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택은 소희의 손을 잡고 웃으며 얘기했다.“이 사람이 완벽하다면 내가 가당키나 하겠니?”소희는 눈을 크게 부릅뜨고 손에 힘을 주며 유민의 앞에서 허튼소리 하지 말라고 암묵적으로 경고하자 유민은 풉! 소리를 내며 웃었다.“그렇긴 하네요. 소희 쌤은 확실히 너무 완벽한 거 같으니까 하느님한테 말해서 빈틈 한 스푼 추가해달라고 해야죠.”그는 말하면서 강아지를 안았다.“밤아, 둘째 숙모한테 인사해야지!”“이름이 밤이야?”유민은 자랑스럽다는 듯 말했다.“맞아요, 제가 지은 건데 어때요? 잘 지었죠?”“그래 잘 지었네.”소희는 멋쩍어 하면서 유민의 말에 대답했고 유민은 가짜 웃음을 지어 보이는 소희를 하찮아하듯 말했다.“웃음에 영혼이 1도 없어요.”소희가 입을 열기도 전에 구택이 먼저 말을 꺼냈다.“어제 내가 상 준다고 하지 않았나? 내일 네가 마음에 들어 하는 거 몇 개 사놓을게.”유민은 소희가 구택의 뒤에 서서 웃는 것을 보고 둘이 화해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신은 제3자일뿐 둘이 가족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잘못했어요, 쌤, 아까 진심으로 웃는 걸 봤는데 진짜 아름다우십니다!”유민은 그새 아첨을 해야 할 정확한 타깃을 정한 것 같았고 이에 소희는 웃으며 회답했다.“알겠으니까 수업하러 가자!”구택은 그녀의 손을 이끌고 별장으로 가며 입을 열었다.“유민인 데이비드가 보고 싶었나 봐. 내가 데이비드랑 설희를 떼어놓을 수가 없어서 강아지 한 마리를 데려와서 유민이 보고 키워라고 했거든. 내가 집사님한테 말해서 주말에는 밤이를 우리에 가둬라고 할게.”고용일군 들이 다가오자 소희는 반사적으로 그의 손을 뿌려치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웃었다.“괜찮아, 내가 무섭다 해도 조그마한 강아지를 뭐 어떻게 해놓을 정도는 아니야.”“널 무섭게 할 이유도 없어.”구택이 그윽하게 쳐다보자 소희는 마음 한켠이 살살 간지러운 느낌이 들더니 이에 입꼬리가 올라갔다.소씨네 본가.오늘 또한 본가에서 모임이 있는 날이라 진연은 아침 댓바람부터 소
이때, 소동은 더 이상 숨길 방법이 없었고 민영을 부르지도 그녀에게 도움을 청하지도 못했다. “큰아버지, 죄송한데 저 일 그만둬서 더는 마민영의 디자이너가 아니라 도와드릴 수 없을 것 같아요.”그녀의 말 한마디에 떠들썩했던 거실은 금세 물 뿌린 듯 조용해졌다. 진연은 믿기지 않다는 듯 물었다.“언제 관뒀는데? 왜 말하지 않은 거야?”줄곧 입을 다물고 있던 하순희가 해바라기씨를 먹으며 입을 열었다.“공교롭네. 큰오빠가 소동에게 부탁하려는데 소동이 일을 그만뒀다 하니.”이에 소정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혹시 큰 아버지를 돕고 싶지 않아 일부러 핑계 대는 건 아니냐?”“아니에요. 그만둔지 사나흘이나 됐어요.”“근데 왜 나한테 얘기 안 한 거야?”진연 또한 얼굴이 어두워져 물었고 소동은 얼굴이 창백하여 고개를 푹 숙였다.“도대체 무슨 일이야?”소해덕의 질문에 소동은 울먹이며 사실대로 얘기했다.“저와 마민영의 관계는 좋았어요. 근데 소희가 제가 마민영의 개인 디자이너가 된 게 질투가 났는지 감독이랑 짜고 저를 무시하기 시작하더니 마민영과 제 사이를 이간질시키더라고요. 소희의 말에 넘어간 민영이 저한테 불만이 하나둘씩 쌓여갔고 저는 정말 하는 수없이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어요.”말이 끝나자 해덕은 손에 든 찻잔을 내려놓았다.“또 소희야?!”진연은 독이 잔뜩 올랐다.“걔는 소동을 망치고 싶어서 안달 났나!”연경과 설아는 눈이 마주치더니 싱겁다는 듯 말을 보탰다.“소희 걔는 도대체 왜 그런다니?”소시연이 벌떡 일어나서 소동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웃기는 소리하고 있네. 소희가 너를 질투한다고? 뻥을 칠 거면 상대를 봐가면서 정도껏 쳐. 도대체 네가 소희보다 뭐가 더 잘났다고 걔가 너를 질투해?”이에 소찬호도 동의한다는 듯 말을 했다.“매번 거짓말하는 것도 지겹지 않아? 소희 누나가 여기 없다고 그렇게 말을 한다고? 어디서 가당치도 않는 피해자 코스프레야!”두 사람의 폭로에 소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순희는 그 둘을 노려보았다.
장연경은 급히 나와서 상황을 정리했다.“한 식구끼리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진연은 화를 내며 말했다.“오늘 있었던 일, 제가 똑똑히 기억할 겁니다. 우리 소동이가 억울한 일을 당했는데 왜 집에까지 와서 욕을 먹어야 하는 거죠? 그리고 확실하게 말해두는데 저한테 딸은 소동이 한 명이고 소희는 저랑 그 어떤 상관관계도 없으니 그게 누가 됐든 불만을 품으시는 분이 계신다면 본인이 직접 집으로 데려가세요!”소동은 감동과 억울한 감정이 뒤섞여 울었고 진연의 몸에 기댔다.“엄마!”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시연이 말했다.“좋아요. 둘째어머니께서 소희를 원하시지 않는다면 앞으로 소희는 제 동생입니다.”소시연의 폭탄선언에 하순희는 당황하여 그에게 그만하라는 눈짓을 보내느라 바빴다. 소희를 대신해 몇 마디 했으면 됐지 굳이 일을 크게 벌일 필요까지는 없었다.진연은 차갑게 말했다.“그래 빨리 걔한테 전화해. 아마 간절히 바라고 있을 테니까!”“그만!”소해덕이 입을 열었다.“매번 소희 때문에 이렇게 싸우니 원, 정인아, 지금 전화쳐서 바로 들어와라고 해. 온 다음에 진짜 소동의 걸림돌이 된 건지 확실하게 알자고. 만약 진짜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 소씨 가문에 발을 붙이진 못하게 될 거야!”소정인은 해덕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아버지, 소희를 부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저희도 이 얘기를 더이상 꺼내지 말고요.”“왜? 우리 소동이 보고 이런 일을 당하고도 잠자코 있어라는 거야? 빨리 걔한테 전화를 해서 바로 당장 오라고 그래! 그래야 소동이 결백하다는 걸 다들 알지!”날뛰는 진연에 정인은 어쩔 수 없이 소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거실에 긴장이 기운이 맴돌았고 숨 막힐 듯이 고요한것이 일이 확실히 크게 번진 것 같았다.임씨 저택소희는 유민의 수업을 마치고 내려가던 중 정인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소희야, 너 어디야?”“무슨 일 있어요?”정인의 말투가 별로 좋지 않아 보였다.“지금 본가에 한 번 와야 될 것 같다. 네 어
“아니! 나 혼자 갈게.”소희는 구택의 제안을 거절했다. 지금 그들에게 자신과 구택의 관계를 알리게 된다면 어떤 모습일지 감히 상상조차 안되었기 때문에 알리고 싶지 않았고 구태여 구택에게 일을 만들어 주고 싶지도 않았다.구택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눈썹을 치켜세웠다.“왜 내가 못 미더워?”“그 뜻이 아니라는 거 잘 아는 사람이 왜 그래.”소희는 구택을 향해 웃어 보였지만 그는 단호한 태도로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그럼 같이 가! 내가 남편이라고 소개 안 시켜줘도 돼. 그냥 운전기사라고 해도 되니까 같이 가.”“되게 놀라 하실 거야.”구택의 참신한 발상에 소희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서프라이즈! 괜찮지 않아? 그러니까 가자!”구택은 무작정 그녀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두 사람이 나가려고 신발을 신을 때 유민이 계단을 내려와 놀리듯 물었다.“어디를 그리 급하게 가요? 둘이 화해했다고 이제 나 무시하는 거야?”“그럼 너도 가. 가서 네 숙모 기 좀 살려주고.”소희는 말도 안되는 말을 하고 있는 구택을 바라보며 주의를 주었다.“헛소리 그만해!”유민은 흥분해서 뛰어서 내려왔다.“누가 감히 우리 숙모님을 괴롭혀요!”“네가 안 가도 나 혼자 해결할 수 있어.”소희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는 듯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유민이었다.“난 삼촌 말을 들어요. 감히 숙모를 괴롭히다니 우리 집안이 만만해 보이나 봐?”유민은 굉장히 흥분했고 그 모습을 보면 괴롭힌 게 화가 나서 흥분한 게 아닌 그냥 설레서 흥분한 걸로 보였다. 결국 본가로 돌아가는 차에는 세 사람이 타게 되였다. 소희는 창밖을 바라보며 본가에 가서 이 “불청객”들을 어찌 소개할 것인가를 궁리했고 구택은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걱정하지 마.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얌전히 앉아 있을 거니까.”유민도 한마디 거들었다.“둘째 숙모, 몸 싸움할 수 있으면 말싸움은 하지 마요. 우리가 옆에서 응원해 줄게요.”“넌 일이 커지건 말건 그냥 구경거리를 좋아하는구나.”
가정부 왕순희가 소희를 보더니 바로 괴상야릇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어머, 소희 아가씨 오셨군요. 이게 얼마만이에요? 난 또 아가씨가 어르신 댁의 집이 어디에 있는지 잊어버린 줄 알았네요.”말투에 섞인 조롱의 뜻이 너무 뚜렷하여 임구택이 순간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똑같이 기분이 많이 언짢았던 임유민이 임구택 먼저 차가운 목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문을 지키는 하인 따위가 감히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고 마구 짖어? 대체 눈이 먼 거야, 아니면 사람만 보면 짖는 병에 걸린 거야?”“그러는 너는 누군데 감히 우리 집까지 와서 마구 짖는 건데?”임유민의 욕설에 폭발한 왕순희가 두 눈을 부릅뜨고 임유민을 향해 소리쳤다.그러자 소희가 바로 임유민 앞에 가로막아서 왕순희를 향해 말했다.“이 아이는 내가 데리고 온 손님이에요. 할아버지께서 나를 찾으신다고 해서 온 거니까, 가서 내가 왔다고 알리세요.”왕순희는 그제야 임유민을 한번 노려보고는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그러다 왕순희가 세 사람의 시선속에서 사라진 후에야 소희가 고개를 돌려 말했다.“이따가 이 집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든, 두 사람 절대 화를 내지 말고, 나 대신 나서지도 마,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하지만 소씨 가문의 사람들이 왜 소희한테 그런 태도를 보이는지 알 수가 없었던 임유민이 소희의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쌤 소씨 가문의 아가씨잖아, 그런데 왜 저 사람들이 쌤한테 이런 태도인 거야?”“내가 소씨 가문에서 자라지 않았으니까.”“그럼 더 소중히 여겨야 하는 거 아니야? 이 집에서 자라지 않았지만 이 집의 아가씨인 건 사실이고, 또 잃어버렸다가 겨우 다시 찾게 된 거잖아.”“모든 사람이 다 혈육의 정을 중시하는 건 아니야.”소희가 아무렇지도 않은 척 덤덤하게 대답하자 임구택이 바로 한기가 섞인 눈빛으로 물었다.“소씨 가문에서 당신을 입양한 게 운성 강씨 가문이라는 걸 몰라?”“몰라.”“어쩐지.”“소씨 가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나한테 있어 전혀 중요하지 않아, 그
임유민이 듣더니 먼저 냉소하며 입을 열었다.“묻고 싶은 게 있었던 것이 아니라 훈계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요? 아까 거실로 들어서자마자 누군가가 소희 쌤을 욕하던데.”이에 임구택이 차가운 눈빛으로 진연을 쳐다보았다.“사모님이 바로 소희의 어머니가 되시는 분인가요? 그렇게 흉악한 말투로 딸한테 욕설을 퍼붓는 어머니는 저도 처음 보는데, 사모님 덕분에 한 수 배우고 갑니다.”임구택의 조롱에 진연은 순간 난감해져 반박하고 싶어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입만 여러 번 뻥긋했다.그러자 옆에 있던 소정인이 바삐 웃으며 진연을 대신해 대답했다.“방금은 제 아내가 마음이 급한 나머지 말이 헛나갔을 뿐, 다른 뜻은 없었습니다.”“제가 그 한마디를 했다고 바로 나서서 부인을 옹호하시네요? 소희가 없는 일로 비방을 당했을 땐 아버지로서 소희를 옹호해줬는지 궁금하네요.”임구택의 목소리는 점점 차가워지고 있었고, 그걸 듣고 있는 소정인의 얼굴색은 순간 하얗게 질렸다.그리고 두 사람의 대화에 기타 가족들의 안색도 각기 다르게 변했다.‘임구택이 지금 소희를 옹호하고 있는 게 분명해. 두 사람이 어떤 관계인 거지?’소설아가 소희 쪽을 힐끔 쳐다보더니 마음이 천천히 가라앉았다.소동은 더욱 질투심이 생겨 소희를 노려보았다.‘전에는 진석이 그러더니, 지금은 임구택까지 달려와서 소희의 편을 들다니. 얼굴 하나 예쁘게 생겼다고 참 많이도 꼬셨네.’이때 소해덕이 호탕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오해예요, 임 대표. 내가 우리 소희를 너무 오래 보지 못해 그리워서 집으로 부른 거예요, 겸사겸사 물어보고 싶었던 것도 물어볼 겸.”임구택이 듣더니 다리를 꼬고 앉아서는 덤덤하게 말했다.“묻고 싶은 게 있으면 물으세요, 저도 어디 한번 들어보고 싶네요.”소희의 편에 서겠다는 뜻이 너무 뚜렷해 누구도 감히 먼저 입을 열지 못했다.그리고 임구택이 자신을 대신해 용건을 제기했으니 소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임유민의 옆에 앉아 담담한 표정으로 기다렸다.이에 소해덕이 진연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임유민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소희 쌤이 왜 그쪽 따님을 밀어내겠어요?”“그거야 당연히 소동이 마민영의 개인 디자이너가 되었으니까. 그래서 소동이가 더 잘 나갈까 봐 두려워서, 질투심이 나서 밀어낸 게 아닐까?”너무나도 확신에 찬 진연의 대답.임유민이 듣더니 눈썹을 한번 올리고는 고개를 돌려 소희를 바라보았다.“쌤, 난 쌤을 믿어. 그러니까 겁먹지 말고 사실대로 말해.”이에 소희가 임유민을 바라보며 한번 웃고는 덤덤한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소동은 마민영의 개인 디자이너로 제작팀에 합류하게 된 거지만 마민영이 준 자원에 만족하지 않고 마민영 몰래 구은서에게 빌붙었죠. 그러다 마민영이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소동을 불러 한바탕 욕설을 퍼부었어요. 물론, 소동이 사직하게 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죠. 바로 제작팀 중의 한 명이 추…….”“언니!”그런데 이때, 소희의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소동이 갑자기 소희의 말허리를 끊었다. 그러고는 당황함이 묻은 눈빛으로 목이 메어서는 말을 이어갔다.“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애초에 마민영의 개인 디자이너로 제작팀에 합류하지 말았어야 했어요. 그러니까 이 일은 이쯤에서 그만두죠, 전 언니를 원망하지 않아요.”“왜 소희가 오니까 또 소희를 원망하지 않는다는 거야? 너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억울하다며 모든 잘못을 소희에게 떠넘겼잖아? 지금 소희도 왔겠다, 제작팀을 떠난 게 대체 소희 때문인지 아닌지 제대로 말해 봐.”소동의 돌변한 태도에 옆에 있던 하순희가 갑자기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고, 소희가 듣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입가에 차가운 웃음을 머금고 덤덤하게 소동을 바라보았다.그리고 그러는 소희의 눈빛을 보노라니 소동은 마음속의 불안함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소희가 추소용에 대해 말해버릴까 봐.그래서 더는 소희를 탓할 엄두도 못 내고 즉시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요, 언니와 상관없는 일이예요. 제가 잘못을 저질러 제작팀에서 나온 거예요.”하지만 소동이
다들 경악한 표정으로 소희의 휴대폰을 주시하고 있었다.이에 임구택이 일부러 아무것도 모르는 척 입을 열어 물었다.“누구시죠?”[나 마민영이잖아! 잠깐…….]맞은편에서 대답하고 있던 마민영이 뜬금없는 남자의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그러는 그쪽은 누구시죠? 왜 소희의 휴대폰을 그쪽이 가지고 있어요?]“소동이 그쪽 개인 디자이너 맞죠? 지금 소동이 해고되었다고 소씨네 가족들이 소희를 탓하고 있어요.”[뭐라고요?]자신이 제일 중히 여기는 친구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소리에 마민영이 화가 나 펄쩍 뛰었다.[그 사람들이 왜 소희를 탓해요? 분명 소동이 실력도 안 되고 인성도 쓰레기라서 해고된 건데! 드레스를 개똥처럼 만들어 나한테 욕 좀 먹었다고 바로 구은서한테 아첨 떨러나 가고, 결국 구은서도 그 여인이 마음에 들지 않아 받아주지 않았다고 제작팀에 더는 있지 못할 것 같으니까 알아서 꺼진 건데, 왜 소희를 탓하냐고요!]임구택이 듣더니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소씨네 가족들을 훑으며 냉소를 드러냈다.“그런 거군요.”[당연하죠! 안 되겠다, 소희 지금 어디에 있어요? 내가 당장 가서 그 나쁜 여인에게 본때를 보여줄 거예요! 감히 소희에게 누명을 씌우다니! 오늘 다 뒤졌어!]마민영이 한다면 무조건 하는 불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걸 소희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바로 임구택의 손에서 휴대폰을 앗아갔다.“올 필요 없어요. 오늘은 혼자 쇼핑하러 가요, 나 일이 있어 못 가요.”[소희야, 너 소동 그 나쁜 여인한테 모함을 당한 거 아니야? 겁내지 마, 내가 대신 복수해 줄게! 이럴 줄 알았으면 애초에 그 여인을 제작팀으로 들이는 거 아니었는데.]“괜찮아요, 어서 가 놀아요.”[알았어, 그럼 일이 있으면 나한테 전화해, 언제든지 달려갈 테니까.]“네.”“…….”두 사람의 통화가 끝난 후 거실은 삽시간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고, 다들 각기 다른 표정으로 소희를 쳐다보고 있었다.그러다 소희가 휴대폰을 다시 내려놓자 소해덕이 순간 얼굴색이 차가워
아심은 말을 마치고 바로 물었다.“조하루는 어떻게 됐나요?”시야는 웃으며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무사히 집에 데려다줬어요. 집이 꽤 가난해서 할아버지가 아프신데도 병원에 갈 돈이 없다고 해서 저희가 그 집에 돈을 좀 두고 왔어요.”“놀라게 해서 미안한 마음도 있고, 하루 군에게도 여러분이 무사하다는 걸 전했습니다. 그저 장난이었다고 말했어요.”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고마워요!”“천만에요! 예전엔 우리가 잘 몰랐지만, 이제 앞으로 친해질 수 있을 거예요!” 시야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농담 그만하고, 빨리 떠나!” 시언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시야는 아심에게 어깨를 으쓱하고는 자기 사람들을 불러 함께 산에서 내려가려고 했다. 떠나기 전, 그는 다시 아심을 향해 말했다.“이 일은 진언 님과는 아무 상관 없어요. 전부 제 생각이라서, 절대 진언 님을 탓하지 마세요!”아심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탓 안 해요. 장난이었다면서요?”시야는 아심에게 엄지를 치켜세우고는, 시언의 차가운 눈빛이 번쩍이자 급히 사라졌다.잠시 후, 아까까지 살기와 긴장으로 가득 찼던 오두막은 다시 조용해졌다. 원래의 고요하고 텅 빈 분위기로 돌아갔다. 방 한가운데의 불만이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고, 나뭇가지가 탁탁! 소리를 내며 타들어 갔다.시언은 아심 앞에 앉아 물병을 건네며 물었다.“놀랐어?”아심은 살짝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모두 무사하니 더 좋은 거 아니에요? 그렇죠?”시언은 아심을 바라보며 평소보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시야 대신 사과할게. 그리고 물어보고 싶은 게 있으면 뭐든 물어봐.”아심은 방금 전의 격렬한 감정이 갑자기 멈추자 머릿속이 멍해진 것 같았다. 그녀는 낮게 말했다.“아니요, 물어볼 건 없어요. 다 알겠으니 우리 내려가요. 벌써 늦었어요. 도도희 이모가 걱정하고 계실 거예요. 방금도 전화했었어요.”시언은 그녀를 몇 초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지금 내려가자.”두 사람은 자리에서
굉음이 천둥같이 울려 퍼지며, 마치 지붕을 뚫을 듯했다.아심은 눈앞의 상황을 보고 멍하니 굳어버렸고, 시언은 아심을 두 팔로 꽉 끌어안으며 낮은 목소리로 안심시켰다.“걱정하지 마, 이제 괜찮아. 시야가 장난친 거야.”“시야?” 아심은 멍한 얼굴로 시언이 발로 차서 바닥에 쓰러뜨린 거면 남자를 바라보았다.가면 남자가 몸을 일으켜 목소리 변조기를 벗고, 이어서 얼굴에 쓴 가면까지 벗었다. 그제야 드러난 것은 미소를 띤 잘생긴 얼굴이었다.“넘버세븐, 나 기억하지?”아심의 머릿속이 순간 멍해졌다.눈물은 여전히 그녀의 눈에 고여 있었고, 격렬한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들어 아직도 진정되지 않았다. 아심은 시야를 멍하니 바라보며 자신이 바보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시언은 그녀를 풀어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배고프지 않아? 뭐 좀 먹고 여기서 잠시 기다려.”시언은 아심을 의자에 앉히고 나서 시야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나와!”시야는 아심을 향해 미소 지으며 말했다.“이건 내 생각이었어. 그냥 장난치려던 거야. 진언 님과는 아무 관련 없어. 혼나고 올 테니까, 이따가 와서 제대로 사과할게.”아심은 여전히 의자에 앉아 얼이 빠진 얼굴이었다. 너무나 강렬했던 감정이 쉽게 가라앉지 않아 멍한 상태였다.시언과 시야가 밖으로 나가자, 나머지 용병들은 일제히 일어나 벽 쪽으로 물러섰다. 그들은 총을 안고 긴장감 있게 서 있었다.뒤에 있던 면수건을 쓴 남자도 면수건을 벗고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전 시야의 부하예요. 시야가 명령을 내린 거라 따를 수밖에 없었어요. 화가 나셨다면 그를 탓하세요!”그는 말이 끝나자 아심 앞에 놓인 구운 고기를 깨끗한 칼로 잘라 작은 조각들로 내밀었다....오두막 밖, 시언은 거대한 나무 아래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시야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갑자기 몸을 똑바로 세우고는 보고하듯 말했다.“진언 님, 보고드릴 일이 있어요.”나무 아래 걸린 백열등이 차갑게 빛났고, 시언의 눈빛도 차갑고 무미건조했다.“말해.
“안 돼!” 강아심은 손에 쥔 줄을 힘껏 당겼다. 가면 남자는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었다. 아심은 줄을 약간 풀며 다시 외쳤다.“우릴 보내 줘! 그렇지 않으면 너도 살아남을 생각 하지 마!”갑자기 꽉 닫혀 있던 문이 거칠게 열리며 차가운 바람이 방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불길이 휙휙 소리를 내며 흔들렸고, 팽팽한 긴장감에 한층 더 싸늘한 기운이 더해졌다.새로 들어온 열 명이 넘는 무리가 무장한 채 총을 들고 아심과 시언을 겨누었다. 이에 시언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새로 들어온 무리의 리더는 역시 용병 차림을 하고 얼굴을 면수건으로 가리고 있었다. 그는 가면 남자를 향해 눈길을 주며 말했다.“네가 진언을 제압하지 못할 줄 알고 위에서 날 보냈다.”그러자 가면을 쓴 남자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여자를 과소평가했을 뿐이지!”면수건을 쓴 남자는 아심을 향해 말했다.“너에겐 한 생명밖에 없어. 목숨 하나로 하나를 바꿀 수 있어. 네가 나갈지, 진언이 나갈지 선택해.”또한 가면을 쓴 남자는 아심을 슬쩍 흘겨보며 말했다.“네가 날 죽여도 소용없어. 여기에 있는 이 많은 총과 사람들이 있어. 나를 죽이면 너희 둘 중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 거야!”그러고는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잘 알아둬. 여기서 나갈 수 있는 건 한 사람뿐이야. 네가 남든, 진언 대인이 남든.”“네가 날 잡고 있으면 내 사람들은 조금은 신경 쓸지 몰라도, 그의 부하들은 내 목숨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아.” 가면 남자는 새로 들어온 리더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아심은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시언을 올려다보았고, 목소리는 쉰듯하지만 차분했다.“좋아, 내가 남을 테니 진언을 보내줘.”시언의 눈빛은 깊어지고, 아심을 한순간도 놓지 않았다. 가면을 쓴 남자는 잔혹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의리만 생각하지 말고, 남는 게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잘 알아둬. 내가 충고하건대, 잘 생각하고 결정해.”“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아심은 줄을 세게 죄며, 차가운 눈빛을 빛냈다.
아심은 힘겹게 고개를 들어 남자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나랑 키스해줘, 제발.”시언은 고개를 숙여 아심의 부드럽지만 결연한 눈빛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는 점점 더 깊어졌다.아심은 그의 턱에 입을 맞추고 살짝 깨물었다. 부드럽고 따뜻한 입술이 시언의 피부에 닿으며 얕은 숨결과 촉촉한 감촉이 시언을 감쌌다. 아심의 눈빛은 비에 젖은 듯 촉촉했고, 마치 갈고리처럼 그를 끌어당겼다.바깥에서 몰아치는 바람과 빗소리처럼, 남자의 분노가 서서히 진정되었다.시언은 눈꼬리를 날카롭게 치켜세우며 가면 남자를 한 번 노려본 후, 고개를 숙여 아심의 입술에 자기 입술을 맞추었다. 아심은 곧바로 그의 입술을 강하게 빨아들였다.멀리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지만, 두 사람은 깊은 산속에 홀로 있는 듯 서로만을 바라보며 키스를 나눴다. 아심은 눈을 반쯤 감고 시언에게만 집중했다. 아심의 귀에는 오직 빗소리와 나뭇잎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만이 들렸다.아심은 시언을 더 유혹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매혹적이고 나긋나긋하게 행동했다. 목구멍에서 흘러나오는 낮고 부드러운 신음은 시언과 자신만이 들을 수 있는 은밀한 소리였다. 마치 화려하게 피어난 꽃처럼, 그 소리는 남자의 정신을 단숨에 빼앗아 갔다.한참 후, 아심은 그의 입술을 살짝 깨물며 희미하게 말했다.“약속해 줘. 기회가 생기면, 곧바로 떠나요. 나 신경 쓰지 말고.”시언은 갑자기 눈을 번쩍 뜨고 아심을 바라보았다.그 순간, 묶여 있던 줄이 느슨해졌다. 아심은 재빨리 손을 뽑아내고 시언의 품에서 벗어나더니, 몸을 돌려 가면 남자 쪽으로 날아들다.가면을 쓴 남자와 그의 부하들은 반응이 한 박자 늦었다. 아심이 방 가운데까지 나아갔을 때야 그들은 아심을 막으려고 했다.“쾅!”아심은 손에 쥔 줄을 휘둘러 덤벼드는 용병의 목에 감았다. 그는 줄에 맞아 그대로 날아가 바닥에 떨어졌다.아심은 발을 멈추지 않고, 한 손으로 줄을 휘두르며 방어하고, 다른 발로 다가오는 용병을 걷어차며 날려버렸다. 강렬한 눈빛이 목표를 향
강아심은 그에게 대답하고 싶지 않아 시선을 돌리다가, 갑자기 무언가를 발견하고 눈이 살짝 빛났다. 아심은 가능한 시언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귓가에 아주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벽 구석에 깨진 도자기 조각이 보여. 우리가 어떻게든 가서 그걸 손에 넣어야 해.”깨진 도자기 조각은 절반이 먼지 속에 묻혀 있었고, 아마도 산에 올라온 사람들이 여기서 밥을 먹다 그릇을 깨뜨리고는 아무렇게나 바닥에 던져놓은 것 같았다.여자의 숨결이 부드럽게 시언의 귀를 간질이며 퍼졌다. 아심의 부드러운 입술이 열렸다 닫히며 그의 귀밑 민감한 피부를 살짝 스쳤다. 시언은 몸이 순간 굳어졌다가 늦게서야 대답했다.“소용없어.”“뭐?” 아심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이 줄엔 합금 섬유가 섞여 있어. 칼로도 자를 수 없으니 도자기 조각으로는 더더욱 불가능해.”시언이 낮게 말하자, 아심은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낮게 속삭였다.“정말 당신을 특별대우해 주긴 하네요!”이번엔 시언이 이해하지 못했다.“응?”“아니, 그런 거지! 일부러 합금 줄까지 써서 묶어놨잖아요. 다른 사람들은 분명 이런 대접 못 받을걸요!” 아심이 말하자, 시언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그녀가 자신을 칭찬하는 건지 비꼬는 건지 알 수 없었다.어느새 하늘은 서서히 어두워지고, 그들을 감시하던 사람들이 교대로 밖에 나갔다 돌아왔다. 마지막 교대 때는 가면을 쓴 남자가 부하들을 데리고 모두 오두막 안으로 들어왔다.텅 비었던 방은 순식간에 꽉 찼다. 용병들은 하나같이 덩치가 크고 험상궂은 인상에,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가 방 안 공기를 긴장감으로 가득 채웠다.시언과 아심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몸을 일으켜 벽에 기대어 섰다. 시언은 벽에 몸을 대고 서서 손으로 아심의 등을 감싸며 가면 남자를 주시했다.가면을 쓴 남자는 남자는 방 한쪽의 나무 의자에 앉아 있었다. 다른 용병들은 방 안에 나무 장작을 모아 불을 피우기 시작했다.방금 비가 내린 터라 산속은 밤이 되면서 습기와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 그
강아심은 용병에게 조하루네 집 주소를 알려주었다.용병은 냉랭하게 알겠다고 대답하며 기억해두었고, 하루가 망설이자 바로 그를 들어 어깨에 둘러메고 밖으로 걸어갔다. 이에 하루는 몸부림치며 울먹이며 외쳤다.“삼촌, 누나!”점점 그 목소리는 멀어져 갔다.아심은 목이 메었지만, 하루를 떠나보내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의 선택임을 잘 알고 있었다.오두막 바깥에서는 시언에게 맞아 쓰러진 자들이 동료의 부축을 받아 일어났다. 부상이 심한 자들은 땅에 누워 쉬고, 가벼운 부상자들은 안으로 들어와 명령을 기다렸다.가면을 쓴 남자는 밖에 나가 전화를 걸고, 돌아와 자기 부하들에게 지시했다.“저들을 잘 지켜보고 있어. 윗선의 지시를 기다려.”“예!” 몇몇 용병들이 대답했다.가면 남자는 다시 밖으로 나갔고, 다른 용병들도 따라 나갔다. 오두막 안에는 두 명의 용병만이 남아 시언과 아심을 감시하고 있었다.잠시 후, 시언은 갑자기 아심을 들어 올려 돌며 옆에 있던 대나무 침대에 넘어졌다. 손발이 묶여 있어 힘 조절이 어려웠고, 그가 아심 위에 넘어지며 아심은 깜짝 놀랐다. 시언은 바로 몸을 뒤집어 아심이 자신의 위에 있도록 했다.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감시 중이던 용병들은 깜짝 놀라 총을 겨누었지만, 두 사람이 단순히 침대에 누워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이자 천천히 총을 내렸다.아심은 약간 고개를 들어 아래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시언은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 지었다.“두 사람이 줄에 묶여서 뻣뻣하게 서 있는 게 더 이상하지 않나? 이렇게 누워 있는 게 그나마 나아.”아심은 미간을 찌푸렸다.“이 상황에서 웃음이 나와요?”그러자 시언은 태연하게 말했다.“이보다 더 위험한 상황도 겪어봤어. 걱정하지 마, 난 쉽게 죽지 않아. 내가 살아 있는 한 너도 절대 죽지 않을 거야.”아심은 그들을 감시하는 용병들을 한 번 흘깃 보고 나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 사람들은 우리를 어떻게 하려는 걸까?”“잘 모르겠어. 하지만 나를 바로 죽여 노도를
시언은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노도를 위해 복수하러 온 건가?”가면을 쓴 남자가 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변성기를 사용한 탓에 그 웃음소리는 거칠고 듣기 거북했다. 마치 산속에서 이빨을 드러낸 야수가 내는 소리 같았다.“진언이 설마 노도의 죽음을 그냥 넘어갈 거라 생각하진 않겠지?”남자가 손짓하자, 바로 누군가가 하루를 그 앞으로 끌고 왔다. 그러고는 손가락으로 하루의 목을 쓰다듬으며 냉소를 지었다.“이게 진언의 아들인가?”“아니!” 시언이 차갑게 응수했다.“보기엔 아닌 것 같지만, 진언은 무고한 아이가 본인 앞에서 죽는 걸 원하지 않겠지?”가면을 쓴 남자가 무심하게 말했다. 하루는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지고 온몸이 떨렸다. 하루는 고개를 돌려 시언을 바라보며 극도의 공포에 휩싸여 있었지만, 도움을 청하거나 가면 남자에게 살려 달라고 애원하지는 않았다.이때 아심이 차갑게 말했다.“그 아이는 마을에 사는 평범한 농가의 아이야. 내가 인질이 될 테니 그를 풀어주고 집으로 돌려보내.”가면을 쓴 남자가 시언을 보며 물었다.“진언의 생각은 어때?”시언은 들고 있던 총을 내던졌다.“우리 조직에는 조직만의 규칙이 있어. 여성이나 아이를 인질로 잡는 건 가장 비열한 용병들만 하는 짓이야.”“너희들이 원하는 건 나니까 나를 마음대로 처리해. 하지만 여자와 아이는 산 아래로 보내.”아심이 시언을 보며 고개를 가볍게 젓자, 시언은 그녀를 바라보며 낮고 깊은 눈빛을 보냈다.“내 말을 들어.”아심은 주먹을 꽉 쥐었지만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거칠게 웃음을 터뜨렸다.“그 아이는 풀어줄 수 있어. 하지만 이 여자는 안 돼. 이름은 넘버세븐. 진언의 곁에 있었던 사람이지? 내가 틀리지 않았군!”시언은 눈을 가늘게 뜨며 가면 남자를 노려봤다. 그의 시선은 차갑게 얼어붙었다.“그럼 아이부터 풀어줘!”“서두르지 마. 그 아이가 내 손 안에 없으면, 이 사람들로는 진언을 막아낼 수 없어. 내가 그 정도는 알고
강아심이 몸을 드러내는 순간, 밖에 있던 사람들이 안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창문으로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밀려들었고, 두 개의 창문을 지키기에 역부족이었던 아심은 결국 한 사람과 몸싸움을 벌이게 되었다.아심은 자신이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을 알았기에 가능한 한 빠르고 강력하게 상대의 약점을 노려 공격했다. 그러나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창문을 통해 밀려들었고, 하루가 숨던 곳에서 고개를 내밀자 한 고용병이 그를 향해 총을 겨누었다.“들어가!” 아심이 다급하게 소리치며 발로 근처에 있던 나무 의자를 걷어차 상대의 어깨를 가격해 총을 떨어뜨렸다.“탕!” 총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 방아쇠가 당겨졌고, 총알이 벽을 뚫고 나갔다.아심은 두 명을 밀어내며 하루가 숨은 대나무 침상으로 다가가 그를 보호했다. 그 순간 또 다른 고용병이 방 안으로 뛰어들어 하루가 숨은 침상 밑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아심은 몸을 날려 고용병의 총을 걷어차며 떨어뜨렸고, 다시 그 총을 잡으려는 찰나 또 다른 고용병 두 명이 그녀를 공격해 왔다.아심은 한 남자의 팔을 비틀어 탈골 시키고, 몸을 회전시켜 다른 남자의 복부를 강하게 가격했다. 아심의 힘은 이 고용병들보다 약했지만 몸놀림이 민첩하고 공격이 매끄러워 누구도 쉽게 다가갈 수 없었다.그러나 그 순간, 대나무 침상 위로 한 남자가 뛰어올라 침상을 들어 올리며 하루를 붙잡아 칼을 그의 여린 목에 들이댔다.“움직이지 마라, 움직이면 이 아이를 죽일 거야!”이와 동시에 문이 거칠게 열리며 시언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시언이 지나온 길에는 이미 쓰러진 사람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시언의 등장에 방 안의 고용병들은 더욱 경계하며 총을 모두 그에게 겨누었다.가장 가까이 있던 고용병이 아심의 머리에 총을 겨누자 시언이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총으로 겨누지 마.”고용병은 시언의 서늘한 시선을 받자 손이 떨렸지만,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 시언은 천천히 아심 쪽으로 걸어갔다. 고용병의 눈빛은 두려움이 엿보였고, 본
조하루가 즉시 과일 주스를 시언에게 내밀며 말했다.“삼촌, 이거 드세요. 저를 그렇게 오랫동안 업어 주셨잖아요. 고마워요!”시언은 얇게 입가를 올리며 주스를 다시 돌려주었다.“난 누나와 장난친 거야.”“아...”시언은 최대한 표정을 부드럽게 하려고 했지만, 여전히 효과는 없었다. 조하루는 멍하게 대답하며 다시는 시언을 쳐다보지 못했다.아심은 입술을 꽉 다물며 웃음을 참았고, 차마 대놓고 웃을 수 없어서 고개를 돌려 빵을 베어 물었다.숲속에서 한 마리 새가 날아와 창가에 앉아 방 안을 들여다보며 검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쭈쭈 하고 소리를 내면서. 아직 인간에게 위협을 느껴본 적 없는 새는 사람을 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아심은 빵 부스러기를 조금 떼어 창가에 놓았다. 새는 신나게 부리로 쪼아먹었지만 다 먹기도 전에 갑자기 날아가 버렸다. 시언은 창 아래에 서 있는 아심을 보며 반쪽 남은 빵을 들어 올렸다.“천천히 먹어, 난 밖에 좀 보고 올게.”아심은 시언이 문을 나가는 걸 보고 하루에게 속삭였다.“볼일 보러 가야 해? 삼촌이랑 같이 가면 돼!”하루는 눈을 크게 뜨다가 이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뛰어갔다. 아심은 천천히 빵을 다 먹고 물병을 집어 들고 막 마시려던 순간, 밖에서 탕! 하고 커다란 총성이 들려왔다.아심의 얼굴이 굳어졌고, 재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찰나, 문이 갑자기 열렸다. 시언이 떨고 있는 하루를 방 안으로 밀어 넣고는, 곧바로 따라오던 한 남자를 발로 차서 밖으로 날려 보냈다.그는 고개를 돌려 매우 빠르게 말했다.“지켜, 절대 나오지 마. 창문도 다 잠가!”문이 열리는 그 순간, 아심은 이미 상황을 확인했다. 그들은 이미 포위당한 상태였다. 나무집 주위는 전부 위장복을 입고 얼굴을 가린 용병들로 가득했고, 적어도 스무 명이 넘었다.문이 닫히고 난 뒤, 바깥에서는 치열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아심은 조하루를 안전한 곳에 숨기고 두 개의 창문을 빠르게 닫은 뒤, 창을 야생 동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