오는 살의, 그리고 당장이라도 칼집에서 모습을 드러낼 것 같은 당도를 보며 나영수 일행은 덜컥 겁을 먹었다.줄곧 호사스러운 생활을 누리던 사람들이 언제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있겠냐는 말이다.나영수는 즉시 꼬리를 내렸다.“제 잘못입니다! 죄송합니다! 바로 떠나겠습니다.”직원이 싸늘한 웃음을 지었다.“떠난다고? 이번 행사는 무려 김세자의 프러포즈 현장이라서 보안 등급이 단연코 최고 수준이라고 볼 수 있죠. 지금 가짜 초대장을 들고 와서 입구에서 온갖 소란을 피우더니 이제 도망까지 치려는 겁니까? 다른 목적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가네요! 솔직히 말하면 우린 전부 당도 부대 출신이죠. 오늘 해외 무장 세력이 난동 부릴지도 모른다는 수령님의 말에 경호를 도와주러 파견 왔을 뿐, 지금이라도 당신들을 해외 무장 세력으로 간주하여 처벌할 권리가 있죠!”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직원이 검을 뽑으려고 했다.오늘은 무려 총사령관의 중요한 행사가 있는 날이다. 이런 자리에서 감히 소란을 피우는 사람은 총사령관, 그리고 전체 당도 부대를 도발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현장 직원들이 당도 부대 출신 병사라는 말을 듣고 당장이라도 칼집에서 당도를 뽑아낼 듯하자 나영수는 질겁했다.이내 다른 건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정군과 임은숙을 가리키더니 큰소리로 외쳤다.“이 초대장은 제가 가져온 게 아니라 이 사람들이 준 거예요. 저도 가짜인 줄 몰랐어요!”그의 말에 정군과 임은숙은 어안이 벙벙했다. 본인이 곤경에 처하자 자신들을 희생양으로 삼다니?아까만 해도 부모님의 임종까지 섬길 듯한 효자 같은 모습으로 아부하지 않았냐는 말이다.임은숙은 화가 나서 온몸이 부들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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