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아는 가슴이 메어 허홍연과 더는 할 말이 없어 담담하게 끝인사를 했다.“그만 얘기해요. 더 이상 하온 씨 귀찮게 하지 말라고 그 사람들한테 똑똑히 말해 주세요. 그럼, 먼저 끊을게요.”허홍연은 분명치 않은 말투로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청아는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바깥의 밤하늘을 바라보았다.온 하늘의 별들이 도시의 찬란한 불빛에 가려져 어릴 때처럼 달빛이 휘영청 한 밤하늘을 더는 볼 수 없었다.……이튿날 아침, 시원은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여러 부문의 주요 책임자를 불러들여 한바탕 꾸짖었다.두꺼운 문을 사이에 두고 사무실에서 퍼져 나오는 무거운 분위기가 39층 전체를 얼어붙게 하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부사장들은 의기소침한 얼굴로 사무실에서 숨도 크게 쉬지 못한 채 나왔다.이때 최결 책상 위의 고정 전화가 갑자기 울렸다.그녀는 순간 안색이 굳어지고 전화를 들고 받아 조심스럽게 대답했다.“네, 지금 바로 들어가겠습니다.”시원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였다.최결은 급히 수중의 자료를 정리하고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로 갔다.청아는 39층에 온 후로부터 이렇게나 크게 성을 내는 시원의 모습을 본 적이 없다.평소에 줄곧 침착하고 노련하게 모든 것에 임하던 최결마저 긴장하고 있으니 말이다.‘어제 그 여자하고 별로였나?’‘아니면 거절당했나?’‘아니면, 여전히 안 돼서 부끄러워서 화를 내는 건가?’청아는 눈꼬리가 펄쩍 뛰더니 바로 생각을 접어버렸다.‘내 일이나 똑바로 해서 욕먹지 않도록 정신 차리자!’한편, 최결은 대표 사무실에 서서 시선을 내리깔고 단정하게 그가 자료를 검토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갑자기 시원은 눈살을 찌푸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기원에 관한 자료가 부족하고 데이터도 완전하지 않던데, 어떻게 검토한 겁니까?”최결은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자료가 부족하다고요?”시원은 말투가 냉혹하고 매서웠다.“저와 함께 일을 한 지도 벌써 몇 년이나 되는데, 이런 실수를 저지르면 어떡합니까!”최결은 당황하여 엉겁결에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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