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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1화

정민아는 문 앞에서 김예훈을 기다리고 있다가 걸어 나오는 순간 재빨리 커다란 샤워타올을 건네주면서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방금 유문석이 김예훈의 굴욕 영상을 임씨 가문 단톡방에 올린 탓에 다들 좋아요 누르기 바빴다.

더욱이 임옥희는 유문석한테 잘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정민아는 당장 동영상을 삭제하라고 요구했지만, 돌아온 건 임씨 가문 사람들의 거센 비난밖에 없었다.

심지어 못난 놈 때문에 임씨 가문의 체면이 구겨졌다는 둥, 스스로 아직 임씨 가문 외손녀라고 생각한다면 무능한 남편을 하루빨리 내쫓으라는 둥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그래도 나름대로 가족이라고 여겼던 사람들의 태도에 정민아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왜냐하면 이번에 두 가족이 만나게 된 이유는 애초부터 이미 계획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김예훈을 집에서 쫓아내려고, 그것도 그녀가 직접 김예훈을 쫓아내도록 강요하려는 심산이었다.

“김예훈, 난 어차피 자초지종을 알고 있어. 결국은 날 위해서 모욕을 당해도 꾹 참고 있었던 거잖아. 게다가 유문석이 마련한 자리도 애초에 목적이 따로 있기에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거야.”

정민아의 얼굴은 초조하면서도 죄책감이 가득했다.

김예훈은 머리카락을 닦으며 미소를 지었다.

“여보, 걱정하지 마. 난 괜찮아. 저 사람들은 스스로 CY그룹 임원이라고 여길 뿐, 임원직에 오를 수 있는지는 3일 뒤면 알게 될 거야. 그때 꼭 현장에 갈 테니까, 내가 있는 한 임원 따위 꿈도 못 꾸지! 두고 봐.”

정민아는 김예훈이 이들의 추악한 행위를 현장에서 폭로할 거라고만 생각하고 이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김예훈, 절대적인 힘 앞에서는 굴복하기 마련이야. 그런 자리에서 혼자 많은 사람을 상대해봤자 소용없을 테니까.”

“일단 두고 봐. 어쨌든 그때 가면 좋은 구경거리가 생길 거야.”

김예훈이 무심하게 말했다.

“그럼 나도 같이 갈게.”

사실 정민아는 인수합병 행사에 갈 생각이 없었지만, 김예훈이 혹시라도 사고 칠까 봐 걱정된 마음에 참석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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