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경악한 표정으로 소희의 휴대폰을 주시하고 있었다.이에 임구택이 일부러 아무것도 모르는 척 입을 열어 물었다.“누구시죠?”[나 마민영이잖아! 잠깐…….]맞은편에서 대답하고 있던 마민영이 뜬금없는 남자의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그러는 그쪽은 누구시죠? 왜 소희의 휴대폰을 그쪽이 가지고 있어요?]“소동이 그쪽 개인 디자이너 맞죠? 지금 소동이 해고되었다고 소씨네 가족들이 소희를 탓하고 있어요.”[뭐라고요?]자신이 제일 중히 여기는 친구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소리에 마민영이 화가 나 펄쩍 뛰었다.[그 사람들이 왜 소희를 탓해요? 분명 소동이 실력도 안 되고 인성도 쓰레기라서 해고된 건데! 드레스를 개똥처럼 만들어 나한테 욕 좀 먹었다고 바로 구은서한테 아첨 떨러나 가고, 결국 구은서도 그 여인이 마음에 들지 않아 받아주지 않았다고 제작팀에 더는 있지 못할 것 같으니까 알아서 꺼진 건데, 왜 소희를 탓하냐고요!]임구택이 듣더니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소씨네 가족들을 훑으며 냉소를 드러냈다.“그런 거군요.”[당연하죠! 안 되겠다, 소희 지금 어디에 있어요? 내가 당장 가서 그 나쁜 여인에게 본때를 보여줄 거예요! 감히 소희에게 누명을 씌우다니! 오늘 다 뒤졌어!]마민영이 한다면 무조건 하는 불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걸 소희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바로 임구택의 손에서 휴대폰을 앗아갔다.“올 필요 없어요. 오늘은 혼자 쇼핑하러 가요, 나 일이 있어 못 가요.”[소희야, 너 소동 그 나쁜 여인한테 모함을 당한 거 아니야? 겁내지 마, 내가 대신 복수해 줄게! 이럴 줄 알았으면 애초에 그 여인을 제작팀으로 들이는 거 아니었는데.]“괜찮아요, 어서 가 놀아요.”[알았어, 그럼 일이 있으면 나한테 전화해, 언제든지 달려갈 테니까.]“네.”“…….”두 사람의 통화가 끝난 후 거실은 삽시간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고, 다들 각기 다른 표정으로 소희를 쳐다보고 있었다.그러다 소희가 휴대폰을 다시 내려놓자 소해덕이 순간 얼굴색이 차가워
임구택의 눈동자는 여전히 차가웠고, 그러는 임구택의 얼굴에서 소해덕 그들은 아무런 정서도 읽어낼 수가 없었다.“다음에요. 오늘은 유민이의 성적이 많이 진보되어 제가 두 사람한테 점심을 사주기로 했거든요.”“하하, 우리 소희가 임씨네 가문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임 대표가 많이 보살펴준 덕이죠. 다음에 꼭 와서 밥 한번 먹어요, 나도 소희의 할아버지로서 제대로 한번 임 대표한테 고마움을 표하고 싶어요.”자애로운 할아버지의 역을 하고 있는 소해덕의 모습에 임구택이 여전히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밥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다만 다음부터는 소희가 이 가문에 들어서자마자 욕부터 듣게 되는 일은 없었으면 하네요.”“그럼요! 절대 두 번 다시 그런 일이 없을 겁니다! 게다가 오늘은 오해였잖아요.”임구택이 변명하고 있는 소해덕을 한번 덤덤하게 쳐다보고는 고개를 돌려 소희에게 물었다.“갈래?”소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임유민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이에 소씨네 가족들이 일제히 일어나 세 사람을 대문까지 바래다주었다.그러던 중 소찬호가 임유민의 곁으로 다가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너희 둘째 삼촌 짱 멋있어!”“당연하지. 심지어 네가 오늘에 본 건 아무것도 아니야.”“진짜 너와 네 둘째 삼촌이 와서 다행이야. 안 그러면 가족 어른들이 소희 누나를 엄청 꾸짖었을 텐데.”소찬호의 말에 임유민이 눈썹을 찌푸린 채 물었다.“너 입을 뒀다 뭐하는데? 네가 나서서 소희 쌤 편을 들면 되잖아.”“내가 당연히 편을 들었지! 하지만 아무도 내 말을 듣지 않는다고!”소찬호가 좌절감이 섞인 표정으로 대답했고, 이에 임유민이 다시 한번 그를 향해 흰자를 드러냈다.그렇게 다 같이 별장을 나선 후, 임구택이 직접 소희를 위해 조수석의 문을 열어 주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소설아의 얼굴색이 순간 차가워졌다.‘임씨 가문에 있어 소희는 외부인에 불과한 건데, 대표님이 소희를 조수석에 앉히고 임유민을 뒷자리에 앉힌다고?’임구택의 행동을 눈치챈 건 다른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소희가 임구택을 향해 미소를 한번 짓고는 고개를 돌려 차창 밖을 내다보았다.그런데 이때, 소희의 휴대폰이 울렸다.소시연이 보내온 메시지였다.[소희 언니! 아까 소동이 뺨 맞을 때 나 속이 엄청 후련했어! 작은 아버지와 작은 어머니도 쌤통이야! 조만간 배은망덕하고 마음씨 고약한 소동을 키운 거에 엄청 후회하실 거야!]진연 부부가 소동을 엄청 좋아하고 있다는 건 소희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설사 소동이 아무리 마음씨가 고약하더라 해도 두 부부는 여전히 소동을 자신의 친딸로 여길 거라는 것도.[참!]소희가 한참 멍을 때리고 있는데 소시연이 또 메시지를 보내왔다.[헤헤, 언니, 임 대표님이랑 무슨 사이인 거야? 임 대표님이 왜 그렇게 언니를 감싸고 도는 건데?]이에 소희가 천천히 타자를 하며 답장을 했다.[고용주와 고용인 사이. 내가 임유민에게 수업을 가르쳐 주고, 그 사람이 나한테 임금을 주는 사이.][거짓말. 고용주가 고용인한테 그렇게 잘해 줄 수 있다고?][당연하지. 나의 고용주는 직원을 엄청 감싸고 도는 분이야.]소희가 답장을 다 입력하고 메시지를 보내려는데 마침 소정인의 전화가 걸려왔다.이에 소희는 소시연에게 답장을 마저 보내고 나서야 천천히 전화를 받았다.그러자 소정인의 죄책감이 섞인 목소리가 바로 휴대폰 맞은편에서 들려왔다.[소희야, 오늘 일은 아빠랑 엄마가 잘못했어. 우리가 진심으로 사과할 게.]“괜찮아요, 저도 이미 익숙해져서.”너무 덤덤하여 아무런 정서도 읽어낼 수 없는 소희의 어투에 소정인은 더욱 난처해졌다.[앞으로 두 번 다시 소동의 말만 듣고 너를 탓하는 일이 없을 거야. 사실 너와 우리 간의 사이가 이렇게 틀어진 것도 어떻게 보면 다 소동이 탓이야. 네 할아버지의 말이 맞아. 우리가 확실히 너에게 너무 소홀했어. 그러니 소희야, 집으로 돌아와, 우리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자.]“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세요?”[소희야, 엄마와 아빠가 너한테 많이 미안해.]“미안함은 됐고, 저를 미워하지만 않으시면 돼요.”
“당연하죠!”소설아가 경멸의 웃음을 드러내며 대답했다.“소희가 어떻게 임구택 씨의 안중에 들겠어요.”“하긴. 소희가 예쁘게 생긴 건 사실이지만 세상에는 예쁜 여인이 많고도 많잖아, 임구택이 소희보다 더 예쁘게 생긴 여인을 보지 못한 것도 아닐 거고.”장연경이 덩달아 냉소를 한번 짓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방금 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소희의 비위를 맞추는 걸 봤어? 마치 소희가 정말 임씨네 사모님이라도 된 것 마냥! 가소로워 죽겠네.”“걱정 마세요. 소희는 절대 임구택 씨의 아내가 되지 못할 거예요.”소설아가 한기 가득한 눈빛으로 한마디 내뱉고는 몸을 돌려 거실로 들어갔다.같은 시각, 소정인이 소희와 통화를 끝나고 마침 휴대폰을 거두고 있는데 소해덕이 그를 서재로 불렀다.그리고 소정인이 서재로 들어서자마자 소해덕이 바로 차가워진 얼굴로 화를 내며 말했다.“당장 소희를 집으로 데려가!”“저도 그러고 싶은데 소희가 돌아가려 하지 않아요.”“소희가 왜 돌아가려 하지 않는 건데? 너와 진연이 소희한테 잘해 주지 못했으니까 그러는 거 아니야! 오늘의 상황은 너도 봤겠지만, 임구택이 소희를 매우 중시하고 있어. 설령 둘이 결혼하지 않는다고 해도 소희가 임구택의 마음속에서 분량이 있는 건 확실해.”소해덕이 한참 말하다 갑자기 무엇이 생각났는지 또 다시 화를 내며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소동이는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전에는 분명 출세하나 싶었는데, 어떻게 점점 나를 실망시킬 수 있어? 어휴! 너희 두 부부가 이래 봬도 소동을 20년 넘게 키웠고, 또 그 아이한테 깊은 정이 있다는 걸 나도 알아, 그래서 그 아이와 관계를 끊으라고는 강요하지 않을 게. 대신 서둘러 그 아이에게 괜찮은 시댁을 찾아주고 시집을 보내. 적어도 우리 소씨 가문을 위해 힘을 보태야지.”“그건…….”소정인이 순간 망설였다. 그러다 한참 후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진연이랑 한번 상의해보겠습니다.”“진연이는 집에만 붙어있어 견해가 짧아. 그러니 매사에 진연의 말을 들어서는
“아버지도 나와 같은 뜻이야. 소희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감정을 키우고, 소동은 괜찮은 시댁을 찾아 시집 보내라셔.”“소희를 집으로 데리고 오는 일은 급하지 않아, 하지만 소동의 혼사는 먼저 생각해 봐도 될 것 같아. 우리가 소동의 작업실에 퍼붓은 돈만 해도 얼마야? 그 아이의 작업실은 밑 빠진 독이나 다름이 없어. 그러니 계속 그렇게 돈을 낭비할 바엔 돈 많은 집에 시집을 보내 부잣집 사모님을 시키는 것도 나쁠 게 없지.”“괜찮은 사람 있어?”소정인의 물음에 진연이 한참 생각하다 대답했다.“나와 자주 카드놀이를 하던 유 부인의 아들이 금방 외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왔거든. 애가 키는 작아도 잘 생기긴 했어. 게다가 유씨 가문의 장사가 근 2년 들어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고…….”방안에서는 소정인과 진연이 계속해서 진지하게 상의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동은 채 듣지도 않고 표정이 어두워져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그리고 침대에 몸을 던진 소동의 마음속에서는 원한의 씨앗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두 사람이 지금 나를 팔아버릴 생각을 하고 있어.’‘나를 팔아버리고, 소희를 집으로 데려와 세 식구끼리 행복하게 남은 생을 보낼 계획인 거야.’‘이렇게 되면 나중에 소씨 가문의 재산과 그룹도 전부 소희의 것으로 될 거야!’‘결국 그들이야말로 한 가족이고, 난 아무리 노력하고 잘해도 영원히 남인 거야!’‘안 돼!’‘절대로 그런 일이 발생하는 걸 허락해서는 안 돼.’‘난 죽어도 시집가지 않아! 소희도 절대 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거고! 이곳의 모든 것은 반드시 나의 것이여야 해.’‘그렇게 하려면 진연과 소정인이 나에 대해 다시 신심을 가지도록 방법을 찾아야 해, 그들 눈에서 쓸모가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소동은 갑자기 오늘 작업실의 직원이 연락이 와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최근 방송국에서 새로 개설한 프로그램이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연예인과 복장 디자이너를 초청해, 연예인을 모델로 디자이너들이 복장을 디자인하는 프로그램이라 했었나?’‘게다가 요
[누가 누나를 따돌렸는데?]“…….”추소용의 물음에 소동은 입을 다문 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하지만 추소용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전에 누나가 마민영한테 가서 돈을 빌리겠다고 한 후 몰래 도망갔다고 이 일이 이렇게 쉽게 끝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마. 내가 직접 한 번 소씨 가문에 찾아가 줘?]“너 대체 뭘 하려는 거야! 너 소씨 가문의 사람들을 잘못 건드렸다간 그들이 나까지 함께 가문에서 쫓아낼 수 있어. 그러면 그때 가서 넌 아무것도 얻지 못해.”소동의 경고에 추소용이 잠깐 멍해 있더니 바로 냉소를 드러냈다.[거짓말하지 마. 그 사람들이 누나를 그렇게 아끼는데 어떻게 누나를 쫓아낼 수 있겠어?]“아무리 아낀다고 해도 결국 난 소씨 가문의 친자식이 아니잖아. 그러니 그들의 심기를 잘못 건드렸다간 사정없이 나를 쫓아낼 거야. 너희 부모님이 소희가 친딸이 아니라고 소희를 엄청 학대했던 것처럼.”[그것 봐! 누나는 소씨네 사람들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남이야, 우리 둘이야 말로 진정한 가족이라고. 그러니까 소씨 가문의 돈을 전부 나한테 맡겨, 그러면 우리 더 이상 두려울 것도 없을 거야.]“너한테 맡기라고? 그들이 나까지 경계하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너한테 맡겨?”[난 누나한테 분명 방법이 있을 거라고 믿어. 누나, 소씨 가문의 돈은 반드시 누나가 손에 쥐고 있어야 해. 내가 도와줄 게, 필경 우리 둘이야 말로 한 가족이니까.]추소용의 말에 소동은 정말로 마음이 동요하기 시작했다.“나한테 방법이 있긴 해, 대신 너 절대 소씨 가문에 찾아와서는 안 돼, 안 그러면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할 거야.”[그래, 안 가도 돼. 하지만 나 지금 쓸 돈이 없어, 그러니까 600만원만 입금해 줘, 그러면 다시는 누나한테 연락 안 할 게.]“허, 나한테 뭔 600만원이 있다고 너한테 입금해 줘?”[그거야 나도 모르지. 아무튼 지금 당장 돈을 입금해 주지 않으면 나 매일 누나한테 전화할 거야.]“…….”소동은 화가 치밀어 오른 나머지 얼
그렇게 또 한 시간을 놀고 난 후, 소희가 숨을 헐떡이며 임구택이 쉬고 있는 곳으로 달려가 물을 마셨다.격렬한 몸놀림에 묶었던 머리가 많이 풀린 상태라 소희가 아예 머리 끈을 풀어버렸다.임구택이 보더니 소희를 옆에 앉히고는 손가락으로 소희의 긴 생 머리를 천천히 빗겨주기 시작했다.이에 소희가 땀투성이 된 얼굴을 들어 살짝 놀란 눈빛으로 임구택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 머리 빗겨줄 줄도 알았어?”하지만 묻자마자 소희는 문득 임구택이 머리 빗겨주는 방법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묶어줄 줄도 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임구택의 동작은 조심스럽고 부드러웠다.처음엔 실패했지만, 다행히도 두 번째에는 성공적으로 머리를 예쁘게 묶어주었다. 그러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웃으며 소희를 향해 말했다.“매일 당신을 위해 머리를 빗겨줄 수도 있는데.”“…….”임구택의 다정한 말투에 순간 가슴속 깊은 곳이 뜨거워 난 소희는 고개를 들어 물을 한 모금 크게 마셨다.그 모습에 임구택이 부드럽게 한 번 웃고는 다시 소희를 향해 물었다.“오후 내내 놀았는데, 이만 돌아갈까?”“유민이 오전에 그렇게 나를 감싸줬는데, 좀 더 놀아줘서 기쁘게 해줘야지.”소희가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런데 임구택이 다시 소희의 어깨를 누르며 눈살을 찌푸렸다.“나도 당신을 감싸줬는데 왜 나한테 보답할 생각은 안 해?”소희가 듣더니 고개를 돌려 임구택을 한번 흘겨보았다. 그러고는 눈썹을 올리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당신이 날 감싸주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미소를 머금고 있는 소희의 모습에 임구택이 잠깐 멍해졌다. 그러다 두 눈동자가 순간 밝아지더니 입꼬리를 올리고 다정한 말투로 소희를 향해 말했다.“그럼 30분만 더 놀다 가자. 날이 어두워지고 있어.”“응.”소희가 대답하고는 다시 공 치러 갔다.그렇게 다 놀고 체육관에서 나왔을 땐,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그리고 명우가 어느새 따로 차 한 대를 몰고 와 관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임구택이 소희의 손을 잡고 자신의
우청아는 감격스러웠다.“사장님, 감사합니다.”“사장님 말고 오빠라고 부르는 건 어때?”“그래요!”능글맞게 말하는 임구택은 우청아의 기뻐하는 표정을 보고 부엌으로 되돌아갔다. 그러나 그녀의 미소는 서서히 식어갔다. 지난번 장시원이 찾아왔을 때는 서로 좋지 않은 인상으로 헤어졌었기 때문에 두 사람 모두 다 상황이 난처했다. 뿐만 아니라 장시원은 여전히 그녀에게 화를 내고 있었기에, 임구택은 그를 부르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임구택은 거실에 앉아 장시원에게 문자를 보냈다.[너 우청아랑 싸웠어?][우청아가 너한테 뭐라고 해?][아니, 아무 얘기도 안 했어.][너, 어디야?][소희랑 같이 있어.]직접 어디에 있는지 말하지 않았지만 우청아의 집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방금 임구택이 자신에게 물었을 때, 장시원은 임구택에게 전화를 걸어 같이 가자고 제안했을 때 우청아가 막은 것도 눈치챘다.술자리에서 장시원은 휴대전화를 들여보며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었지만, 그 내면에는 화가 치밀어 올라있었다. ‘아직도 내가 그 일 때문에 본인한테 화를 낸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럼 내가 왜 화가 났는지는 알기나 하고?’그녀는 분명히 생각이 없는 듯했다. 마치 누가 어떻게 대해주는지 모르는 곰처럼 보였다. 이런 상황에 우청아를 만나면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그녀에게 화를 낼까 두려워서 만나고 싶지 않았지만, 어떤 이유인지 숨이 턱턱 차오르는 듯한 답답함이 느껴졌다. ……월요일오전 내내 회의에 참석한 우청아는 점심에 장시원이 없었기에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오후에 장시원이 돌아오자, 최결은 장시원의 사무실에 가서 결재 서류를 건네주며 말했다.“저녁에 기원의 진유현 사장이 주최하는 축하 파티 행사가 있습니다.”장시원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결재 서류를 살펴보았다.“우청아 씨 들어오라고 하세요.”“알겠습니다.”최결이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청아가 들어왔는데 그와 1미터 간격을 유지하였다.“사장님, 부르셨습니까?”장시원